[해외 미디어 동향] '100년 역사' 워너브라더스 인수한 넷플릭스… WSJ "흥행 부진한 영화 마케팅에 수억달러 투자해야 하는 상황 올 수도"
[미디어오늘 박재령 기자]



▲넷플릭스 로고.



넷플릭스가 720억 달러(약 106조 원)에 워너브라더스 디스커버리를 인수하기로 합의했다. 100년이 넘는 역사의 할리우드 대표 기업을 스트리밍 기반의 OTT 기업이 인수하는 상징적 순간이다. 하지만 영화계는 이번 인수로 극장 산업이 더 릴짱릴게임 위축될 것이라며 반대하는 성명을 내고 있다. 너무 급격한 산업 전환이라 넷플릭스 투자자들이 경쟁력 저하를 우려하고 있다는 보도도 나왔다.

넷플릭스는 지난 5일(현지시간) 워너브라더스를 720억 달러에 인수하는 최종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발표에 따르면 넷플릭스는 워너브라더스의 영화·TV 스튜디오와 HBO·HBO 맥스 바다신게임 등을 인수하게 된다. CNN, TNT, 디스커버리 등 케이블 TV 채널은 워너브라더스가 내년에 별도 회사로 분할할 예정이라 이번 인수엔 포함되지 않는다. 넷플릭스는 인수·합병 마무리 기간을 12~18개월 정도로 보고 있다.
1923년 설립된 워너브라더스는 할리우드를 대표하는 영화 제작·배급사 및 스튜디오다. 영화로는 '해리포터 시리즈', 릴게임황금성 배트맨·슈퍼맨 등 'DC 유니버스'가 유명하고 TV시리즈로도 '프렌즈', '빅뱅이론', '왕좌의 게임' 등 히트작이 많다. 이번 인수로 넷플릭스는 한 세대를 풍미한 막강한 지식재산권(IP)을 갖게 될 전망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5일 기사에서 “30명의 직원들과 함께 DVD를 봉투에 넣어 우편으로 발송하던 초라한 DVD 대여회사가 바다이야기프로그램 , 30년 후 글로벌 스트리밍 시장을 장악했을 뿐 아니라 할리우드 자체를 집어삼키고 있다”라고 평가했다.



▲ 넷플릭스 투자자들이 이번 인수합병을 반기지 않을 수 있다는 월스트리트저널 기사.



그러 릴게임사이트 나 영화계는 넷플릭스의 인수를 달가워하지 않는 분위기다. 넷플릭스는 일부 영화를 극장에서 개봉하더라도 짧게 배급하고 스트리밍으로 돌리는 방식을 선호한다. 극장보다는 최대한 자사 플랫폼에 가두는 것이 이득이기 때문이다. 뉴욕타임스(NYT)는 “업계가 이미 패닉 상태에 빠졌다”며 “넷플릭스는 (개봉시킨 영화의) 박스오피스 실적을 공개하지 않으며, 관객을 극장으로 끌어모으기 위한 강력한 마케팅 캠페인도 거의 진행하지 않는다”라고 했다.

NYT에 따르면 익명을 요구한 제작자들은 미국 의회에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는 서한을 보냈다. 제작자들은 “넷플릭스는 극장에서 영화를 보는 모든 시간을 자사 플랫폼에서 소비하지 않은 시간으로 간주한다”며 “그들은 극장 상영을 지원할 동기가 전혀 없으며, 오히려 이를 없애려는 모든 동기를 가지고 있다”라고 했다.
극장 업계를 대변하는 단체 시네마유나이티드도 넷플릭스의 인수를 놓고 “전 세계 상영 사업에 대한 전례 없는 위협”이라는 성명을 냈다. 시네마유나이티드는 워너브라더스가 전통적으로 극장에 공급해 온 영화들이 사라진다면 “국내 연간 박스오피스 매출의 25%가 제거되는 것과 같다”라고 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국 동부 및 서부 작가조합도 “이번 합병은 반드시 저지되어야 한다”는 성명을 냈다. 방송 및 온라인 미디어를 대표하는 작가조합은 일자리 감축, 임금 삭감 등 인수로 인한 근무 환경 악화를 우려했다. 미국감독조합도 인수가 발표되기 전 창작 생태계가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 성명을 냈다.
워너브라더스 인수가 너무 급격한 산업 전환이라 넷플릭스의 자체 경쟁력까지 잃을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인수 발표 이후 넷플릭스의 금요일 주가는 3% 가까이 하락했다. WSJ는 지난 6일 <넷플릭스 주주들이 워너브라더스 인수를 반기지 않는 이유> 기사에서 이번 인수를 “오랫동안 극장 산업을 경시해온 넷플릭스가 관객 반응이 부진할 수도 있는 영화 제작 및 마케팅에 수억 달러를 투자해야 하는 부담을 지게 된다는 뜻이기도 하다”라고 해석했다. 이어 “이러한 변화들은 넷플릭스 투자자들에게 당연히 우려를 불러일으킨다”라고 했다.
WSJ는 “위너브라더스는 자사 콘텐츠를 다른 스트리밍 업체에도 공유하고 있는데 넷플릭스가 콘텐츠에 대한 소유권을 주장하고 나서면 다른 업체들이 강하게 반발할 것”이라며 “넷플릭스가 HBO와 통합해 '슈퍼 플랫폼'을 만들면 가격을 크게 인상할 명분을 얻게 되고 이는 인수에 대한 당국의 반독점 조사 가능성을 더 위험하게 만들 수 있다”고 했다.
실제 미국 현지에선 넷플릭스의 인수·합병이 미국 행정부에서 거부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넷플릭스와 인수 경쟁을 벌였던 파라마운트의 최고경영자 데이비드 엘리슨과 친분이 있고 엘리슨 CEO의 부친인 오라클 창업자 래리 엘리슨과 절친하다는 점이 주요 변수로 꼽힌다. 넷플릭스가 정부 승인을 받지 못하게 되면 워너브라더스에 약 58억 달러를 물어줘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자 admin@gamemong.in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