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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말했다. 진작에 거 지금의 사장은 해. 보아하니2025년 9월13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 예술극장 소극장에서 열린 ‘문학주간 2025’ 개막 행사 ‘아무도 아닌, 누군가에게’에서 가수 김사월(오른쪽)이 노래하고 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제공


    “그 남자들은 어떻게 생겼나. 진주가 그들과 무엇을 하고 있었나. 그 애가 어떻게 보였나. 취한 것처럼 보였나. 맞은 것 같지는 않았나. 얼굴이나 팔뚝에 상처가 있지는 않았나. 협박당하는 것 같지는 않았나. 무서워하는 것 같지는 않았나. 애가 울고 있지는 않았나. 어느 방향으로 갔나. 그 애가 어느 쪽으로 갔나. 그런 것을 몇 번이고 물었다. 그런 다음에 그녀는 나에게 그때 무얼 하고 있었느냐고 물었다. 마지막엔 언제나 그렇게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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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루감’으로부터 안전한 곳이 없다
    소설가 황정은이 소설집 ‘아무도 아닌’(문학동네 펴냄)에 수록된 ‘양의 미래’의 한 부분을 읽었다. 2025년 9월13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 예술극장 소극장.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시·소설·연극 등 다양한 문학과 예술 장르를 매개로 작가와 독자 간 접점을 만들며 10년째 열어온 ‘문학주간’의 2025년 개막 릴게임오션
    행사였다. 배우 옥자연이 진행하고 인디 포크 가수 김사월이 “글에 들어가고 싶은 마음 같은 것”을 담아 낭독 사이사이 노래했다.
    옥자연이 물었다. “‘양의 미래’를 선택해서 읽어주신 이유가 있으실까요?” 황정은이 답했다. “이 단편 안에는 제가 실종된 채로 내버려둔 진주라는 어린 여성이 있습니다. 이 소설을 쓴 지가 벌써 10년이 넘었거든선물옵션
    요. 근데 여태 가끔 계속 생각을 해요.” 소설에서 ‘나’는 서점에 두 남자의 심부름으로 담배를 사러 온 진주를 마지막으로 목격한 사람이었다. 이후 아파트 화단 깊숙한 곳에서 진주의 가방이, 멀지 않은 공사장에서 헝겊 공처럼 돌돌 말린 여성 속옷이 발견됐다. 진주는 나타나지도 않았고 발견되지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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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년 9월13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 예술극장 소극장에서 열린 ‘문학주간 2025’ 개막 행사에서 소설가 황정은(가운데), 배우 옥자연(왼쪽)과 가수 김사월(오른쪽)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제공


    황정은이 말을 이었다. “이 ‘양의 미래’라는 소설주식증권카페4050
    을 쓸 당시에 ‘나는 이 세계에서 가해자로 살고 있지 않은 것 같은데 이 사회에서 일어나는, 이 세계에서 일어나는 온갖 폭력적인 사건들에 이상하게 죄책감이 드는 이유는 뭘까, 나를 괴롭게 만드는 이 고통이 대체 뭘까’라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연루감이라는 것을 당시에 많이 생각했는데, ‘양의 미래’에서 사건이 일어나고 사건의 영향을 받은 인물들의 범위는 서점이라는 작은 공간과 화자라는 한 사람의 삶이었거든요. 9년, 10년 계속 작업해오다보니까 쓰는 사람으로서의 저에게는 이 영역이 점점 더 확장이 되고 있어서 온갖 것에 다 연루감이라는 것을 느낍니다. 예컨대 올여름의 더위라든가, 지구가 점점 뜨거워지는데 돌이킬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것 같고, 여기에 정말 내 몫은 없나? 없을 리가 없잖아요. 이런 것들을 생각하면 이 연루감으로부터 안전한 곳이 없다는 생각을 점점 더 많이 하게 됐어요.”



    2025년 9월13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 예술극장 소극장에서 열린 ‘문학주간 2025’ 개막 행사 ‘아무도 아닌, 누군가에게’에서 소설가 황정은이 낭독 뒤 이야기하고 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제공


    황정은은 이날 낭독으로 참여한 개막 행사에서 10년 전에 쓴 단편 ‘양의 미래’를 읽고, 또 2025년 펴낸 데모 일지이자 에세이 ‘작은 일기’(창비 펴냄)를 읽으며 세상과의 연루감을 깊게 말했다. 작가는 이 세계와 연루됐기에 계엄 다음날인 2024년 12월4일 국회 앞으로 갔고, “마음이 곤죽”이 되었고, 써야 할 원고를 자꾸 쓰지 못했다. 2025년 1월에는 체포에 응하지 않는 윤석열 때문에 한강진으로, 광화문 동십자각으로 가고 또 갔다.
    많은 작가 가운데 황정은이 ‘문학주간 2025’ 개막 행사에 자리한 이유는 뭘까. 행사를 기획한 시인 김현은 “계엄과 내란 이후 맞이하는 첫 문학 축제인 만큼 빛의 혁명을 통과해온 작가적 증언을 나눌 수 있는 자리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마침 황정은 작가가 등단 스무 해를 맞았고, 등단 스무 해에 펴낸 ‘작은 일기’에 세월호 때부터 계엄·내란 사태에까지 연대해온 기록이 담겨 있어서 맞춤한 작가였다”고 말했다.
    비인간 ‘유령’들의 대화
    문학은 언제나 세계와 연결돼 있다. 그 ‘연결감’은 9월13~19일 대학로 마로니에공원 일대와 전국 곳곳 도서관 등에서 열린 문학주간 여러 행사에서 드러났다. 도드라진 주제 가운데 하나는 기후위기와 동물권. 9월14일 열린 ‘지구를 지키는 아이들’ 무대에는 어린이·청소년 등이 청구인으로 참여한 기후소송 공동대리인단 윤세종 변호사와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어린이 시민의 이야기를 ‘왜왜왜 동아리’(창비 펴냄)라는 동화로 옮긴 진형민 작가가 올랐다. 기후소송이 처음 제기된 뒤 2024년 8월 ‘한국 정부의 기후위기 대응이 미래세대의 기본권을 침해한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을 끌어낸 과정, 남아 있는 과제에 대한 이야기가 이어졌다. 참여한 한 어린이는 “기후위기로 날이 더워지면 좋아하는 야구를 할 수도 볼 수도 없다는 게 너무 안타깝다”고 의견을 남겼다. 오세란 아동문학 평론가는 “어린이가 공동체의 시민임을 보여주는 주요한 이슈가 기후위기이기 때문에 이 주제가 행사에서 빠질 수 없었다”고 말했다.
    거리를 비롯한 공공공간에서 공연하는 예술단체 바람컴퍼니는 9월14일 강원도 화천 산천어축제, 전남 함평 나비축제, 대구 맹꽁이축제 등에서 ‘죽임을 당하면서, 혹은 이미 죽은 상태에서야’ 주인공이 되는 산천어와 나비, 맹꽁이, 캐나다 구스(거위)를 주연으로 한 연극 ‘유령들의 대화’를 낭독극 형태로 공연했다. 배우들은 산천어나 나비의 어떤 특징을 의인화하거나 흉내 내는 형태로 연기하는 대신, 인류로부터 죽임을 당하는 ‘피해자’이자 고유한 욕망을 가진 존재로서 재현하고자 ‘되기’의 윤리를 고민하며 연기했다. ‘나는 산천어’ ‘나는 나비’ ‘나는 맹꽁이’ 등으로 내가 누군인지를 밝히면서 각 존재들의 질감과 움직이는 방식을 성찰했다. 관객은 맹꽁이의 언어인 ‘무엥’ ‘꾸엥’을 함께 말하고, 산천어가 사는 곳인 화천천의 대사 “나는 화천천. 나는 모든 곳에 흐르고 있어. 나는 모두와 연결되어 있지”를 낭독하며 ‘연결감’을 느꼈다.
    낭독극의 한 토막. “난 산천어. 난 산천어 축제를 위해 만들어졌지. 처음 양식장을 벗어났을 때 정말 기뻤지. 언니들과 바다에 갈 수 있을까? 우린 화천천에 도착했어. 몸이 얼얼해지는 차가움. 그래도 헤엄칠 수 있어서 행복했지. 바다에 가자. 벽에 부딪혔어. 계속 헤엄쳤지. 할 수 있는 만큼 숨이 차도록 헤엄쳤어. 난 먹이를 보고 바로 물었어. 그리고 공기 중으로 들어올려졌어. 숨을 쉬어야 하는데 물이 없어. 숨이 차… 숨이… 차…. 나 같은 산천어가 60만 명이 넘게 있었어. 아무도 살아남지 못했습니다.”
    이들이 연기한 산천어, 나비, 맹꽁이는 모두 유령이었다. 실제로 화천에서 열리는 산천어축제에는 양식 산천어 60만 마리가 양쪽이 막힌 2㎞ 화천천 구간에 풀어지고 ‘얼음벌판’을 빼곡하게 메운 사람들이 갇힌 산천어를 낚는다. 2025년 2월에만 186만 명이 방문했다.(화천군 발표)
    유령 산천어가 사람들에게 질문했다. “얼음 위에 무릎 꿇은 사람들. 온몸을 바짝 붙이고, 하염없이 작은 구멍을 바라보는 수십만의 사람들에게 묻고 싶어. 기도하고 있어? 바라는 게 뭐야? 지금, 왜, 여기에 있어?” 공연이 끝난 뒤 한 관객은 “흔히 유령이라고 하면 인간을 떠올리는데, 맹꽁이와 산천어와 나비 유령이라니, 또 이들을 그 동물의 감각과 질감으로 표현한 것이 참 아름다웠고, 한편으로는 나라는 인간의 편협함을 느끼게 되는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객 조주영씨는 “인간의 유희를 목적으로 만드는 축제를 동물의 관점에서 보니 제사가 떠오를 만큼 죽음이 깃든 것임을 새삼 깨닫게 됐다. 모두가 즐거운 축제를 만들기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할까라는 고민을 많이 하게 됐다”고 말했다.
    ‘결혼 축하드려요’라는 완벽한 일곱 글자
    이런 연결감을 확장하기 위해 많은 작가가 읽고, 만나고, 쓴다. ‘사랑을 찾아갈 거야’(푸른숲 펴냄)라는 에세이를 쓰고 9월16일 대학로 예술가의집에서 열린 ‘읽고 만나고 쓰는 마음’이라는 행사에서 독자들을 만난 정규환 작가는, 2024년 10월11일 한국의 동성 부부 11쌍이 동시에 제기한 혼인평등소송(혼인신고 불수리처분 불복 소송)의 당사자이기도 하다. 정규환은 2024년 8월21일 서울 서대문구청에 혼인신고를 한 날에 쓴 기록을 이날 읽었다.



    ‘사랑을 찾아갈 거야’를 쓴 정규환 작가가 2025년 9월16일 문학주간 2025 ‘읽고 쓰고 만나는 마음’ 무대에서 이야기하고 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제공


    “10여 분 만에 혼인신고 접수가 마무리됐다. ‘아시다시피 동성 간의 혼인신고이기 때문에 접수와 동시에 불수리 처리됩니다. 자세한 사항은 불수리 통지서에 쓰여 있는 내용을 확인하세요.’ 담당 공무원은 이렇게 말한 뒤 접수증과 불수리 통지서를 우리에게 살포시 건네줬다. 여기까지는 모두 예상했던 시나리오였다. 미뤄온 숙제를 끝낸 듯 일종의 개운함을 느끼려던 찰나, 그녀는 ‘결혼 축하드려요’라고 마무리 멘트를 건넸다. 사무적으로 민원인을 응대하듯 매우 일상적인 음성이었지만, 모든 시민을 차별하지 않겠다는 공무원으로서의 소양을 견지하면서도, 우리를 향한 연민이나 편견을 드러내지 않으면서도 어떠한 이성과 감정의 흐트러짐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무심한 듯 다정하게. 그렇지만 매우 또렷한 발성으로 ‘결혼 축하드려요’라는 완벽한 일곱 글자를 입 밖으로 꺼낸 것이다.” 작가는 “왈칵 눈물이 쏟아질 뻔했다”고 쓰고 읽었다. “법은 우리를 거절했지만, 사람은 우리를 거절하지 않은 기분이 들었다.”
    담당 공무원의 축하 인사에 정규환은 용기를 얻어 서대문구청 한쪽에 마련된 ‘신혼부부용 포토존’에서 남편 김찬영씨와 입맞춤하는 결혼 기념사진을 찍었다. ‘완벽한 인사’를 건넨 공무원이 웃으면서 몇 번이고 사진을 찍어줬다.
    2024년 10월 동성 부부들이 제기한 혼인신고 불수리처분 불복 신청은 각하됐고 위헌법률심판 제청 신청은 기각됐다. 정규환 등 동성 부부 6쌍은 2025년 5월 “동성 결혼을 허용하지 않는 민법의 위헌 여부를 따져달라”고 헌법소원을 청구했다. 정규환은 “아직 법은 그대로지만 시민들이 조금씩 나아가고 있다. 시간은 우리 편임을 믿는다”며 그가 세계에서 만나는 변화와 앞으로 기대하는 변화를 전했다.
    “법은 그대로지만 시민들은 나아간다”
    문학주간 2025는 ‘도움-닿기’라는 주제어를 정했다. 기획위원으로 참여한 소설가 예소연은 “지난해나 올해나 힘들었던 시간을 보냈다. 그 속에서 잊지 않아야 하는 건 연결감이었던 것 같다. 우리가 만약에 어떤 곳에 닿을 수 있다면 다종다양한 존재가 모여서 구름판을 만들어내고 그게 도움닫기의 여정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그 여정으로 가는 길에 만날 수 있는 작가들과 프로그램을 생각했다”고 말했다. 김혜순 시인, 김애란 소설가 등 150여 명의 시인, 소설가, 연극인, 평론가 등이 참여해 독자-관객과의 접점을 넓혔다.
    황정은이 9월13일 문학주간 2025 개막 행사에서 마지막으로 힘주어 읽은 단어는 ‘가능성’과 ‘사랑’이었다. “록산 게이의 칼럼 모음집을 읽기 시작했다. 희망보다는 가능성을 믿는다는 이야기에 깊이 감응했다. 나도 그렇다, 진작 그래왔다고 중얼거리며 서문을 읽었다. (…) 내가 이 세계를 깊이 사랑한다.”(‘작은 일기’ 중)
    비인간, 인간, 퀴어, ‘아무도 아닌’ 다종다양한 존재가 가능성을 믿으며 ‘사랑’과 ‘변화’와 ‘연결’을 더 많이 말한다면, 세상은 조금씩이라도 나아갈까.
    박수진 기자 jin21@hani.c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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