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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8년 12월 소련군이 북한에서 철수했다. 그에 따라 미군도 남한에서 철수를 서둘렀고, 이듬해 6월 군사고문단 500여 명만 남기고 철수를 완료했다. 미·소군이 관할했던 개성 지역 38선 경비도 국군 제1사단 제11연대와 인민군 제1사단 제3연대로 이관됐다. 개성 시가지는 38선 이남 남한 영토였지만, 시가지를 훤히 굽어보는 송악산 주봉(488고지)은 38선 이북 인민군 관할이었다. 488고지 동쪽으로 반달 모양으로 펼쳐진 292고지는 정상은 38선 이북, 남쪽 면은 38선 이남이었다.
관할 이양 이전 미군은 주요 간선도로와 통행로에 차단벽과 초소를 설치하고 38선을 알라딘릴
경비했다. 그에 반해 소련군과 북한 38경비대는 감제고지(瞰制高地·적 활동을 살피기 적합한 고지)마다 수많은 참호와 토치카(콘크리트 진지)를 구축해 놓았다. 1948년 11월, 국군 제11연대가 미군으로부터 38선 경계 임무를 인수했을 때, 개성 시가지는 사실상 무방비 상태로 인민군에 포위된 상태였다.
연대장 최경록 중령이 지휘하는 제11큐로컴 주식
연대는 서해안 청단, 연안, 백천에서 개성 송악산 일대까지 70여㎞에 달하는 방대한 지역을 관할했다. 더욱이 실제 임무를 수행한 병력은 김종훈 소령 휘하 제2대대뿐이었다. 제3대대는 제15연대에 파견·배속돼 있었고, 제1대대는 후방에서 신병 교육 중이었다. 이렇듯 열악한 조건 속에서도 제11연대는 임무에 투입된 직후부터 전술적 요지마다 진지를 구축해 나갔다부스타 주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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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9년 5월 3일 아침, 인민군은 38선 남방 100m 지점에 위치한 송악산 292고지 남쪽 면에서 진지 공사를 하던 국군 제11연대를 급습했다. 제11연대 병사들은 밤샘 진지 공사로 지친 몸을 추슬러 사력을 다해 저항했지만 중과부적으로 고지를 빼앗기고 후퇴했다. 292고지를 점령한 인민군은 여세를 몰아 38선 이남 아군 지역인 유랩스
엔 고지, 155고지, 비둘기 고지를 차례로 점령했다.



일러스트=한상엽


최경록 연대장은 빼앗긴 고지를 되찾기 위해 후방에서 신병 훈련 중이던 제1대대 2개 중대 병력을 제2대대 김종훈 소령 휘하에 배속시키고, 교육 골드몽릴게임
수료를 앞두고 행군 훈련 중이던 김영직 대위 휘하 하사관 교육대(이하 하교대) 1개 중대 병력을 송악산으로 급파했다. 문산 주둔 105㎜ 포병 1개 중대와 서울 영등포 주둔 포병 제6대대(105㎜ 15문)와 57㎜ 대전차포 2개 중대가 개성으로 이동했다. 6·25전쟁이 발발하려면 아직 1년 이상 남았지만, 송악산 일대는 전쟁터와 다름없었다.
이튿날인 5월 4일 미명(未明)을 기해 국군의 반격이 시작됐다. 김종훈 소령이 지휘하는 제1·2대대가 292고지를 정면에서 공격하고, 김영직 대위가 지휘하는 하교대가 측면 비둘기 고지를 공격했다. 그러나 공격로가 적에게 노출된 급경사면인 데다 전략적 요충지마다 설치된 적군의 토치카에서 기관총이 총탄을 퍼붓는 바람에 제1·2대대는 7부 능선에서 더 이상 전진하지 못하고 퇴각했다. 아군 포대가 불을 뿜었지만 끝내 견고한 적 토치카를 한 곳도 파괴하지 못했다. 하교대 중화기 분대장 박창근 하사는 적 토치카 가까이 다가가 수류탄을 투척했지만 거리가 너무 멀어 실패했다. 박창근 하사는 임무를 완수하기 위해 양손에 수류탄을 쥐고 적진으로 돌진하다가 전사했다.
고지 아래로 일시 후퇴한 하교대는 “어떠한 상황에서도 292고지를 확보하라”는 최경록 연대장의 지시에 따라 육탄 특공대를 조직했다. 소대장 김성훈 소위를 비롯한 소대원 전원이 특공대에 자원했고, 먼저 지원한 순서에 따라 특공대원 9명을 선발했다. 특공대원은 사단 시설 장교 박후준 소위가 고안한 81㎜ 박격포탄에 폭약을 장치한 육탄 공격용 포탄을 1발씩 나눠 가졌다. 아군의 엄호를 받으며 2시간 남짓 포복한 끝에 토치카 근처에 다다랐다. 서부덕 상사의 “전 대원 돌진!”을 신호로 1번부터 9번까지 각자에게 할당된 토치카로 일제히 뛰어들어 적 기관포대를 잿더미로 만들고 장렬히 산화했다. 전투는 그 후로도 나흘 동안 이어졌다. 5월 8일 국군은 인민군에게 빼앗겼던 송악산 일대 고지를 모두 회복하고 전투를 끝냈다.
송악산 전투를 승리로 이끈 9인의 특공대원과 그들보다 한발 앞서 산화한 박창근 하사는 ‘육탄 10용사’라고 불리며 군인 정신의 표상으로 추앙받았다. 송악산 전투에서 육탄 10용사 외에도 제2대대장 김종훈 소령, 하교대장 김영직 대위, 하교대 제1소대장 김성훈 소위, 그 외 병사 26명이 전사했다. 1955년 송악산 전투 6주기를 맞아 흑석동 한강변에 ‘육탄10용사 현충비’(현재는 서울현충원으로 이전)가 건립됐다. 2001년에는 육군 부사관에게 수여하는 최고로 영예로운 상인 ‘육탄 10용사상’이 제정됐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육탄 10용사가 조작됐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조작설의 거의 유일한 근거는 국방부에서 간행한 ‘6·25전쟁 참전자 증언록’(2003)에 수록된 송악산 전투 당시 제1사단 제13연대장이었던 김익렬 대령의 증언이다. 김익렬은 1948년 4·3사건 발발 당시 제주도 주둔 제9연대장이었고, 유격대 사령관 김달삼과 휴전 협상을 벌이다 진압군 지휘부와 갈등을 빚어 여수 주둔 제14연대장으로 전출됐다. 한때 남로당에 포섭됐다는 의혹을 사기도 했지만, 6·25전쟁 때 제8사단장으로 인민군에 맞서 싸웠고, 5·16군사정변에 참여해 1969년 중장으로 예편했다.
1964년 박병권 전 국방부 장관 자택에서 진행된 대담에서 김익렬은 “송악산에서 격전 중인 일선 부대에 박격포탄을 보급하기 위해 공병 소대장 박모 소위가 병사 10명에게 박격포탄을 짊어지워 송악산으로 출발했다. 그러나 그들은 이동 중 적과 조우해 부하들은 포로로 잡히고 박 소위 혼자 탈출했다. 사단장 김석원 장군이 대노해 박 소위를 총살시키라 하자, 박 소위와 학병 동기인 제11연대장 최경록 중령이 친구를 구하기 위해 대원 10명이 포탄을 안고 적진에서 자폭한 것처럼 조작했다”고 증언했다. 그러나 10용사는 공병이 아니라 하교대 소속이었고, 직속상관은 ‘공병 소대장 박모 소위’가 아니라 10용사와 함께 전사한 제1소대장 김성훈 소위였다. 박정희 정부 현역 장성이 왜 이런 증언을 남겼으며, 노무현 정부 국방부는 왜 이런 증언을 공식 간행물에 수록했는지는 현재로서는 알아낼 방법이 없다.
<참고 문헌>
국방부 군사편찬연구소, 6·25전쟁 참전자 증언록, 국방부 군사편찬연구소, 2003
노영기, ‘여순사건 이후 군의 정훈 활동과 그 의미’, 사림 제61호, 2017
마욱, ‘장렬한 죽음속에 피어난 영생’, 통일한국 제8권, 1984
이종대, ‘길이 빛날 육탄 10용사의 멸사보국’, 호국 제161호, 1987
정병준, 한국전쟁, 돌베개, 2006
채명신, 6·25전쟁 증언록, 6·25참전유공자회, 2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