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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65살 이상 고용률은 34.9%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평균 15.0%, 2021년 기준)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이다. 다른 선진국에 견줘 연금소득이 부족한 탓에 더 오래도록 노동시장에 머무른다. 55살 이상 고령층에게 물어보면, 평균적으로 73.4살까지 일하고 싶다고 한다.(2025년 5월 통계청 고령층 부가조사)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주관하는 노인일자리는 고령자에게 일자리를 찾아주며 노인빈곤을 완화하는 완충지대 역할을 해왔다. 그런데 베이비부머(1955~1974년생)의 은퇴 행렬이 이어지면서 노인일자리에주식폭락이유
대한 요구도 한층 복잡해지고 있다. 단순 업무만으로는 건강·학력 수준이 높은 베이비부머의 수요를 충족하기 어려워진 것이다.


‘보행로 정보수집’ 노인일자리 따라가보니

지난 4월10일, 서울 은평구에서 만난 윤용기(77)·김영숙(71) 어르신은 ‘노인일자리 포인트아이 주식
동기’였다. 이들은 2023년 6월부터 장애인·노인 등 보행약자의 이동권을 돕기 위한 정보를 수집하는 일을 하고 있다. 지역 내 보행로와 건물을 찾아다니며 출입문과 진입로, 내부 시설 등을 직접 촬영하고 ‘도어스캐너’(맞춤형 지도 제공)라는 앱에 등록하는 일이다. 이런 기록들이 하나둘씩 쌓여 보행약자를 위한 지도가 만들어지고 이동권과 접근성 개선에도 활용된유피디
다.

이날 두 어르신은 은평구 증산로23길 주변 건물에서 일을 시작했다. 안전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항상 2인1조로 움직인다. 한 분이 건물 바깥을 촬영하고 있으면 다른 분이 차가 지나가서 위험하지 않은지 살피는 식이다. 사진 촬영을 수상하게 여기는 건물주가 나올 수 있어, 목에 건 명찰에는 스캔하면 협조 공문을 볼오션파라다이스 다운
수 있는 큐알(QR)코드를 넣었다. “우선 출입문이 자동문인지 확인합니다. 그러고 나서 진입로에 휠체어가 다닐 수 있는지를 보고 나서 건물 내 엘리베이터 설치 여부도 봐요. 장애인이 다니려면 문턱을 살피는 일도 중요한데요, 손가락 두마디 정도 되는 높이라면 턱이 있는 걸로 봅니다.” 윤 어르신의 설명엔 자부심이 묻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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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용기 어르신이 데이터 수집을 위해 도어스캐너 앱을 살펴보고 있다. 황보연 기자



같은 직무만 3년차인 이들은 어떻게 일을 시작하게 된 걸까. 김 어르신은 친구의 소개로 노인일자리 사업을 알게 됐다. 직장 다니는 딸을 위해 돌보던 손주가 어느 정도 크고 나서 다른 일자리를 알아보던 중이었다. 기초연금과 국민연금을 합쳐도 월 50만원 정도밖에 되지 않았고 건강에 이상이 없는 한 계속 일을 하고 싶었다. 그는 ‘보행로 정보수집’ 일을 주 5일간 하루 3시간씩 하고 월 76만1천원을 받는다. 건강보험료도 직장가입자 기준으로 절반(월 2만6천원)만 낸다. 무엇보다 “몸을 계속 움직이기 때문에 운동이 되고 장애인을 돕는 일이라는 생각에 보람이 크다”고 했다.

윤 어르신은 인터넷 쇼핑몰을 운영하다가 코로나19 여파로 2022년 사업을 접었다. 일자리 정보를 검색하기 전에는 노인일자리가 있다는 사실조차 몰랐다. 도어스캐너는 실외뿐 아니라 건물 내의 정보도 다루는 최첨단 기술(VPS)이 접목돼 있다. 그는 정보기술(IT) 기업에 다닌 경력이 있어 또래 집단보다 디지털 기기 조작에 익숙하다. 스마트폰 사진 촬영과 업로드만 할 수 있어도 충분히 배울 수 있는 직무이지만 아무래도 유관 분야다 보니 업무 이해도를 높일 수 있었다.






보행로 정보수집 업무 중인 김 어르신이 건물 진입로에 대한 기록을 앱에 남기고 있다. 황보연 기자



은평지역 최고 인기 직무? ‘연금 가이드’

노인일자리 수행 기관인 은평시니어클럽의 송가영 주임은 “‘보행로 정보수집’과 같은 사회서비스형 노인일자리에 대한 선호도가 점차 올라가고 있다”고 했다. 사회서비스형은 숙련기술과 전문성, 경험 등을 활용해 지역사회의 공익활동에 기여하는 노인일자리다. 공원 환경미화나 학교 앞 교통안전 지도 등과 같은 공공형(공익활동형) 노인일자리(월 30시간 근무, 월 29만원 안팎)보다 직무가 다양하고 근무시간과 보수도 두배 이상 높다. 또 직무에 따라 60살만 넘으면 지원할 수 있는 일들이 적잖다.

일에 대한 만족도가 떨어지면 중도 이탈자가 나오기 마련인데, 올해 ‘보행로 정보수집’ 직무에선 아직 한명도 나오지 않았다. 연간 10개월씩 일하는 사회서비스형 일자리는 대개 직전 연말에 참가 신청을 받는다. 지난 연말엔 정보수집가를 10명 뽑는데 62명이나 지원했다.

20 대 1을 웃돌아 은평지역에서 가장 높은 경쟁률을 보인 직무는 ‘시니어 연금가이드’였다. 국민연금공단 지사에 배치돼 기초연금이나 국민연금 수급에 대한 신청 상담과 안내를 맡는 일이다. 5명을 뽑는데 110명이 몰렸다. 사회서비스형 일자리는 대개 일정 시간 교육을 받으면 무난히 할 수 있는 직무들이지만 지원자가 많으면 관련 경력에 따라 가점을 매겨 선발한다. 아무래도 상대적으로 ‘젊은’ 노인들에게 인기가 높다.

올해만 109만8천개, 노인일자리란 무엇?

2004년 도입된 ‘노인일자리’는 한국에 특화된 정책이나 다름없다. 노인이 연금으로 생계를 꾸리고 고용에 연령 차별이 없는 서구에선 유사한 정책을 찾아보기 어렵다. 외환외기 직후 확대된 공공근로가 지방자치단체로 이관되고 노무현 정부 시절, 사회적 일자리가 강조되는 맥락에서 나왔다. 이후 기초연금과 함께 노인빈곤을 완화하는 대표적 정책 수단이 됐다. 연금 제도의 미성숙과 심각한 노인빈곤 문제가 배경에 있다.

실제로 노인빈곤 완화 효과가 있다는 분석 결과는 여럿 나와 있다. 노인일자리 참여 전보다 상대적 빈곤율이 10.2%포인트 하락(2020년 기준)하고 의료비도 1인당 월평균 7만499원(2021년 기준, 한국노인인력개발원) 절감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미곤 한국노인인력개발원장은 “이상적인 그림은 기초연금과 노인일자리 급여, 그 외 소득의 합계가 빈곤을 벗어나는 수준인 중위소득의 50% 이상인 것이 바람직하지만 문제는 예산”이라며 “시뮬레이션 결과를 보면, 기초연금을 40만원으로 올리고 노인일자리 참여 비율을 노인의 10% 수준으로 하고 공공형 참여 수당을 40만원으로 인상하면 노인빈곤율이 약 29%로 낮아진다”고 했다. 우리나라의 2023년 기준 노인빈곤율은 38.2%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최고 수준이다.

시행 첫해 2만5천개에서 올해 109만8천개로 노인일자리가 늘어온 과정에는 이런 정책적 고민이 담겼다. 같은 기간 정부 예산 규모도 212억원에서 2조1847억원으로 늘었다. 그럼에도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실정이라서 예산 투자가 좀 더 확대될 필요가 있다. 2023년 노인실태조사에 따르면, 전체 노인의 22.5%가 노인일자리에 참여할 의향이 있지만 현재 참여하고 있는 노인은 6.7%에 불과했다. 당분간 고령 인구가 급격히 늘어날 것이란 점을 고려하면 사정은 더 빠듯해진다. 이미 1천만명을 넘어선 노인 인구는 2040년이 되면 1715만명(전체 인구의 34%)에 이를 전망이다(통계청 장래인구추계).







일자리 총량 늘리되 경력 살리는 양질 일자리로

베이비부머의 고령화는 양질의 노인일자리 확충이라는 새로운 과제를 던지고 있다. 올해 51~70살인 약 1636만명의 베이비부머는 이미 일부가 노인 인구에 편입됐고 나머지도 차례로 합류하게 된다. 이들에게 ‘일자리’는 생계 수단이자, 사회 참여 및 관계 형성의 통로이기도 하다.

한국고용정보원이 노인일자리 참여자 특성을 분석한 결과(2022년)를 보면, “정부가 추진하는 노인일자리 사업의 내용이 전반적으로 기존 노인세대 특성에 맞게 설계돼 있어 학력수준과 전문성 등이 높은 신노년세대(베이비부머)의 다양한 욕구를 충족시키기 어렵다”며 “기존 방식대로 운영될 경우 경력을 이어나가길 원하거나 더 높은 수준의 업무 난이도를 원하는 신노년과의 미스매치 현상이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고 짚었다.

노인일자리는 그 유형에 따라 크게 공공형과 사회서비스형, 민간형으로 나뉜다. 여전히 가장 큰 비중은 기초연금 수급자를 대상으로 하는 공공형(69만2천개, 전체의 63%)이다. 사회서비스형과 민간형은 최저임금이 준수되고 사회보험이 적용되는 일자리 성격이 강한 반면, 공공형은 업무 강도가 낮은 자원봉사 형태로 참여수당을 받는 복지사업에 가깝다.

정부도 사회서비스형 일자리 확충에 나서고 있지만 아직 올해 기준으로 16만6천개에 불과하다. 구술 채록과 정보 수집을 통한 지역문화 기록가를 비롯해 출입국 관리 서비스를 지원하는 공항 서포터즈, 취약계층을 위한 금융업무 지원단, 디지털 헬스케어 매니저 등이 새로 발굴된 일자리들이다. 제주 지역에선 드론을 띄워 섬 구석구석을 살피며 안전사고를 예방하는 드론 순찰대원, 매일 아침 멸종위기 식물을 관찰하고 기록하는 산림자원보존사업단이 꾸려졌다.

박경하 한국노인인력개발원 연구조사부장은 “노인빈곤 해소를 위한 공공형 일자리와 신노년층을 염두에 둔 양질의 일자리 확충이라는 두가지 과제가 병행돼야 한다”고 했다. 이어 그는 “아직까지 공공형과 사회서비스형이 차별화되지 못하고 유사한 내용을 보이는 측면도 있어 후자의 경우 일자리 고도화가 시급하다”며 “지금 은퇴하는 고령자들은 정보기술 활용 능력을 갖춘 경우가 많은데 일정 수준의 기술과 경험이 바탕이 되는 일자리가 많아져야 한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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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보연의 초고령사회의 질문들은? 지난 연말 우리는 65살 이상 노인이 인구의 20%가 넘는 초고령사회로 들어섰습니다. 한때 폭발적 인구 증가가 걱정거리였던 나라가 지금은 빠르게, 그것도 전속력으로 늙어가고 있습니다. ‘인구 국가비상사태’의 본질은 인구 감소보다 인구 구조의 급격한 변동에 있습니다. 그동안 경험하지 못한 초고령사회로 가는 길목에서 우리 사회에 던져진 질문을 격주로 하나씩 톺아봅니다.


논설위원 whynot@hani.co.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