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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한 그래프만 보면 그랬다. 문제는 그래프 속에 있는 시기와 기간, 속도 등을 살펴야 하는데 그렇지 않았다. 견지망월(見指忘月), 달을 보라고 손가락으로 가리켰더니 달은 보지 않고 손가락만 본다는 소리다. 핵심엔 관심 없고 자신의 입맛에 맞는 것만 취사선택하겠다는 자세다.
이른바 인플루언스라는 이들은 ‘사이버권력’을 지향하면서 사실보다는 ‘재미’, 객관성보다는 ‘선정성’, 공정·불편부당보다는 ‘편파’에 주목하는 경향이 강하다. 사실과 객관, 공정보다는 무조건 ‘관심’을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조 로건이 자신의 채널1억만들기적금
을 통해 특정 부분만 강조하면서 기후변화와 관련된 잘못된 정보를 전달해 전문가들의 비판에 직면했다. [사진=조 로건 채널 캡처]


구독자 2020만명, 조회수 61억9000회 등 전 세계적으로 SNS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조 로건의 익스피리언스’ 이야기이다. 최근 조 로건은 미국 매체에 실린 한 기인터넷릴게임
사를 인용하면서 “지구가 냉각되고 있다”고 흰소리를 내뱉었다.
해당 미국 매체는 지난 4억8500만년 동안 지구 기후가 어떻게 변해왔는지를 보도하는 내용이었다. 이 연구에서는 지구 평균 기온이 가장 높았던 시기는 섭씨 36도였다고 보도했다. 최근 평균 기온(섭씨 14.98도)보다 훨씬 높았다는 거다.
이 보도는 국제학술지백산 주식
사이언스에 실린 ‘A 485-million-year history of Earth’s surface temperature‘라는 논문을 인용한 거였다. 이 논문은 2년에 걸쳐 수집된 화석 기록과 기후 모델을 포함한 15만개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작성했다.
조 로건은 이 논문을 바탕으로 미국 매체에 보도된 관련 표만 집중적으로 보여주면서 “과연도별코스피지수
거 기온의 큰 변동은 현재의 기후 변화에 대한 우려가 과장됐음을 보여준다”며 “기후변화와 관련해 말도 안 되는 헛소리들이 많다”고 방송했다.
멜 깁슨을 초대한 자리에서 조 로건은 “지구 온도가 급격히 떨어지고 있는데 마지막에 떨어지는 모습을 보라. 그 지점에 우리가 있다”고 떠벌렸다.
문제는 해당 표를 화면에 띄우면서 조인터넷백경
로건은 ‘기간과 속도’를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표에서 급격한 온도 변화를 보였던 때는 지구 대멸종 시기와 겹쳐 있다.
예컨대 2억5000만년 전 페름기에 지구 온도가 10도 정도 상승했는데 약 5만년에 걸쳐 진행됐다. 최근 지구 온도 상승은 산업화 이전(1850~1900년)보다 1.2도 상승했다. 175년 동안 벌어진 일이다.
5만년에 걸친 10도 상승(산술적으로 1년에 약 0.0002도 상승)과 175년 사이의 1.2도 상승(매년 약 0.0068도 상승)을 비교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 가열화 속도가 페름기의 속도보다 약 34배나 빠르다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부분이다.
기간과 속도 데이터는 쏙 빼버리고 지금보다 당시 평균 기온이 높았던 것만 강조하면서 지구가 냉각되고 있다는 방송 콘텐츠는 과학적이지도 않고 비상식적이란 지적이 많다.
기후 전문가들은 “수만년 동안 상승했던 것과 175년 동안 진행되고 있는 지금의 지구 가열화는 그 속도에서 차원이 다르다”며 “현재 지구 가열화가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고 이것은 무엇보다 자연적 원인이 아니라 인간 활동으로 인한 온실가스 배출로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조 로건의 익스피리언스’에서 언급되는 기후 위기에 대한 허위 주장이 반복되면서 과학자들을 ‘해도 해도 너무하다’며 격분하고 있다. 영향력이 큰 만큼 객관성에 주의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사이언스에 실린 해당 논문의 연구팀원 중 한 명인 제시카 티어니 애니조나대 교수는 가디언지와 인터뷰에서 “조는 청중에게 재미있게 이야기하고 싶어 하는데 그가 제대로 된 메시지를 전달하지 못하고 있어 걱정된다”고 비판했다.
티어니는 조 로건의 방송에 대해 “이런, 세상에!”라는 말밖에 나오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과학적 사실보다는 ‘재미’와 ‘선정’에만 매몰된 나머지 ‘헛소리’만 내뱉고 있다는 지적이다.
티어니는 산업혁명 이후 지구 온도가 약 1.2도 상승했는데 이러한 변화의 핵심은 그 속도에 있다고 강조했다. 수억 년이라는 시간적 배경에서 최근 기온 상승은 전례가 없었다는 것이다.
티어니는 자신의 연구에 대해 “모든 것은 속도에 달려 있고 지금처럼 이산화탄소와 기온이 빠르게 상승하는 적이 없다”며 “지구 온난화가 가속되고 있고 생명체를 위험에 빠뜨리고 있으며 이는 정말 무서운 일”이라고 설명했다.
‘기후 타운’이란 채널을 운영하는 롤리 윌리엄스 기후과학과 정책 전문가도 조 로건의 행태를 두고 “기후에 대한 잘못된 정보가 어떻게 대중 매체에 침투해 수백만 미국인에게 영향을 미치는지를 알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대중들이 과학 매체나 전문 서적을 통한 기후변화 지식을 얻는 게 아니라 SNS 등을 통해 접하는 기회가 많다 보니 잘못된 정보가 급속도로 유통되고 있다는 것에 우려를 나타냈다.
조 로건과 같은 인플루언스의 영향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가디언지는 지난해 관련 미국인 대상 여론조사를 보면 30세 미만 미국 성인의 3분의 1 이상, 전체 성인 5명 중 1명이 소셜 미디어 인플루언서로부터 정기적으로 뉴스를 얻는다고 답했다고 전했다.
티어니는 이번 조 로건의 ‘잘못된 표 해석’을 두고 자신이 직접 출연해 잘못을 고치고 싶다고까지 했다. 자신을 직접 출연시켜달라고 주문했다.
티어니는 “그가 관련 그래프를 해석하는 방식은 정말 어처구니없다”며 “그가 이 문제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다면 멜 깁슨이나 버니 샌더스에게 이야기하는 대신 나를 초대해야 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정종오 기자(ikokid@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