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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쓰지 …생각하시는 소리하고 있었다. 박수를 똑같다.[인터뷰] 청소년 독립 언론 '토끼풀' 문성호 편집장, 서부건 기자 학교의 숱한 간섭, 배포 금지도…교내 자율동아리에서 독립언론으로 절실한 미디어 리터러시"전국에 '토끼풀' 신문 만들기 모델 도입했으면" "'남았다'는 자부심 있어, 청소년 언론 만들고싶은 이들의 지침서 됐으면"
[미디어오늘 윤유경 기자]
▲미디어오늘은 지난 23일 오후 “참고할 수 있는 청소년 언론의 역사로 남고 싶다”는 토끼풀 문성호 편집장, 서부건 기자를 서울 마포구에서 만났다. 사진=윤유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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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에서 청소년의 목소리를 찾기는 어렵다. 당사자가 청소년인 사안에 대한 뉴스도 어른의 목소리로 채워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어린이·청소년은 정치적인 존재로서 존중받지 못하고, 이들의 목소리는 '발언권을 가진 목소리'로 인정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들은 대개 정치와 연결돼선 안 되는 존재들로 취급받는다. 책 < 바다이야기오락실 어린이라는 세계>를 쓴 김소영 작가는 이러한 사회의 일면을 “정치가 어린이에게 보내는 메시지가 떳떳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그렇기에 최근 서울 은평구 청소년 독립언론 '토끼풀'이 보여주는 행보는 더 특별하다. 토끼풀은 지난 8월 학생 기자가 소속된 신도중학교에서 신문을 압수하는 사건이 벌어지자 백지 발행, 기 릴게임다운로드 자회견 등으로 문제를 공론화하며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신문 압수'가 이례적인 일은 아니었다. 창간 직후부터 신문이 '정치적'이라는 이유로 학교의 간섭은 계속돼왔다. 청소년을 정치적 주체로서 인정하지 않는 사회의 단면이다.
그래서일까. 토끼풀 기자들에겐 전국적으로 '토끼풀'이라는 청소년 언론 모델을 확산시키고 싶은 바람이 있다. 극우가 릴게임무료 전 연령대로 확산되며 청소년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이 어느 때보다 절실한 지금, “'신문 만들어보기'로 토끼풀 모델이 확산되면 얼마나 좋나”라는 생각이다. 운영 비용의 어려움과 고등학교 진학 문제로 본래 이달 폐간을 앞두고 있었던 토끼풀은 이제 또다른 청소년 언론을 위한 지침서로 자리매김했다. 미디어오늘은 지난 23일 오후 “참고할 수 있는 청소년 언론의 역 바다이야기 사로 남고 싶다”는 토끼풀 문성호 편집장, 서부건 기자를 서울 마포구에서 만났다.
학교의 숱한 간섭…교내 자율동아리에서 독립언론으로
시작은 '재밌겠다'는 생각이었다. 밴드부가 대부분이었던 학교 자율 동아리에 뭔가 다른 동아리를 만들고 싶었다. 모든 게 디지털화되며 학생들이 글쓰기와 멀어지고 있는 현실을 반영하듯, 문 편집장이 다니는 학교에는 신문부가 없었다. 자율 동아리 창설 마감이 이틀 남았던 지난해 3월 말, 급식실 앞에서 밥을 먹고 나오는 친구들 15명을 붙잡아 사인시켰다. 하루 만에 뚝딱 토끼풀 웹사이트도 만들었다. 생각보다 관심이 저조해 대자보 형태로 종이신문도 만들기 시작했다. 어차피 학교에선 핸드폰을 뺏는데, 교과서보단 종이신문이 재밌으니 조금이라도 보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었다.
▲ 2024년 4월호 토끼풀타임즈(현 토끼풀) 첫 지면 갈무리. 지면 출처=토끼풀 홈페이지,
첫 지면은 지난해 4월 발간했다. 1면에서 '학생인권조례 폐지'를 다루며 “일방적 폐지보단 교권을 보장하고 학생의 의무를 담은 내용으로 개정”하자는 제안을 담았다. 학교에 들어오면 바로 보이도록 중앙 현관 입구에 신문을 붙였다. 그러나 신문은 학교에선 불편한 존재였고, '거기 붙이면 안 된다'는 교장선생님의 말에 구석에 있는 게시판으로 옮겨야 했다. “그땐 소위 말하는 '좌파 이슈'인 것도 잘 몰랐다. '학생인권조례가 폐지되면 안되는 거 아닌가'라는 생각으로 썼는데 다르게 받아들인 거다. 그때부터 탄압이 시작됐다.(웃음)” (문성호)
창간 직후 가장 먼저 시도한 취재는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서울 은평갑) 인터뷰다. 총선을 앞두고 있었던 당시 토끼풀 홍보 포인트 중 하나도 '박주민 인터뷰'였다. 무작정 박 의원에게 메일을 보냈고, 의원실에 여섯 번가량 '한번 만나달라'고 전화했다. 그렇게 총선이 한 달 지난 뒤 박 의원을 만나 토끼풀의 첫 인터뷰를 진행했다. “국회의원은 누구와 함께 일하는지, 지역구 의원이니까 학교가 원거리 통학지대여서 교통비 문제가 크다는 점과 기후동행카드를 쓰고싶은데 청소년은 혜택이 없는 점, 청소년 흡연 대책도 물었다. 동네 도서관이 산골에 있어 학생들이 이용하기 애매하니 도서관을 만들어달라고도 했다.” (문성호)
자랑하고 싶은 마음에 따로 신문을 만들어 교장선생님을 찾아갔지만 돌아온 건 '왜 박주민 의원만 인터뷰 하느냐, 국민의힘 의원도 해야지'라는 말이었다. 학교 공사 과정에서 노동자들이 학생 생활 공간에서 담배를 피고 소음을 일으켜 '학습권이 침해된다'는 기사를 썼다가 불려가 교장·교감과 삼자대면도 여러 번 했다. 기사는 결국 '학생들이 안전수칙을 잘 지키자'는 내용으로 수정됐지만, 현장소장으로부터 '담배를 피지 않겠다'는 서면 답변서를 받을 수 있었다. 12·3 비상계엄 당시엔 호외도 발행했다. 호외 발행 후 기성언론의 인터뷰 요청도 있었지만 '학교명은 밝히지 말라'는 요구에 교복도 입고 가지 못했다.
▲ 2025년 1월호 토끼풀 지면 1면 갈무리. 지면 출처=토끼풀 홈페이지.
학교의 숱한 간섭을 받아야했던 토끼풀은 올해부터 학교에서 독립해 자체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연신중 교내 신문부로 출발해 지금은 은평구 4개 중학교의 기자 26명이 소속된 '청소년 독립 언론'으로 확대됐다. 독립 후 첫 신문에선 원거리 통학과 교통비 문제, 전교회장 선거 소식을 다뤘다. 그러나 전교회장 선거 후보들의 실명을 썼다는 이유로 배포를 금지 당했다. “그 신문은 '만우절호'라는 별명을 붙여서 4월1일에 나눠주기도 했고, 2~3월에 탄핵 집회에 가서 나눠주기도 했다. 손톱 깎을 때도 가끔 쓴다(웃음)” (문성호)
지난 10월 공론화된 '신도중 신문 압수 사건' 후 많은 언론의 주목을 받았지만, 자율적 언론 활동에 있어서 지금까지 진전된 부분은 없다. 여전히 신문은 배포금지 상태이고, 압수된 신문은 버려졌다. 배포를 금지한 학교에선 신문을 옷 안에 넣어가 교문 앞에서 몰래 신문을 돌리고 있다. 최근엔 신도중에서 게시물 배포를 금지하는 내용의 교칙 개정을 시도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와 취재를 진행 중이다. 그래도 공론화 후 기자들은 방송 출연, 인터뷰, 간담회 등 다양한 활동을 통해 토끼풀을 전국적으로 알렸다. 서부건 기자는 “우리의 이야기를 꺼낼 수 있는 기회였어서 다 기억에 남을 것 같다”고 말했다.
절실한 청소년 미디어 리터러시 “전국에 '토끼풀' 신문 만들기 모델 도입했으면”
토끼풀 기자들은 청소년의 시각에서 본 기사들을 써내고 있다. 지난 9월에는 은평구 관내 18개 중학교의 학생생활규정을 전수조사했다. 조사 결과 약 83%(15개)의 학교에서 인권침해 조항을 발견했다. 토끼풀은 기사에서 “특히 '불법 집회'나 '불온 문서' 등의 조항은 일선 학교에서 교사의 판단에 따라 자의적으로 적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인권침해적”이라며 “은평구 외 다른 지역에 대해서도 조사가 필요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미디어오늘이 지난 23일 오후 서울 마포구에서 만난 토끼풀 문성호 편집장. 사진=윤유경 기자.
지난 5일에는 문 편집장이 재학 중인 연신중에서 탄핵된 윤석열 정부 국정홍보물 액자를 철거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해 보도했다. 서울시교육청이 지난 11월 관내 전체 학교에 “이전 정부 국정목표 액자를 신속히 철거하라”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는데도 따르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보도 직후 홍보물은 철거됐다. 국내 언론 중 처음으로 네팔의 반정부시위 현지 청년 활동가를 인터뷰하기도 했다. 서 기자는 “기성언론은 보통 높은 위치에 있는 사람의 말을 듣는 경우가 많다. 기성언론에서 네팔에 거주 중인 실제 현지 활동가를 인터뷰하지 않아서 시도했다. 키워드를 검색해 인스타그램으로 섭외해 구글 미팅으로 바로 인터뷰했다”고 말했다.
지난 3일엔 '윤 어게인'을 자칭하는 중학교 1학년 학생 A씨를 직접 만나 대화한 경험을 기사로 풀어냈다. '12·3 계엄이 왜 내란인지 설명 가능햐냐'며 시비 아닌 시비를 걸어 온 학생에게 “밥이나 한끼 하자”고 제안해 만나 대화를 나눈 것이다. 3시간의 대화 끝에 A씨는 '계엄은 내란'이라는 것을 인정했다.
문 편집장은 A씨와의 대화를 풀어낸 기사에서 청소년 미디어 리터러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청소년들에게 허위정보를 판별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주는 교육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문 편집장은 기사에서 “'윤 어게인'은 단순히 '일베'를 넘어선 문제다. 일부 청소년들만 추종하는 '일베'와 달리, 인스타그램 등 보편적인 SNS를 통해 일반적인 청소년들에게도 또래집단 사이에서 무차별적으로 확산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가짜뉴스를 실효성 있게 제재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하고, 기초적인 미디어 리터러시를 교육해야 한다. 지금까지 학교는 그런 교육을 무작정 '정치'라며, 학부모 민원을 걱정하며 미뤄 왔다. 지금까지 미룬 것의 결과가 나타났다. 이러다 정말 돌이킬 수 없게 된다”고 경고했다.
▲ 2025년 12월호 토끼풀 지면 갈무리. 지면 출처=토끼풀 홈페이지.
문 편집장과 서 기자는 학교에서 형식적 교육 외에는 미디어 리터러시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강당에 데려다 놓고 형식적으로 교육을 하긴 하지만 사실상 얻는 건 없었다”(서부건)거나 “요즘 학교에서 그런 얘기를 꺼내기만 해도 안 좋아한다”(문성호)는 평가다.
'실제 학교 현장에선 어떤 교육이 필요하냐'고 묻자 이들은 “토끼풀 신문을 읽게 하면 얼마나 좋을까. 우리가 무료로 공급할 수 있다”고 외쳤다. “전국의 학교에 '토끼풀' 신문 만들기 모델을 도입해 '청소년 독립언론 확산 프로젝트'를 해보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실제 토끼풀을 보고 청소년 언론을 만들어보고 싶다고 연락해 온 학생들도 있다. 토끼풀은 이들에게 신문 만드는 방법을 가르쳐주면서 청소년 언론 확산에도 힘쓰고 있다.
“토끼풀, 청소년 언론 만들고싶은 이들의 지침서 됐으면”
토끼풀을 운영하며 도움을 준 사람들도 많다. 정기후원 약 30만 원 정도를 모아 인쇄비와 신문 편집 프로그램 구독료를 충당해왔는데, 적자는 계속됐다. 문 편집장이 다니는 학원에서 10만 원씩 광고를 해주기도 했다. 운영 비용도 없고, 고등학교 진학 문제도 있어 본래 올해 12월 폐간을 하기로 했었으나 '신중 신문 압수 사건'이 알려진 후 상황은 뒤바꼈다. 후원 연락이 빗발치고 '신문은 언제 보내주냐'는 문의 연락도 하루에 5번 이상이다.
과학실에 비치된 광물 판매 회사부터 진보 유튜버까지 광고 문의도 많지만 모두 거절하고 있다. “광고가 있으면 학교에서 못마땅해 할 것 같고, 딱히 광고를 받을 이유도 없다”(문성호)는 이유에서다. 현재는 인권단체 광고를 무료로 배치하고 있다. 늘어난 후원금으로는 기자들이 원하는 책을 구매하거나 매체 구독료를 지원해주고 있다.
은평구 풀뿌리 지역언론 '은평시민신문'과의 인연도 있다. 은평시민신문은 지난해 8월 '토끼풀'을 세상에 소개한 첫 언론이다. 독립 후 첫 신문이 배포금지됐을 땐 인쇄비도 대신 지불해줬다. 종종 은평시민신문에 토끼풀 기사를 송고하기도 한다. 신문 압수에 항의한 '백지발행'도 2021년 은평구청의 언론탄압에 대한 항의 차원에서 1면을 백지로 발행한 은평시민신문의 사례를 참고했다. 은평시민신문과의 인연은 토끼풀이 먼저 문을 두드리면서 시작됐다. “검색하다가 알게됐다. 보도를 보니 은평구에 신문사가 16개인데 은평시민신문 빼고는 정부광고를 받아 먹고사는 신문이다. 혈세가 낭비되고 있는 것이다. 먼저 연락해서 밥도 먹고, 인터뷰 기사도 내주셨다.” (문성호)
▲미디어오늘이 지난 23일 오후 서울 마포구에서 만난 토끼풀 서부건 기자. 사진=윤유경 기자.
토끼풀 기자들은 언론이 청소년을 어떻게 다루고 있다고 생각할까. 서 기자는 “일반 시민처럼 평등하게 다뤄준다는 느낌을 못 받았다. 청소년의 의견은 항상 '어린이날' 특집처럼 형식상 특별한 의견으로 치부하고 일반 시민의 의견으로 나갈 때는 없다”고 지적했다. 문 편집장은 “섣불리 프레이밍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학교 비정규직 노조 파업을 할 때도, 조선일보 등 언론에선 '파업 때문에 우리 학생들이 급식 못 먹는다'는 식으로 프레임을 잡는데, 우리가 실제 조사해보니 학생들의 93%가 파업에 찬성한다고 답했다. 교육과정을 바꿀 때도 학생들 인생에 영향을 끼치는 문제인데 학생들을 인터뷰할 생각은 안 하고 교수들만 인터뷰한다”는 비판이다.
'중학생 기자인데 인터뷰하고 싶다'는 말을 듣고 '수상해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아직까지 미성년자로서 취재가 힘들었던 적은 별로 없다. 다만 '토끼풀' 명의의 후원 계좌를 만들기 위해 여러 은행에 13번이나 방문해야 했던 일은 있었다.
▲미디어오늘은 지난 23일 오후 “참고할 수 있는 청소년 언론의 역사로 남고 싶다”는 토끼풀 문성호 편집장, 서부건 기자를 서울 마포구에서 만났다. 사진=윤유경 기자.
현재 토끼풀은 신입기자를 공개채용 중이다. 본래 은평구 중학생들만 활동했지만 외부 구독자가 많아진 점을 고려해 서울 전체, 고등학생 1학년까지 범위를 확장했다.
'나중엔 꼭 대통령 인터뷰를 해보고 싶다'는 두 기자 모두 미래 직업으로 기자를 꿈꾼다. 다만 서 기자는 “나는 기자가 하고 싶은데 내가 만나는 모든 다른 기자들과 가족이 하지 말라고 해서 고민이다. 지금은 권력에 연연하지 않고 기사를 쓰고 있는데, 커서 (기성언론사에 소속돼) 기자를 해도 이렇게 할 수 있을지 잘 모르겠다”는 현실적인 고민도 털어놨다.
관련 책도 쓸 예정이다. 문 편집장은 토끼풀이 청소년 언론을 하고싶은 이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지침서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토끼풀을 검색하면 우리가 나오고, '남았다'는 측면에서 자부심이 있다. 후대에서 보고 참고할 수 있지 않을까. 그래서 책을 내려고 한다. 계좌를 만들기 위해 은행에 가는 건 어떻게 하는지, 법인으로 등록은 어떻게 하는지 등을 담아내 청소년 언론을 만들고 싶은 사람들이 지침서로 활용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미디어오늘 윤유경 기자]
▲미디어오늘은 지난 23일 오후 “참고할 수 있는 청소년 언론의 역사로 남고 싶다”는 토끼풀 문성호 편집장, 서부건 기자를 서울 마포구에서 만났다. 사진=윤유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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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에서 청소년의 목소리를 찾기는 어렵다. 당사자가 청소년인 사안에 대한 뉴스도 어른의 목소리로 채워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어린이·청소년은 정치적인 존재로서 존중받지 못하고, 이들의 목소리는 '발언권을 가진 목소리'로 인정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들은 대개 정치와 연결돼선 안 되는 존재들로 취급받는다. 책 < 바다이야기오락실 어린이라는 세계>를 쓴 김소영 작가는 이러한 사회의 일면을 “정치가 어린이에게 보내는 메시지가 떳떳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그렇기에 최근 서울 은평구 청소년 독립언론 '토끼풀'이 보여주는 행보는 더 특별하다. 토끼풀은 지난 8월 학생 기자가 소속된 신도중학교에서 신문을 압수하는 사건이 벌어지자 백지 발행, 기 릴게임다운로드 자회견 등으로 문제를 공론화하며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신문 압수'가 이례적인 일은 아니었다. 창간 직후부터 신문이 '정치적'이라는 이유로 학교의 간섭은 계속돼왔다. 청소년을 정치적 주체로서 인정하지 않는 사회의 단면이다.
그래서일까. 토끼풀 기자들에겐 전국적으로 '토끼풀'이라는 청소년 언론 모델을 확산시키고 싶은 바람이 있다. 극우가 릴게임무료 전 연령대로 확산되며 청소년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이 어느 때보다 절실한 지금, “'신문 만들어보기'로 토끼풀 모델이 확산되면 얼마나 좋나”라는 생각이다. 운영 비용의 어려움과 고등학교 진학 문제로 본래 이달 폐간을 앞두고 있었던 토끼풀은 이제 또다른 청소년 언론을 위한 지침서로 자리매김했다. 미디어오늘은 지난 23일 오후 “참고할 수 있는 청소년 언론의 역 바다이야기 사로 남고 싶다”는 토끼풀 문성호 편집장, 서부건 기자를 서울 마포구에서 만났다.
학교의 숱한 간섭…교내 자율동아리에서 독립언론으로
시작은 '재밌겠다'는 생각이었다. 밴드부가 대부분이었던 학교 자율 동아리에 뭔가 다른 동아리를 만들고 싶었다. 모든 게 디지털화되며 학생들이 글쓰기와 멀어지고 있는 현실을 반영하듯, 문 편집장이 다니는 학교에는 신문부가 없었다. 자율 동아리 창설 마감이 이틀 남았던 지난해 3월 말, 급식실 앞에서 밥을 먹고 나오는 친구들 15명을 붙잡아 사인시켰다. 하루 만에 뚝딱 토끼풀 웹사이트도 만들었다. 생각보다 관심이 저조해 대자보 형태로 종이신문도 만들기 시작했다. 어차피 학교에선 핸드폰을 뺏는데, 교과서보단 종이신문이 재밌으니 조금이라도 보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었다.
▲ 2024년 4월호 토끼풀타임즈(현 토끼풀) 첫 지면 갈무리. 지면 출처=토끼풀 홈페이지,
첫 지면은 지난해 4월 발간했다. 1면에서 '학생인권조례 폐지'를 다루며 “일방적 폐지보단 교권을 보장하고 학생의 의무를 담은 내용으로 개정”하자는 제안을 담았다. 학교에 들어오면 바로 보이도록 중앙 현관 입구에 신문을 붙였다. 그러나 신문은 학교에선 불편한 존재였고, '거기 붙이면 안 된다'는 교장선생님의 말에 구석에 있는 게시판으로 옮겨야 했다. “그땐 소위 말하는 '좌파 이슈'인 것도 잘 몰랐다. '학생인권조례가 폐지되면 안되는 거 아닌가'라는 생각으로 썼는데 다르게 받아들인 거다. 그때부터 탄압이 시작됐다.(웃음)” (문성호)
창간 직후 가장 먼저 시도한 취재는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서울 은평갑) 인터뷰다. 총선을 앞두고 있었던 당시 토끼풀 홍보 포인트 중 하나도 '박주민 인터뷰'였다. 무작정 박 의원에게 메일을 보냈고, 의원실에 여섯 번가량 '한번 만나달라'고 전화했다. 그렇게 총선이 한 달 지난 뒤 박 의원을 만나 토끼풀의 첫 인터뷰를 진행했다. “국회의원은 누구와 함께 일하는지, 지역구 의원이니까 학교가 원거리 통학지대여서 교통비 문제가 크다는 점과 기후동행카드를 쓰고싶은데 청소년은 혜택이 없는 점, 청소년 흡연 대책도 물었다. 동네 도서관이 산골에 있어 학생들이 이용하기 애매하니 도서관을 만들어달라고도 했다.” (문성호)
자랑하고 싶은 마음에 따로 신문을 만들어 교장선생님을 찾아갔지만 돌아온 건 '왜 박주민 의원만 인터뷰 하느냐, 국민의힘 의원도 해야지'라는 말이었다. 학교 공사 과정에서 노동자들이 학생 생활 공간에서 담배를 피고 소음을 일으켜 '학습권이 침해된다'는 기사를 썼다가 불려가 교장·교감과 삼자대면도 여러 번 했다. 기사는 결국 '학생들이 안전수칙을 잘 지키자'는 내용으로 수정됐지만, 현장소장으로부터 '담배를 피지 않겠다'는 서면 답변서를 받을 수 있었다. 12·3 비상계엄 당시엔 호외도 발행했다. 호외 발행 후 기성언론의 인터뷰 요청도 있었지만 '학교명은 밝히지 말라'는 요구에 교복도 입고 가지 못했다.
▲ 2025년 1월호 토끼풀 지면 1면 갈무리. 지면 출처=토끼풀 홈페이지.
학교의 숱한 간섭을 받아야했던 토끼풀은 올해부터 학교에서 독립해 자체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연신중 교내 신문부로 출발해 지금은 은평구 4개 중학교의 기자 26명이 소속된 '청소년 독립 언론'으로 확대됐다. 독립 후 첫 신문에선 원거리 통학과 교통비 문제, 전교회장 선거 소식을 다뤘다. 그러나 전교회장 선거 후보들의 실명을 썼다는 이유로 배포를 금지 당했다. “그 신문은 '만우절호'라는 별명을 붙여서 4월1일에 나눠주기도 했고, 2~3월에 탄핵 집회에 가서 나눠주기도 했다. 손톱 깎을 때도 가끔 쓴다(웃음)” (문성호)
지난 10월 공론화된 '신도중 신문 압수 사건' 후 많은 언론의 주목을 받았지만, 자율적 언론 활동에 있어서 지금까지 진전된 부분은 없다. 여전히 신문은 배포금지 상태이고, 압수된 신문은 버려졌다. 배포를 금지한 학교에선 신문을 옷 안에 넣어가 교문 앞에서 몰래 신문을 돌리고 있다. 최근엔 신도중에서 게시물 배포를 금지하는 내용의 교칙 개정을 시도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와 취재를 진행 중이다. 그래도 공론화 후 기자들은 방송 출연, 인터뷰, 간담회 등 다양한 활동을 통해 토끼풀을 전국적으로 알렸다. 서부건 기자는 “우리의 이야기를 꺼낼 수 있는 기회였어서 다 기억에 남을 것 같다”고 말했다.
절실한 청소년 미디어 리터러시 “전국에 '토끼풀' 신문 만들기 모델 도입했으면”
토끼풀 기자들은 청소년의 시각에서 본 기사들을 써내고 있다. 지난 9월에는 은평구 관내 18개 중학교의 학생생활규정을 전수조사했다. 조사 결과 약 83%(15개)의 학교에서 인권침해 조항을 발견했다. 토끼풀은 기사에서 “특히 '불법 집회'나 '불온 문서' 등의 조항은 일선 학교에서 교사의 판단에 따라 자의적으로 적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인권침해적”이라며 “은평구 외 다른 지역에 대해서도 조사가 필요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미디어오늘이 지난 23일 오후 서울 마포구에서 만난 토끼풀 문성호 편집장. 사진=윤유경 기자.
지난 5일에는 문 편집장이 재학 중인 연신중에서 탄핵된 윤석열 정부 국정홍보물 액자를 철거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해 보도했다. 서울시교육청이 지난 11월 관내 전체 학교에 “이전 정부 국정목표 액자를 신속히 철거하라”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는데도 따르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보도 직후 홍보물은 철거됐다. 국내 언론 중 처음으로 네팔의 반정부시위 현지 청년 활동가를 인터뷰하기도 했다. 서 기자는 “기성언론은 보통 높은 위치에 있는 사람의 말을 듣는 경우가 많다. 기성언론에서 네팔에 거주 중인 실제 현지 활동가를 인터뷰하지 않아서 시도했다. 키워드를 검색해 인스타그램으로 섭외해 구글 미팅으로 바로 인터뷰했다”고 말했다.
지난 3일엔 '윤 어게인'을 자칭하는 중학교 1학년 학생 A씨를 직접 만나 대화한 경험을 기사로 풀어냈다. '12·3 계엄이 왜 내란인지 설명 가능햐냐'며 시비 아닌 시비를 걸어 온 학생에게 “밥이나 한끼 하자”고 제안해 만나 대화를 나눈 것이다. 3시간의 대화 끝에 A씨는 '계엄은 내란'이라는 것을 인정했다.
문 편집장은 A씨와의 대화를 풀어낸 기사에서 청소년 미디어 리터러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청소년들에게 허위정보를 판별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주는 교육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문 편집장은 기사에서 “'윤 어게인'은 단순히 '일베'를 넘어선 문제다. 일부 청소년들만 추종하는 '일베'와 달리, 인스타그램 등 보편적인 SNS를 통해 일반적인 청소년들에게도 또래집단 사이에서 무차별적으로 확산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가짜뉴스를 실효성 있게 제재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하고, 기초적인 미디어 리터러시를 교육해야 한다. 지금까지 학교는 그런 교육을 무작정 '정치'라며, 학부모 민원을 걱정하며 미뤄 왔다. 지금까지 미룬 것의 결과가 나타났다. 이러다 정말 돌이킬 수 없게 된다”고 경고했다.
▲ 2025년 12월호 토끼풀 지면 갈무리. 지면 출처=토끼풀 홈페이지.
문 편집장과 서 기자는 학교에서 형식적 교육 외에는 미디어 리터러시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강당에 데려다 놓고 형식적으로 교육을 하긴 하지만 사실상 얻는 건 없었다”(서부건)거나 “요즘 학교에서 그런 얘기를 꺼내기만 해도 안 좋아한다”(문성호)는 평가다.
'실제 학교 현장에선 어떤 교육이 필요하냐'고 묻자 이들은 “토끼풀 신문을 읽게 하면 얼마나 좋을까. 우리가 무료로 공급할 수 있다”고 외쳤다. “전국의 학교에 '토끼풀' 신문 만들기 모델을 도입해 '청소년 독립언론 확산 프로젝트'를 해보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실제 토끼풀을 보고 청소년 언론을 만들어보고 싶다고 연락해 온 학생들도 있다. 토끼풀은 이들에게 신문 만드는 방법을 가르쳐주면서 청소년 언론 확산에도 힘쓰고 있다.
“토끼풀, 청소년 언론 만들고싶은 이들의 지침서 됐으면”
토끼풀을 운영하며 도움을 준 사람들도 많다. 정기후원 약 30만 원 정도를 모아 인쇄비와 신문 편집 프로그램 구독료를 충당해왔는데, 적자는 계속됐다. 문 편집장이 다니는 학원에서 10만 원씩 광고를 해주기도 했다. 운영 비용도 없고, 고등학교 진학 문제도 있어 본래 올해 12월 폐간을 하기로 했었으나 '신중 신문 압수 사건'이 알려진 후 상황은 뒤바꼈다. 후원 연락이 빗발치고 '신문은 언제 보내주냐'는 문의 연락도 하루에 5번 이상이다.
과학실에 비치된 광물 판매 회사부터 진보 유튜버까지 광고 문의도 많지만 모두 거절하고 있다. “광고가 있으면 학교에서 못마땅해 할 것 같고, 딱히 광고를 받을 이유도 없다”(문성호)는 이유에서다. 현재는 인권단체 광고를 무료로 배치하고 있다. 늘어난 후원금으로는 기자들이 원하는 책을 구매하거나 매체 구독료를 지원해주고 있다.
은평구 풀뿌리 지역언론 '은평시민신문'과의 인연도 있다. 은평시민신문은 지난해 8월 '토끼풀'을 세상에 소개한 첫 언론이다. 독립 후 첫 신문이 배포금지됐을 땐 인쇄비도 대신 지불해줬다. 종종 은평시민신문에 토끼풀 기사를 송고하기도 한다. 신문 압수에 항의한 '백지발행'도 2021년 은평구청의 언론탄압에 대한 항의 차원에서 1면을 백지로 발행한 은평시민신문의 사례를 참고했다. 은평시민신문과의 인연은 토끼풀이 먼저 문을 두드리면서 시작됐다. “검색하다가 알게됐다. 보도를 보니 은평구에 신문사가 16개인데 은평시민신문 빼고는 정부광고를 받아 먹고사는 신문이다. 혈세가 낭비되고 있는 것이다. 먼저 연락해서 밥도 먹고, 인터뷰 기사도 내주셨다.” (문성호)
▲미디어오늘이 지난 23일 오후 서울 마포구에서 만난 토끼풀 서부건 기자. 사진=윤유경 기자.
토끼풀 기자들은 언론이 청소년을 어떻게 다루고 있다고 생각할까. 서 기자는 “일반 시민처럼 평등하게 다뤄준다는 느낌을 못 받았다. 청소년의 의견은 항상 '어린이날' 특집처럼 형식상 특별한 의견으로 치부하고 일반 시민의 의견으로 나갈 때는 없다”고 지적했다. 문 편집장은 “섣불리 프레이밍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학교 비정규직 노조 파업을 할 때도, 조선일보 등 언론에선 '파업 때문에 우리 학생들이 급식 못 먹는다'는 식으로 프레임을 잡는데, 우리가 실제 조사해보니 학생들의 93%가 파업에 찬성한다고 답했다. 교육과정을 바꿀 때도 학생들 인생에 영향을 끼치는 문제인데 학생들을 인터뷰할 생각은 안 하고 교수들만 인터뷰한다”는 비판이다.
'중학생 기자인데 인터뷰하고 싶다'는 말을 듣고 '수상해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아직까지 미성년자로서 취재가 힘들었던 적은 별로 없다. 다만 '토끼풀' 명의의 후원 계좌를 만들기 위해 여러 은행에 13번이나 방문해야 했던 일은 있었다.
▲미디어오늘은 지난 23일 오후 “참고할 수 있는 청소년 언론의 역사로 남고 싶다”는 토끼풀 문성호 편집장, 서부건 기자를 서울 마포구에서 만났다. 사진=윤유경 기자.
현재 토끼풀은 신입기자를 공개채용 중이다. 본래 은평구 중학생들만 활동했지만 외부 구독자가 많아진 점을 고려해 서울 전체, 고등학생 1학년까지 범위를 확장했다.
'나중엔 꼭 대통령 인터뷰를 해보고 싶다'는 두 기자 모두 미래 직업으로 기자를 꿈꾼다. 다만 서 기자는 “나는 기자가 하고 싶은데 내가 만나는 모든 다른 기자들과 가족이 하지 말라고 해서 고민이다. 지금은 권력에 연연하지 않고 기사를 쓰고 있는데, 커서 (기성언론사에 소속돼) 기자를 해도 이렇게 할 수 있을지 잘 모르겠다”는 현실적인 고민도 털어놨다.
관련 책도 쓸 예정이다. 문 편집장은 토끼풀이 청소년 언론을 하고싶은 이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지침서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토끼풀을 검색하면 우리가 나오고, '남았다'는 측면에서 자부심이 있다. 후대에서 보고 참고할 수 있지 않을까. 그래서 책을 내려고 한다. 계좌를 만들기 위해 은행에 가는 건 어떻게 하는지, 법인으로 등록은 어떻게 하는지 등을 담아내 청소년 언론을 만들고 싶은 사람들이 지침서로 활용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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