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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오른쪽 자리는 내내 리창(李强) 중국 총리 차지였다. 지난 10일 심야에 열린 노동당 창건 80주년 기념 열병식과 전날 경축대회 이야기다. 지난달 베이징에서 열린 열병식과 마찬가지로 북·중·러가 나란히 서 ‘반미연대’를 부각한 가운데 의전 등에서 김정은이 러시아보다도 중국을 더투자증권
각별히 챙기는 모습이 두드러졌다. 우크라이나전 파병이라는 과감한 도박에 성공, 러시아를 뒷배로 확보한 김정은이 이제는 전통적인 북·중 혈맹을 복원해 ‘전략적 몸값’을 최대한 끌어올리려는 노림수로 읽힌다.
북한은 지난 9일 밤 경축대회 주석단에서 김정은을 중심으로 오른쪽에는 리창, 왼쪽에 또럼 베트남 서기장이 서도록 좌석을 배치했다. 드애널리스트
미트리 메드베데프 집권 통일러시아당 의장 겸 국가안보회의 부의장의 자리는 럼의 좌측이었다.
통상 주최자의 오른 편엔 의전 서열이 가장 높은 이가 서도록 한다. 참석 외빈 중 가장 의전 서열이 높은 건 베트남 국가원수인 럼이었지만, 김정은은 리창에게 그 자리를 내줬다. 이런 자리 배치는 10일 밤 열린 열병식에서도 유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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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 북한에 입국할 때도 리창이 이끄는 중국 대표단은 박태성 내각 총리가 직접 공항에서 영접했다. 같은 날 김성남 노동당 정치국 후보위원 겸 국제부장이 럼을 평양 순안국제공항에서 영접하고, 임천일 외무성 러시아 담당 부상이 메드베데프의 러시아 대표단을 맞이한 것과 비교가 됐다. 지난 11일 이들이 귀국할 때도 같은 방식으로 환송이 이뤄졌다.
투자전략
사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이달 말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방한하고, 북한에는 서열 2위를 보내는 것으로 남북에 차등 대우를 한 셈이지만, 김정은은 리창을 깍듯이 예우한 것이다. 시진핑의 방한을 계기로 한 한·중 간 밀착을 경계하려는 행보로도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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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러 면전서 전략무기 공개 ‘핵 자신감’
지난해 5월 윤석열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리창 중국 국무원 총리가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제9차 한일중 정상회의에 앞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대통령실
이는 지난해 5월 서울에서 열린 한·일·중 정상회의와 극명히 대비되는 장면이다. 당시 윤석열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와 손을 맞잡은 리창은 “협력의 제도화”에 한목소리를 냈다. 정상회의 결과물인 공동선언에 “우리는 역내 평화와 안정, 한반도 비핵화, 납치자 문제에 대한 입장을 각각 재강조했다”는 내용이 포함되자 북한은 “자주권에 대한 정면 도전”이라며 반발한 직후 정찰위성 발사까지 감행했다. 중국이 참석한 정상급 회의에서 비핵화 문제가 논의된 것 자체가 북한에는 그만큼 충격이었던 셈이다.
하지만 불과 1년 4개월여 만에 리창은 김정은 바로 옆자리에서 핵탄두를 장착할 수 있는 전략무기가 대거 등장하는 열병식을 관람했다. 중국과 러시아의 고위 당국자 면전에서 핵무기를 공개한 건 핵보유국으로 사실상 인정받았다는 김정은의 자신감 표명으로 볼 수 있다.
미국뿐 아니라 중국과 러시아 전역도 사거리 안에 들어가지만, 이런 무기가 서로를 향하지 않을 것이라는 신뢰가 북·중·러 간에 형성됐다는 뜻으로 볼 여지도 있다. 북한이 반미연대의 구심점으로 확고히 자리 잡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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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중·러 연대, 한반도 넘어서나
특히 김정은은 북·중·러 간 협력의 범위가 한반도를 넘어설 수 있다고도 시사했다. 김정은은 열병식 연설에서 “해외작전부대”를 언급했고, “우리 군대의 전투 정신이 조국보위방선에서만이 아니라…보람찬 전구들에서도 계속 과감히 떨쳐질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에 파병된 건 특수작전군 예하 정예부대인 11군단, 이른바 ‘폭풍군단’이다. 이를 해외작전부대로 칭한 것은 다른 지역에도 군사력을 투입할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할 여지가 있는 표현이다.
‘보람찬 전구(戰區, 작전 및 전쟁구역)’라는 표현 역시 인민군의 작전 지역을 한반도로 국한하지 않겠다는 뜻이 될 수 있다. 대만해협 등 유사시 관여할 수 있다고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다.
북한 조선중앙TV는 지난달 6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지난 2~4일 중국 방문을 담은 기록영화를 방영했다. 사진은 중앙TV가 공개한 김정은 위원장과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간 북-중 정상회담에 이어 시 주석이 마련한 연회에 참석해 손을 맞잡은 모습. 조선중앙TV. 연합뉴스
실제 지난달 베이징에서 열린 북·중 정상회담에서 김정은은 “대만, 티베트, 신장 등 중국의 핵심 이익이 걸린 문제에서 중국의 입장을 확고히 지지하고, 중국의 국가 주권과 영토 완정을 수호하는 것을 지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1일 76주년 중국 국경절을 맞아 시진핑에게 보낸 축전에서도 “중국 인민은 중국공산당의 영도 밑에…나라의 주권과 영토완정을 수호”했다고 말했다. 대만을 무력으로라도 통일해야 할 영토의 일부로 보는 중국의 입장을 공식적으로 지지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는 한·미·일 안보 협력의 영향력이 북핵 대응을 넘어 대중 견제로 확장하는 데 따라 북·중·러의 영향력도 확대하자는 김정은의 속내를 드러낸 것일 수 있다.
유지혜·심석용 기자 wisepen@joongang.c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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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지혜·심석용 기자 wisepen@joongang.c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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