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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신현 씨토포스 대표는 "일률적인 식재보다는 도시의 다양성을 키울 수 있는 방향으로 녹지를 조성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지난 5월부터 열리고 있는 서울도시건축학교에서 '살아 있는 생명이 존중받는 도시'라는 주제로 발표한 최 대표를 만났다.
최 대표는 영남대 조경학과 교수를 역임한 조경 전문 건축가다. 서울국제정원박람회 조직위원장으로 일하며 공공정원의 문화 확산을 위해 노력했다. 서초구 총괄 조경가, 강동구 총괄기획가, 전주시 총괄조경건축가 등으로 일했다.
그는 사람뿐 아니라 모든 생명이 존중받는 도시를 만들어야 한추세선매매
다고 강조한다. 중요한 것은 그들의 삶을 이해하는 것이라고 했다. 살아있는 식물은 우리가 만들 수 없다. 기후, 공간, 계절에 따라 모습을 달리하며 아름다움을 만들어낸다. 최 대표는 "그마다 가진 체질이 있는데 그런 것을 들어주고 존중하는 디자인을 하면 시간이 갈수록 장소가 아름다워진다"며 "그러지 않고 사람이 원하는 디자인을 하면 버텨내지 못한다"고 설명오늘추천주
했다.
그는 특히 한국의 아름다운 산수를 보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최 대표는 "바이오필릭(biophilic)이라고 해서 사람의 생활 공간에 자연주의 물건을 배치하는 것을 추구하는데 기존에 있던 아름다운 산수를 다 없애고 도시 안에 바이오필릭을 조성하는 것은 식물 입장에서 보면 아주 불편한 일"이라며 "건물 안에 녹지가 나쁘다는 것은주식인
아니지만 처음부터 건축을 할 때 주변 식물을 함께 존중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서울 중구 서울역 인근 서울로7017 위의 화분들이 대표적이다. 그는 "뿌리가 자랄수록 화분을 옮겨주지 않으면 분재나 마찬가지로 자라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울식물원도 문제다. 서울로 7017의 화분처럼 보여주기 위한 식물을 심은 곳이라고 뜻이다. 최릴게임다운
대표는 "서울 마곡의 아름다운 들판 안에 식물원을 만들었는데, 이곳은 기본적으로 논이기 때문에 배수가 안 돼 물이 늘 차 있다"며 "그 땅에 가장 아름다운 식물원을 벼과 식물을 심어야 하지만 지금은 온통 자갈을 깔아서 도심에 맞는 나무를 심어 거대한 화분이나 마찬가지가 됐다"고 꼬집었다.
앞으로 도시는 차가 불편하고, 녹시(綠視)량이 늘장기투자유망주
어야 한다고 했다. 그동안 도시를 계획할 때는 녹지량을 채우도록 했는데, 녹지(綠地)랑은 위에서 봤을 때 녹지의 양이다. 하지만 녹시량은 걸어 다니는 사람이 봤을 때 녹지가 얼마나 되는지를 뜻한다. 그는 "녹시량이 많은 도시가 쾌적하고, 사람들이 살고 싶은 도시"라며 "가는 곳마다 녹지가 보이고, 오감이 발달하는 곳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북 전주 금암광장을 바꿀 때도 이런 원칙을 적용했다. 본래는 도시계획상 도로가 꺾여서 가도록 하는 디자인이었다. 하지만 그는 이렇게 되면 통행 자체도 불편하지만, 녹지가 가운데 있는 것이 의미가 없다고 봤다. 사람이 닿을 수 없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최 대표는 "의자를 놓고, 사람들이 모일 수 있는 공간을 조성했다"며 "그냥 지나칠 수 있는 공간이지만 신호를 기다릴 때 볼 수도 있고, 마음을 열 수 있는 곳으로 만들었다"고 했다.
전주 덕진공원의 연꽃 연못도 그가 새로 고쳤다. 이곳에는 40년 전에 설치한 현수교가 하나 있었는데, 전주시는 새로운 현수교를 더 놓고 싶어 했다. 그는 현수교 대신 연꽃을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다시 만들고 싶었다. 살아있는 연꽃이 주인공이어야 하는데, 교량을 너무 꾸미는 것이 이상하다는 판단에서였다. 최 대표는 "3층짜리 한옥 매점을 철거하고 한옥 도서관을 만들었다"며 "현수교도 없어진 전체 연못을 바라보며 편안함을 느끼는 공간이 됐다"고 설명했다.
서울 강북구 번동 '북서울 꿈의숲' 역시 자연에 위배되지 않고 순응하는 건축을 고민한 결과 탄생했다. 그는 드림랜드가 폐쇄되고 공원으로 만드는 작업을 맡았다. 공원을 아름답게 만들면 좋겠지만 그렇게 되면 남북이 분리될 수 있다는 점이 마음에 걸렸다. 그는 "도시를 막는 시설이 아니라 연결하는 녹지가 되길 바랐다"고 말했다. 이런 전제하에 공연장, 갤러리, 식당, 매점 등 많은 건축물을 모두 노출되지 않을 정도로 숨겼다. 능선을 따라 건물을 지어 산수에 방해가 되지 않게 했다.
그 공간의 가치를 높이는 것에도 신경을 썼다. 외부 공간에 놓는 의자 등을 팽창지수 등까지 고려했다. 10년, 15년 후에 낡고 쓸모 없어지면 아무도 찾지 않는 공간이 되기 때문이다. 최 대표는 "선조들은 풍수지리도 고민했지만, 자연의 질서에 위배되는 건축은 하지 않았다"며 "경관에 적합하고, 겸허한 건축이야말로 앞으로 우리가 가야 할 길"이라고 말했다.
강영연 기자 yykang@hankyung.c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