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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산하 지음, 사이언스북스 펴냄
“전 세계 포유류 중 오직 4%만이 야생 포유류다.”
리와일딩(rewilding)은 한국에서 아직 낯선 개념이다. ‘재야생화’ 정도로 해석되는 이 말은, 인간의 개입을 최소화하는 자연 복원 방식을 말한다. 전통적인 생태 복원이 과거의 자연을 회복하는 것에 목표를 둔다면 리와일딩은 자연 스스로의 선택을 중시한다. 올해 영남권 대형산불 이후 불거진 산림 복원 문제도 리와일딩과 맞닿아 있다. 산림청 등 ‘관리파’는 재정을 투입해 산을 가꾸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일부 ‘재야의 고수’는 산을 그대로 놔두면 저절로 산불에 강한 활엽수 중심 산림이 될 거라고 반박한다. sk네트웍스 주식
두루미와 공존하려는 강원도 철원 농민의 이야기는 한국형 리와일딩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사례다. 최근 타계한 제인 구달 박사가 “리와일딩을 한국에 처음으로 소개하는 종합 안내서”라는 추천사를 썼다.

 




나치 마인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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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런스 리스 지음, 조행복 옮김, 책과함께 펴냄
“나의 이해를 가장 크게 바꿔놓은 것은 그 역사를 직접 겪은 사람들과의 만남이었다.”
다큐멘터리 제작자·작가인 저자는 30여 년간 나치와 제2차 세계대전 역사를 추적해왔다. 관련자들을 취재해 다큐를 만들고, 모바일릴게임사이트
에미상 등 여러 상을 받았다. 그는 이 책에서 ‘소수당 나치가 어떻게 독일을 장악했는가’ ‘사람들은 왜 나치의 선전에 이끌렸는가’ 등 질문에 대한 답을 구한다. 나치의 부상에서 몰락까지 연대순으로 기록했다. 심리학의 최신 학문 성과를 활용해 역사적 사실에 접근한다. 음모론 퍼뜨리기, 집단 갈라치기, 청년 타락시키기, 두려움 키우기 등 히틀러와 나치가 활용한황금성잭팟
12가지 전략을 드러내며 평범한 사람들이 어떻게 민주주의의 훼손에 무감각해지며 결국 집단학살에 가담하게 되었는지를 입체적으로 밝힌다. ‘심리학의 도움을 받은 역사책’이다.

 




먼지가 가라앉은 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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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시 이스트호프 지음, 박다솜 옮김, 창비 펴냄
“내가 유가족들에게 돌려주었던 소중한 보물들을 매일 생각한다.”
챕터의 첫 문장마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 “이라크 파병 군인들이 사망하기 전 미리 안치소를 짓는 임무가 떨어졌다(3장).” “문틈으로 스며들어와 걸레받이 아래로 차오르는 불쾌한 혼합물은 물보다는 진한 그레이비를 닮았다(6장).” 재난 복구 전문가로 전 세계를 뛰어다니는 저자는 각각의 재난을 그곳에서 발견된 유류품으로 기억하는 사람이다. 그는 누군가 재난에 휘말리는 일이 특별한, 한마디로 ‘운이 없는’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의 아버지가 했던 말을 늘 떠올린다. “누구든 해결을 해야지.” 책을 덮고 나면 저절로 떠오르는 한 문장이기도 하다.

 




사실은 의견일 뿐이다


〉
옌스 포엘 지음, 이덕임 옮김, 흐름출판 펴냄
“과학적으로 타당한 관찰을 하는 능력은 우리 본성이 아니다.”
사실과 의견을 혼동할 수 있다는 건 이제 널리 알려져 있다. 이른바 ‘가짜뉴스’ 담론이 등장하면서 더 증폭된 문제의식이기도 하다. 독일 신경심리학자인 저자는 이런 판단 오류가 더욱 광범위하다고 말한다. 이념적·감정적으로 눈먼 상태가 아니더라도 그른 인식과 추론을 범할 수 있다는 것이다. 나아가 서로 ‘거짓말하려는 의도’가 없을 때도 오판은 일어난다. 전문가와 우중으로 양분하기도 쉽지 않다. 과학계에도 가짜뉴스가 존재한다. 검증 없이 출판되는 논문이 쏟아진다. ‘우리는 많은 것을 놓친다’ ‘우리는 어떤 가정에 지나치게 집착한다’ 등 인간의 경향 16가지를 목차로 삼았다. 진리를 더듬는 길은 부족함을 아는 것에서 비롯된다는 뜻이겠다.

 




여자가 사랑한 여자들


이예지 지음, 위즈덤하우스 펴냄
“각자의 어둠을 지나 찬란하게 빛나는 여자들의 용기와 믿음에 대해 말하다.”
세상에 더 많은 여성 롤모델이 필요하다는 것은 누구나 쉽게 동의한다. 저자의 욕심은 거기서 더 나아간다. ‘여성에게는 더 많은 여성 라이벌이, 동료와 선후배가, 적과 아군 모두가 필요하다’라며 여성 15인의 인터뷰집을 내놓았다. 책에 실린 인터뷰이의 라인업이 화려하다. 작가 정서경, 뮤지션 김윤아, 배우 전도연·심은경뿐 아니라 배구선수 김연경, 케이팝 아이돌 아이들(i-dle)의 리더 전소연, 댄서 모니카, 소설가 최은영·정보라 등까지. 저자는 우리의 롤모델이자 라이벌, 동료이자 선후배가 되었으면 하는 그들에게 ‘당신은 어떨 때 두려운지, 무엇을 믿는지, 스스로가 강하다고 생각할 때와 약할 때는 언제인지’를 묻는다. 인터뷰를 볼 독자들 역시 스스로에 대한 믿음을 잃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

 




메모의 순간


지원 지음, 오월의봄 펴냄
“나도 몰랐던 어떤 세상의 모서리, 면모가 슬쩍 흐릿하게 모습을 드러낸다.”
읽기와 쓰기 사이에 메모가 있다. 이 모든 행위는 별개가 아니며 때로는 동시에 이뤄진다. 메모는 생각이 폭발하는 순간을 잡아채고 머무르게 한다. “바로 이 순간에 쓰고 싶어서 못 견딜 것 같았기 때문에” 쓴 메모에는 어쩔 수 없이 나의 “몸, 삶, 편견, 쓸모”가 개입되어 있다. 서간문과 일기야말로 이런 메모적 쓰기의 핵심 장르다. 그리고 이때 발생하는 “‘쓰기의 즐거움’이란 오늘날 생성형 인공지능이 주목하지 않는 유일한 부분이기도 하다”. 메모의 분류나 쓸모를 고민하지 않고, 잊어버려도 상관없다고 여기면서, ‘순간’에서 길어 올린 메모에 대한 진심이 갈피마다 빼곡하다.


시사IN 편집국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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