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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비단 영국만의 문제는 아니었습니다. 영국의 산업화 바람이 전 유럽으로 빠르게 퍼졌기 때문입니다. 당시 알코올은 지금과 달리 단순한 기호품이 아니라 사회 병리의 중심이자 대부분 유럽 국가들이 겪는 사회 문제였습니다.
영국은 이 심각한 사회 문제를 최소한의 시장 규제와 세금으로 해결했습니다. 시장의 자정 작용에 기댄 자유 방임주의인 것이죠. 이는 알블루투스관련주
코올로 골머리를 썩던 다른 유럽 국가들에게도 퍼집니다. 자연히 시간이 걸렸지만, 문제는 해결됐죠.
그런데 대부분 국가와는 사뭇 다르게 규제로 문제를 해결한 나라가 있습니다. 구조적으로 정반대였는데 결과값이 비슷한 겁니다. 그리고 그 정반대의 방식이 현재까지 잘 유지되고 있죠.
흥미로운 점은, 이 나라는 국가가 시장 기능 펀드상품
자체를 흡수해 통제하는 방식의 모델을 채택한 겁니다. 아예 알코올 시장 전체를 엄격하게 통제하는 것으로 문제를 풀어낸 겁니다. 스웨덴의 국가 주류 소매 독점 시스템, 시스템볼라겟(Systembolaget)입니다.



시스템볼라겟의 심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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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지’와 ‘방임’ 사이 줄타기 속 탄생한 국가전매제도
스웨덴은 어쩌다 국가가 모든 것을 독점하는 주류 판매 제도를 갖게 됐을까요? 앞서 말했듯 19세기 말 유럽은 알코올 중독이 가장 큰 사회 문제였습니다. 스웨덴도 여기서 자유로울 수 없었죠. 그래서 교회와 시민단체, 의료상품권릴게임
계가 주도하는 ‘절제운동’이 벌어집니다.

그런데 이 절제운동이 일반적인 캠페인을 넘어 전국적인 수준으로 확대되고 인근 노르웨이와 핀란드 등에서는 일시적인 전면 금주령까지 시행되면서, 스웨덴 사회에 도덕에 대한 정부의 개입이 ‘행정’의 영역이 될 수 있다는 인식이 심어집니다.
1919년 이러한 분위기 속주식투자방법
에 스웨덴 사회에서 탄생한 게 브라트시스테메트(Brattsystemet·Bratt System)입니다. 당시 의사이면서 정치인이었던 시스템의 설계자 이반 브라트(Ivan Bratt)의 이름에서 따온 시스템입니다. 개인에게 일정량의 술 구매권을 부여하고 그 기록을 남기는 이른바 ‘술 배급표’ 제도죠.
개인이 마실 수 있는 양을 수량화해 통제함으로써, 음주는 사회적 위험의 관리 대상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그리고 개인의 자유를 무엇보다 중시하는 유럽에서, 당장이라도 없어질 것 같았던 브라트시스테메트는 1955년까지 무려 36년간 지속됩니다.



브라트시스테메트에서 모트복(motbok·배급권)에 도장을 찍는 모습.




금지도 방임도 아닌 그 사이 어딘가
브라트시스테메트는 정부가 국민을 ‘감시의 대상’으로 규정하게 만들었죠. 시스템이 만들어지던 20세기 초엔 이게 가능했을지 몰라도,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스웨덴에 개인의 자유와 복지국가적 신뢰를 중시하는 사회 기조가 자리 잡으면서 자연스레 폐지 수순을 밟습니다.

그리고 이를 대신해 등장한 새로운 제도가 오늘 소개할 시스템볼라겟입니다. 모든 주류 판매는 이 국영 기업을 통해서만 이루어집니다. 가격, 유통, 판매 시간까지 모두 국가가 정합니다. 소비의 자유는 남겨두되, 공급의 통제권은 철저히 국가가 쥐는 방식입니다.
배급표는 사라졌지만, 술 유통의 고리를 국가가 쥐는 방식으로 제도가 변화합니다. 술을 없애지 않되 사회가 술을 다루는 방식을 국가의 이름으로 설계한 것이죠. ‘금지’와 ‘방임’의 사이, 절제를 제도화하는 길을 고른 셈입니다.
굳이 표현하자면 사회민주주의적 통제 모델이라고 부를 수 있겠습니다. 공산주의처럼 생산수단을 전면 국유화한 것은 아니고, 공공의 복지를 위해 시장의 일부를 국가가 운영한다는 사회주의적 원리를 제한적으로 적용한 형태이기 때문입니다.
얼핏보면 ‘자유시장 경제 체제에서 말이 되나?’ 싶은 이 체제는 처음 시행한 이후 70년이 지난 지금까지 잘 유지되고 있습니다. 자유시장 경제를 채택한 OECD 국가들 가운데서도 스웨덴은 주류만큼은 예외로 남겨두었습니다.



브라트시스테메트 마지막날의 모습. 모트북(배급권)이 남은 인파가 주류를 배급 받기 위해 배급소에 몰린 모습.




운영 철학: 이윤 대신 윤리
주류 판매점으로써 시스템볼라겟은 불편하기 이를 데 없습니다. 금요일 저녁 6시 이후엔 아무리 급해도 술을 살 수 없고 일요일엔 아예 문을 열지도 않습니다. 하지만 이 불편은 설계된 마찰입니다. 정부는 이러한 영업시간 제한과 매장수 조절을 매우 치밀하게 설계합니다.

이 뿐만이 아닙니다. 스웨덴 내 합법적인 유일한 주류 소매점이지만 어떠한 광고도 하지 않습니다. 가격 할인도 없고, 1+1 이벤트 따위도 당연히 존재하지 않습니다. 직원들도 ‘더 비싼 와인’이나 ‘다른 와인’을 권유하지 않습니다. 마치 와인을 파는 것에 아무런 관심이 없는듯이요.
이는 제도의 특성 때문입니다. 시스템볼라겟의 존재 이유가 매출이 아니기 때문이죠. 오히려 ‘더 파는 것’이 성과가 아니라 ‘과음을 억제하는 것’이 성과입니다. 책임, 절제, 건강 등 기업의 재무제표 대신 사회의 건강지표를 성과지표로 삼는 독특한 국가 리테일 거버넌스인 셈입니다.
그리고 스웨덴 시민 다수는 이 불편을 지지합니다. 이를 통해 충동적 음주를 낮출 수 있다고 믿고, 절제의 규범이 공공의 선(善)을 만든다는 경험적 합의가 축적됐기 때문입니다. 덜 자유로운 대신 더 안전한 자유를 얻는 것, 자유를 절제의 틀 안에서 재정의하는 태도가 하나의 문화가 된 것입니다.
스톡홀름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와인 전문가이자 작가, 가수인 안드레아스 그루베(Andreas Grube)는 시스템불라겟에 대해 묻는 기자에게 “와인은 분명히 스웨덴에서 생활의 일부이지만, 생활을 지배하지는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1916년 스웨덴 스몰란드의 도시 벡쇼의 시스템볼라겟 매장의 모습.




시스템불라겟, 시장이 아닌 시험대
스웨덴 와인 유통 구조가 워낙 특별하다보니, 전세계 와인 양조자들에게도 색다른 무대로 평가받습니다. 스웨덴에 와인을 수출하기 위해선 우선 평가를 신청해야 합니다. 그러면 시스템불라겟이 규격·가격·지속가능성 등을 정해진 기준에 따라 평가하고, 합격하면 표준 상품군에 들어가게 됩니다.

표준 상품군은 스웨덴 전국 매장에 고르게 분산돼 깔립니다. 매장 규모에 따라 500~1200종 이상의 와인이 진열되는데요. 자유시장보다 탄력성은 낮지만, 품질과 가격의 예측 가능성은 높다는 게 대체적인 인식입니다. ‘잘 팔리기 때문에 진열되는 것’이 아니라 ‘사회가 허용한 방식으로 적절히 팔릴 수 있어 선정된 것’이 진열되는 것입니다.
이러한 제도의 장단점은 명확합니다. 눈을 속이는 현란하고 요란한 광고와 프로모션보다 와인의 본질에 충실하게 됩니다. 레이블과 원산지, 생산 방식, 가격의 구조가 비교적 투명하게 드러나기 때문에 스웨덴 시장에 진입해서 포션을 차지하는 게 일종의 ‘인증’ 작용을 하는 겁니다.
무엇보다 ‘더 마시게 만들기 위한 판매자의 말’이 사라진 자리에서, 소비자의 솔직하고 직관적인 판단이 전면에 서게 됩니다. 선택은 줄지만, 신뢰는 늘어나는 것입니다. 이 균형이 바로 스웨덴이 감수한 사회적 비용과 이익의 교차점이 아닐까요.
다만 비판은 분명합니다. 경쟁이 제한되면서 신제품 진입 장벽이 높아졌고, 소비자 입장에서는 가격 혜택을 잃었습니다. 당연히 스웨덴 주당(酒黨)들은 국경을 넘은 쇼핑과 직접 수입에 나서는 방식으로 제도를 우회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실제로 스웨덴 현지의 와인 가격은 오히려 세계 어느 나라보다 저렴하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합리적이라고 합니다. 국가가 주류를 팔아 돈을 버는 게 목적이 아닌 만큼 쓸데없는 중간 마진이 사라졌고, 최소한의 운영을 위한 이익만 챙기기 때문이라고 하죠.



스웨덴 전역 어디서든 거리에서 만날 수 있는 녹색 간판의 시스템볼라겟.




절제와 품격
한편 오랜 기간 공고했던 시스템불라겟은 스웨덴이 EU에 가입하면서 조금씩 변화하고 있습니다. 당장 독점과 자유무역의 충돌을 불러왔죠. 스웨덴은 공중보건 목적을 근거로 독점 소매를 유지하되, 수입과 도매 자체는 민간에 개방했습니다.

최근에는 소규모 생산자의 스웨덴 내 직판을 제한적으로 허용하자는 논의도 고개를 들고 있다고 합니다. 제도의 기둥을 흔들지 않으면서 지역 생산자의 숨구멍을 트자는 타협인 셈입니다. 시스템불라겟이 완고한 독점이 아닌, 절제의 원칙을 유지하는 유연한 독점을 지향하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잠깐 우리나라의 상황을 살펴볼까요. 편의점과 배달 플랫폼이 만든 고밀도 접근성의 사회로, 유통의 자유는 넓고 가격 신호는 큽니다. 자유가 경제를 움직이는 힘인 것도 사실이지만 과음과 그에 따른 주취 사고, 소음, 치료와 치안의 엄청난 비용 역시 사회가 떠안는 구조가 됐습니다.
우리는 시스템불라겟 사례를 통해 ‘무엇을, 누구를 위해 통제할 것인가’에 대해 고민해봐야 합니다. 제도를 바꾸자는 게 아니라, 태도에 대한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뜻입니다. 보다 엄격한 판매 규제와 시간대별 접근성, 광고 윤리, 청소년 보호 등 각자의 문법으로 절제를 만들 수 있다면 우리 또한 우리만의 시스템불라겟을 갖게 되는 것은 아닐까요. 설사 그것이 국영 유통 채널이 아니더라도요.
술을 쉽게 살 수 없다는 사실은 불편하지만, 바로 그 불편이 사회를 건강하게 만든다는 명제는 이미 스웨덴의 오랜 실험으로 증명됐습니다. 와인을 통해 절제를 배우는 시스템불라겟은 그 자체로 ‘문명화된 음주’의 가장 극단적이면서도 세련된 사회 실험인 셈입니다.
불편을 감수한 자리에 품격이 생깁니다. 자유와 품격 중 어느 쪽을 더 사랑하느냐의 문제는 각자의 몫이지만, 시스템불라겟의 공식 목적문은 절제와 품격이라는 이 제도의 가치를 정확히 드러냅니다.
“We exist to minimize alcohol-related problems by selling alcohol in a responsible way, without profit motive.”(우리는 이윤을 추구하지 않고, 책임 있는 방식으로 술을 판매함으로써 알코올 관련 문제를 최소화하기 위해 존재한다.)





와인은 시간이 빚어내는 술입니다. 인류의 역사와 함께 와인의 역사도 시작됐습니다. 그만큼 여러 가지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품고 있는데요. WSET(Wine & Spirit Education Trust) 국제공인레벨을 보유한 기자가 재미있고 맛있는 와인 이야기를 풀어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