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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시간 기다렸어요.”(40대 男)
“16년 만인데 당연히 보러 가야죠.”(30대 女)
“이번이 마지막 기회일 수 있어요. 언제 또 싸울지 모르니….”(20대 男)
세대와 성별이 다른 세 사람은 이렇게 각각 말했다. 하지만 그 대상은 하나로 귀결된다. 영국 밴드의 전설 오아시스다. 지난해, 공식 해체한 지 15년 만에 극적으로 재결합한 이들은 오는 21일 경기 고양체육관에서 16년 만에 한국팬들과 만난다. 이를 앞두고 지난 16일 서울 을지로에 문을 연 생애최초주택구입자금대출 은행 공식 팬스토어를 방문했다.
팬스토어가 K-팝 그룹의 전유물이라 생각하면 오산이다. 지난 13일 오전 10시 시작된 온라인 사전 예약은 삽시간에 매진됐다. 열하루 동안 매일 18회차, 30분 단위로 60명씩 신청할 수 있지만 수요를 감당하기 어려웠다. 예약에 성공한 1만1800여 명 외에도 현장 입장 기회를 얻기 위한 긴 줄이 늘어섰다. 카드연체금 요즘 젊은층이 몰려 ‘힙지로’로 불리는 을지로는 이 기간 더욱 뜨거워졌다.
문화일보 안진용 기자가 오아시스의 데뷔 앨범 표지를 재현한 벽면을 배경으로 ‘인증샷’을 찍고 있다.
관계자에 따르면 오전 3시부터 일부 팬들 조권 이 현장을 찾았다. 사전 예약에 실패한 터라 현장 대기 입장을 노린 행렬이었다. 하지만 이 팬들은 결국 팬스토어 입구를 통과하지 못하고 발길을 돌렸다. 예약한 60명 중 노쇼(no show)가 1명도 발생하지 않아 들어갈 기회를 놓쳤다. 현장에서 만난 40대 이모 씨는 “오전 11시에 와서 5시간쯤 기다렸다. 사전 신청을 못 한 내 잘못”이라면서 “첫날인데 무직자대출조건 도 원하던 상품이 벌써 동났다. 여자친구랑 커플티를 사려고 했는데 사이즈가 없다”고 아쉬워했다.
2층으로 구성된 팬스토어 입구에서는 ‘오아시스 라이브 2025’라고 적힌 스티커가 붙은 기타와 마이크, 스피커가 팬들을 반겼다. 정문 맞은편 벽에서는 오아시스 라이브 영상이 흐르고, 팬들은 익숙한 노래를 허밍으로 따라부르며 쇼핑을 즐겼다. 앨범 우리은행제1금융권 재킷 이미지를 활용한 포토존에서 LP를 들고 사진을 찍는 것은 필수 코스. 멤버들이 바닥에 눕고 소파에 앉아 여유롭게 기타를 치는 모습이 담긴 1994년 데뷔 앨범 ‘데피니틀리 메이비’(Definitely Maybe) 재킷 사진의 공간 속 주인공이 되는 것은 팬들에겐 잊을 수 없는 체험이었다.
굿즈의 가격대는 꽤 비싼 편. 티셔츠 한 장에 6만7000∼9만8000원 수준이다. 서울 공연 한정판으로 ‘SEOUL’이 새겨진 티셔츠는 장당 6만7000원인데, 글로벌 굿즈 티셔츠는 8만5000원이다. 서울 한정판은 국내 생산이지만, 후자는 ‘물 건너’ 왔기 때문이다. 화사한 스카이블루 티셔츠도 눈에 들어왔다. 갤러거 형제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맨시티의 광팬이고, 맨시티의 상징색이 스카이블루다. 이를 아는 한 팬이 이 티셔츠를 덥석 잡아 사이즈를 들여다봤다.
놀라운 점은, 이날 만난 대다수의 팬이 20대라는 것이다. 오아시스가 결성되던 1991년에는 태어나지도 않은 이들이다. 어렵게 공연 티켓도 2장을 구했다는 남녀커플을 만났다. 27세라 소개한 A 씨는 “콜드플레이를 듣다가 오아시스를 접했다. 고등학교 때부터 10년째 듣고 있고, 여자친구에게도 전파했다”면서 “오아시스는 여전히 브릿팝의 대표다. ‘하프 더 월드 어웨이’(Half the world away)와 ‘왓 에버’(What ever)를 특히 좋아한다”고 말했다.
두 개층으로 구성된 팬스토어에서 젊은 여성팬이 티셔츠를 고르고 있다.오아시스 공식 팬스토어 제공
23세 남성 B 씨는 리더 겸 기타리스트 노엘 갤러거(58)와 또래인 아버지를 통해 오아시스를 알게 됐다. 아버지가 듣던 ‘돈트 룩 백 인 앵거’(Don’t Look Back in Anger)와 ‘샴페인 슈퍼노바’(Champagne Supernova)가 이제는 아들의 플레이리스트에 담겼다. B 씨는 “통상 아들과 아버지 간 대화가 적지 않냐. 그 소통 창구가 오아시스였다”면서 “팬스토어에 간다고 하니 ‘그게 뭐냐?’고 물으시더라. 아버지 시대와 지금 시대에 오아시스를 즐기는 방식은 다르지만, 그들의 노래를 듣고 느끼는 감성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오아시스는 지난 1994년 데뷔 후 2009년 해체할 때까지 전 세계 누적 앨범량 9000만 장을 기록했다. 브릿팝의 단단함과 미국팝의 부드러움을 동시에 갖췄으며, 비틀스의 아성에 가장 근접한 밴드로 평가받는다. 말다툼 끝에 동생 리암 갤러거가 형 노엘에게 자두를 던졌다는 ‘막장’ 스토리가 해체의 배경이다. 하지만 지난해 돌연 “총성이 멈췄다”(The guns have fallen silent)며 돌연 재결합을 발표했다.
이번 오아시스의 내한 공연에 대해 대다수 팬들은 “특별하다”고 입을 모았다. 16년 만에 한국을 찾아서가 아니다. 형제 간 불화로 공식 해체까지 선언했던 오아시스가 또 어떤 방식으로 훌쩍 팬들 곁을 떠날지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이다. 하지만 오아시스를 좇는 팬들은 그들의 모든 행보를 존중한다. 또 다른 30대 남성팬은 “오아시스는 희망적인 노래도 부르지만, 양아치 같은 면모도 있다”고 도발적으로 말하면서도 “하지만 그들은 애써 스스로를 포장하려 하지 않는다. 그런 솔직함이 음악에도, 삶에도 그대로 드러나서 좋다”고 말했고, 30대 여성팬은 “한국에서 오아시스를 만날 수 있는 사실상 마지막 기회라고 다들 생각하고 있다. 그러니 이번 공연과 관련된 모든 행보가 소중하다”고 말했다.
안진용 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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