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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의료계가 9월에 복귀한 레지던트 고연차에게 수련 기간이 기준에 미달하는데도 내년 2월 전문의 시험 응시 기회를 부여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단 시험을 통과하더라도 내년 8월까지 수련을 정상적으로 마쳐야만 전문의 자격을 취득할 수 있는 '조건부' 조기 응시다. 하지만 남은 6개월간 충실한 수련이 이뤄질 거라 장담하기 어려운 데다 전문의 시험 규정과 원칙을 무력화하는 명백한 특혜라 의료계 내부에서도 반발이 적지 않다.
23일 의료 퇴직연금사업자 계에 따르면 전공의 수련을 담당하는 대한의학회와 24개 전문과목 학회 대표자들은 이날 회의를 열어 9월 복귀한 졸업 연차 전공의에게 내년 2월 전문의 시험 응시를 허용하기로 입장을 정했다. 논의 과정에서 예상 외로 반대하는 학회가 많아 결국 투표까지 진행됐고, 투표 결과 찬반이 정확하게 12대 12로 갈렸으나 대한의학회가 마지막으로 찬성표를 던지면서 찬성 여자자연산 의견으로 최종 확정됐다. 대한의학회는 회의 결과를 보건복지부에 전달할 예정이다.
'전문의의 수련 및 자격 인정 등에 관한 규정과 시행 규칙'에 따르면, 전공의가 수련을 받지 못한 기간이 3개월을 초과하는 경우 수련 기간 부족으로 연초에 시행되는 전문의 시험에 응시할 수 없다. 특례 조치가 없다면 9월 복귀자들은 내년 8월 수련을 마친 뒤 우리은행전세자금대출이자 반년을 더 기다려 내후년 2월에 전문의 시험을 봐야 한다.
복지부도 의료계 요청을 받아들여 전문의 시험 조기 응시를 허용할 것으로 보인다. 9월 복귀자를 위해 내년 8월 수련 종료에 맞춰 전문의 시험을 추가로 실시하는 방안도 그간 논의됐으나, 현실적으로 부담이 크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대한의학회도 30억 원이 넘는 예산, 서울시대학생 시험 문제 출제 어려움 등을 이유로 추가 시험 편성에 반대해 왔다.
다만 전문의 시험에 붙더라도 수련 시간을 채우지 못하거나 남은 수련을 충실히 하지 않는다면 합격은 취소된다. 수련병원들이 수련 종료 시기에 수련확인서를 복지부에 제출해야 전문의 자격증이 발급된다. 복지부는 이달 말 전문의 시험 공고가 나가기에 앞서 9월 복귀자의 전문의 국민행복기금이란 시험 조기 응시에 관한 구체적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의료계에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병원협회는 의정 갈등으로 의사 공급이 줄어 구인난이 심화됐다며 전문의 배출 시기를 앞당겨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수련병원들과 전문학회들은 전문의 합격자에 대한 관리·통제가 어렵고 수련의 질을 담보할 수 없을 것이라며 우려하고 있다. 실제로 전공의가 돌아왔지만 1년 반 공백 탓에 전공의 지도·관리가 더 어려워졌다고 한다.
수도권 대학병원 필수과의 한 교수는 "전문의 합격증도 받아 놨는데 남은 기간 수련이 제대로 이뤄지겠느냐"며 "특히 전임의(펠로)로 대학병원에 남지 않고 개원가로 가거나 병원을 옮기는 전공의들은 더욱더 통제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꼬집었다.
집단행동에 동참하지 않고 정상적으로 내년 2월 수련을 마치는 전공의나 앞서 3월 조기 복귀자들과의 형평성 문제도 제기된다. 지역 수련병원의 한 교수는 "결국 성실하게 수련을 받은 전공의들은 보상은커녕 불이익만 받게 되는 셈"이라며 "의료계 내부 갈등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의대 증원으로 수련의 질이 떨어질 것이라는 이유로 집단 사직한 전공의들이 수련을 다 마치지도 않고서 전문의 시험 조기 응시를 바라는 건 과도한 특혜 요구라는 지적도 많다. 정부도 의료계에 끌려다니며 스스로 원칙을 깼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남은경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사회정책국장은 "수련을 충실하게 잘 받았는지 확인하는 과정이 시험인데, 시험을 보고 수련을 마친다는 건 어불성설"이라며 "정부가 전공의들에게 계속 특혜를 준다면 의사들은 언제든 진료 거부를 무기 삼아 집단 이익을 관철시키려 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표향 기자 suzak@hankookilbo.c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