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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대문구 독립문역 인근 영천시장, 충정로 먹자골목, 경기대 인근 먹자골목(왼쪽부터). 박해윤 기자



서울 서대문구는 자연환경과 도시 인프라가 조화를 이루며, 교육·교통·주거가 균형 잡힌 서울 서북권의 핵심 지역이다. 서대문구에 주소지를 둔 근로자의 소득수준은 서삼보판지 주식
울시 전체 근로자의 평균치에 가깝다. 2024년 통계청의 시군구별 연말정산 소득신고 현황을 바탕으로 산출한 1인당 평균 소득 순위에서 서울시 25개 구 가운데 11위(4460만 원)를 기록했다. 

2024년 기준 서대문구 인구는 약 30만 명이며, 65세 이상 인구 비중이 19.7%로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다. 연세대와 CJ씨푸드 주식
이화여대가 위치한 신촌 일대는 젊은 층이 많고, 독립문 주변은 노년층 비중이 높은복합적 인구구조를 보인다. 정치 성향은 대체로 진보적이다. 2020년 제21대 총선, 2024년 제22대 총선, 2025년 제21대 대선 모두에서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가장 많은 표를 얻었다.
서울시 상권분석 서비스가 제공하는 통계치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서대문미주제강 주식
구의 생활밀접업종 폐업 건수는 518건(3.3%)으로 개업 건수 268건(1.7%)보다 2배 가까이 많았다. 2023년 1분기에는 폐업 건수(567건, 3.5%)와 개업 건수(547건, 3.4%)가 비슷했으나 2024년 1분기엔 폐업 건수(568건, 3.5%)가 개업 건수(473건, 2.9%)보다 100건 가까이 늘어났다. 최근 3년간 폐업률은 큰 변동이 차트연구소
없었지만 개업률이 급격히 감소했음을 알 수 있다. 
경기침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서대문구 소매점주들은 정부가 7월 21일부터 지급한 민생회복 소비쿠폰(이하 소비쿠폰) 덕분에 한숨 돌릴 수 있었을까. 이재명 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한 이들의 만족도는 어느 정도일까. 추석 연휴가 끝난 직후부터 나흘간 현장을 찾아 상인들의 목소리를 직접 들어봤다IT종목
.
"소비쿠폰 효과요? 잘 모르겠어요. 매출 변화가 거의 없어요."
서대문역과 독립문역 사이에 자리한 영천시장 상인들은 대부분 이렇게 말했다. 영천시장은 인근에 주택가와 오피스가 밀집해 있어 주민들뿐 아니라 직장인들도 자주 찾는 전통시장이다. 맛집도 여러 군데다. 코로나 사태로 정부가 처음 재난지원금을 지급했을 때는 맛집으로 소문난 식당들이 재미를 톡톡히 봤다고 한다. 그런데 이번엔 달랐다. 그런 맛집으로 꼽히는 한 고깃집 주인은 "추석 연휴에 다 써버렸는지 소비쿠폰으로 사 먹는 사람을 거의 보지 못했다"면서 "카드로 자동 결제돼서 소비쿠폰을 사용한 걸 모를 수도 있지만 예전에 재난지원금을 나눠줬을 때처럼 매출이 눈에 띄게 늘지 않았다"고 밝혔다. 도가니탕 맛집으로 유명한 한 식당 주인도 반응은 비슷했다. 

소비쿠폰 경제 활성화 효과, "별로 없었다"가 다수 "우리 가게는 인근뿐 아니라 멀리서도 먹으러 오는데 소비쿠폰을 지급한 뒤 손님이 더 늘거나 하진 않았어요. 매출은 그대로인데 물가도, 인건비도 많이 올라서 순수익은 전보다 못한 상황이에요." 

2030세대가 많이 찾는 신촌 먹자골목과 오피스 밀집 지역인 서울 지하철 2·5호선 충정로역 주변의 먹자골목 식당들, 주택가에 위치한 음식점들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소비쿠폰 덕에 매출이 크게 늘었다"는 식당이 한 곳도 없었다. 충정로에서 20년 넘게 닭칼국수를 팔고 있다는 60대 식당 주인은 "소비쿠폰이 풀린 후 점심 매출이 미미하게 올랐지만, 저녁 장사가 안돼 코로나 때보다 벌이가 시원찮다"며 "저녁에 술 한잔하는 손님, 회식하는 단체 손님이 줄어들어 밤에는 거리가 한산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인건비 부담 때문에 알바를 안 쓰고 친구랑 둘이 꾸려가고 있다. 이런 상황에 알바까지 쓰면 남는 게 없다"고 덧붙였다. 
30년 넘게 막국수 장사를 해온 70대 식당 주인도 "코로나 때가 오히려 장사가 더 잘됐다"며 "요즘처럼 장사하기 힘든 적은 처음"이라고 토로했다. 가장 큰 고충을 묻자 그의 하소연이 이어졌다.
"식재료비가 너무 올랐어요. 메뉴 가격을 올리면 손님이 줄까 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어요. 앞으로는 남는 듯하지만 뒤로 밑지는 상황이에요." 



서울 서대문사거리에 자리한 한 음식점에 ‘민생회복 소비쿠폰’ 사용처임을 알리는 알림판이 붙어 있다. 박해윤 기자



취재 과정에서 "식재료비 인상 때문에 힘들다"는 식당 주인을 여럿 만났다. 속재료를 풍성하게 넣은 김밥으로 맛집 반열에 오른 50대 분식집 주인은 "우리 집에서 제일 인기 있는 게 참치김밥인데 참치 가격이 너무 비싸져 걱정"이라고 했다. 초밥집을 운영하는 20대 청년 사장은 "연어랑 쌀값이 급등해 장사에 타격을 주고 있다. 연어값은 최근 1kg당 2만 원에서 1만8000원으로 약간 떨어졌는데 20kg에 4만~5만 원하던 쌀값이 7만~8만 원대로 오르더니 떨어질 줄 모른다"며 울상을 지었다. 


"특검 때문에 민생은 안중에 없는 듯하다"서민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해 정부가 민생회복 지원금을 지급하면 대다수 상인이 반색할 것 같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상인들은 하나같이 "재난지원금이든 소비쿠폰이든 돈이 풀리면 물가가 덩달아 오르는 것 같다"며 부정적 목소리를 냈다. 그러면서 제각각 "코로나19 팬데믹이 종료되고도 물가는 계속 올랐다" "윤석열 정부 때도 물가는 많이 올랐다" "고환율 때문에 수입산 가격이 급등했다"라고 덧붙였다. 

음식점과 달리 미용실, 네일숍, 편의점에선 "소비쿠폰이 뿌려진 후 매출이 확실히 늘었다"는 반응을 보였다. 매출이 20% 늘었다는 40대 편의점 주인은 "평소 오지 않던 중년의 주부들이 와서 이것저것 사간다"고 말했다. 충정로역 청년주택 인근의 40대 미용실 주인은 "소비쿠폰 발급 이전에는 폐업을 생각할 정도로 장사하기 힘들었는데 지금은 매출이 많이 늘었다"며 "평소 오지 않던 아주머니들, 아가씨들이 소비쿠폰 사용 가능 여부를 확인하고 나서 머리를 하고 간다"고 전했다. 
장사하기가 가장 힘들었던 시기로 상인 대부분이 윤석열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직후인 지난해 12월과 올해 1월을 꼽았다. 한 미용실 주인은 "시국이 어수선하니 외모를 꾸밀 생각이 나겠나"라며 "그때는 한 달에 한두 번은 꼭 오던 단골손님도 발길을 끊어 입에 풀칠하기가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이어진 그의 말이다. 
"윤석열 정부 때는 경기가 어려워도 아무런 경제적 지원이 없었는데 정권이 바뀌니 정부에서 소상공인에게 전기·수도세를 50만 원 지원해 줘서 큰 도움이 되고 있어요. 돈으로 준 건 아니에요. 연말까지 50만 원 한도 내에서 내가 쓰는 만큼 차감돼요."
신촌 먹자골목에서 20년 넘게 작은 커피숍을 운영해 온 50대 사장은 "윤석열, 김건희 얘기만 나와도 화가 치민다. 지금 진행하는 특검과 내란 수사가 빨리 끝나 더는 그 이름을 듣고 싶지 않다"며 적개심을 드러냈다. 취재하며 만난 상인 대다수가 12·3비상계엄 사태를 내란으로 받아들였다. 하지만 이번 정부의 3대 특검 수사를 달갑지 않게 바라보는 시선도 있었다. "특검 수사로 내란이 깔끔히 종결되길 바라지만, 특검이 모든 이슈를 빨아들여 피로감이 심하다" "특검 때문에 정부가 민생은 안중에도 없는 것 같다." "내란 재판을 진행 중인데 수백억 원이 드는 특검이 꼭 필요했나 싶다" 등의 의견이 있었다. 
이재명 정부가 들어선 후 경제 상황이 좋아졌다고 생각하는지에 대한 물음에는 대부분의 상인이 "크게 바뀐 게 없다"고 답했다. "더 나빠졌다"는 의견도 일부 있었다. 50대 편의점 주인은 경제 상황이 안 좋아진 이유에 대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관세를 높이고 전 세계적으로 불경기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30대 사주카페 사장은 "문재인 정부 때부터 시작된 남녀 갈라치기에 근본 원인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어 그는 이렇게 말했다.
"젠더 갈등이 심해지면서 이성에 대한 불신과 적대감이 커졌고 데이트를 즐기는 남녀도 줄었어요. 우리나라 경제 소비 주체는 2030세대잖아요. 그런데 이성 교제와 결혼을 꺼리면서 1인 가구가 많아지고 씀씀이가 줄어들어 소비가 위축됐어요. 극장 운영이 어려워진 것도 데이트하는 사람이 줄어서라고 생각해요. 우리 가게도 마찬가지입니다. 예전엔 쌍쌍이 와서 커피도 마시고 사주도 보고 했는데 지금은 그런 커플이 별로 없어요."
스스로 "이재명 대통령의 팬"이라고 밝힌 40대 소매점주도 "지금은 경제 상황이 좋지 않은 게 맞다"고 했다. 그는 "모두 트럼프 때문"이라며 "대통령이 열심히 뛰고 있으니 곧 좋아질 거라 믿는다"고 말했다. 

"진정 국민을 위한 일인지 생각해 보길"이재명 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한 물음에는 긍정보다 부정 평가가 많았다. 체감할 정도로 잘하는 것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60대 식당 주인은 이 대통령이 취임 직후 실행한 '부채 탕감'에 불만이 많았다. 그는 "코로나 때부터 장사가 안돼 빚이 크게 늘었다. 그 빚을 갚으려고 허리띠를 졸라매고 먹고 싶은 것도 못 먹고 살았는데 빚을 하나도 못 갚은 사람은 탕감해 주는 게 상식적인 일인가"라며 "그 때문에 화병이 날 뻔했다"고 말했다. 20대 카페 주인을 비롯한 몇 사람은 소비쿠폰 같은 현금 살포성 정책을 비판했다. 다음은 카폐 주인의 얘기다. 

"민생회복 명목으로 현금을 살포해서 국민의 환심을 산 다음 세금을 잔뜩 올리려는 꼼수가 아닌가 싶어요 15만 원짜리 소비쿠폰을 준다고 개인의 삶의 질이 높아지진 않거든요. 그런데도 국민 전체에 지원해 그 액수가 천문학적인 숫자예요. 사실상 국가부채고 결국 국민이 갚아야 해요. 퍼주는 게 능사가 아니에요. 이런 게 진정 국민을 위한 일인지 되묻고 싶어요."
60대 식당 주인은 소비쿠폰이 소상공인 간 부익부 빈익빈의 양극화를 심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소비쿠폰을 전 국민에게 나눠줬어도 그 돈이 모든 가게에 균일하게 쓰이진 않는다. 그 때문에 웃는 상인도 있지만 우는 상인도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민생을 안정시킬 경제 대통령이라는 기대에 아직은 부응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눈앞의 인기에 연연하지 말고 진정 민생을 위한 정책을 펼치기 바란다"는 소망도 덧붙였다. 
취재에 응한 서대문구 상인들은 대통령에게 바라는 점을 묻자 "장사가 잘되게 해달라" "물가를 안정시켜 달라"는 바람을 우선적으로 요청했다. "모두가 안심하고 잘살 수 있는 나라를 만들어달라" "청년이 희망을 가질 수 있는 사회를 조성해 달라" "일자리가 풍부한 나라를 원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김지영 기자 kjy@donga.c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