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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혼다 'CBR 1000RR-R 파이어블레이드 S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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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땡글이 작성일21-01-04 23:41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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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혼다의 ‘CBR 1000RR-R 파이어블레이드 SP’에는 최고 출력 215마력의 엔진이 탑재됐다. 앞뒤 바퀴 거리가 이전 모델보다 5㎝ 이상 길어졌지만, 핸들링 특성은 오히려 날카롭게 느껴진다. 사진 양현용

    혼다의 슈퍼바이크 ‘CBR 1000RR’ 시리즈는 슈퍼바이크에 대한 혼다만의 고집이 담겨 있다. 지금까지의 CBR 1000RR은 ‘토털 컨트롤’이라는 슬로건 아래 서킷과 도로를 무대로 뛰어난 균형과 안정적인 움직임, 운전자의 의도를 잘 따라와 주는 슈퍼바이크의 대명사였다. 전반적으로 담백한 구성으로 자극은 부족했지만, 바이크를 다루고 있다는 게 느껴진다는 점이 가장 좋았다.

    혼다는 더블알(RR)의 이름 뒤에 R 하나를 더해 완전히 새로운 바이크를 만들었다. CBR 1000RR이 데뷔한 2004년 이래로 가장 큰 폭의 변화다. 도로와 트랙 모두에서 즐거운 바이크가 아니라 트랙에서 더 빠른, 경쟁에서 이기기 위한 바이크로 목표를 재정립했다. 이를 위해 기존 세대와 호환되는 부품이 거의 없을 정도로 첫 단계부터 새롭게 설계됐다.

    당연히 디자인도 완전히 새롭게 바뀌었다. 전 세대의 CBR 1000RR 시리즈 중 가장 터프하고 남성적인 디자인이었기에 신형 CBR 1000RR-R 파이어블레이드 SP(이하 트리플알)의 디자인 변화가 더 극적으로 느껴진다. 프런트를 낮게 깔고 헤드라이트를 가늘게 표현해 더욱 공격적인 인상을 준다. 측면에서 볼 때는 연료탱크 라인부터 리어(차체 뒷부분)까지가 한 라인으로 이어지는 느낌이 혼다의 ‘모토GP’ 머신을 쏙 빼닮았다. 차체 좌우에는 모토GP 머신에서 배양된 공기역학 기술이 도입됐다. 차체를 부풀리지 않으면서도 영리하게 다운포스(비행기를 띄워주는 양력과 반대되는 힘)를 얻는 방식이다.

    풋패그(발판)는 높아지고 핸들은 더 멀고 낮아졌다. 차체는 더 낮고 길게 느껴지며 덕분에 전후 포지션에도 여유가 많아졌다. 허벅지 사이에 착 감기는 느낌이나 단단한 시트가 레이스 머신의 분위기를 고조시킨다. 혼다가 트리플알로 경쟁하고자 하는 모델은 더는 일본 브랜드가 아니라 BMW와 두카티, 아프릴리아 등의 유럽 브랜드다. 최신 전자 장비를 모두 채용하는 것은 물론 고성능 부품을 통해 레이스 머신으로서의 자태를 완성했다.

    연료탱크 라인부터 리어까지가 한 라인으로 이어지는 느낌이 혼다의 모토GP머신을 빼닮았다. 사진 양현용

    반전 있는 주행 성능

    새로운 엔진은 215마력으로 슈퍼바이크 중에서도 톱 클래스 출력이다. 하지만 새로운 엔진에서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은 토크 특성이다. 엔진의 회전수가 낮을 때는 정말 부드럽게 달린다. 하지만 회전수가 올라가다 7000을 넘어서면 무섭게 치고 나가기 시작한다. 주행 초반에는 215마력이 맞는지에 대한 의문을 품었다가 제대로 달리기 시작했을 때 뒤통수를 세게 한 대 얻어맞은 느낌이 들었다. 그 차이가 상당히 커서 ‘내가 알고 있던 그 CBR이 맞는지 의심스러울 정도’의 강력한 반전이었다.

    특히 1만을 넘어서면 엔진이 만들어내는 에너지가 사방으로 마구 흘러나오는 느낌이다. 순정 머플러의 배기음은 슈퍼바이크의 카리스마를 제대로 담아내고 있다. 거침없이 매끄럽게 치고 올라가는 고음이 온몸을 소름 돋게 한다. 그 사운드에 매료돼 괜히 스로틀(가속레버)을 돌려볼 정도다.

    놀라운 점은 앞뒤 바퀴 거리가 이전 모델과 비교하면 5㎝ 이상 길어졌음에도 핸들링 특성은 오히려 날카롭게 느껴진다는 것이다. 주행 초반에는 바이크를 기울여 돌 때 정작 내가 그리려는 원보다 바이크가 더 작게 라인을 그리는 탓에 스로틀을 더 열어 돌아나가기도 했다. 바이크를 일으키며 가속할 때 리어의 안정감도 탁월했다.

    엔진의 회전수가 낮을 때는 부드럽게 달리지만, 회전수가 7000rpm을 넘으면 무섭게 치고 나가기 시작한다. 사진 양현용프런트를 낮게 깔고 헤드라이트를 가늘게 표현한 디자인은 더욱 공격적인 인상을 준다. 사진 혼다코리아

    어렵지만 재미있는 바이크

    하지만 지난 트랙 주행을 복기해보면 내게 트리플알은 어려운 바이크였다. 만약에 이 바이크가 트랙에서 쉽게 느껴진다면 완전 초보거나 상당한 고수일 것이다. 당연하겠지만 서킷을 관광하듯 천천히 달리면 편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바이크로 빠르게 달려보려고 할수록 어려웠다.

    코너를 탈출하며 재가속할 때 회전수를 높게 유지하지 못하면 힘이 부족하고 가속은 두 박자씩 늦어진다. 탈출까지 엔진의 회전수를 살려야 하는데 1000㏄ 슈퍼바이크의 회전수를 높게 살려가며 타는 것이 생각보다 어려웠다. 그렇다고 기어를 한 단 내려 돌기에는 저항이 크고 과도한 토크가 나와 버리기 때문에 스로틀을 조작하기가 까다롭다.

    하지만 정말 재밌게 즐기면서 탔다. 높은 한계를 가진 트리플알이 만들어주는 넓은 울타리가 있었기 때문에 그 안에서 아무리 갈팡질팡하더라도 다시 방향을 잡는 것이 어렵지 않았다. 랩(서킷 한 바퀴)을 더할 때마다 조금씩 도전하게 되고 새로운 것을 시도하게 된다. 다음 랩에는 어떠한 시도를 해볼지, 어떻게 라인을 그려볼지, 많은 고민을 하며 달리게 된다. 이전 랩에서 아쉬움이 남던 코너를 이전보다 깔끔하게 돌아나가고 이어서 폭발적인 가속을 즐기면서 다음 코너로 향할 때의 기분은 환상적이었다.

    이날의 테스트에서 가장 아쉬웠던 점이 ‘더 달려보고 싶었는데 끝나버렸다’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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