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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4월5일 팔레스타인 땅 가자지구 중심부에 있는 학교를 개조한 대피소에서 피란민 팔레스타인 아이가 콘크리트 벽 사이를 쳐다보고 있다. 신화 연합뉴스
리나는 콘크리트 더미 위로 걸었다. 콘크리트 부스러기가 무너져 내리며 몇 번이나 고꾸라질 뻔했지만 웅덩이를 피하려면 그 수밖에 없었다. 겨울이라 비가 잦은데 콘크리트 가루와 진흙이 배수구를 막아버려서 길마다 큰 웅덩이가 생긴 터였다. 오늘은 흰 수염이 수북하고 빨간 옷을 입고 다닌다는 이 아이들에게 선물을 나눠주는 날이다. 리나보다 다섯 살 많은 살마 언니는 을 본 적이 있 야마토게임하기 다고 했다. 물론 엄마가 살아 있을 때의 일이다. 엄마는 리나가 세 살 때 아기를 낳다가 죽었다. 엄마가 죽은 뒤로는 12월24일이 되어도 이 오지 않았다.
저녁이 되자 비구름이 더 낮게 깔렸다. 그래선지 칸유니스1의 하늘과 땅이 딱 붙어버린 것 같았다. 콘크리트 잔해와 먼지, 무너진 건물의 철근으로 칸유니스의 거리는 늘 비구름 오리지널바다이야기 빛깔이었으니까. 리나는 아빠의 심부름으로 유성펜을 구하러 가는 길이었다. 무너진 학교에 가서 피란민들에게 부탁하면 유성펜 한 자루쯤은 얻을 수 있을 거라 했다. 폭격을 맞은 뒤로 학교는 피란민들의 텐트촌으로 변했고, 학교에서 쓰던 물건도 그들 차지가 되었다. 아빠는 심이 두껍고 색이 선명한 유성펜일수록 좋다고 했다.
아빠가 먼 데까지 리나 바다이야기게임장 를 심부름 보내는 건 처음 있는 일이었다. 평소에는 살마 언니를 보냈으니까. 하지만 살마 언니는 학교보다 곱절 먼 곳에 있는 고모 집에 가고 없었다. 언니는 고모 집에서 열 밤도 넘게 자고 올 예정이었다.
아빠는 새해가 되면 대규모 공습이 있을 거라는 소문이 돈다면서 언니를 보내야 한다고 했다. 가족 중 누가 죽으면 살아남은 가족이 장례를 바다이야기무료 치러야 하기 때문에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해서 맏이인 언니와 아빠는 떨어져 지내야 한다는 것이었다. 리나는 언니가 가고 자신이 남아서 다행이라 생각했다. 고모가 바삭하게 튀겨낸 팔라펠을 맛볼 수 없는 건 아쉽지만 그래도 아빠와 함께 있는 편이 좋았다.
*
날이 어두워지는데도 리나는 서두르지 않았다. 사실 리나는 최대한 온라인야마토게임 늦게까지 집 밖에서 버틸 생각이었다. 은 밤에 다녀가기 때문에 그의 눈에 띄려면 밤까지 거리에 있어야 했다. 언니 말로는 은 엄마가 없는 집들은 건너뛴다고 했다. 커피를 대접할 안주인이 죽고 없는 홀아비 집에는 본래 손님이 뜸한 법이라면서.
리나는 오늘 밤에 을 만날 수 있으리라 확신했다. 아침에 후투티를 보았기 때문이다. 후투티는 칸유니스가 알록달록한 빛깔을 잃고 목탄화처럼 변해가는 동안에도 본래의 옅은 오렌지색을 지켜낸 새였다. 그래서 리나의 가족에게 후투티는 행운의 상징이었다.
리나는 날이 캄캄해져서야 학교 근처에 도착했다. 건물 잔해가 터널을 이루는 곳을 기어서 빠져나갔을 때였다.
하늘에서 위이잉, 위이잉 소리가 나더니 커다란 그림자가 내려왔다. 드론이었다. 리나는 드론이 얼마나 위험한 기계인지 알고 있었다. 아빠의 친구 히샴 아저씨와 그 집 아이들도 드론이 쏜 총에 맞아 죽었다. 리나는 방금 빠져나온 터널로 다시 기어 들어갔다. 리나 같은 어린아이나 간신히 드나들 정도로 좁은 통로여서 드론은 쫓아오지 못했다. 리나는 터널 벽 쪽으로 바싹 붙어서 몸을 웅크렸다. 터널 밖에서 기계음이 울렸다.
*
“이봐 친구, 겁낼 것 없어. 널 공격하려는 게 아니야. 숨지 말고 나와봐.”
곧이어 터널 근처에 무언가 툭 하고 떨어지는 기척이 났다.
“사탕이야. 아는지 모르겠지만 내일이 크리스마스거든.”
리나도 ‘크리스마스’가 뭔지 알고 있었다. 그건 ‘이드 알밀라드’2를 다른 나라 말로 표현한 것이었다. 리나는 돌연 가슴이 뛰었다. 이드 알밀라드 전날 밤에 어린이에게 사탕을 선물해주는 존재라면….
“혹시 이 보낸 드론이에요?”
“? 아, 산타클로스 말이구나! 맞아, 날 이라 불러도 좋아.”
리나는 터널 밖으로 걸어 나가서 몸을 일으켰다. 아빠의 몸집보다 큰 드론이 리나의 눈높이에 떠 있었다. 윙윙거리는 드론을 보며 리나는 오랜 궁금증 하나를 해결했다.한 사람이 어떻게 그 많은 어린이에게 선물을 나눠주는지 내내 의문이었다. 드론을 이용해서 그 문제를 해결한 걸 보면 은 똘똘한 노인임이 틀림없었다.
리나는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바닥에 떨어진 사탕 꾸러미를 주웠다. 두툼한 진공 비닐팩을 벗겨내자 납작납작한 캔디가 든 봉지들, 역시나 단추처럼 생긴 초콜릿이 든 봉지들, 막대사탕 봉지들이 있었다. 맘에 드는 선물이었다.
“고마워요, . 내 소원 중 하나가 을 만나는 거였어요.”
“팔레스타인 아이가 을 기다리다니, 그것 참 흥미로운데?”
“이드 밀라드 마지드!3 우리 가족 모두 예수님을 좋아해요.”
“이유를 물어도 될까?”
“예수님도 우리 가족 같은 난민이었으니까요. 예수님의 엄마 아빠가 갓난아기인 예수님을 데리고 이집트로 달아나야 했거든요. 아기를 죽이려는 사람들을 피해서요. 우리 아빠의 할아버지도 살던 곳에서 쫓겨났거든요.”
“거기가 어딘데?”
“알마즈달4이요. 오렌지랑 레몬, 자몽 과수원이 있고 후투티가 많이 사는 예쁜 도시랬어요. 알마즈달에 살 때 우리 아빠의 할아버지는 사람의 몸을 연구하는 학생이었대요. 아빠는 내가 똑똑한 게 그 할아버지를 닮아서랬어요.”
“그 할아버지의 이름을 알고 있니?”
“그럼요. 아빠의 할아버지는 마무드 빈 자이드예요. 할아버지는 나중에 학자가 됐어요. 집에 할아버지가 쓴 책도 있어요.”
“책 제목이 뭔지 아니?”
“당연하죠. ‘우리는 모두 같은 언어로 쓰였습니다’예요. 아빠는 가끔씩 언니랑 나를 앉혀놓고 그 책을 읽어줘요. 어려운 말이 많이 나오는 책이지만 아빠가 설명해주면 알아들을 수 있어요. 지구에 사는 모든 동물과 식물, 그러니까 사람도 후투티도, 오렌지도 모두 네 개의 문자로 쓰였대요. 신기하죠?”
“아, A, T, G, C 유전자 염기서열을 말하는 거구나. 그래, 지구상의 모든 생물은 다 그 네 가지 염기서열의 조합으로 이루어져 있지. 아빠의 할아버지 이름도 알고 어려운 책 내용도 알고, 너 정말 똑똑하구나. 그런데 이 시간에 넌 여기서 뭘 하고 있었어?”
“저기 학교에 가던 길이었어요. 아빠가 유성펜을 구해오라고 했거든요.”
“유성펜은 뭐에 쓰려고?”
“새해가 되면 큰 폭격이 있을지도 모른대요. 그래서 내 팔이랑 다리, 아빠 팔이랑 다리에 우리 가족 이름을 써두려는 거예요. 혹시 우리가 폭탄에 맞아서 여러 조각으로 흩어지면 다른 사람이 우리 가족의 조각들을 찾아서 묻어줘야 하니까요.”
“아하, 그런 용도구나. 수성펜은 비에 쉽게 지워지니까 유성펜이 낫겠네. 그럼 난 이제 가봐야겠다. 너도 알겠지만 에겐 오늘 밤이 정말 바쁘거든.”
“알았어요. 선물 고마워요, .”
“그래, 맘에 드는 유성펜을 구했으면 좋겠구나, 리나 빈트 유세프5.”
2026년 4월5일 팔레스타인 땅 가자지구 중심부에 있는 학교를 개조한 대피소에서 피란민 팔레스타인 아이가 하늘을 바라보고 있다. 신화 연합뉴스
*
리나는 자신이 유세프의 딸이라는 걸 이 어떻게 아는지 의문이었다. 하지만 리나가 물어볼 틈도 없이 은 어두운 하늘로 솟구쳐서 순식간에 멀어져갔다. 리나는 제 품 안의 사탕 꾸러미와 학교 쪽을 갈마보다가 터널로 기어 들어갔다. 빨리 집에 가고 싶었다. 을 만났다고 자랑도 하고 아빠랑 초콜릿도 나눠 먹고 싶었다. 터널을 빠져나온 리나는 집을 향해 뛰었다. 그러고 보니 너무 오래 집에서 나와 있었다. 아빠는 몇 해 전 폭격으로 양쪽 무릎 아래쪽을 잘라낸 터였다. 손재주 좋은 칼리드 삼촌이 바퀴 달린 의자를 만들어주긴 했지만 아빠는 대부분의 시간을 집 안에만 있었다. 길이 다 망가져서 아빠 혼자 힘으로는 바퀴 달린 의자를 밀고 다닐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도 리나가 곁에 있으면 아빠도 심심해하지 않았다.
오늘 밤에는 아마 아빠도 신이 날 것이다. 이 준 초콜릿과 사탕을 나눠 먹으며, 난민이 된 예수 가족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밤이 깊어가는 줄도 모를 테니까. 무너진 병원 옆을 지나는데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났다. 리나는 초콜릿 한 봉지만 먼저 먹을까 생각하다가 이내 고개를 저었다. 아빠 보는 데서 사탕과 초콜릿 봉지를 와르르 쏟은 다음, 살마 언니 몫을 따로 남겨놓고, 그다음에 먹는 편이 더 나을 듯했다.
리나가 집으로 달려가던 그 시각, 정찰드론 운용 인공지능(AI) 시스템 ‘네비임’에 대상 정보가 업데이트됐다.
주요 표적: 칼리드 빈 아흐메드(Hamas Operative)
연계 표적: 유세프 빈 아흐메드(친형제, 정보 지원 의심 가능)
부수정보1: 알마즈달(현 아슈켈론) 출신 생명윤리학자, 1세대 팔레스타인 해방운동가 마무드 빈 자이드의 직계 후손
부수정보2: 새해 공세 작전 관련 기밀 유출 정황
위치: 칸유니스 제4구역
등급: [Alpha-Red(즉시 타격 권장)]
부수적 피해 예측: 아동 1명(리나) 외
1.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남쪽에 있는 도시
2. 아랍어로 ‘크리스마스’라는 뜻
3. 아랍어로 ‘메리 크리스마스’라는 뜻
4. 지금의 이스라엘 아슈켈론
5. ‘유세프 딸 리나’라는 뜻
김아직 소설
리나는 콘크리트 더미 위로 걸었다. 콘크리트 부스러기가 무너져 내리며 몇 번이나 고꾸라질 뻔했지만 웅덩이를 피하려면 그 수밖에 없었다. 겨울이라 비가 잦은데 콘크리트 가루와 진흙이 배수구를 막아버려서 길마다 큰 웅덩이가 생긴 터였다. 오늘은 흰 수염이 수북하고 빨간 옷을 입고 다닌다는 이 아이들에게 선물을 나눠주는 날이다. 리나보다 다섯 살 많은 살마 언니는 을 본 적이 있 야마토게임하기 다고 했다. 물론 엄마가 살아 있을 때의 일이다. 엄마는 리나가 세 살 때 아기를 낳다가 죽었다. 엄마가 죽은 뒤로는 12월24일이 되어도 이 오지 않았다.
저녁이 되자 비구름이 더 낮게 깔렸다. 그래선지 칸유니스1의 하늘과 땅이 딱 붙어버린 것 같았다. 콘크리트 잔해와 먼지, 무너진 건물의 철근으로 칸유니스의 거리는 늘 비구름 오리지널바다이야기 빛깔이었으니까. 리나는 아빠의 심부름으로 유성펜을 구하러 가는 길이었다. 무너진 학교에 가서 피란민들에게 부탁하면 유성펜 한 자루쯤은 얻을 수 있을 거라 했다. 폭격을 맞은 뒤로 학교는 피란민들의 텐트촌으로 변했고, 학교에서 쓰던 물건도 그들 차지가 되었다. 아빠는 심이 두껍고 색이 선명한 유성펜일수록 좋다고 했다.
아빠가 먼 데까지 리나 바다이야기게임장 를 심부름 보내는 건 처음 있는 일이었다. 평소에는 살마 언니를 보냈으니까. 하지만 살마 언니는 학교보다 곱절 먼 곳에 있는 고모 집에 가고 없었다. 언니는 고모 집에서 열 밤도 넘게 자고 올 예정이었다.
아빠는 새해가 되면 대규모 공습이 있을 거라는 소문이 돈다면서 언니를 보내야 한다고 했다. 가족 중 누가 죽으면 살아남은 가족이 장례를 바다이야기무료 치러야 하기 때문에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해서 맏이인 언니와 아빠는 떨어져 지내야 한다는 것이었다. 리나는 언니가 가고 자신이 남아서 다행이라 생각했다. 고모가 바삭하게 튀겨낸 팔라펠을 맛볼 수 없는 건 아쉽지만 그래도 아빠와 함께 있는 편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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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이 어두워지는데도 리나는 서두르지 않았다. 사실 리나는 최대한 온라인야마토게임 늦게까지 집 밖에서 버틸 생각이었다. 은 밤에 다녀가기 때문에 그의 눈에 띄려면 밤까지 거리에 있어야 했다. 언니 말로는 은 엄마가 없는 집들은 건너뛴다고 했다. 커피를 대접할 안주인이 죽고 없는 홀아비 집에는 본래 손님이 뜸한 법이라면서.
리나는 오늘 밤에 을 만날 수 있으리라 확신했다. 아침에 후투티를 보았기 때문이다. 후투티는 칸유니스가 알록달록한 빛깔을 잃고 목탄화처럼 변해가는 동안에도 본래의 옅은 오렌지색을 지켜낸 새였다. 그래서 리나의 가족에게 후투티는 행운의 상징이었다.
리나는 날이 캄캄해져서야 학교 근처에 도착했다. 건물 잔해가 터널을 이루는 곳을 기어서 빠져나갔을 때였다.
하늘에서 위이잉, 위이잉 소리가 나더니 커다란 그림자가 내려왔다. 드론이었다. 리나는 드론이 얼마나 위험한 기계인지 알고 있었다. 아빠의 친구 히샴 아저씨와 그 집 아이들도 드론이 쏜 총에 맞아 죽었다. 리나는 방금 빠져나온 터널로 다시 기어 들어갔다. 리나 같은 어린아이나 간신히 드나들 정도로 좁은 통로여서 드론은 쫓아오지 못했다. 리나는 터널 벽 쪽으로 바싹 붙어서 몸을 웅크렸다. 터널 밖에서 기계음이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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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봐 친구, 겁낼 것 없어. 널 공격하려는 게 아니야. 숨지 말고 나와봐.”
곧이어 터널 근처에 무언가 툭 하고 떨어지는 기척이 났다.
“사탕이야. 아는지 모르겠지만 내일이 크리스마스거든.”
리나도 ‘크리스마스’가 뭔지 알고 있었다. 그건 ‘이드 알밀라드’2를 다른 나라 말로 표현한 것이었다. 리나는 돌연 가슴이 뛰었다. 이드 알밀라드 전날 밤에 어린이에게 사탕을 선물해주는 존재라면….
“혹시 이 보낸 드론이에요?”
“? 아, 산타클로스 말이구나! 맞아, 날 이라 불러도 좋아.”
리나는 터널 밖으로 걸어 나가서 몸을 일으켰다. 아빠의 몸집보다 큰 드론이 리나의 눈높이에 떠 있었다. 윙윙거리는 드론을 보며 리나는 오랜 궁금증 하나를 해결했다.한 사람이 어떻게 그 많은 어린이에게 선물을 나눠주는지 내내 의문이었다. 드론을 이용해서 그 문제를 해결한 걸 보면 은 똘똘한 노인임이 틀림없었다.
리나는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바닥에 떨어진 사탕 꾸러미를 주웠다. 두툼한 진공 비닐팩을 벗겨내자 납작납작한 캔디가 든 봉지들, 역시나 단추처럼 생긴 초콜릿이 든 봉지들, 막대사탕 봉지들이 있었다. 맘에 드는 선물이었다.
“고마워요, . 내 소원 중 하나가 을 만나는 거였어요.”
“팔레스타인 아이가 을 기다리다니, 그것 참 흥미로운데?”
“이드 밀라드 마지드!3 우리 가족 모두 예수님을 좋아해요.”
“이유를 물어도 될까?”
“예수님도 우리 가족 같은 난민이었으니까요. 예수님의 엄마 아빠가 갓난아기인 예수님을 데리고 이집트로 달아나야 했거든요. 아기를 죽이려는 사람들을 피해서요. 우리 아빠의 할아버지도 살던 곳에서 쫓겨났거든요.”
“거기가 어딘데?”
“알마즈달4이요. 오렌지랑 레몬, 자몽 과수원이 있고 후투티가 많이 사는 예쁜 도시랬어요. 알마즈달에 살 때 우리 아빠의 할아버지는 사람의 몸을 연구하는 학생이었대요. 아빠는 내가 똑똑한 게 그 할아버지를 닮아서랬어요.”
“그 할아버지의 이름을 알고 있니?”
“그럼요. 아빠의 할아버지는 마무드 빈 자이드예요. 할아버지는 나중에 학자가 됐어요. 집에 할아버지가 쓴 책도 있어요.”
“책 제목이 뭔지 아니?”
“당연하죠. ‘우리는 모두 같은 언어로 쓰였습니다’예요. 아빠는 가끔씩 언니랑 나를 앉혀놓고 그 책을 읽어줘요. 어려운 말이 많이 나오는 책이지만 아빠가 설명해주면 알아들을 수 있어요. 지구에 사는 모든 동물과 식물, 그러니까 사람도 후투티도, 오렌지도 모두 네 개의 문자로 쓰였대요. 신기하죠?”
“아, A, T, G, C 유전자 염기서열을 말하는 거구나. 그래, 지구상의 모든 생물은 다 그 네 가지 염기서열의 조합으로 이루어져 있지. 아빠의 할아버지 이름도 알고 어려운 책 내용도 알고, 너 정말 똑똑하구나. 그런데 이 시간에 넌 여기서 뭘 하고 있었어?”
“저기 학교에 가던 길이었어요. 아빠가 유성펜을 구해오라고 했거든요.”
“유성펜은 뭐에 쓰려고?”
“새해가 되면 큰 폭격이 있을지도 모른대요. 그래서 내 팔이랑 다리, 아빠 팔이랑 다리에 우리 가족 이름을 써두려는 거예요. 혹시 우리가 폭탄에 맞아서 여러 조각으로 흩어지면 다른 사람이 우리 가족의 조각들을 찾아서 묻어줘야 하니까요.”
“아하, 그런 용도구나. 수성펜은 비에 쉽게 지워지니까 유성펜이 낫겠네. 그럼 난 이제 가봐야겠다. 너도 알겠지만 에겐 오늘 밤이 정말 바쁘거든.”
“알았어요. 선물 고마워요, .”
“그래, 맘에 드는 유성펜을 구했으면 좋겠구나, 리나 빈트 유세프5.”
2026년 4월5일 팔레스타인 땅 가자지구 중심부에 있는 학교를 개조한 대피소에서 피란민 팔레스타인 아이가 하늘을 바라보고 있다. 신화 연합뉴스
*
리나는 자신이 유세프의 딸이라는 걸 이 어떻게 아는지 의문이었다. 하지만 리나가 물어볼 틈도 없이 은 어두운 하늘로 솟구쳐서 순식간에 멀어져갔다. 리나는 제 품 안의 사탕 꾸러미와 학교 쪽을 갈마보다가 터널로 기어 들어갔다. 빨리 집에 가고 싶었다. 을 만났다고 자랑도 하고 아빠랑 초콜릿도 나눠 먹고 싶었다. 터널을 빠져나온 리나는 집을 향해 뛰었다. 그러고 보니 너무 오래 집에서 나와 있었다. 아빠는 몇 해 전 폭격으로 양쪽 무릎 아래쪽을 잘라낸 터였다. 손재주 좋은 칼리드 삼촌이 바퀴 달린 의자를 만들어주긴 했지만 아빠는 대부분의 시간을 집 안에만 있었다. 길이 다 망가져서 아빠 혼자 힘으로는 바퀴 달린 의자를 밀고 다닐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도 리나가 곁에 있으면 아빠도 심심해하지 않았다.
오늘 밤에는 아마 아빠도 신이 날 것이다. 이 준 초콜릿과 사탕을 나눠 먹으며, 난민이 된 예수 가족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밤이 깊어가는 줄도 모를 테니까. 무너진 병원 옆을 지나는데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났다. 리나는 초콜릿 한 봉지만 먼저 먹을까 생각하다가 이내 고개를 저었다. 아빠 보는 데서 사탕과 초콜릿 봉지를 와르르 쏟은 다음, 살마 언니 몫을 따로 남겨놓고, 그다음에 먹는 편이 더 나을 듯했다.
리나가 집으로 달려가던 그 시각, 정찰드론 운용 인공지능(AI) 시스템 ‘네비임’에 대상 정보가 업데이트됐다.
주요 표적: 칼리드 빈 아흐메드(Hamas Operative)
연계 표적: 유세프 빈 아흐메드(친형제, 정보 지원 의심 가능)
부수정보1: 알마즈달(현 아슈켈론) 출신 생명윤리학자, 1세대 팔레스타인 해방운동가 마무드 빈 자이드의 직계 후손
부수정보2: 새해 공세 작전 관련 기밀 유출 정황
위치: 칸유니스 제4구역
등급: [Alpha-Red(즉시 타격 권장)]
부수적 피해 예측: 아동 1명(리나) 외
1.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남쪽에 있는 도시
2. 아랍어로 ‘크리스마스’라는 뜻
3. 아랍어로 ‘메리 크리스마스’라는 뜻
4. 지금의 이스라엘 아슈켈론
5. ‘유세프 딸 리나’라는 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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