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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르는서울 종로구 서촌에 순한글로 '스타벅스'로 쓰여진 간판과 영문으로 'Coffee bean'(커피빈)이라고 쓰여진 간판이 맞붙어있다 /유병훈 기자


대부분의 가게가 간판에 상호를 한글로 써놓아 ‘한글미’를 뽐냈던 경복궁 왼편 서울 종로구 서촌에 영어 등 비(非)한글 간판이 늘어나고 있다. 이곳은 한복을 빌려주는 대여점도 많아 한국 고유의 분위기가 강조되는 지역이다. 한 외국인 관광객은 “한국스럽지 않다”고 말했다.
◇2010년 문 연 ‘스타벅스’ 간판 옆 올해 문 연 ‘Coffee Bean’
서촌에 한글 간판이 본격적으로 늘어난 것은 2011년쯤부터다. 종로구는 세종대왕이 태어난 곳이 통의동이라며, 가까운 누상동·누하슬롯종류
동·옥인동·통인동·효자동·창성동·체부동 등을 묶어 ‘세종마을’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이후 일대 점포 상당수가 간판을 한글로 바꿔 달았다. 외국계 커피 브랜드인 스타벅스도 일반적인 ‘STARBUCKS’가 아닌 한글로 ‘스타벅스’라는 간판을 달았다. 영어 등 외국어로 지은 상호도 간판에는 한글을 썼다.
그런데 최근 거리 분위오션파라다이스7게임
기가 바뀌었다. 지난 2일 기자가 서촌을 찾아 경복궁역에서 자하문로를 따라 200m쯤 걸어가며 길 양측에 걸린 간판을 살펴보니, 93개 점포 중 20개(21.5%)가 한글이 없거나 있더라도 글씨 크기가 작았다.



종로구 서촌 상점의 간판. 왼쪽은 2016년 7월에 있던 한글 한화손해보험 주식
간판, 오른쪽은 2025년 8월 같은 장소에 있는 영어 간판 /카카오맵 로드뷰 캡처


이후 한 포털 사이트가 제공하는 지도 로드뷰에서 9년 전인 2016년 8월 사진을 보니, 상당수 점포 간판이 한글에서 외국어로 바뀐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현재 영어로 ‘MEGA COFFEE(메가쌍용차주가
커피)’라고 적힌 점포에는 ‘에뛰드하우스’라는 한글 간판이 달려 있었다. ‘Photo Signature(포토 시그니처)’ 간판 자리에는 ‘아리따움’이, ‘Coffeebean(커피빈)’ 자리에는 ‘꽃식품’ ‘황칠가’ ‘명품고로케’ 등의 한글 간판이 있었다. 현재 ‘The Baum(더 바움)’이라는 카페의 순영문 간판 자리에는 ‘cafe 민석씨’라는 한글·영어웨스테이트 주식
혼용 간판이 있었다.
스타벅스 경복궁역점은 한글 간판을 10년 넘게 유지하고 있다. 스타벅스 코리아 관계자는 “현지화 노력의 일환이었다”고 했다. 반면 옆 건물에 입점한 커피빈 측에 영어로 간판을 단 이유를 물었으나 답변하지 않았다. 이곳은 올해 1월 문을 열었다.
현재 영어 간판을 달고 있는 ‘Salady(샐러디)’ 매장의 직원은 “2021년 문을 열었는데, 당시 본사에서 한글 간판을 쓰라는 지침은 없었다”고 밝혔다. 지난달 29일 문을 연 소금빵 매장 ‘ESOA(애소아)’ 직원도 “개점을 준비하면서 한글 간판을 써야 한다는 얘기는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종로구 서촌 상점의 간판. 왼쪽은 2016년 7월에 있던 한글 간판, 오른쪽은 2025년 8월 같은 장소에 있는 영어 간판 /카카오맵 로드뷰 캡처


◇외국인 관광객 “한글 간판이 더 한국스럽게 느껴진다”
한글 간판이 점차 사라지는 데 대해 누하동 주민 송모(43)씨는 “10여 년 전 거리는 한글 간판이 많았는데, 지금은 줄어든 게 확 느껴진다”며 “예전의 한글 간판이 지금 영어 간판보다 더 깔끔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홍콩에서 온 관광객 챈(28)씨는 “영어 간판이 알아보기는 쉽지만, 한글 간판이 더 한국스럽게 느껴져 보기 좋다”고 했다.
반면 같은 종로구의 인사동길은 여전히 한글 간판이 많이 유지되고 있다. 안국동 사거리 방향 인사동길 초입에서 200m가량 간판들을 조사한 결과, 총 88개 간판 중 한글이 아예 없거나 강조되지 않은 간판은 10개(11.4%)로 서촌의 절반 수준에 불과했다.



종로구 인사동의 GS25 편의점이 한글 간판을 달고 있다. 대부분의 GS25 매장은 영어로 된 간판을 쓴다 /유병훈 기자


종로구는 두 지역에서 차이가 나는 점에 대해 “‘역사문화지구’ 지정이 이유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지난 2003년 인사동길을 역사문화지구로 지정하면서 종로구에 관리계획 권한과 의무를 위임했다. 종로구는 인사동에서 신규 점포가 개장할 때 한글 간판을 권고하고 있다. 다만 강제성은 없다.
반면 서촌 일대는 이런 권고가 없다. 종로구 관계자는 “서촌은 2010년대 초 인근 점포들이 자발적으로 ‘한글 간판을 쓰자’는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한글 간판을 쓰자는 분위기가 옅어졌다는 것이다. 종로구는 서촌 일대에 한글 간판을 권장하는 방안은 검토하고 있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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