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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ㅣ현실에선 피해야 할 상대지만 무대 위의 빌런은 작품의 밀도를 높이는 중요한 축입니다. 공연 담당 김소연 기자가 매력적인 무대 위 대항자들을 새롭게 조명합니다.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 초연 빌리 임선우가 '앵그리 댄스' 넘버에 맞춰 춤을 추고 있다. 발레리노로 성장한 임선우는 올해 공연에 성인 빌리로 출연한다. 신시컴퍼니 제공
"춰보라고, XX야."
꿈을 꾸면 안 되는 것이었을까. 탄광촌 소년 빌 바다이야기예시 리는 그저 발레를 배우고 싶을 뿐이었다. 조롱하듯 도발하는 형 토니의 욕설이 비수가 돼 빌리의 귀에 꽂힌다. 방으로 뛰어든 빌리는 소리를 지르고, 발을 구르고, 몸을 던진다. 억눌렸던 분노는 탭의 리듬이 된다.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의 댄스 넘버 '앵그리 댄스'는 11세 소년이 온몸으로 내지르는 비명이다. 사춘기 반항과는 다르다. 한 개 손오공릴게임예시 인이 거대한 사회 시스템에 맞서 외치는 저항이자 자신을 둘러싼 세계의 폭력을 드러내는 몸부림이다.
1980년대 영국 북부 더럼주의 탄광촌. 마거릿 대처 정부의 신자유주의 아래 채산성 낮은 탄광은 문을 닫게 됐다. 생계가 막막한 가정에서 발레는 사치였고, '계집애들이나 하는 것'이라는 성차별적 편견이 뿌리 깊은 시절이었다. 춤이 좋았던 빌 바다이야기부활 리가 맞닥뜨린 적은 한 사람이 아니다. 국가와 시스템, 성 역할과 노동자 계급에 대한 편견이라는 거대한 벽이다.
영화 '빌리 엘리어트'. 팝엔터테인먼트 제공
원작 영화(2000)와 뮤지컬을 모두 연출한 스티븐 돌드 릴게임손오공 리 감독은 두 장면이 겹치며 전환되는 영화의 디졸브처럼 무대 위에서도 이 충돌을 한 장면에 겹쳐 놓는다. 탄광 폐쇄 결정에 반대하는 시위대를 막아서는 경찰들의 진압 방패, 그리고 그 방패가 만든 견고한 벽을 향해 몸을 던지는 소년. 빌리는 분노로 춤을 추며 꽉 막힌 사회에 균열을 낸다. 전형적인 악당은 아닐지라도 이 작품에는 주인공 빌리의 분노를 폭발시키는 릴게임황금성 확실한 빌런이 존재한다. 꿈을 통계로 환산한 시대. 그 이름은 대처리즘이다.
2005년 영국 런던 초연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는 2008년 미국 뉴욕 브로드웨이로 건너갔고, 한국에는 라이선스 형식으로 2010년 처음 상륙했다. 이후 두 시즌을 더 거쳐 4월 12일 블루스퀘어 신한카드홀에서 네 번째 무대가 개막한다. 브로드웨이 초연 당시 뉴욕타임스는 이 작품이 "춤추고 싶은 빌리의 갈망과 그를 꿈으로부터 끌어내리려는 힘 사이의 근원적인 줄다리기를 보여준다"고 평했다.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 런던 공연. ⓒDavid Scheinmann
글러브 대신 발레슈즈 선택한 소년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 '드림 발레' 장면은 어린 빌리와 성인 빌리의 파드되다. 2021년 공연 사진. 신시컴퍼니 제공
아내와 사별한 탄광의 강성 노조원 재키는 치매를 앓는 어머니와 두 아들과 힘겹게 살아간다. 막내아들에게 해줄 수 있는 유일한 배려는 어려운 형편에도 '남자답게' 키우기 위해 권투 교습비를 쥐여주는 일이었다. 하지만 빌리는 권투체육관에서 함께 진행되는 발레 수업에 매료된다. 글러브를 벗고 발레슈즈를 신은 소년에게 돌아온 것은 응원이 아닌 거부감이었다. 근육은 광산과 복싱 링에서나 증명하는 것이라 여겨 온 아버지와 형에게, 막내의 발레는 이해하기 어려운 선택이었다. 생계가 위태로운 상황에서 예술은 현실적인 대안으로 보이지 않았다. 사회라는 거대한 압박은 때로 가족의 걱정이라는 형태로 드러난다. 아버지와 형이 빌리를 말린 이유는 두려움에 가까웠다. 마을에 깊게 자리 잡은 '남자는 복싱을 해야 한다'는 규범 속에서 소년의 몸짓은 쉽게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었다.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 2021년 공연에서 '하나가 되어'에 맞춰 경찰과 광부, 빌리와 발레 수강생들이 함께 무대를 꾸미고 있다. 신시컴퍼니 제공
무엇보다 빌리의 꿈을 가로막는 최종 빌런은 대처 정부다. 확고한 반공노선으로 '철의 여인'의 별명을 얻었던 대처는 유리천장을 깬 영국 최초의 여성 총리였다. 하지만 신자유주의에 기반한 대규모 민영화와 복지 축소 정책을 펼쳤기에 빌리에게는 꿈을 가로막은 장벽과도 같았다. 대처는 "사회라는 것은 없다. 개별 남성과 여성, 그리고 가족이 있을 뿐이다"라고 선언하며 복지 축소와 무한 경쟁을 정당화했다. 각자도생과 사회 분열을 부추겼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뮤지컬에서 대처 정부를 향한 적대감은 2막의 첫 넘버 '메리 크리스마스 매기 대처'에서 정점에 이른다. 마을 주민들은 대처의 시대가 빨리 끝나기를 바라는 마음을 "기념해요 오늘을, 다가오네! 당신의 죽음!"이라는 가사로 드러낸다. 시대에 대한 분노가 노래의 형식을 빌려 폭발하는 순간이다. 2013년 대처 사망 당시 한창 공연 중이었던 제작진은 이 넘버를 그대로 유지할지 관객 투표를 진행하기도 했다.
죽음을 축하받는 국가라는 이름의 괴물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 2010년 초연에서 어린 빌리를 맡았던 임선우는 이번 공연에서 같은 장면의 성인 빌리를 연기한다. 신시컴퍼니 제공
뮤지컬 문법에서 주인공은 빌런을 통과하며 성장한다. 이 작품의 또 다른 축은 정치·산업적 변혁을 견디게 하는 연대의 힘과 예술의 가치다. 주요 넘버 '하나가 되자(Solidarity·연대)'로 이를 시각적으로 구현한다.
파업 중인 광부와 그들을 막아선 경찰, 그리고 발레 수업을 받는 아이들이 교차한다. 빌리의 실력이 향상되는 동안 안전모와 경찰모는 뒤바뀐다. 서로 다른 편에 서 있었지만 지키려는 것은 가족과 생계라는 점에서 다르지 않았다. 연대는 구호가 아니라, 같은 삶의 조건을 인정하는 순간에 시작된다.
'드림 발레'에서 빌리는 차이콥스키의 '백조의 호수'에 맞춰 미래의 자신과 파드되(2인무)를 춘다. 어린 빌리와 성인 빌리가 한 무대에 선 이 장면에서 아버지는 처음으로 아들의 꿈을 현실로 본다. 그는 파업 대열을 이탈해 배신자라고 욕하던 사람들과 함께 갱도로 돌아간다. 그의 선택은 같은 탄광 노조원인 큰아들에게조차 비난을 받는다. 그러나 생존을 위한 '빵'만큼이나 영혼의 위안을 위한 '장미'도 중요하기에, 사정을 알게 된 동료들이 빌리의 로열 발레 스쿨 입학시험 경비 마련을 돕는다. 비효율적이고 사치스러운 것으로 보였던 소년의 꿈이 역설적으로 무너져 가던 공동체를 다시 하나로 묶는 공동의 목표가 된다.
결국 파업은 실패하고 노동자들은 다시 지하 탄광으로 내려가지만 빌리는 희망이 사그라진 마을을 떠나 자신의 꿈을 향해 도약한다. 패배한 공동체는 한 소년의 미래를 통해 자신들의 시간을 견딘다.
임선우와 전민철… 인생 바꾼 뮤지컬의 힘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 4월 공연의 네 명의 빌리와 성인 빌리로 돌아온 1대 빌리 임선우. 왼쪽부터 조윤우, 김우진, 임선우, 김승주, 박지후. 신시컴퍼니 제공
'빌리 엘리어트'는 네 번째 프로덕션을 맞으며 무대 밖 현실에도 영향을 미치는 작품이 됐다.
엘튼 존이 작곡한 음악에 맞춰 어린 빌리는 발레는 물론 탭댄스, 아크로바틱, 현대무용까지 소화해야 한다. 빌리 역을 거치며 실제로 발레리노의 꿈을 품는 경우도 적지 않다. 한국 초연의 1대 빌리로 활약한 임선우는 유니버설발레단 수석무용수로 성장해 이번 무대에 성인 빌리로 선다. 2017년 빌리 역 최종 후보였던 전민철 역시 아버지의 반대를 딛고 발레리노가 됐다. 그는 지난해 러시아 마린스키 발레단 퍼스트 솔리스트로 입단해 주역 무용수로 활동 중이다. 무대 위 소년의 몸짓은 그렇게 현실의 경로를 바꾸기도 한다.
'빌리 엘리어트'의 기본 얼개는 꿈을 향해 나아가는 소년의 이야기지만 사회라는 빌런에 맞서는 정치극이기도 하다. 2005년 초연작이 2026년에도 유효한 이유는 분열과 각자도생의 현실이 여전하기 때문이다. 이 작품이 동시대성을 잃은 낡은 이야기로만 남는 날은 과연 올 수 있을까.
김소연 기자 jollylife@hankookilbo.co
ㅣ현실에선 피해야 할 상대지만 무대 위의 빌런은 작품의 밀도를 높이는 중요한 축입니다. 공연 담당 김소연 기자가 매력적인 무대 위 대항자들을 새롭게 조명합니다.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 초연 빌리 임선우가 '앵그리 댄스' 넘버에 맞춰 춤을 추고 있다. 발레리노로 성장한 임선우는 올해 공연에 성인 빌리로 출연한다. 신시컴퍼니 제공
"춰보라고, XX야."
꿈을 꾸면 안 되는 것이었을까. 탄광촌 소년 빌 바다이야기예시 리는 그저 발레를 배우고 싶을 뿐이었다. 조롱하듯 도발하는 형 토니의 욕설이 비수가 돼 빌리의 귀에 꽂힌다. 방으로 뛰어든 빌리는 소리를 지르고, 발을 구르고, 몸을 던진다. 억눌렸던 분노는 탭의 리듬이 된다.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의 댄스 넘버 '앵그리 댄스'는 11세 소년이 온몸으로 내지르는 비명이다. 사춘기 반항과는 다르다. 한 개 손오공릴게임예시 인이 거대한 사회 시스템에 맞서 외치는 저항이자 자신을 둘러싼 세계의 폭력을 드러내는 몸부림이다.
1980년대 영국 북부 더럼주의 탄광촌. 마거릿 대처 정부의 신자유주의 아래 채산성 낮은 탄광은 문을 닫게 됐다. 생계가 막막한 가정에서 발레는 사치였고, '계집애들이나 하는 것'이라는 성차별적 편견이 뿌리 깊은 시절이었다. 춤이 좋았던 빌 바다이야기부활 리가 맞닥뜨린 적은 한 사람이 아니다. 국가와 시스템, 성 역할과 노동자 계급에 대한 편견이라는 거대한 벽이다.
영화 '빌리 엘리어트'. 팝엔터테인먼트 제공
원작 영화(2000)와 뮤지컬을 모두 연출한 스티븐 돌드 릴게임손오공 리 감독은 두 장면이 겹치며 전환되는 영화의 디졸브처럼 무대 위에서도 이 충돌을 한 장면에 겹쳐 놓는다. 탄광 폐쇄 결정에 반대하는 시위대를 막아서는 경찰들의 진압 방패, 그리고 그 방패가 만든 견고한 벽을 향해 몸을 던지는 소년. 빌리는 분노로 춤을 추며 꽉 막힌 사회에 균열을 낸다. 전형적인 악당은 아닐지라도 이 작품에는 주인공 빌리의 분노를 폭발시키는 릴게임황금성 확실한 빌런이 존재한다. 꿈을 통계로 환산한 시대. 그 이름은 대처리즘이다.
2005년 영국 런던 초연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는 2008년 미국 뉴욕 브로드웨이로 건너갔고, 한국에는 라이선스 형식으로 2010년 처음 상륙했다. 이후 두 시즌을 더 거쳐 4월 12일 블루스퀘어 신한카드홀에서 네 번째 무대가 개막한다. 브로드웨이 초연 당시 뉴욕타임스는 이 작품이 "춤추고 싶은 빌리의 갈망과 그를 꿈으로부터 끌어내리려는 힘 사이의 근원적인 줄다리기를 보여준다"고 평했다.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 런던 공연. ⓒDavid Scheinmann
글러브 대신 발레슈즈 선택한 소년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 '드림 발레' 장면은 어린 빌리와 성인 빌리의 파드되다. 2021년 공연 사진. 신시컴퍼니 제공
아내와 사별한 탄광의 강성 노조원 재키는 치매를 앓는 어머니와 두 아들과 힘겹게 살아간다. 막내아들에게 해줄 수 있는 유일한 배려는 어려운 형편에도 '남자답게' 키우기 위해 권투 교습비를 쥐여주는 일이었다. 하지만 빌리는 권투체육관에서 함께 진행되는 발레 수업에 매료된다. 글러브를 벗고 발레슈즈를 신은 소년에게 돌아온 것은 응원이 아닌 거부감이었다. 근육은 광산과 복싱 링에서나 증명하는 것이라 여겨 온 아버지와 형에게, 막내의 발레는 이해하기 어려운 선택이었다. 생계가 위태로운 상황에서 예술은 현실적인 대안으로 보이지 않았다. 사회라는 거대한 압박은 때로 가족의 걱정이라는 형태로 드러난다. 아버지와 형이 빌리를 말린 이유는 두려움에 가까웠다. 마을에 깊게 자리 잡은 '남자는 복싱을 해야 한다'는 규범 속에서 소년의 몸짓은 쉽게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었다.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 2021년 공연에서 '하나가 되어'에 맞춰 경찰과 광부, 빌리와 발레 수강생들이 함께 무대를 꾸미고 있다. 신시컴퍼니 제공
무엇보다 빌리의 꿈을 가로막는 최종 빌런은 대처 정부다. 확고한 반공노선으로 '철의 여인'의 별명을 얻었던 대처는 유리천장을 깬 영국 최초의 여성 총리였다. 하지만 신자유주의에 기반한 대규모 민영화와 복지 축소 정책을 펼쳤기에 빌리에게는 꿈을 가로막은 장벽과도 같았다. 대처는 "사회라는 것은 없다. 개별 남성과 여성, 그리고 가족이 있을 뿐이다"라고 선언하며 복지 축소와 무한 경쟁을 정당화했다. 각자도생과 사회 분열을 부추겼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뮤지컬에서 대처 정부를 향한 적대감은 2막의 첫 넘버 '메리 크리스마스 매기 대처'에서 정점에 이른다. 마을 주민들은 대처의 시대가 빨리 끝나기를 바라는 마음을 "기념해요 오늘을, 다가오네! 당신의 죽음!"이라는 가사로 드러낸다. 시대에 대한 분노가 노래의 형식을 빌려 폭발하는 순간이다. 2013년 대처 사망 당시 한창 공연 중이었던 제작진은 이 넘버를 그대로 유지할지 관객 투표를 진행하기도 했다.
죽음을 축하받는 국가라는 이름의 괴물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 2010년 초연에서 어린 빌리를 맡았던 임선우는 이번 공연에서 같은 장면의 성인 빌리를 연기한다. 신시컴퍼니 제공
뮤지컬 문법에서 주인공은 빌런을 통과하며 성장한다. 이 작품의 또 다른 축은 정치·산업적 변혁을 견디게 하는 연대의 힘과 예술의 가치다. 주요 넘버 '하나가 되자(Solidarity·연대)'로 이를 시각적으로 구현한다.
파업 중인 광부와 그들을 막아선 경찰, 그리고 발레 수업을 받는 아이들이 교차한다. 빌리의 실력이 향상되는 동안 안전모와 경찰모는 뒤바뀐다. 서로 다른 편에 서 있었지만 지키려는 것은 가족과 생계라는 점에서 다르지 않았다. 연대는 구호가 아니라, 같은 삶의 조건을 인정하는 순간에 시작된다.
'드림 발레'에서 빌리는 차이콥스키의 '백조의 호수'에 맞춰 미래의 자신과 파드되(2인무)를 춘다. 어린 빌리와 성인 빌리가 한 무대에 선 이 장면에서 아버지는 처음으로 아들의 꿈을 현실로 본다. 그는 파업 대열을 이탈해 배신자라고 욕하던 사람들과 함께 갱도로 돌아간다. 그의 선택은 같은 탄광 노조원인 큰아들에게조차 비난을 받는다. 그러나 생존을 위한 '빵'만큼이나 영혼의 위안을 위한 '장미'도 중요하기에, 사정을 알게 된 동료들이 빌리의 로열 발레 스쿨 입학시험 경비 마련을 돕는다. 비효율적이고 사치스러운 것으로 보였던 소년의 꿈이 역설적으로 무너져 가던 공동체를 다시 하나로 묶는 공동의 목표가 된다.
결국 파업은 실패하고 노동자들은 다시 지하 탄광으로 내려가지만 빌리는 희망이 사그라진 마을을 떠나 자신의 꿈을 향해 도약한다. 패배한 공동체는 한 소년의 미래를 통해 자신들의 시간을 견딘다.
임선우와 전민철… 인생 바꾼 뮤지컬의 힘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 4월 공연의 네 명의 빌리와 성인 빌리로 돌아온 1대 빌리 임선우. 왼쪽부터 조윤우, 김우진, 임선우, 김승주, 박지후. 신시컴퍼니 제공
'빌리 엘리어트'는 네 번째 프로덕션을 맞으며 무대 밖 현실에도 영향을 미치는 작품이 됐다.
엘튼 존이 작곡한 음악에 맞춰 어린 빌리는 발레는 물론 탭댄스, 아크로바틱, 현대무용까지 소화해야 한다. 빌리 역을 거치며 실제로 발레리노의 꿈을 품는 경우도 적지 않다. 한국 초연의 1대 빌리로 활약한 임선우는 유니버설발레단 수석무용수로 성장해 이번 무대에 성인 빌리로 선다. 2017년 빌리 역 최종 후보였던 전민철 역시 아버지의 반대를 딛고 발레리노가 됐다. 그는 지난해 러시아 마린스키 발레단 퍼스트 솔리스트로 입단해 주역 무용수로 활동 중이다. 무대 위 소년의 몸짓은 그렇게 현실의 경로를 바꾸기도 한다.
'빌리 엘리어트'의 기본 얼개는 꿈을 향해 나아가는 소년의 이야기지만 사회라는 빌런에 맞서는 정치극이기도 하다. 2005년 초연작이 2026년에도 유효한 이유는 분열과 각자도생의 현실이 여전하기 때문이다. 이 작품이 동시대성을 잃은 낡은 이야기로만 남는 날은 과연 올 수 있을까.
김소연 기자 jollylife@hankookilbo.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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