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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넓게 펼쳐진 모세왓과 구름에 휩싸인 백록담. 가운데는 방애오름이다.


'제주의 돌'이라고 하면 으레 구멍이 쑹쑹 뚫리고 거무튀튀한 현무암이 떠오른다. 그런데 얼마 전 한라산 고지대의 '하얀 돌밭'이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었다. 밝은 빛깔의 암석 밭이 한라산에 있다는 것도 신기한데, 천연기념물로 지정될 정도라니 궁금증은 더욱 커졌다. '모세왓'이라는 재밌는 이름의 이 은밀한 땅이 천연기념물 지정을 기념해 한시적으로 특별히 개방된다기에 만사를 제쳐두고 달려갔다.



공중에서 본 모세왓. 밝은 암석 지대라는 설명이 이해되는 풍광이다.


골든브릿지자산운용 길 없는 관목지대 헤치며 1시간
제주도와 그 중심의 한라산은 아직 드러나지 않은 신비로 가득한 땅이다. 도무지 어디로 이어지는지 알 수 없는 동굴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고, 물장오리오름과 흙붉은오름, 소백록, 장구목오름처럼 무척 아름답지만, 탐방할 수 없는 오름도 수두룩하다. 화산활동으로 형성된 기이한 지형은 또 얼마나 많은 대출연체자 가! 이 비밀의 장소들은 훼손이 우려되어, 보전과 보호·연구를 위해, 또 안전이나 알지 못하는 여러 이유로 출입이 막혀 있다. 아쉬울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이에 '모세왓 공개'는 얼마 전 55년 만에 이뤄진 '백록샘 특별산행'과 더불어 더할 나위 없이 반가운 행사였다.



우리은행 자소서 항목 윗세오름대피소에 모인 모세왓 공개투어 참가자들. 출발에 앞서 주의 사항을 전달하고 있다.


집결지인 윗세오름대피소까지 가는 가장 짧은 코스 들머리인 영실은 성판악처럼 늘 북적인다. 예약이 필요한 성판악이나 관음사 코스와 달리 영실과 어리목은 자유롭게 출입할 수 있다. 그중 영실은 차량으로 접근하기 좋 개인주식대출 고, 거리가 짧으면서 오르는 내내 풍광도 멋져서 사람들에게 특히 인기 있다. 언제 찾아도 영실 탐방로는 충분히 만족스러운 산행을 보장한다.
거대한 영실 굼부리와 병풍바위, 선작지왓을 지나 도착한 윗세오름대피소. 다행히 날이 좋았다. 참가자들의 얼굴에는 설렘이 가득 묻어났다. 제주세계자연유산 해설사와 두 명의 안전요원의 간단한 인사와 인원 주택청약 종류 파악, 주의 사항 전달 후 남벽분기점 방향으로 들어섰다. 윗세붉은오름을 지나는가 싶더니 백록샘 쪽 비법정탐방로로 빠진다. 한 달 전쯤 특별산행팀으로 찾았던 백록샘을 다시 보니 반가웠다. 그때 없던 감시장치가 보였다.



키 작은 관목지대를 지나는 참가자들. 저 속은 온갖 장애물로 지형이 험하다.


여전히 힘차게 쏟아지는 백록샘을 지나자 길은 사라지고 온통 수풀지대가 펼쳐졌다. 눈향나무와 조릿대, 산철쭉과 시로미 같은 키 작은 관목이 뒤섞인 사이로 크고 작은 돌과 함몰 지대까지 숨어 있어서 걷기 여간 힘든 게 아니었다. 한 줄로 늘어선 채, 발밑의 상황을 계속 뒷사람에게 전달하며 움직였다. 중간에 꽤 거칠고 깊은 계곡도 만났다. 조금이라도 비가 내리면 탐방이 취소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알 만했다. 수풀이 무릎을 넘지 않아서 조망이 훤히 트였고, 정식 탐방로에서 볼 수 없는 백록담 풍광을 감상할 수 있었다.
마라도보다 더 넓은 밝은 빛의 돌밭
그렇게 거칠고 험한 수풀을 헤치며 1시간쯤 간 곳에서 드디어 모세왓을 만났다. 한라산 백록담 남서쪽의 해발 1,300~1,500m 고지대에 형성된 평탄지. 드넓게 펼쳐진 푸른 수풀 사이로 회백색의 거대한 자갈밭이 듬성듬성 섞여 나타난다. 한라산 정상인 백록담 굼부리가 생겨나기 전인 2만8,000년 전쯤, 작은 용암돔이 무너지면서 발생한 화산쇄설류가 널브러져 만들어졌다. 긴긴 세월 비바람에 깎여나간 밝은 빛의 돌조각들은 최대 600m 폭으로 2.3km나 이어진다. 그 면적이 마라도보다 더 넓다고 한다.



다시 돌아가는 길. 어디선가 몰려온 구름이 백록담을 뒤덮었다.


'모세왓'은 모래밭이라는 뜻의 제주어다. 유문암질 각력암角礫岩이 널려 있는 풍광이 모래밭처럼 보여 붙여진 이름이다. 실제로는 모래밭이 아니라 암석지대다. '각력암'이란 다양한 크기의 암석 파편이 하나의 암석으로 굳어진 형태로, 모세왓은 유문암질 성분이 주요 구성물질인 것으로 알려졌다. 유문암질 암석은 규산 함량이 높아 밝은 회백색을 띤다. 검은빛의 현무암이 대부분인 제주에서 회색빛의 돌밭은 더욱 신비롭게 다가왔다.
국가유산청은 지난 7월 15일, '모세왓 유문암질 각력암 지대'를 새로운 국가지정유산 천연기념물로 지정했다고 밝혔다. "한라산 백록담이 만들어진 비밀스러운 과정을 설명할 수 있는 지질학적 단서가 집약된 공간으로, 국내 다른 지역에서는 쉽게 찾아볼 수 없는 희귀한 유형의 화산지형"이라며 지정 사유를 설명했다. 한라산 중심에 솟아오른 용암돔이 폭발하며 발생한 암석 파편이 모여 모세왓이 먼저 형성되었다. 이후 조면암 지대가 만들어졌고 현무암질 용암이 분출하며 백록담 굼부리가 만들어졌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그동안 제주에는 현무암질 암석만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모세왓을 통해 유문암질 암석의 존재가 처음으로 확인되어 의미가 크다고 한다. 모세왓이 단순한 초지가 아니라 한라산이 지금의 모습을 갖추기까지의 마지막 기록을 간직한 자연유산이라는 것이다.



남벽분기점으로 가는 길. 언제 걸어도 멋진 코스다.


모세왓 탐방의 최대 변수는 날씨
한라산 법정 탐방로에서 수 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있는 모세왓은 그동안 비공개 구역으로 사람들의 발길이 철저히 제한되던 곳이다, '2025 제주 국가유산 방문의 해'를 맞아 처음으로 그 비경이 베일을 벗은 것이다. '국가유산 방문의 해'는 국가유산청이 문화재 관리 방향을 '보전'에서 '활용'으로 전환한 후 제주도와 함께 운영하는 방문 프로그램이다. 지금까지와는 달리 '국민 누구나 쉽고 재미있게 국가유산의 진정한 가치를 체험할 수 있게 하겠다'는 게 이번 행사를 기획한 의도라고 한다.
국가유산청은 모세왓이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만큼, 보존 관리 구역을 설정하고 탐방로 정비와 해설 프로그램을 마련하는 등 지속 가능한 자연유산 관리 체계를 구축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동안 비공개 구역으로 일반인의 접근이 철저히 제한돼 온 모세왓의 탐방 가능성이 열린다니 참 반가운 소식이다.



큰 해설판을 들고 와서 설명하는 제주세계자연유산 해설사. 덕분에 한라산과 모세왓에 대한 이해가 잘되었다.


이번 모세왓 공개투어는 8월 1일부터 9월 17일까지 매주 수요일마다 2회씩(오전 10시, 오후 1시), 회당 20명가량 제한된 인원으로 진행되었다. 참가자는 '제주 국가유산 방문의 해' 공식 홈페이지에서 사전 예약을 통해 모집되었다. 경쟁률이 치열했다.
모세왓에서 보는 서귀포 풍광이 장관이라는데, 두텁게 내려앉은 구름이 야속했다. 20분 남짓 모세왓을 둘러본 후 떠나려니 어디서 몰려왔는지 구름이 백록담을 휘감았다. 구름의 희롱 속에서 나타났다가 사라지기를 반복하는 백록담이 참 거대하게 다가왔다. 다시 험한 관목지대를 거슬러 올라 만난 남벽분기점 탐방로가 고속도로처럼 느껴졌다.



서귀포자연휴양림 안내도.


Info
교통
제주시외버스터미널에서 중문 방면으로 가는 240번 시외버스가 영실매표소까지 간다. 영실매표소에서 영실 등산로 입구까지 2.5km는 택시를 타거나 걸어야 한다. 10인승 이하의 승용차는 등산로 입구 주차장까지 갈 수 있다. 그러나 자리를 구하려면 새벽같이 서둘러야 한다.
주변 볼거리
서귀포자연휴양림과 법정악
350헥타르나 되는 광활한 면적에서 숙박동과 주차장 등 인공시설이 차지하는 부분은 지극히 일부분이고, 대부분이 온대·난대·한대 수종이 어우러진 원시림 같은 숲으로 덮였다. 휴양림에는 이 숲을 오롯이 즐길 수 있는 산책로가 조성되어 있다. 정문과 후문 사이를 오가는 '건강산책로'와 휴양림 전체를 한 바퀴 도는 '숲길산책로',
휴양림 내의 오름인 법정악法井岳을 다녀오는 코스인 '전망대산책로'까지 다양하다. 입장료 1,000원.
문의
서귀포자연휴양림 064-738-4544.



오백장군과 까마귀.


맛집
영실탐방로 입구에 비빔밥과 고기국밥, 고기국수, 해물부추전에 어묵탕을 먹을 수 있는 '오백장군과 까마귀'가 있다. 간단한 등산용품과 간식도 판매한다. 한라산국립공원 내의 모든 대피소에서는 생수나 컵라면을 판매하지 않으니 산행 전에 먹을거리를 충분히 준비해야 한다.



월간산 10월호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