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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아 는 마시고는 놓여 하지만코오롱등산학교의 문성욱, 우석주가 지난 6월 중순부터 7월 말까지 알프스 6대 북벽(스위스 아이거·마터호른·피츠바딜레, 프랑스 드류·그랑조라스, 이탈리아 치마그란데)을 등반하고 돌아왔다. 등반 시간만 따져 합치면 164시간, 7일쯤 걸렸다. 그들의 등반기를 소개한다.그랑조라스 북벽 정상 부근.
유럽의 알프스 지역에는 알프스를 대표하는 6개의 북벽이 있다. 이 여섯 개의 북벽들은 가스통 레뷔파라는 프랑스의 유명한 산악인이 본인의 저서 <별빛과 폭풍설>에 기록한 등반계의 마스터피스들 중 하나다. 우리는 그것을 줄여서 알프스 6대 북벽이라고 부르곤 한다. 'n대' 하면 앳스타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대한민국 3대 짬뽕, 5대 짬뽕이다. 감히 북벽을 짬뽕에 비교하냐고 비난받을 수 있겠지만, 'n대'라는 표현이 적어도 나에게는 너무 진부하고 고루한 느낌이어서 자꾸만 짬뽕이 떠오르는 것을 자제하기가 어렵다. 그러나 'n대'에 걸맞은 짬뽕 한 그릇을 완성하기 위한 세월과 노력은 결코 북벽 하나를 오르기 위해 들이는 공에 뒤처지지 않을슬롯총판
것이다. 결국 전국 5대 짬뽕을 섭렵해야만 하는 맛집 방랑자의 운명처럼, 6대 북벽을 모두 올라 보기 위한 두 달의 여정이 짬뽕을 좋아하는 문성욱 형의 계획하에 시작되었다.
피츠바딜레 북벽을 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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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약할 필요 없음
'문성욱'을 두고 '형'이라고 부르기도 송구하다. 그와 나의 나이 차를 따지자면 띠를 한 바퀴 돌아 강산이 변한다는 세월의 반만큼을 더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이 중년의 등반가는 30년 동안 오직 등반에 매진하며 별빛과 폭풍설 아래에서 고난을 감내하며 살아온, 지금 대한민국에 몇 안 되는 알피니스트 중 하나다. 그에 비오락실황금성
하면 아직 애송이 냄새가 폴폴 나는 내가, 운 좋게 시작하게 된 모 등산학교 강사 생활에서 쌓은 친분 하나로 등반 제의까지 받게 된 것이다. 배경이 무엇이든 이런 등반가와 알프스의 위대한 여섯 개 북벽을 함께하는 기회를 무시하거나 포기할 수 없었다. 나는 아직 경험하고 배워야 할 것이 많은 '청춘'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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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거 북벽 등반 전 캠핑장에서 장비를 점검하고 있다.
문성욱 형이 밥상을 펴주었으니 그 위에 하나씩 찬과 수저를 올리는 것은 내 몫이었다. 6월 10일 출국하는 일정으로 장비, 식량, 숙소, 등반 일정 등 하나씩 상의해 계획을 잡았다. 우리는 모든 일정을 야영하기로 했다. 야영에 필요한 비용은 숙소(호텔)를 이용하는 비용의 3분의 1에도 못미친다. 6대 북벽 중 어느 것 하나도 오지에 있는 것이 없다. 스위스의 아이거, 마터호른, 피츠바딜레, 프랑스의 드류, 그랑조라스, 이탈리아의 치마그란데, 여섯 개의 산 모두가 유명한 관광도시에 있다. 우리에게 관광지의 숙소를 이용하는 것은 엄청난 예산의 소모였기 때문에 야영장 이용은 선택이 아닌 필수였다.
그랑조라스 정상.
스위스, 프랑스, 이탈리아에 있는 야영장들 대부분은 예약할 필요가 없다. 선착순 이용이 보편적이다. 그러나 현지의 7~8월은 야영 성수기이기 때문에 종종 원하는 야영장에 자리가 없을 수도 있다. 성수기에 야영장 이용을 원한다면 사전에 유선이나 이메일로 문의하는 것이 좋다. 만약 '자리가 없다'는 회신을 받으면 다른 야영장을 찾거나, 그 야영장을 반드시 이용하고 싶다면 직접 찾아가 보는 것도 방법이다. 우리나라 야영장처럼 구역을 정확히 나눠서 이용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내가 다녀본 여느 해외 야영장들처럼 이번에 경험한 유럽의 야영장들도 정확한 구역을 지정해서 사용하는 곳은 없었고, 넓은 공터에 알아서 자리를 잡거나 대충 분리된 큰 구역 안에 여러 텐트가 들어가는 방식이었다. 그래서 없던 자리도 만들어낼 여지가 있는 자유로움이 있기 때문에 만석이라고 포기하지 말고 한번 들이대 보는 것이 좋을 것이다.
드류 등반을 위해 이동하고 있다.
예산을 사용하는 데 가장 신경 쓰인 부분이 국가별 물가다. 국경을 넘나드는 유럽 등반의 특성상 나라가 바뀌면 체감하는 물가의 강도가 확연히 달랐다. 체감상 스위스 물가가 가장 비쌌고, 프랑스와 이탈리아는 비슷하거나 이탈리아가 조금 더 저렴했다. 예를 들어서 피츠바딜레 북벽은 스위스에 있지만 이탈리아 국경이 인접해 있어 우리는 이탈리아 쪽 야영장을 이용했다. 피츠바딜레를 기준으로 스위스 쪽 야영장이나 이탈리아 야영장이나 거리는 비슷한데 비용이 훨씬 저렴했기 때문이다. 야영장뿐만 아니라 마트, 매식, 대중교통 등 모든 물가가 '스위스>프랑스〉≧이탈리아' 순이었다. 환율도 스위스 프랑이 유로화에 비해 50~70원가량 더 높아서 더 그렇게 느껴졌을 것이다. 그래서 아이거와 마터호른을 등반하기 위해 스위스에서 머물렀던 초반 2~3주는 지갑을 열 때 가끔 놀라기도 했다.
마터호른 북벽을 오르고 있다.
'살라미(말린 소시지)', 등반 식량으로 적절
아쉽게도 수화물이 1인당 1개뿐이었기 때문에 한식 재료들을 챙겨오지 못해 현지 식재료로 해결했다. 그래도 식료품들(육류, 과일, 채소, 빵 같은 신선 식품과 파스타 면, 소스 등)이 우리나라에 비해 비싸지 않아서 항상 잘 먹을 수 있었다. 오히려 다른 지출에 비하면 마트에서 구매하는 식료품들의 물가는 착한 편으로 느껴졌다. 그리고 한국에서 뜨거운 물을 부으면 바로 조리되는 건조식량들을 넉넉히 준비했다. 그 덕분에 등반 중에도 부족함 없이 챙겨 먹을 수 있었고 뒤에 일정에서는 여유가 있었기 때문에 등반이 없는 평상시에 별미로 먹기도 했다. 등반 중 비박을 해야 하는 경우 아침, 저녁 끼니로 건조식량을 1인당 필요한 수량에 맞춰 준비했다. 하루 종일 등반을 한 뒤에는 한 끼라도 따뜻한 음식을 먹는 것이 다음날 이어질 등반을 위한 체력 보전에 도움이 되기 때문에 맛이 훌륭하진 않지만 간편하게 섭취하기에 좋았다. 그러나 한국의 건조식량에 아쉬운 점도 있다. 1개당 400kcal가 채 안 되고 영양소의 균형이 좋지 않아 해외 건조식량들에 비하면 포만감이 부족하다. 가능하다면 해외에서 판매하는 고열량, 고영양의 건조식량을 구매하면 좋을 것이다. 다만 가격이 비싸고 입맛에 맞지 않을 수 있다.
마터호른 정상에서.
주식인 건조식량은 스토브를 피울 수 있는 상황에서만 먹을 수 있으므로 행동식으로는 적절하지 않다. 그리고 앞서 말한 것처럼 열량, 영양소의 균형이 부족하기 때문에 행동식 겸 끼니 보충의 개념으로 1인당 600g 정도의 빵과 그 외 간식(사탕, 초콜릿, 에너지젤, 에너지바 등)을 넉넉히 준비했다. 대부분 간식은 한국에서 준비해 온 것들이었지만 모자라는 것들은 현지 마트에서 보충했다. 개인적으로는 살라미(말린 소세지)를 한 개씩 가지고 다니면서 먹으니 아주 좋았다. 이는 맛보다 등반하면서 단백질과 지방, 염분이 부족한 것을 감안한 이유가 크다. 하지만 염장해서 말린 것이라 씹기가 딱딱하고 개인의 입맛에 따라 짜고 느끼해 먹기 힘들 수 있다.
드류 북벽 등반 중.
그린델발트와 체르마트 야영장에서 머물 때 우연히 캠핑을 즐기기 위해 온 한국 분들을 만난 적이 있다. 그린델발트에서 만난 분들은 한국 쌀과 라면, 체르마트에서 만난 분들은 맛밤을 나눠주고 가셨다. 건조식량을 제외하면 한국에서 가지고 온 것이라고는 행동식뿐인 우리에게 그분들이 주고 간 고국의 음식들은 가뭄의 단비나 마찬가지였다. 그분들에게 짧게나마 지면을 통해 감사하다는 말씀 전하고 싶다.
드류 등반 전, 폭우와 낙뢰 때문에 눈으로 이뤄진 동굴로 대피했다.
6~7월 500g 침낭과 발포 매트리스로 충분
현지 사정에 밝은 로컬 클라이머가 아니라면 1,000m 내외 벽에서 등반할 때에 비박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등반력이 좋고 나쁨과는 별개의 문제이다. 아무리 실력 있고 경험 많은 등반가라도 해당 지역과 대상지에 대한 경험이 없다면 인정해야 하는 부분이다. 그래서 비박 장비를 잘 준비하는 것이 중요했다. 코오롱스포츠에서 지원받은 500g 침낭과 발포 매트리스를 준비했다. 6월 중순~7월 말이 추운 시기가 아니어서 추위에 대해서는 충분했다.
피츠바딜레 남쪽 이탈리아. 앞에 보이는 건물은 지아네티산장이다.
그랑조라스에서는 밤늦게까지 등반하고 겨우 각자 자리 잡고 잘 만한 곳을 찾아 비박에 돌입했다. 나는 한 사람 겨우 설 자리에 엉덩이 반절만 걸친 채로 앉았다. 엉덩이 한쪽에 튀어나온 돌이 똑바로 앉지 못하게 괴롭히고 비좁은 자리에서 계속 미끄러져 나가는 바람에 자는 둥 마는 둥 밤을 보냈다. 밤새 내리치던 눈보라가 그치고 동이 터서 침낭 밖으로 고개만 내밀어 아래를 보니 침낭 하나가 불룩하니 거꾸로 서 있는 게 보였다. 처음에는 잠을 제대로 못 자서 헛것을 보았나 싶었는데 다시 보니 문성욱 형이 선 채로 침낭을 뒤집어쓰고 있는 광경이었다.
스위스로 가는 길, 트루비나스카고개를 지나고 있다.
반면 드류에서는 거의 정상 아래에 커다란 천장이 있는 동굴 같은 지형의 비박지에서 몸을 제대로 누이고 잘 수 있었다. 드류에서의 비박은 그랑조라스의 비박에 비하면 5성급 호텔에서 잤다고 해도 좋을 정도로 훌륭했다. 이처럼 벽마다 비박지의 상태가 들쑥날쑥하고 대부분 좋지 않았지만 그래도 엉덩이라도 똑바로 놓고 앉을 수 있는 곳이었다면, 다음날 새벽 그곳을 떠나기 싫을 정도로 행복에 겨웠다.
체르마트 야영장에서 쉬고 있다.
거꾸로 강을 거슬러 오르는 연어처럼
맨 처음 한 등반은 아이거 북벽의 헤크마이어 루트였는데 6개의 북벽 중에서 가장 큰 벽에 제일 긴 루트였기 때문에 처음부터 호되게 신고식을 하고 그만큼 내성도 생겼다. 그 뒤에 이어진 등반들도 모두 힘들었다. 하지만 참고 견뎌낼 수 있었던 것이 맨 처음 아이거 북벽을 등반한 덕분이라는 생각을 일정 내내 했다. 마터호른에서는 정신적으로 힘들었다. 거대하고 견고한 하나의 돌덩어리처럼 보이는 4,000m 거봉은 사실 겹겹이 쌓인 허술한 돌더미였는데 이런 산이 아직까지도 형태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 신비롭기만 했다. 때때로 우리는 부실한 확보물을 설치해야만 했던 등반을 마치고 난 뒤 영웅담마냥 으스대면서 '마음의 위안이었지'라고 말하곤 한다. 그러나 여기에서야말로 확보물은 마음의 위안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60m 혹은 그 이상을 한 번에 등반하는 상황이 빈번했는데 만에 하나라도 실수해 미끄러지기라도 했다면 제대로 버텨줄 확보물 따위는 없었을 것이다.
치마그란데 정상.
드류에서는 저 유명한 아이거의 워터폴 침니 따위는 우스운 수준으로 만들어버린 거대한 폭포를 뚫고 올라가야만 했다. 제대로 설치한 확보물 하나 없이 수직의 폭포를 헤치고 가는 일은 마치 발톱을 세운 채 입맛을 다시며 선 불곰을 뻔히 보면서도 물살을 거스르기 위해 뛰어 올라야만 하는 산란기 연어나 다를 바 없었다. 아이거, 마터호른, 드류, 그랑조라스까지 네 개의 북벽을 무사히 마치고 나니 한시름 놓을 수 있었다. 아무래도 상대적으로 고도가 낮고 등반거리가 짧은 치마그란데와 피츠바딜레 두 봉우리가 앞선 네 개에 비해 만만해 보였다.
그러나 끝까지 긴장을 늦출 수는 없었다. 남은 기간은 2주 남짓이었는데 날씨가 계속 좋지 않았다. 여기까지 와서 남은 두 개를 마무리 짓지 못한다면 억울함에 평생 원통할 것만 같았다. 우리는 매일같이 날씨 어플을 들여다보며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했다.
트레치메 디 라바레도 주차장.
앞선 네 개의 북벽은 눈과 얼음이 있어 아이스 툴이나 피켈, 빙벽화와 크램폰이 필요했지만 나머지 두 곳은 바위로 이루어져 있고 비박이 필요 없을 것으로 예상되어 등반하는 데 짐도 훨씬 가볍다. 그래서 두 곳 모두 등반에 필요한 기간은 단 하루였다. 다시 말하면 우리에게 필요한 날씨의 창은 각 북벽당 하루씩, 이틀이었고 기회만 되면 바로 달려들 기세로 준비 중이었다. 그야말로 오분 대기조였다. 그러는 와중에 치마그란데 쪽이 먼저 기회를 주었고, 피츠바딜레를 먼저 시도하기 위해 키아베나라는 이탈리아 마을에서 대기하던 우리는 일곱 시간을 달려 치마그란데로 이동했다.
올해부터는 치마그란데가 있는 트레치메 디 라바레도의 아우론조산장까지 들어가기 위해 사전 차량 입장 예약을 해야 한다. 우리는 이탈리아로 넘어오면서 차를 렌트했다. 남은 두 곳은 상대적으로 대중교통 동선이 좋지 않아 차가 없이는 등반을 마무리하기 힘들었다. 차가 없다면 코르티나 담페초에서 버스를 타고 올라가도 된다. 치마그란데로 이동하기 전날 다행히 차량 입장 예약을 할 수 있었다. '구글'에 아우론조 파킹을 검색해 나오는 사이트에서 차량 입장을 예약하면 된다. 차량 입장과 관련된 규정은 사이트에 잘 나와 있으니 참고하면 된다.
아이거 정상.
이곳에서는 야영이 금지되어 있지만 차 안에서는 잘 수 있다. 우리는 도착한 날 밤, 짐 더미와 함께 차 안에 구겨진 채로 몇 시간을 보내고 다음날 새벽 4시에 등반을 시작했다. 치마그란데 북벽은 완벽한 수직과 오버행으로 이루어진 가파른 벽이다. 새벽부터 아침 내내 손발이 시려 고생했지만 그래도 앞선 등반에 비하면 포근했다. 12시간 정도 걸려 등반을 마치고 남은 하나, 피츠바딜레를 위해 다시 키아베나로 이동했다.
원래 묵던 이탈리아 야영장에 자리가 없어 결국 두 배의 비용을 주고 스위스 쪽 야영장에서 하루를 잤다. 더는 재고 따질 여유가 없어 이튿날 아침 퓨라산장에 전화로 예약하고 올라갔다. 산장에 도착해 피츠바딜레를 시도하려고 했는데 초입도 제대로 찾지 못한 중국인 교환학생 둘을 만났다. 그들은 뭐가 그렇게 궁금한지 알파인 등반에 대해 이것저것 물어댔고, 나는 짧은 영어로 대답하느라 진땀을 뺐다. 산장에는 여러 사람이 있었는데 그중 두 명의 스코틀랜드인이 우리와 같은 북벽의 캐신 루트를 시도한다고 했다. 문성욱 형은 북벽 등반 중 처음으로 같이 등반하는 팀을 만났다며 좋아했다.
피츠바딜레와 연봉들.
다음날 새벽, 우리가 한참 먼저 출발했지만 금세 좇아 온 스코틀랜드인 두 명이 멀찍이 앞서 나갔다. 루트 앞에서 그들을 다시 만났지만 선두는 양보해야 했다. 그러나 등반은 우리가 조금 더 나았는지 내내 꽁무니를 바짝 좇았다. 우리는 어프로치화를 신고 등반했는데 그게 신기한지 계속 쳐다봤다. 나는 동계 등반을 갔던 적이 있는 스코틀랜드에 대해 그들과 몇 마디 나눴고 그 덕에 친숙한 감이 더 했다. 정상 직전 능선에서 로프가 복잡하게 엉켰다. 그것을 풀어내느라 그들이 한참 앞서갔고 이후 정상에서 잠시 본 뒤 다시 헤어졌다.
우리는 올라온 곳과는 정반대인 남쪽의 이탈리아 방향으로 하산해 지아네티산장에서 하루를 잤다. 그리고 다음날 포르셀리조 고개와 트루비나스카 고개, 두 고개를 넘어 스위스의 퓨라산장으로 되돌아와 하산했다.
다시 펼친 <별빛과 폭풍설>
8월의 눅눅한 오후, 습기를 가득 먹은 책장을 뒤졌다. 선선하고 건조한 알프스의 고산지대에서 돌아온 지 얼마 되지 않았기에 콧등에 물방울이 알알이 맺히는 한국의 기후가 낯설기만 했다. 살짝 빛이 바랜 하얀색 책 표지, 반면에 책등에 파란색 글씨로 빛나듯 새겨진 <별빛과 폭풍설>을 꺼내 들었다. 윤동주의 시집 <하늘과 별과 바람과 시>를 떠올리게 하는 가스통 레뷔파의 <별빛과 폭풍설>은 내용은 둘째치더라도 제목만큼은 산악인의 서정을 확실하게 담아낸 작명이라는 생각에 그 이름을 읊을 때마다 감탄하고는 한다.
10년도 더 전에 이 책을 읽을 때는 알프스의 위대한 6개 북벽, 밤새 얼어버려 갑옷처럼 단단해진 스웨터와 엉덩이만 걸친 비박, 이국적인 등장인물들의 이름, 이런 것들이 풋내기였던 나에게 큰 감흥을 일으키지 못했다. 그러나 이제는 생생히 경험한 것들이기에, 수십 년을 앞선 선구자의 서정이 다르게 느껴지기를 기대하며 책을 펼쳤다. 그곳에서 내가 보았던 별빛과 폭풍설이 책 속에 그대로 녹아 있었다.
각 봉우리 등반 루트와 난이도
아이거 북벽(3,967m): 헤크마이어 루트(ED-, W15, M5)
마터호른 북벽(4,478m): 슈미드 루트(TD+, W14+, M5)
드류 북벽(3,733m): 알렝 레닌거 루트(TD+, 5C)
그랑조라스 북벽(4,208m): 워커 스퍼 루트(ED-, 6A)
피츠바딜레 북벽(3,308m): 캐신 루트(6A)
치마그란데 북벽(2,999m): 코미치-디마이 루트(6B+)
월간산 10월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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