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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의 최전선에 있는 농민들은 그 피해와 고통도 최전선에 있다. 해마다 ‘사상 최고’라는 폭염과 또 ‘사상 최고’라는 폭우, 역시 ‘사상 최고’라는 가뭄 속에서 미련스러울 만큼 농사를 짓는다. 올가을은 ‘가을장마’라는 이름의 재앙이 농민들에게 닥쳤다. 최근 10년간 9~11월 가을철 전국 평균 강수일수는 24.7일, 강수량은 311.4㎜인데 반해, 올해는 10월이 채 가기도 전에 평균 강수일수 25.5일, 강수량 374.6㎜를 기록했다. 예상치 못한 ‘가을장마’와 병충해 확산이 겹쳐 수확할 수 있는 농산물이 없다. 가을장마로 썩어가는 농작물만큼이나 농민들의 속도 썩어들어간다. 가을장마는 단순한 기상이변이 아 뉴환승론 니라 농민들에게 생존의 위협이다.
곧 수확을 해야 하는 벼는 깨씨무늬병과 수발아(볍씨에서 다시 싹이나는 현상)로 수확이 불가능하다. 논콩도 싹이나고 곰팡이가 펴 썩고 있다. 사과는 수확을 앞두고 갈라지고 터지고, 배추와 브로콜리는 무름병으로 썩어들어간다. 논이 마르지 않아 땅에 심지 못한 마늘과 양파도 함께 썩고 있다. 농촌의 가을 풍경은 저축은행 재난영화의 한 장면처럼 처참하다.



지난달 16일 농민들이 충북 청주의 한 밭을 갈아엎고 있다. ‘가을장마’로 배추, 브로콜리 등 채소에 무름병이 확산해 배추는 노랗게 짓물러가고 브로콜리는 까맣게 썩어들어간다.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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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6일 충북 청주에서는 농민들이 밭을 갈아엎었다. 가을장마에 배추, 브로콜리 등 채소 무름병이 확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장철을 앞둔 대목인데도 배추들이 노랗게 짓물러가고 브로콜리가 까맣게 썩어들어간다. 피땀 흘려 지은 한해 농사의 결실을 통째로 날릴 처지에 놓인 농민들의 마음은 배추보다 노랗게, 브로콜리보다 까맣게 짓무르고 썩 제일은행 어들어간다.
기후위기는 농업 생산의 모든 단계에 영향을 미친다. 단순히 현재 농작물의 피해만이 아니다. 농민의 다음 해 생계로 연결된다. 농민들이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모른다. 1980년대부터 몰아친 정부의 살농정책에도 물러섬 없이 수십년간 싸워온 농민들이지만, 이 기후위기에는 솔직히 자신이 없다. 위기가 더 가속화된다면, 과연 누가 연령무관 농민으로 살아남을 수 있을까?
이런 농민들에게 ‘2035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는 먼 미래의 얘기가 아니다. 현재를 살아가기 위한 생존권과 관련한 문제다. 정부는 이러저러한 이유를 대며 산업계 감축 부담을 최소화해 나머지 부문으로 전가하고 있다. 이런 NDC 논의 흐름은 농민들의 고통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멀지 않은 시간 내에 식량 위기로 나타나 국민 전체의 위기로 다가올 것이다.
게다가 NDC 결정 논의에선 여성농민의 목소리를 찾기 어렵다. 기후위기에 위협당하는 당사자임에도 그렇다. 여성이자 농민인 여성농민은 ‘2050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에 단 한 번도 자신들의 의견을 대변할 대표를 가져보지 못했다. NDC를 결정하는 과정도 마찬가지다. 기후위기를 심화하는 요인은 결국 이렇게 다양한 주체들의 참여와 결정이 구조적으로 배제되고 있기 때문이다. 누가 NDC를 결정해야하나?



신지연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사무총장


생존의 위기를 넘나드는 농민들의 목소리는 NDC 결정 과정에도 담기지 못한다. (정부가 제시한 네 가지 선택지 중 가장 높은 감축 수준인) ‘65% 감축안’은 기후위기 속에서도 국민의 밥상을 포기하지 않는 농민들의 몸부림이자 요구에 다름 아니다. 바로 지금 당장! 시간이 많지 않다. 가을장마를 겪은 농민들이 다시 한 번 경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