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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남인숙 작가)
사람이 감각적으로 가장 일찍 노화를 체감하는 기관은 눈이다. 수정체의 탄력이 떨어져 가까운 물체에 초점을 제대로 맞추지 못하는 노안은 모든 중년이 공통적으로 갖는 최대 고민이다. 실내 조명 아래 근거리 작업을 압도적으로 많이 하는 한국인은 서구인보다 5년 정도 노안을 빨리 자각한다고도 한다. 외부 세계 정보의 80% 정도를 시각으로 받아들이는 인간에게 노화에 의한 기능 쇠퇴는 유독 충격적으로 다가온다.
내가 먹고 있는 음식이 초점이 엇나간 카메라 화면 속 피사체처럼 뿌옇게 보인다는 걸 처음 깨달은 날처럼 서글픈 자각은 하루하루 늘어난다. 필자 또한 원래 근시가 좀 있는 데다 노안까지 심해지는 시기를 맞으니 일상이 여간 불편한 게 아니다. 올 초 혼바다이야기 무료
자 여행을 떠났을 때는 멀리 있는 표지판과 손안의 스마트폰 모두가 흐리게 보여 기능적으로 무력한 존재가 되어간다는 기분마저 들었다. 
이 시점에 그야말로 눈이 번쩍 뜨이는 기사를 발견했다. 미국의 안과 전문 제약회사 렌즈 테라퓨틱스(LENZ Therapeutics)에서 노안을 개선하는 안약을 출시한다는 소식이었다. '비즈(VIZZ)'라는 인터넷황금성
이름의 이 점안제는 에세클리딘(aceclidine)이 주성분이다. 이 성분이 동공을 수축시켜 수정체가 초점을 맞추게 해주는 원리다.
장기 임상까지 모두 마쳐 지난 10월부터 샘플 배포를 시작했고, 올해 안에 상업적 판매도 시작될 예정이다. 미국의 안과의들이 비즈를 비만 치료제 위고비나 마운자로 같은 '게임체인저'가 될 수 있다고 기대하는 포인트아이 주식
이유는 지속 시간과 부작용 문제를 웬만큼 해결했기 때문이다. 



ⓒ시사저널 우태윤


개선 효과 크고 부작용 적어…비용 월 11만원 
사실 노안 안약이라는 것이 아주 획기적인 것은 아니다. 필로카르핀이라황금성나비
는 성분의 뷰티(VUITY)라는 점안액이 이미 나와 있는데, 이게 FDA(미국 식품의약국) 승인을 받은 최초의 노안 안약이다. 하지만 효과를 보는 대상이 한정적이고 지속 시간도 짧으며 두통 등 부작용이 있다는 단점이 있다. 그래서인지 2021년 출시되었는데도 한국에서는 아직 찾아볼 수 없다. 비만 치료제 위고비가 출시 1년 반 만에 한국에 들어온 것과 대조황금성게임다운받기
된다.
비즈는 일회용 바이알에 들어있는 안약 형태이고, 눈에 넣으면 30분 후부터 효과가 나타나 10시간 정도 지속된다. 700여 명의 임상 참여자 중에서 70% 안팎이 개선 효과를 보았고, 이는 위고비의 임상 결과와 비슷하다. 돋보기나 원시용 렌즈를 쓸 때처럼 먼 곳을 바라보는 경우에도 시야가 흐려지지 않는다. 10% 정도에서 발생한 가벼운 부작용도 이내 사라진 것으로 알려졌다.
비용 문제를 보자면 한 달분 가격이 우리 돈으로 11만원 정도다. 비즈가 실제로 효과가 있어 지속적으로 이용한다면 한 달에 11만원으로 시력을 구독하는 셈이다. 필자가 이런 시력 구독이라도 하고 싶은 이유는 아직 레이저나 렌즈 삽입 수술처럼 비가역적인 처치를 할 만큼 절박하지 않아서일지도 모른다. 안약 몇 방울로 하루의 시력을 사는 것은 큰 덩어리의 불안과 비용을 감당해야 하는 수술을 하는 것보다 심정적으로 가볍다. 조금 써보고 효과를 본다면 노안의 불편함에서 해방되는 것이고, 어딘가 안 맞는다면 몇 시간 후 흐린 눈으로 돌아가면 그만이다. 이를 다룬 한 해외 언론에서 '이제 독서 안경이 필요 없어질지도 모른다'는 설렘 가득한 제목을 단 이유도 비슷할 것이다. 
수억 명 노안 인구의 기대를 받고 있는 이 안약이 상품화 이후에도 호평을 이끌어낸다면 이제 나이로 인한 큰 제약 하나를 덜게 될 것이다. 폰 메시지 폰트가 등 너머에서도 훤히 보일 정도로 크다든지 문서 하나 확인하면서도 미간을 잔뜩 찡그린다든지 하는 것으로 나이듦을 표시하지 않아도 된다. 글씨가 깨알 같은 상품설명서를 아예 안 보던 습관도 사라질 것이다. 조금씩 시야가 탁해지는 만큼 둔해지는 것 같던 사고(思考)도 다시 예리해지는 기분이 들 것이다.
어쩌면 앞으로 우리의 시력은 목소리처럼 천천히 늙어갈 수도 있을 것이다. 사람의 성대는 노화가 가장 늦게 오는 기관 중 하나다. 한 애니메이션에 등장하는 짱구의 목소리를 더빙한 박영남 성우는 1990년대부터 25년간 5세 유치원생 목소리 연기를 도맡았다. 나중에 하차한 것도 나이 들어 목소리가 변했기 때문이 아니라 건강에 문제가 생긴 게 이유였다. 하차 후에도 그는 극장판 등에서 간헐적으로 변함없는 짱구 목소리를 냈다. 
이런데도 우리가 목소리만 듣고도 상대방이 나이 든 사람이라는 걸 알아차리는 것은 목소리가 늙어서가 아니라 어조나 발성, 말 습관이 늙어있기 때문이다. 평범해 보이는데도 어딘가 젊어 보이는 중년들은 대부분 정돈된 어투로 말하는 사람들이다. 생물학적인 노화보다 습관이 그 사람의 이미지를 대표하는 것이다.



ⓒfreepik


AI 출현 이후의 미래, 예측할 수 없는 변화
이제 현대의 중년들이 노안에서 자유로워지는 시대가 온다면 이 맑아진 눈으로 무엇을 어떻게 바라보는가가 노화를 표시하게 될 것이다. 시간에 용해돼 그대로 낡아지는 사람과 호기심을 유지하며 반짝이는 눈을 가진 노인이 되어가는 사람의 격차가 더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인공지능이 인류를 멸절하는 오랜 디스토피아 스토리에 익숙해진 이 시대의 중년들은 근래 모든 관심과 돈이 몰리는 AI에 경이와 두려움을 동시에 느끼고 있다. 속도와 윤리 문제에 관심을 기울여야 하지만 그렇다고 마냥 낯설어하며 뒷걸음질 치는 건 관념적인 의미의 시력을 잃는 일이 될 것이다. 
짧게는 5년, 길게는 10년 안에 출현할 '스스로 생각할 수 있는 AI'는 인류의 지력으로 풀지 못한 숙제를 대신해줄 수도 있다. 이를테면 꿈의 에너지인 상온핵융합 발전의 열쇠를 발견해 이 세대 안에 전기요금이 0원인 시대를 볼 수도 있다. 어쩌면 텔로미어가 짧아지지 않는 기전을 발견해 노화나 고통을 겪지 않는 존재로 살아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지금은 한시적으로 노안에서 벗어나게 해주는 안약 하나가 정말로 현실에 나타날지조차 의심스럽지만, 그런 우리가 아예 처음부터 노안 따위는 생기지 않을 인류와 한 시대에 살아보게 될 수도 있다.   
러다이트 운동이 산업혁명을 역행할 수 없었듯 변화에 대한 거부감이 이 예고된 흐름을 막을 수는 없을 것이다. 수십 년 전부터 인공지능 출현은 예고되어 왔고 그 이후의 미래는 예측할 수 없을 거라는 예측도 이미 있었다. 누구도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세상이지만 이 변화무쌍한 세상을 두려움보다는 호기심으로 바라볼 줄 아는 시각을 가진다면 상상보다 근사하게 나이 들어갈 수 있을 것이다. 
우선은 이 글을 쓰는 동안에도 열 번은 안경을 쓰고 벗게 만든 이 눈부터 구원해줄 안약 게임체인저가 현신하길 바랄 뿐이다. 



남인숙 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