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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중국 당국이 온라인에서 비관적이고 염세적인 감정을 표현하고 유포하는 행위에 대한 단속에 들어가면서 중국의 인터넷 정화운동인 ‘칭랑’(淸朗·맑고 깨끗함) 운동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2016년에 시작해 10년째 계속되고 있는 이 운동은 인터넷 공간을 깨끗하게 조성한다는 명목 하에 연예인 팬계정부터 비혼을 옹호하거나 비관적 감정을 드러내는 글에 이르기까지 단속 대상을 점차 넓혀가고 있다.
◇노력 무용론, 공부 무용론 모두 ‘철퇴’
지난달 23일 중국 인터넷 규제 농협영세민전세자금대출 당국인 인터넷정보판공실(CAC)은 “악의적으로 대립을 불러일으키고 폭력적 분위기를 퍼뜨리는 등의 부정적인 감정 문제를 정비”하기 위한 ‘부정적 정서 악의적 선동 문제 정비’ 특별행동을 펼친다고 밝혔다.
‘소극적이고 부정적인 정서를 지나치게 과장’하는 행위가 중점 단속 대상이다.
CAC는 “‘노력 무용론’이나 ‘공부 무용론 바로바로론 모델 ’ 등과 같은 절대화하고 소극화하는 논조를 집중적으로 퍼뜨리고 부추기는 것”과 “사회현상을 악의적으로 해석하고 부정적인 개별 사례를 일방적으로 확대하며 염세주의 등 부정적 인생관을 선전”하는 행위를 집중 단속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실제로 여러 인플루언서들이 경고성 처분을 받았다. 일용직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꾸리고 PC방 등을 전전하며 사는 한국장학재단 생활비대출 부모님 일상을 전했던 ‘샤오A’의 영상은 이달 초 모두 삭제됐다.
샤오A는 ‘싼허신’ ‘왕바대신’의 상징적 인물이다. 싼허신은 첨단기술 중심지 선전의 인력시장 싼허의 신이라는 뜻으로, 선전에서 일용직 일자리를 구하며 살아가는 청년들이 자신을 자조적으로 일컫는 표현이다. 왕바대신은 PC방을 뜻하는 ‘왕바’를 전전하는 신이라는 의미다.
서울시대학생또 다른 개인 방송인 후천펑은 모든 SNS 계정이 아예 정지됐다. 그는 온라인 방송에서 고소득·고학력 계층을 ‘애플인’, 서민층을 ‘안드로이드인’으로 비유해 중국 사회 내 계급 불평등과 고착화된 계층 구조를 비판하는 내용을 전해왔다.
그는 또 농촌 노인의 100위안(약 1만 9000원) 연금 생활을 다룬 영상으로도 주목받았다. 해당 국민은행 직무소개 영상은 중국 사회의 빈부 격차와 노인 복지 문제를 조명하며 큰 반향을 일으켰다.
중국 당국의 칭랑 운동은 중국의 경제 부진 속에 빈부 격차는 더욱 심해지고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며 취업난 역시 역대급 수준으로 계속되면서 청년층의 좌절감이 커지고 있는 상황과 관련 있다.
팍팍한 삶을 살고 있는 중국 젊은층 사이에서는 노력해도 현실을 바꾸기 힘들다는 비관적 정서가 만연해지고 있다. 가만히 누워 아무 것도 하지 않는 ‘탕핑’, ‘바이란’(썩게 내버려 두다) 같은 말이 수년 전부터 유행이다. 대학교 졸업 시즌 SNS에는 학사모를 쓴 채 좀비처럼 누워 찍은 사진을 흔히 볼 수 있다.
최근 동남아시아를 시작으로 세계 각국에서 Z세대 청년들의 반정부 시위가 진행된 가운데 중국 당국이 인터넷 공간에서 젊은층의 연대를 아예 막겠다는 의도로도 보인다.
중국 당국의 통제에도 젊은이들의 표현은 계속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중국 정치 전문가인 장자잉 싱가포르국립대 교수는 “중국 내 상당한 무기력과 비관이 존재한다. 현실적 취업 여건이 개선되지 않는 한 정서 변화는 어렵고, 중국 네티즌은 여전히 우회적으로 표현할 것”이라고 말했다.
◇칭랑 운동, 2016년 시작...아이유 팬덤도, 비혼 옹호 주장도 모두 통제
칭랑 운동은 지난 2016년 시작했다. 당시 CAC는 청정한 온라인 환경 조성을 목표로 하는 일련의 단속과 정화 활동을 포괄해 칭랑 특별 행동을 발표했다.
그 해 음란물과 불법 광고, 악성 댓글 등에 대한 첫 대대적 단속이 이뤄졌고 이듬해 인터넷 게임, 동영상 플랫폼 등 신흥 분야로 단속을 확대했다.
2021년엔 중국 내 과도한 연예인 팬덤 문화를 바로잡는다며 중국 SNS의 연예인 팬클럽 계정을 대거 폐쇄하기도 했다.
당시 웨이보는 아이유, 태연, 장원영, 블랙핑크 로제·리사 등 K팝 가수 팬클럽 계정을 일시 중지해 중국 정부가 한류를 겨냥한 것 아니냐는 논란도 일었다.
이에 당시 주한중국대사관은 ‘중국 정부의 칭랑(인터넷 정화운동) 특별 행동 관련’ 입장을 내고 “중국의 인터넷 공간에서 각 팬클럽 상호 간 욕설과 비방, 악의적 마케팅 등 ‘팬덤’ 문제가 갈수록 불거지고 있다. 중국 관련 부처는 연예계와 팬덤의 비정상적인 문화 현상을 바로잡고자 한다”며 “중국 정부의 관련 행동은 공공 질서와 양속에 어긋나거나 법률과 법칙을 위반하는 언행만을 겨냥하는 것이지 다른 나라와의 정상적인 교류에 지장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최근 CAC는 인공지능(AI) 기술 남용 영상 등에 대해서도 단속을 시작했으며 숏폼 동영상이 유행하면서 이에 대한 단속도 들어갔다.
올해 춘제(중국의 설)에는 온라인상에서의 ‘극단적 대립 유발’, ‘허위사실 날조’, ‘저속하고 나쁜 풍속 조장’ 등 6가지 유형의 행동을 바로잡는 데 중점을 둔다고 밝혔는데, 결혼·출산하지 않거나 결혼·출산에 반대하는 것을 고의로 옹호 및 선동하는 것과 극단적 페미니즘을 선동해 성 갈등을 불러일으키는 일을 ‘극단적 대립 유발’의 사례로 제시했다.
베이징=박세희 특파원
박세희 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