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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진행이 더딘 사업 등의 예산을 삭감하는 ‘지출 구조조정’을 역대 최대 규모로 단행했지만, 실속이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윤석열 정부의 정책에서 사실상 이름만 바꾼 사업이 있어도 과거 이름으로 된 사업엔 예산을 줄였다며 지출 구조조정 실적에 포함하는 등 실제로 예산을 삭감했다고 보기 어려운 대목이 곳곳에 있어서다. 또 당장 내년 예산에선 뺐지만 단순히 지출을 이연한 것이라 내후년 이후에 지출이 늘어나는 경우도 있다.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8월 28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중앙동에서 열린 2026년 예산안 및 2025-2029 국가재정운용계획을 발표하고 있다./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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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정부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2026년 예산안을 편성하면서 27조원의 지출을 구조조정했다고 밝혔다. 기재부는 사상 최대 규모의 지출 구조조정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3년간의 지출 구조조정 규모는 24조1000억원(2023년 예산), 22조7000억원(2024년 예산), 23조9000억원(2025년 예산) 수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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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28일 내년도 예산안을 설명하면서 “지난 정부의 감세 정책과 경기둔화로 100조원 수준의 세수가 결손되는 등 세수 기반이 크게 악화됐다”면서 “(이번) 정부는 내년 예산안에서 줄일 것은 대폭 줄이거나 없앴다”고 말했다.
◇ 전 정부 색채만 지우고 더 많은 예산 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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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예산이 삭감된 사업을 살펴보면 간판만 바뀐 경우가 상당수다. 대표적인 예가 청년 자산 형성 지원 예산이다. 기재부는 직전 정부의 청년 자산 형성 상품인 청년도약계좌에 배정됐던 정부 기여금·인프라 구축비·운영 지원비 등에서 2228억원을 삭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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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외광장에서 서민금융진흥원 청년도약계좌 홍보 행사가 열리고 있다./뉴스1


하지만 동시에 이번 정부의 청년미래적금에는 7446억원을 배정했다. 청년도약계좌에서 삭감된 금액보다 3배 이상 많은 예산이 배정됐음에도 2228억원은 금융위의 지출 구조조정 실적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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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 프로그램도 마찬가지다. 정부는 올해 여기에 배정했던 2500억원을 내년 예산에서 전액 삭감하면서 이 금액을 지출 구조조정 실적에 포함했다.
그러나 해당 프로그램은 완전히 사라진 게 아니라 이 대통령의 공약인 100조원+알파(α) 규모의 국민성장펀드에 흡수됐다. 이 역시 사업명만 바꾼 격인데 2500억원이 지출 구조조정 성과가 된 것이다. 대신 정부는 4배 규모인 1조원을 국민성장펀드에 출자하기로 했다.
◇ 이번엔 지출 줄였지만 내년엔 모른다
이번 지출 구조조정 항목엔 경기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가정도 포함됐다. 고용노동부는 구직급여에서 2352억원을 절감하겠다고 했는데, 이 수치는 구직급여를 받는 이들이 다시 취업할 수 있도록 도와 평균 수령 기간을 1% 줄이겠다는 전제를 바탕으로 산출됐다.
구직급여는 일자리를 잃은 사람이 많을수록 증가하는 항목이다. 경기에 대한 예측보단 정부의 의지를 담아 지출 구조조정 실적을 산출한 것이다.



서울 마포구 서부고용복지플러스센터에서 구직자들이 실업급여 설명회를 듣는 모습./뉴스1


대지급금도 상황은 비슷하다. 대지급금은 임금을 체불한 사업주 대신 국가가 지급하는 돈으로, 고용부는 대지급금을 1418억원 줄이겠다고 했다.
이 규모도 정확한 계산식이 있지 않고 기존의 임금 체불액 증가율과 체불 대책을 통해 줄이려는 체불액 등을 바탕으로 산출됐다. 대지급금 역시 경기가 악화돼 사업주가 노동자에게 임금을 줄 여력이 없을수록 늘어난다.
고용부 관계자는 “(위 항목은) 경기 상황과 맞닿아 증가하거나 감소한다”면서 “앞으로의 경제를 추측하는 데엔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 내년 예산 누른 결과는… 내후년 풍선 효과 우려
내년에는 잠깐 줄지만 이후부터는 증가가 예고된 항목도 있다. 국토교통부는 도시 근로자 가구당 월평균소득 기준 이하인 자를 대상으로 하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공공분양 사업 융자 예산을 올해 1조4716억원에서 내년 4269억원으로 줄였다.
LH는 공공분양 사업 승인-착공-준공 등의 단계별로 국토부로부터 예산을 받는데, 올해부터 착공 전 지원금이 절반으로 줄었다. 지난해까진 사업 승인이 나면 20%를 받았는데, 올해부턴 10%만 준다.
그러나 결국 착공 이후 단계에서는 줘야 할 돈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사업 단계별로 지원하는 금액의 비율이 바뀌면서 일시적으로 (예산이) 줄어든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 시내의 한 전통시장/뉴스1


소상공인의 대출을 최대 90% 탕감해 주는 채무조정 프로그램인 새출발기금도 상황은 비슷하다. 정부는 새출발기금에 올해 5000억원 편성했는데, 내년엔 1원도 배정하지 않았다. 새출발기금은 전 정부의 대표적인 자영업자 지원책이다.
이 예산도 내후년에는 껑충 뛸 수 있다. 새출발기금 사업은 정부와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가 함께 비용을 부담하는데, 내년엔 정부의 지원이 끊기고 캠코 홀로 비용을 다 부담하는 구조다. 지난해 말 기준 200%가 넘는 캠코의 부채 비율을 고려하면 내후년엔 정부가 출자해야 할 가능성이 크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학 경제학과 교수는 “낭비성 예산을 없애거나 사업의 핵심 대상이나 구조를 바꾸는 게 지출 구조조정인데 이번 지출 구조조정에는 그렇지 않은 항목이 너무 많이 포한된 것 같다”면서 “보여주기식 구조조정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보인다”고 말했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교수는 “공적개발원조(ODA) 예산의 총량을 줄인 것처럼 실제 구조조정을 한 사례도 있지만, 일부는 사업 방식 또는 명칭의 변경과 통폐합의 성격이 있다”면서 “지출 구조조정은 고통의 감내라는 조건을 반드시 충족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래픽=정서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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