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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누틴 찬위라꾼 태국 품짜이타이당 대표가 5일 총리 표결이 진행되는 방콕 국회의사당으로 들어서고 있다. 그는 이날 과반 이상의 표를 확보해 신임 총리로 선출됐다. 방콕=로이터 연합뉴스


태국 의회가 해임된 패통탄 친나왓 전 총리의 뒤를 이을 새 총리로 건설 재벌 출신 아누틴 찬위라꾼(59) 전 부총리를 선출했다. 그간 정계 막후 실세로 군림해온 탁신 친나왓 전 총리는 정권 교체 직전 정국 혼란을 틈타 돌연 해외로 떠나면서, 또 다시 망명에 나선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온다.

아누틴 당선, 탁신 시대 막 내려
방콕포스트 등에 따르면 태국 하원은 5일 본회의를 열고 보수 성향 품짜이타이당 아누틴 대표를 위탁매매계약 새 총리로 확정했다. 지난달 29일 헌법재판소가 패통탄 전 총리를 헌법 윤리 위반으로 해임한 지 일주일 만이다.
아누틴 신임 총리는 하원 전체 492석 가운데 과반(247석)을 훌쩍 넘는 311명의 지지를 받았다. 제1 야당 인민당(143석)의 지원을 확보하며 정치적 주도권을 잡았다. 그는 표결 직전 기자들과 만나 인민당과 합의한 △4개 국민은행모기지 월 이내 의회 해산 △개헌 국민투표 실시를 이행하겠다고 재차 약속했다. 또 “새 정부는 투명하게 운영되고 국민의 감시를 받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누틴 찬위라꾼(오른쪽) 태국 품짜이타이당 대표가 5일 총리 표결이 진행되는 방콕 국회의사당에서 차이차나 데타초 인민당 부대표와 요구하는 인사를 나누고 있다. 그는 이날 과반 이상의 표를 확보해 신임 총리로 선출됐다. 방콕=EPA 연합뉴스


아누틴 신임 총리는 2019~2023년 쁘라윳 짠오차 전 총리 내각에서 보건장관을 맡아 의료용 대마 합법화를 주도했다. 2023년에는 푸어타이당 연립정부에 참여했으나, 올해 6월 패통탄 전 총리와 우체국 공인인증서 훈센 전 캄보디아 총리와의 통화 유출 사건 여파로 연정을 이탈했다.
새 총리 선출로 지도력 공백에 따른 태국 정치 불확실성은 일단락될 전망이다. 푸어타이당은 차이까셈 니띠시리(77) 전 법무장관을 총리 후보로 내세워 품짜이타이당의 집권을 저지하려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완위칫 분프롱 태국 랑싯대 정치학 강사는 로이터에 “푸어타이의 시대는 하나sk카드 현금서비스 완전히 막을 내렸다”고 분석했다.



탁신 친나왓 전 태국 총리가 지난달 29일 방콕 푸어타이당 당사를 나서며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방콕=AFP 연합뉴스



특혜 논란 속 탁신 또 망명 관측
정권교체 분위기를 일찌감치 감지한 듯, 지난 20여 년간 군부와 권력을 양분해 온 친나왓 가(家)의 수장 탁신 전 총리는 표결을 하루 전인 4일 밤 전용기를 타고 돌연 출국했다. 그는 출입국 당국에 “싱가포르에서 건강검진을 받는다”고 신고했지만, 항공기는 말레이시아 상공에서 항로를 바꿔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로 향했다. 두바이는 그가 군부 쿠데타로 축출된 뒤 2008년 부패 혐의 관련 판결을 앞두고 해외로 도피해 머물던 곳이다.
탁신 전 총리의 출국은 시점이 공교롭다. 당장 오는 9일 대법원의 ‘특혜 수감’ 논란 관련 대법원 선고를 앞두고 있다. 그는 푸어타이당 집권 직후인 2023년 해외 망명을 끝내고 귀국했다.



탁신 친나왓 전 태국 총리가 5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엑스(X)에 갑작스러운 출국에 대해 '의료 목적'이라고 해명하며 9일 대법원 판결 전 귀국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탁신 X 캡처


이후 8년 형을 받았지만 건강상의 이유로 곧바로 경찰병원으로 이송됐고, 6개월 만에 가석방돼 교도소에서는 단 하루도 보내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특혜 의혹이 불거졌고, 사법 당국의 판단을 받게 됐다. 위법 판결이 날 경우 재수감 가능성도 제기된다. 법정 구속을 피해 출국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탁신 전 총리는 5일 오전 엑스(X)를 통해 “이민국 출국 수속 지연으로 싱가포르 공항 운영 시간 내 도착이 불가능해 주치의가 있는 두바이로 향했다”고 해명했다. 이어 대법원 판결 전인 8일 태국으로 돌아가겠다고 약속했지만, 15년 간의 해외 도피 전력을 감안하면 이를 곧이곧대로 믿는 시선은 많지 않다.
하노이= 허경주 특파원 fairyhkj@hankookilbo.c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