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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석문학상은 삶에 대한 이해를 넓혀주는 동시대 소설들을 독자에게 소개해왔다. 올해의 수상작 역시 인생의 한 모퉁이에서 겪어보았을 법한 감정, 혹은 막연하게 바랐던 다른 세계에 대한 갈망을 환기하며 지금 여기의 삶과 함께 호흡한다.
특히 올해는 적나라한 욕망과 주체하지 못하는 분노, 주술적 힘이 틈입하는 낯선 세계 등 삶의 원초적 면모를 보여주는 소설과 더불어, 언어의 세련과 은유적 장치를 통해 일상을 다시금 반짝이게 하는 소설이 두루 선정됐다.
김남숙의 '삽'은 성폭력 사건에 억울한 피고발자가 된 남성 인물을 주인공으로 한다. 소설 전반을 장악하고 있는 작가의 역량과 흡인력 있는 서사 전개가 호평을 받았다.
김 급여압류신청 혜진의 '빈티지 엽서'는 타인의 엽서를 읽으며 자신에게도 가능했을지 모르는 '다른' 삶을 꿈꾸는, 그러나 다시금 '이곳'의 중력에 이끌리고 마는 인물의 일상을 섬세하게 그린 작품이다. 주인공이 타인의 엽서를 읽을 때 동네 사람들 역시 주인공의 삶을 함부로 읽는 장면이 겹치면서 중심 소재인 엽서는 삶에 대한 멋진 은유가 된다. 함윤이의 '우리의 적들이 산을 마을금고금리 오를 때'는 스타일과 분위기 측면에서 가장 강렬한 인상을 남긴 작품이었다. 독수리가 떼 지어 다니는 소도시의 풍경이나 낯선 종교 행사가 이루어지고 있는 천문대는 그 자체만으로 탁월한 서스펜스를 만들어낸다.
김경욱의 '너는 별을 보자며'는 소설가 소설이라는 익숙한 형식을 띠고 있지만, 아내 '은하'는 소설의 중심인물이자 '나'의 글쓰기를 이 우리은행마이너스통장이자율 끄는 은유적 장치로 기능하면서 해석의 용적을 넓히고 있다.
이미상의 '옮겨붙은 소망'은 작가의 다른 소설들처럼 개성이 확실했고, 따라서 논의가 거듭될수록 작품의 강점에 매료됐던 작품이다. 마이너리티가 피동성을 가진 채 지배체제의 틈에서, 혹은 그것을 교란하며 살아남는 방식은 소설 전반을 장악하고 있는 유머러스하고 시니컬한 분위기에 반해 농협학자금대출조회 진지한 해석을 요청하고 있다.
대상 수상작인 이희주의 '사과와 링고'는 '살림 밑천'이라며 가정경제의 부담이 일방적으로 부가되는 K장녀 사라와 타고난 외모에 의지해 변변한 직업도 경제관념도 없는 동생 사야를 통해 자매의 애증과 불화를 그린다. 소설은 '여성'이라는 단일한 이름으로 묶일 수 없는 자매의 갈등을 포착하고, 그들의 욕망과 허영을 마이너스통장 발급조건 거침없이 드러낸다.
언니 사라가 초점화자로 설정돼 동생에 대한 비판적 시각이 소설 전반을 장악하고 있지만, 그 '비판적 시각'이 오히려 적극적으로 동생의 여성성을 환금(換金)하려는 것이기에 소설은 진부함에 빠지지 않는다. 특히 소설의 마지막에 동생 사야의 시선이 슬쩍 제시되면서 언니 사라 역시 '(취향의) 사치'를 갈구하고 있었음이 분명해지고, 이로써 사라와 사야는 하나의 기의를 지칭하는 '사과와 링고(リンゴ, 사과)'처럼 서로 거울상임이 확인된다. 문장이 다소 거칠고, 고양이를 죽이는 결말이 갑작스러운 파국이라는 비판도 있었지만, '사과와 링고'는 이러한 돌출부마저 날것 그대로의 매력으로 읽히게 하는 파괴력 있는 소설이었다. 이에 '사과와 링고'를 대상작으로 선정하였다.
제26회 이효석문학상 심사위원회는 강영숙·김미정·심진경·윤고은·이지은으로 구성됐다.
[이지은 대표 집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