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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운터테너는 가성을 사용해 여성의 알토나 메조소프라노와 동등한 음역대를 내는 남성 성악가를 뜻한다. 이동규(사진)는 ‘한국 카운터테너의 전설’로 불린다. 2005년 동양인 최초로 이탈리아 종교음악 대회인 무지카 사크라 국제 성악 콩쿠르에서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1위에 올랐을 뿐 아니라 스페인 프란시스코 비냐스 국제 콩쿠르 1위, 뉴욕 조지 런던 콩쿠르 우승, 함부르크 국립 오페라극장 주연 데뷔, 라스칼라 극장 초연작 상연 등의 성과를 냈다. 한국인 성악가로 클래식 전문 레이블인 에라토에서 앨범을 낸 이는 조수미 외에는 이동규밖에 없다.
서울 이태원동의 한 카페에서 아르떼가 만난 이동규는 반전이었다. 수수하고 임직원 포근했다. 무대 위에서 뿜어내는 카리스마와는 다른 분위기였다. 에라토에서 선보일 두 번째 앨범과 오는 30일 서울 예술의전당 공연을 준비하고 있는 그에게 4옥타브를 넘나드는 카운터테너의 삶과 앞으로의 음악 여정에 대해 물었다.
 밴쿠버의 버스보이, 카운터테너로 직행
이동규가 성악을 처음 만난 건 월드비전 어린이 합창단에 신용대출 이율 서다. 초등학교 3·4학년 시절을 그곳에서 보내면서 음악을 배웠다. 방학엔 한 달간 합숙하며 팀워크와 사회생활을 경험했다. 설거지와 요리도 직접 했다. 열세 살 때는 두 살 터울인 형과 캐나다 밴쿠버로 조기 유학을 떠났다. “영어라곤 ‘하이’만 알았을 때예요. 발음이 조금만 틀리면 차별받았죠. 합창단 생활을 하면서 받은 언어 트레이닝이 이때 도움이 되더라고 일본 저금리 요.”
얼마 지나지 않아 시련이 왔다. 가세가 기울어 이동규는 중학교 1학년 때 아르바이트 현장에 뛰어들어야 했다. 그렇게 식당에서 테이블을 치우고 그릇을 나르는 ‘버스보이’ 일을 시작했다. 설상가상으로 2학년이 돼선 폐병이 덮쳤다. 치료 부작용으로 머리카락이 모두 빠졌다. 폐에 찬 물을 빼는 투병 중엔 형과 형의 친구가 한국에 있는 부모 debt 님을 대신해 간병했다. 고등학교 진학도 학비 부담이 커 귀국을 결심한 상황. “고등학교 합창부 선생님이 제가 필요하다며 교장선생님께 장학금을 부탁해주신 덕분에 겨우 학교를 다닐 수 있었어요.”
역전의 순간은 곧 찾아왔다. 열일곱 살 때 우연히 영화 ‘파리넬리’를 보면서다. 그는 카스트라토(고음역을 소화하고자 미성년기에 거세한 가수)가 된 집매매시 주의사항 파리넬리의 가창을 들으며 ‘나도 할 수 있을 것 같은데’란 생각이 들었다고. 카운터테너가 뭔지도 잘 몰랐던 때다. 레슨비를 낼 수 없던 그는 대학 진학 과정에서도 뭘 챙겨야 할지 몰라 카운터테너 곡 2개, 베이스 곡 2개를 준비했다. 전액 장학금을 받고 밴쿠버음악아카데미에 입학한 그는 미국과 유럽의 콩쿠르를 휩쓸며 성악계의 신성이 된다.
 3년의 슬럼프, 기초부터 다시 배웠다
이동규가 유럽에서 활약할 수 있었던 배경은 무엇일까. 카운터테너는 지역별 스타일이 다르다. 유럽은 정제된 표현을, 극장 규모가 큰 미국은 풍성한 소리를 강조한다. 이동규는 미국 스타일을 기반으로 하되 표현력을 살리는 데도 집중한다. 가곡이든 오페라든 가사의 어느 지점에서 감동을 전할 수 있을지를 찾아낸다. 그래서인지 “외국어인데도 기가 막히게 가사를 살릴 줄 안다”고 유럽 지휘자들이 입을 모아 칭찬한다.
슬럼프는 전성기와 동시에 찾아왔다. 2015년 라스칼라 극장에서 데뷔한 해다. 중간 음역을 내는 게 갑자기 버거워졌다. 라스칼라 공연은 풍부한 감정 표현으로 넘어갈 수 있었지만 스스로 예전의 목소리가 아니라는 생각에 사로잡혔다. 카운터테너 목소리의 유효기간이 짧다는 속설도 불안감을 키웠다. 우울증에 빠진 그가 해결책을 찾기까지는 3년이 걸렸다. “성악과 교수로 있는 친구가 명쾌하게 답을 줬죠. ‘나이 들어서 그렇다’고요. 어릴 때 방식 그대로 노래하다 보니 계속 헛도는 거였어요.”
이동규는 기초부터 발성을 다시 배웠다. 여유를 더해 노래하는 법을 체득했다. 그렇게 만들고 있는 앨범 ‘바로크로그’는 이름대로 바로크 음악에 집중한다. 재즈 발성도 가미해 바로크 음악을 생소하게 느끼는 이들에게 친숙하게 다가가려고 시도했다. 이 앨범에 담길 테오르보의 부드러움에도 빠져볼 만하다. 테오르보는 중세 유럽에서 쓰인 류트에서 파생한 악기다. 낮고 무게감 있는 소리가 매력이다. 이동규는 이 악기 연주를 위해 록 밴드 출신인 프랑스의 브루노 헬스트로퍼를 섭외했다. “록 밴드 메탈리카가 바로크의 발라드를 연주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호기심으로 앨범 작업을 하고 있어요.”
30일 예술의전당 공연에선 피아니스트 조윤성, 더블베이시스트 성민제가 만드는 소리도 함께 들을 수 있다. 현대적인 감성으로 바로크 음악의 깊은 맛을 음미할 수 있는 자리다. “저는 엔터테이너(예능인)니까 관객에게 만족을 주는 게 제 일이라고 생각해요. 이번 공연으로 관객과 연주 경험을 공유하며 ‘이동규’라는 장르를 꽃피우는 음악가가 되고 싶습니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