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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닌봉 베이스캠프(3,600m)에 어둠이 내린다. 하루에 세 계절을 넘나든다. 아침에 출발한 오쉬는 여름, 탈딕고개를 넘어 사리타쉬마을(3,170m)에서는 가을, 이곳은 겨울이다. 두꺼운 스웨터와 패딩으로 무장하고 서둘러 식당으로 가는데 숨이 턱 막힌다. 고산병 증세다.
식당에 들어서니 산악인들의 복장이 한겨울이다. 국제용으로 입맛을 맞춘 뷔페 음식 중에서도 가장 인기 있는 것은 뜨거운 스프와 뜨거운 차다. 고산병 때문에 속을 상한 갈대 데워야 하는 것이다. 시원한 물김치와 달걀 프라이, 당도가 높은 살구와 복숭아도 인기다. 러시아 국적의 가이드가 내일 산행 복장과 장비를 설명하고, 고산병 약은 미리 먹어두라고 권한다. 남미 안데스산맥을 다니며 고산병 경험이 있던 필자도 일행들에게 몇 가지 주의사항을 얘기했는데, 정작 다음날 고산병으로 가장 고생한 사람은 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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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미르 고원 트레킹 거대한 설산을 향해, 한 걸음 한 걸음을 내딛는다. 산에 오르는 것이 아니라, 들어간다는 말이 맞다. 해발 3,800m에서 숨이 턱턱 막히지만, 앞에 어떤 풍경이 나타날지 두근두근하다.
장엄하고 숭고한 파미르
산와머니 대출심사전기 사정이 나빠서 밤 11시부터 새벽 4시까지 난방이 되지 않는다고 한다. 고산병 약을 먹고, 비니를 뒤집어쓰고, 버프로 목을 감싸고, 두꺼운 트레이닝복을 입고, 속옷에 핫팩을 붙이고, 이불을 두 겹 덮었다. 그러나 두통이 심해지면서 잠은 달아났고, 덜덜 떨리고 꼼짝하기 어렵다. 이 와중에 목이 말라 물을 많이 마신 탓에 계속 화장실을 들락날락 아파트 매매 세금 했다. 속이 더부룩하고 연신 트림이 나왔다. 룸메이트도 몸을 뒤척이며 끙끙거렸다. 뜬눈으로 밤을 새우고 새벽 5시가 되니 창밖이 훤해졌다. 아침 사진을 찍으려 자리를 박차고 일어섰다.
유르트를 나가니 온통 야생화 풀밭이다. 햇살이 비치기도 전에 야생화들의 노란색, 붉은색, 흰색이 초원을 환하게 밝히고 있다. 그들을 밟지 않으려고 발밑을 나이키직수입정품 조심조심 살펴서 작은 언덕 위로 올라섰다.
파미르의 깊은 곳 하늘 끝 빙하에서 흘러내린 얼음물이 황량한 계곡을 가르며 거칠게 흐르고 있다. 그곳을 바라보는 언덕에는 엄마 품처럼 따뜻하고 부드러운 초원이 펼쳐져 있다. 파미르에는 격랑과 평화가 함께 있다.
밤새 눈이 더 쌓였을까, 산은 더 커져 있다. 거대한 피라미드 앞에 선 개미처럼 나의 존재감이 사라진다. 이토록 순결하고 신성한 하얀색이 눈앞 가득히 펼쳐진 적이 있었던가. 해가 없어도 빛나던 산에 한 점, 한 줄기의 햇빛이 닿기 시작했다.
긴 산맥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햇살이 천천히 이동하며 그늘을 걷어내고, 하늘에 닿은 능선 설사면이 눈부시게 반짝인다. 오른쪽 가장 높은 곳에 도드라져 있는 해발 7,134m의 레닌봉까지 햇살이 퍼지자 산 전체가 기지개를 켜는 듯 한껏 움직이는 것만 같다.
새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거대한 산체의 우람한 골격과 하얀 설면雪面 윤곽이 확연하게 드러나자 가슴이 웅장해졌다. 아름다움을 넘어서 장엄하고 숭고한 풍경이 가슴속에 들어왔다. 풍경은 고요하고 잔잔했지만, 몸속으로 들어와 심장과 핏줄을 전율시켰다. 햇빛은 초원을 녹이고, 얼었던 내 몸도 녹이며 우주의 온기를 불어넣어 주는 것 같았다. 파미르가 '태양신의 자리'라는 말도 맞고, 모든 에너지의 원천은 태양이라는 말도 맞다는 걸 실감했다.
레닌봉의 레닌 흉상 해발 7,134m. 정상의 반은 타지키스탄 땅이다. 그들은 이본시나봉으로 부른다. 키르기스스탄은 소련의 지배에서 벗어났음에도 왜 레닌봉 이름을 바꾸지 않는 것일까. 레닌이 키르기스스탄 민족을 평등하게 대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사진 월간山.
뜨거운 오트밀과 꿀차로 몸을 데우고 해발 4,150m의 트래블러스 고개Traveller's Pass를 목표로 트레킹에 나섰다. 베이스캠프에서 고도 500m를 높이는 왕복 7km 코스다. 시작은 좋았다. 멀리 설산이 어서 오라며 품을 벌렸고, 녹색 카펫 사이에 난 흙길은 폭신했으며, 서서히 고도를 높이는 완만한 경사였다. 한라산 만세동산보다 훨씬 부드러운 구릉이다. 그런데도 시간이 지날수록 숨이 턱턱 막히고, 기력이 뚝뚝 떨어져, 1시간쯤 지나자 '젊은 일행'들과 간격이 크게 벌어졌다.
고산병 증세가 심한 일행을 데리고 하산하던 가이드 알로나가 내게도 하산할 것을 단호하게 지시했다. 나는 천천히 가더라도 끝까지 가겠다고 고집을 부려 결국 중간까지만 가기로 합의한 끝에 다시 걸음을 내딛었다. 그러나 갈수록 경사는 급해져, 3분 동안 숨을 헐떡이고 3분 동안 숨을 고르는 고행을 반복했다.
해발 3,800m 지점에서는 시야가 뿌옇게 흐려지는 증상까지 발생했다. 빗방울이 떨어지자 공기는 훨씬 차가워졌다. 하산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곳의 언덕에서 올려다본 하얀 설산과 붉은 흙산, 그리고 까마득한 절벽 아래의 자갈지대를 구불구불 흘러가는 강을 바라보며 하산의 위안으로 삼았다. 태초의 지구가 저절로 무너지고 갈라지고 부서져, 자갈과 모래가 되어, 빙하와 강물에 의해 휩쓸려 나가는 야생의 자연이 거기에 있었다.
트래블러스 고개 가는 길 오른쪽 급경사 너덜 밑에 좁은 벼랑길이 보인다. 레닌봉을 가려면 트래블러스 고개를 지나 캠프 세 곳을 돌파해야 한다. 고소 적응을 하며 며칠 동안 걸어야 한다. 사진 타티아나.
유르트로 복귀하자마자 구토가 나와 속을 비우고, 여러 가지 약을 흡입했다. 잠에 빠진 걸까, 기절한 걸까, 1시간쯤 단잠을 자고 일어났더니 머리가 한층 가벼워졌다. 오후 일정은 해발 3,500m에 있는 툴파르콜Tulparkol호수를 다녀오는 3.5km, 3시간 트레킹이다. 가이드가 만류했으나 내리막길이니 괜찮다고 고집을 부려 나섰다. 푸릇푸릇 예쁜 초원 사이로, 콸콸 흘러가는 개울 옆으로 신나게 걸었다. 오솔길 옆은 온통 야생화 풀밭이다. 노란 민들레가 지천이고, 하얀 에델바이스도 많은데, 여기 야생화들은 우리나라와 차이가 있다. 꽃의 키가 더 작고, 줄기는 더 두껍고 야물다. 함께 모여 의지하면서 널리 널리 퍼져 있다.
즐거운 트레킹. 베이스캠프에서 툴파르콜호수까지, 지구에서 가장 아름다운 풍경을 신나게 걷다.
동화 같은 풍경, 신나는 트레킹
내리막이 있으면 반드시 오르막이 있는 법, 강 건너 기다란 오르막에서는 숨이 턱턱 막혀 가다 서다를 반복했다. 툴파르콜호수를 바라보는 언덕에서 동화 같은 풍경을 내려다본다. 초록 구릉 사이의 호수 두 개에 맑은 빙하수가 가득 담겨 있고, 주변에 작은 유르트들이 하얗게 박혀 있다. 추위만 없다면 풀밭에 누워 밤을 새워도 좋을 목가적인 풍경이다. 유목민 유르트에 가면 누구나 여행자를 귀한 손님으로 대접한다. 그들의 새까맣게 탄 주름진 손으로 크게 찢어 주는 빵과 꿀, 그리고 10여 번 따라주는 차를 마시다 보면 그들과 깊은 유대감이 생긴다. 그들은 끊임없이 방랑하는 노마드nomad(유목민), 자연과 완전히 동화된 초원의 신神이다.
돌아가는 길의 오르막에 겁먹은 나는 말을 빌렸다. 당차게 생긴 소년 둘이 말 두 마리를 가져와 앞말에 타고 나를 태운 뒷말을 리드했다. 급경사 내리막과 거친 오르막에서 말이 뒤뚱거리는 바람에 엉덩이가 펄럭거렸다. 떨어지지 않으려고 허벅지를 꽉 조이고 손잡이를 세게 쥐느라 몸살이 날 지경이었다. 평원에서는 적당하게 속도를 내며 말이 나를 다독였다. 덜그덕, 덜그덕 말의 리듬에 몸을 맞추니 유목민이 된 기분이었다.
말에서 내려 돈을 주니 작은 소년은 공손하게 받았지만, 큰 소년은 휴지조각을 보듯 덤덤한 표정으로 말을 돌렸다. 파미르고원에서 할 일은 하나 더 남았다. 은하수가 흐르는 별밤을 보는 것이다. 그러나 밤새 우박과 비가 번갈아 내리고 바람이 휘몰아쳤다. 별 대신에 꿀잠을 길게 잤다.
가이드 알로나(29세, 왼쪽.) 러시아 국적으로 가이드 경력은 7년. 10세 때 고향의 산에 처음 올라 '산 맛'을 느낀 후, 산을 스승과 친구로 여기며 '산 인생'을 살고 있다고 한다. 남편과는 산에서 자일 파트너로 만나 인생 파트너가 되었다.
파미르고원에서 마지막 날 아침, 베이스캠프 옆 언덕에 올라 아침이슬에 젖은 야생화들을 들여다본다. 간밤의 추위를 견디느라 꽃잎들이 오므라져 있다. 1년 중 절반이 영하 40°C까지 내려가는 혹한의 오지에서 6월의 야생화는 가련하다. 파란색 물망초의 꽃잎 하나하나는 아기 새끼손톱만큼 작다. 앙증맞은 꽃잎들이 서로 밥풀처럼 붙어 있다. 어떤 꽃은 갑옷을 입은 듯 두꺼운 촉감이고, 어떤 꽃은 빽빽한 털로 덮였다.
우리나라에도 많은 미나리아재비는 꽃잎을 코팅한 듯 반짝반짝 빛난다. 모두 체온을 보호하는 수단이다. 여름에만 잠깐 피어나 짧은 생을 누린 뒤 서둘러 사라져야 하는 꽃들에게 애처로움을 느끼지만, 수천 년을 윤회하며 생명을 이어간 꽃들이 오히려 사람을 측은하게 생각하지 않을까.
파미르의 야생화 여름에만 잠깐 피어 생명을 만끽하고, 곧 사라져 길고 혹독한 겨울을 이겨낸다. (위) 구름송이풀, 에델바이스(솜다리), 설앵초. (아래) 고산물망초, 산구름국화, 캄파넬라할미꽃. 꽃 이름 확인 국립공원공단 권재환 박사.
파미르고원에 올 때처럼, 오쉬로 돌아가는 길에도 형형색색의 굉장한 경관들을 휙휙 지나쳤다. 내가 그곳 관계자라면 10개쯤 뷰포인트를 정해서 홍보해 여행자들을 적어도 하루 이상은 더 체류시킬 수 있을 것 같다. 그만큼 알려지지 않은 아름다운 명소가 많다.
오쉬로 돌아가 현지 방송과 이런 인터뷰를 했다.
"여러분의 선조들은 실크로드로 번영을 누렸습니다. 이제 우리 코리아 여행자들이 실크로드를 재현해 보겠습니다."
오쉬를 중심으로 초원과 계곡이 어우러진 그림 같은 풍경 속에서 트레킹, 승마, 야생화 탐사, 별 보기, 오프로드 라이딩, 유르트 민박, 전통문화 체험 등의 다양한 액티비티를 즐길 수 있다.
유르트 관광단지 (위) 파미르 하이웨이 주변에는 유르트 관광단지가 많다. (아래) 즐거운 승마/ 화려한 유르트 내부와 정성이 가득한 오찬 테이블 / 그네를 타는 사람들. 그네는 키르기스스탄에 정착한 고려인들이 들여온 문화로 보인다.
지구의 역사를 굽어보다
오쉬에서 국내선으로 45분 거리에 있는 수도 비슈케크로 날아가 트레킹 천국인 알라 아르차국립공원, 스위스 알프스를 옮겨온 듯한 알틴 아라샨국립공원, 제주도 3배가 넘는 이식쿨호수, 해발 3,000m에 담겨진 송쿨호수 등 지구에서 가장 청정한 자연에서 몸과 마음을 깨끗하게 씻어보자.
귀국 비행기에서 파미르고원의 푸르른 산과 텐샨산맥의 아이스크림 같은 빙하를 내려다본다. 여행의 산전수전을 다 겪고 나서, 세계의 지붕으로 올라가 세상을 내려다보니, 지구의 장구한 역사가 하얀 산맥과 황량한 산과 초록 초원에 새겨져 있다. 조금 더 들여다보니 내 삶의 궤적이 굽어 흐르는 강물처럼 흘러가고 있다. 눈물이 난다.
알틴 아라샨Altyn Arashan국립공원 키르기스스탄을 '중앙아시아의 스위스'라고 부르는 것은 바로 이 국립공원 때문이다. 아름다운 고산 초원에 하늘을 찌르는 가문비나무 숲, 맑은 계곡물, 부드러운 트레일, 뜨거운 온천이 유명한 힐링 플레이스다. 사진 카트만두앤비연드.
여행 후기
이번 여행을 기획한 아스타나 항공과 환영해 준 키르기스스탄 오쉬의 공무원들, 그리고 악사이 트래블(ak-sai.com) 관계자들께 감사드린다. 트레킹을 안전하게 이끌어 준 로만Roman과 알로나Alona 부부에게도 고맙다는 인사를 전한다. 키르기스스탄 민족의 기원은 바이칼호수 유역이다. 우리 민족의 기원도 바이칼호수라는 학설이 있다. 거리에는 우리 국화인 무궁화가 많았다. 그래서인지 키르기스스탄 사람들에게 깊은 친밀감을 느꼈다. 키르기스스탄은 우리의 경제를 닮고, 우리는 그들의 순박한 마음을 닮았으면 좋겠다.
텐샨天山 산맥. 키르기스스탄의 파미르고원에서 중국 서부까지 2,000km에 걸쳐 우뚝 선 '하늘의 산'에서 빙하가 흘러내리는 모습.
월간산 9월호 기사입니다
레닌봉 베이스캠프(3,600m)에 어둠이 내린다. 하루에 세 계절을 넘나든다. 아침에 출발한 오쉬는 여름, 탈딕고개를 넘어 사리타쉬마을(3,170m)에서는 가을, 이곳은 겨울이다. 두꺼운 스웨터와 패딩으로 무장하고 서둘러 식당으로 가는데 숨이 턱 막힌다. 고산병 증세다.
식당에 들어서니 산악인들의 복장이 한겨울이다. 국제용으로 입맛을 맞춘 뷔페 음식 중에서도 가장 인기 있는 것은 뜨거운 스프와 뜨거운 차다. 고산병 때문에 속을 상한 갈대 데워야 하는 것이다. 시원한 물김치와 달걀 프라이, 당도가 높은 살구와 복숭아도 인기다. 러시아 국적의 가이드가 내일 산행 복장과 장비를 설명하고, 고산병 약은 미리 먹어두라고 권한다. 남미 안데스산맥을 다니며 고산병 경험이 있던 필자도 일행들에게 몇 가지 주의사항을 얘기했는데, 정작 다음날 고산병으로 가장 고생한 사람은 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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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미르 고원 트레킹 거대한 설산을 향해, 한 걸음 한 걸음을 내딛는다. 산에 오르는 것이 아니라, 들어간다는 말이 맞다. 해발 3,800m에서 숨이 턱턱 막히지만, 앞에 어떤 풍경이 나타날지 두근두근하다.
장엄하고 숭고한 파미르
산와머니 대출심사전기 사정이 나빠서 밤 11시부터 새벽 4시까지 난방이 되지 않는다고 한다. 고산병 약을 먹고, 비니를 뒤집어쓰고, 버프로 목을 감싸고, 두꺼운 트레이닝복을 입고, 속옷에 핫팩을 붙이고, 이불을 두 겹 덮었다. 그러나 두통이 심해지면서 잠은 달아났고, 덜덜 떨리고 꼼짝하기 어렵다. 이 와중에 목이 말라 물을 많이 마신 탓에 계속 화장실을 들락날락 아파트 매매 세금 했다. 속이 더부룩하고 연신 트림이 나왔다. 룸메이트도 몸을 뒤척이며 끙끙거렸다. 뜬눈으로 밤을 새우고 새벽 5시가 되니 창밖이 훤해졌다. 아침 사진을 찍으려 자리를 박차고 일어섰다.
유르트를 나가니 온통 야생화 풀밭이다. 햇살이 비치기도 전에 야생화들의 노란색, 붉은색, 흰색이 초원을 환하게 밝히고 있다. 그들을 밟지 않으려고 발밑을 나이키직수입정품 조심조심 살펴서 작은 언덕 위로 올라섰다.
파미르의 깊은 곳 하늘 끝 빙하에서 흘러내린 얼음물이 황량한 계곡을 가르며 거칠게 흐르고 있다. 그곳을 바라보는 언덕에는 엄마 품처럼 따뜻하고 부드러운 초원이 펼쳐져 있다. 파미르에는 격랑과 평화가 함께 있다.
밤새 눈이 더 쌓였을까, 산은 더 커져 있다. 거대한 피라미드 앞에 선 개미처럼 나의 존재감이 사라진다. 이토록 순결하고 신성한 하얀색이 눈앞 가득히 펼쳐진 적이 있었던가. 해가 없어도 빛나던 산에 한 점, 한 줄기의 햇빛이 닿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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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거대한 산체의 우람한 골격과 하얀 설면雪面 윤곽이 확연하게 드러나자 가슴이 웅장해졌다. 아름다움을 넘어서 장엄하고 숭고한 풍경이 가슴속에 들어왔다. 풍경은 고요하고 잔잔했지만, 몸속으로 들어와 심장과 핏줄을 전율시켰다. 햇빛은 초원을 녹이고, 얼었던 내 몸도 녹이며 우주의 온기를 불어넣어 주는 것 같았다. 파미르가 '태양신의 자리'라는 말도 맞고, 모든 에너지의 원천은 태양이라는 말도 맞다는 걸 실감했다.
레닌봉의 레닌 흉상 해발 7,134m. 정상의 반은 타지키스탄 땅이다. 그들은 이본시나봉으로 부른다. 키르기스스탄은 소련의 지배에서 벗어났음에도 왜 레닌봉 이름을 바꾸지 않는 것일까. 레닌이 키르기스스탄 민족을 평등하게 대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사진 월간山.
뜨거운 오트밀과 꿀차로 몸을 데우고 해발 4,150m의 트래블러스 고개Traveller's Pass를 목표로 트레킹에 나섰다. 베이스캠프에서 고도 500m를 높이는 왕복 7km 코스다. 시작은 좋았다. 멀리 설산이 어서 오라며 품을 벌렸고, 녹색 카펫 사이에 난 흙길은 폭신했으며, 서서히 고도를 높이는 완만한 경사였다. 한라산 만세동산보다 훨씬 부드러운 구릉이다. 그런데도 시간이 지날수록 숨이 턱턱 막히고, 기력이 뚝뚝 떨어져, 1시간쯤 지나자 '젊은 일행'들과 간격이 크게 벌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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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발 3,800m 지점에서는 시야가 뿌옇게 흐려지는 증상까지 발생했다. 빗방울이 떨어지자 공기는 훨씬 차가워졌다. 하산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곳의 언덕에서 올려다본 하얀 설산과 붉은 흙산, 그리고 까마득한 절벽 아래의 자갈지대를 구불구불 흘러가는 강을 바라보며 하산의 위안으로 삼았다. 태초의 지구가 저절로 무너지고 갈라지고 부서져, 자갈과 모래가 되어, 빙하와 강물에 의해 휩쓸려 나가는 야생의 자연이 거기에 있었다.
트래블러스 고개 가는 길 오른쪽 급경사 너덜 밑에 좁은 벼랑길이 보인다. 레닌봉을 가려면 트래블러스 고개를 지나 캠프 세 곳을 돌파해야 한다. 고소 적응을 하며 며칠 동안 걸어야 한다. 사진 타티아나.
유르트로 복귀하자마자 구토가 나와 속을 비우고, 여러 가지 약을 흡입했다. 잠에 빠진 걸까, 기절한 걸까, 1시간쯤 단잠을 자고 일어났더니 머리가 한층 가벼워졌다. 오후 일정은 해발 3,500m에 있는 툴파르콜Tulparkol호수를 다녀오는 3.5km, 3시간 트레킹이다. 가이드가 만류했으나 내리막길이니 괜찮다고 고집을 부려 나섰다. 푸릇푸릇 예쁜 초원 사이로, 콸콸 흘러가는 개울 옆으로 신나게 걸었다. 오솔길 옆은 온통 야생화 풀밭이다. 노란 민들레가 지천이고, 하얀 에델바이스도 많은데, 여기 야생화들은 우리나라와 차이가 있다. 꽃의 키가 더 작고, 줄기는 더 두껍고 야물다. 함께 모여 의지하면서 널리 널리 퍼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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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가는 길의 오르막에 겁먹은 나는 말을 빌렸다. 당차게 생긴 소년 둘이 말 두 마리를 가져와 앞말에 타고 나를 태운 뒷말을 리드했다. 급경사 내리막과 거친 오르막에서 말이 뒤뚱거리는 바람에 엉덩이가 펄럭거렸다. 떨어지지 않으려고 허벅지를 꽉 조이고 손잡이를 세게 쥐느라 몸살이 날 지경이었다. 평원에서는 적당하게 속도를 내며 말이 나를 다독였다. 덜그덕, 덜그덕 말의 리듬에 몸을 맞추니 유목민이 된 기분이었다.
말에서 내려 돈을 주니 작은 소년은 공손하게 받았지만, 큰 소년은 휴지조각을 보듯 덤덤한 표정으로 말을 돌렸다. 파미르고원에서 할 일은 하나 더 남았다. 은하수가 흐르는 별밤을 보는 것이다. 그러나 밤새 우박과 비가 번갈아 내리고 바람이 휘몰아쳤다. 별 대신에 꿀잠을 길게 잤다.
가이드 알로나(29세, 왼쪽.) 러시아 국적으로 가이드 경력은 7년. 10세 때 고향의 산에 처음 올라 '산 맛'을 느낀 후, 산을 스승과 친구로 여기며 '산 인생'을 살고 있다고 한다. 남편과는 산에서 자일 파트너로 만나 인생 파트너가 되었다.
파미르고원에서 마지막 날 아침, 베이스캠프 옆 언덕에 올라 아침이슬에 젖은 야생화들을 들여다본다. 간밤의 추위를 견디느라 꽃잎들이 오므라져 있다. 1년 중 절반이 영하 40°C까지 내려가는 혹한의 오지에서 6월의 야생화는 가련하다. 파란색 물망초의 꽃잎 하나하나는 아기 새끼손톱만큼 작다. 앙증맞은 꽃잎들이 서로 밥풀처럼 붙어 있다. 어떤 꽃은 갑옷을 입은 듯 두꺼운 촉감이고, 어떤 꽃은 빽빽한 털로 덮였다.
우리나라에도 많은 미나리아재비는 꽃잎을 코팅한 듯 반짝반짝 빛난다. 모두 체온을 보호하는 수단이다. 여름에만 잠깐 피어나 짧은 생을 누린 뒤 서둘러 사라져야 하는 꽃들에게 애처로움을 느끼지만, 수천 년을 윤회하며 생명을 이어간 꽃들이 오히려 사람을 측은하게 생각하지 않을까.
파미르의 야생화 여름에만 잠깐 피어 생명을 만끽하고, 곧 사라져 길고 혹독한 겨울을 이겨낸다. (위) 구름송이풀, 에델바이스(솜다리), 설앵초. (아래) 고산물망초, 산구름국화, 캄파넬라할미꽃. 꽃 이름 확인 국립공원공단 권재환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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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의 선조들은 실크로드로 번영을 누렸습니다. 이제 우리 코리아 여행자들이 실크로드를 재현해 보겠습니다."
오쉬를 중심으로 초원과 계곡이 어우러진 그림 같은 풍경 속에서 트레킹, 승마, 야생화 탐사, 별 보기, 오프로드 라이딩, 유르트 민박, 전통문화 체험 등의 다양한 액티비티를 즐길 수 있다.
유르트 관광단지 (위) 파미르 하이웨이 주변에는 유르트 관광단지가 많다. (아래) 즐거운 승마/ 화려한 유르트 내부와 정성이 가득한 오찬 테이블 / 그네를 타는 사람들. 그네는 키르기스스탄에 정착한 고려인들이 들여온 문화로 보인다.
지구의 역사를 굽어보다
오쉬에서 국내선으로 45분 거리에 있는 수도 비슈케크로 날아가 트레킹 천국인 알라 아르차국립공원, 스위스 알프스를 옮겨온 듯한 알틴 아라샨국립공원, 제주도 3배가 넘는 이식쿨호수, 해발 3,000m에 담겨진 송쿨호수 등 지구에서 가장 청정한 자연에서 몸과 마음을 깨끗하게 씻어보자.
귀국 비행기에서 파미르고원의 푸르른 산과 텐샨산맥의 아이스크림 같은 빙하를 내려다본다. 여행의 산전수전을 다 겪고 나서, 세계의 지붕으로 올라가 세상을 내려다보니, 지구의 장구한 역사가 하얀 산맥과 황량한 산과 초록 초원에 새겨져 있다. 조금 더 들여다보니 내 삶의 궤적이 굽어 흐르는 강물처럼 흘러가고 있다. 눈물이 난다.
알틴 아라샨Altyn Arashan국립공원 키르기스스탄을 '중앙아시아의 스위스'라고 부르는 것은 바로 이 국립공원 때문이다. 아름다운 고산 초원에 하늘을 찌르는 가문비나무 숲, 맑은 계곡물, 부드러운 트레일, 뜨거운 온천이 유명한 힐링 플레이스다. 사진 카트만두앤비연드.
여행 후기
이번 여행을 기획한 아스타나 항공과 환영해 준 키르기스스탄 오쉬의 공무원들, 그리고 악사이 트래블(ak-sai.com) 관계자들께 감사드린다. 트레킹을 안전하게 이끌어 준 로만Roman과 알로나Alona 부부에게도 고맙다는 인사를 전한다. 키르기스스탄 민족의 기원은 바이칼호수 유역이다. 우리 민족의 기원도 바이칼호수라는 학설이 있다. 거리에는 우리 국화인 무궁화가 많았다. 그래서인지 키르기스스탄 사람들에게 깊은 친밀감을 느꼈다. 키르기스스탄은 우리의 경제를 닮고, 우리는 그들의 순박한 마음을 닮았으면 좋겠다.
텐샨天山 산맥. 키르기스스탄의 파미르고원에서 중국 서부까지 2,000km에 걸쳐 우뚝 선 '하늘의 산'에서 빙하가 흘러내리는 모습.
월간산 9월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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