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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씨는 “개인 화물차로 물류를 떠받치는 인원은 그대로인데, 공장에서 나오는 물량은 절반으로 줄었다”며 “공장이 잘 돌아가지 못하니 우리 같은 사람도 돈을 벌지 못한다”고 말했다.
여수국가산업단지에 있는 공장에서 자재 등을 운반하는 김모씨의 화물차 뒤편이 텅 비어있다./여수=홍인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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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 석유화학 산업 불황 여파를 중견·중소기업 재직자와 개인 사업자 등이 고스란히 받고 있다. 여천 NCC와 롯데케미칼 등 대기업이 일부 공장 가동을 중단하며 버티기에 들어간 사이 석유화학과 밀접한 협력 업체들이 줄줄이 타격을 입고 있다.
또 다른 석유화학 단지인 울산은 9조580억원이 투입되는 ‘샤힌 우리은행 대출서류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지만, 여수는 별다른 투자나 사업이 없어 사태가 악화하고 있다.
충격은 물류 분야에서 두드러진다. 김씨처럼 공장에서 일을 받는 개인 사업자들이 빈 화물차에 앉아 있는 동안 기초 화학 제품을 해외 수출하는 중소 물류회사도 일감이 없어 현장은 썰렁했다.
여수시여수산단공동발전협의회에 따르면 여수산단 수출 개인파산신청조건 실적은 지난해 약 44조2980억원으로 2023년(약 44조7182억원)보다 4161억원가량 감소했다.
물류회사에 재직 중인 최모(39)씨도 운송 계획 등을 점검하다 이내 담배를 피우러 나갔다. 최씨가 재직하는 회사는 2022년 순이익 38억원을 냈지만 지난해 15억원으로 반토막이 났다.
그는 “석유화학 공장이 제품을 신청 만들면 우리가 이를 실고 나간다”며 “1년 전보다도 제품 생산이 줄어 지금은 싣고 나갈 물량이 없고, 회사에서 대기하는 날이 많다”고 말했다.
인적이 드문 여천NCC 3공장 내에 자전거 하나가 덩그러니 놓여있다./여수=홍인석
퇴직연금모집인시험◇청량한 하늘이 보여주는 석유화학 불황…중소·중견 회사 절벽으로
평소라면 엔진 소리 등 기계음으로 요동치던 여수산단이지만, 이날은 공기마저 조용했다. 일부 기업이 공장 가동을 멈추고 설비 증설 공사까지 중단하면서 일용직 노동자들의 발걸음도 사라졌다. 에틸렌과 벤젠을 다루던 기계에서 나던 특유의 화학 냄새도 옅어지고, 뿌연 매연도 줄어 하늘이 청량했다.
여수산단에서 근무하는 이모(35)씨는 “50분가량 걸리던 출근길이 최근 30분 내외로 줄었다”고 말했다. 이어 “공장 시설을 증설하거나 정비하는 플랜트 건설 물량까지 감소하면서 일용직 노동자들이 사라졌다”며 “대기업은 물론이고 석유화학 관련 중견·중소기업을 옥죄어오고 있다”고 덧붙였다.
지역에서 안정적인 직장으로 평가받던 중견 규모 석유화학도 흔들리고 있다. 여수에 직원 130여 명을 둔 섬남석유화학은 2022년부터 지난해까지 1조원이 넘는 매출을 올렸으나 지난해 순이익은 2022년(약 298억원)보다 90% 감소했다.
금호석유화학 계열사인 중견기업 금호피앤비화학도 2023년 매출 2조2024억원, 순이익 2314억원을 냈지만 지난해에는 매출 1조6653억원, 순이익 87억원에 그쳤다. 석유화학 회사 폴리미래 역시 최근 3년 동안 480억원이 넘는 적자를 기록했다.
여수국가산업단지 인근 길목에 사내 하청노동자 해고에 관한 플래카드가 걸려있다./여수=홍인석
◇일할 곳이 줄어든다…“신속한 구조조정으로 장기 침체 막아야”
일자리 위기도 눈앞으로 다가왔다. 여수산단 입구 인근에는 ‘사내하청노동자 해고를 철회하라’, ‘화물 운임을 깎지 말라’는 플래카드가 산업단지의 긴장감을 대변했다. LG화학이 사내하청 비정규직 300여 명을 해고하겠다고 통보했다가 포괄적 고용 승계를 합의한 후폭풍도 가시지 않았다.
LG화학 사내하청 직원은 “일부 공장이 노후화해 가동이 어려워 그곳에서 일하는 직원 한 명이 고용 승계가 되지 않은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2년 전만 하더라도 여수산단에서 일하는 직원이 2만5000여 명이었는데 7000명 정도가 줄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며 “일자리가 사라질 수 있다는 분위기가 팽배하고, 새로 갈 만한 곳도 마땅치 않다”고 덧붙였다.
업계에서는 장기 침체를 예방하기 위해 신속한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국내보다 먼저 석유화학 위기를 겪은 미국은 석유와 화학을 통합했고, 일본은 불필요하거나 효율이 낮은 설비를 합치거나 폐쇄해 생산을 집중했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도 원유 수입국인 만큼 과잉 설비를 줄이는 일본식 구조조정이 적합하다”며 “현재 대기업 중심으로 논의되는 통폐합을 중견기업으로 확대하고 필요시 특별법도 제정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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