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첼리스트 박유신. /사진출처. 목프로덕션. ⓒ Jino Park.


첼리스트 박유신은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아르떼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1990년생인 그는 20대의 나이부터 음악제 감독을 맡았던 연주자다. 독일 유학을 마치고 2019년 서울에서 선보였던 어텀 실내악 페스티벌은 한국의 대표 가을 실내악 음악제로 자리 잡았다. 박유신은 2021황금성검증
년부터 포항국제음악제의 예술감독으로도 활약하고 있다. 오는 12일엔 예술의전당에서 개성이 뚜렷한 네 작곡가들의 작품으로 채운 리사이틀을 선보인다. 
포항, 가을엔 붉게 물든다
어텀 실내악 페스티벌은 실내악 애호가라면 연례 일정으로 놓치지 않는 행사다. 더위가 식는 9월에 열려 선선한 가을을 알리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지알라딘게임랜드
난달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이 행사에서도 바이올리니스트 알렉산드라 코누노바, 토비아스 펠트만, 비올리스트 아드리앙 라 마르카, 첼리스트 김민지 등이 피아노 연주와 함께 다채로운 실내악을 들려줬다. 올해로 7회째를 맞은 이 축제의 기획자는 박유신. 그는 “실내악이 잘 어울리는 계절이 가을이라고 생각해 축제를 만들게 됐다”며 “이젠 가을에 실내악을 듣는다는 인식황금성오락실게임
이 자리잡은 것 같아 보람이 느껴진다”고 말했다.



첼리스트 박유신이 지난달 11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어텀 실내악 페스티벌 공연에서 연주하고 있다. /사진출처. 어텀 실내악 페스티벌.


가을은 박유신이 좋아하는 바다이야기게임다운
계절이기도 하다. 더위가 물러가고 시원한 바람이 불 때면 설렘이 다가온다고. 그의 생일도 한가을인 10월이다. 그 다음 달인 11월엔 박유신이 준비하는 또 다른 축제인 포항국제음악제가 5주년을 맞는다. 올해 포항국제음악제의 주제는 ‘인연’. 포항은 박유신이 고등학생 때까지 살았던 고향이기도 하다. 1년 내내 이 음악제를 고대하는 시민들의 응원을 받을 때면 신천지게임
큰 힘을 받는다고. 축제 주제를 인연으로 정하게 된 이유다. 이번 축제에선 지휘자이자 작곡가인 윤한결이 동해안 지역의 마을굿인 ‘별신굿’을 서양 악기로 재해석한 작품도 선보인다. 오스트리아 현악사중주 악단인 하겐 콰르텟도 축제의 일익을 맡는다.
오는 29일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개최를 기념해 포항 영일대해수욕장에서 불꽃 축제도 열린다. 포항 시민들의 귀뿐 아니라 눈도 즐거워질 가을이다. “어릴 때부터 매년 포항불빛축제가 열리곤 했는데 그 화려함과 붉은 색들을 지금도 잊을 수가 없어요. 포항 하면 붉은 색감이 떠올라요. 시민들의 열정, 제철소의 이미지, 도시의 꽃인 장미도 붉은 색감과 관련이 있죠. 포항국제음악제의 로고도 장미에서 따왔어요. 공연에서도 그간 음악의 분위기에 맞춰 조명의 색감을 바꾸곤 했죠.”



포항에서 매년 열리는 포항국제불빛축제. 올해엔 6월 열릴 예정이었으나 호우주의보로 인해 취소됐다. 오는 10월 29일 APEC 정상회의 국내 개최를 기념해 별도 불꽃 쇼가 열린다. /사진출처. 포항문화재단.


어디서든 큰 울림으로 노래하듯
음악가들은 예닐곱 나이에 음악과 사랑에 빠진 경우가 많다. 박유신은 이 사랑에 늦깎이었다. 음악에 푹 빠진 건 대학생이 돼서였다. 처음 악기로 시작했던 피아노는 재미가 없었다. 바이올린은 맘에 들었지만 그의 부모님이 듣기엔 이따금 소리가 거슬렸단다. 대신 첼로를 잡았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았다. “어떤 악기든 연주자가 악기를 잡아먹어야 해요. 그런데 체구가 작으면 연주자가 악기에 끌려갈 때가 있어요. 피지컬(체구)에서 오는 한계죠.”
경희대 음대에 입학해 상경한 뒤론 신기하게 음악이 좋아졌다. 종합대학에서 들어야 했던 교양 수업이 지겹게 느껴질수록 음악을 듣는 게 간절해졌다. 수업 중 몰래 음악을 듣기도 했다. 음악 늦바람은 유학에 대한 간절함을 키웠다. 그렇게 2015년 독일 드레스덴 음대에 입학한 박유신은 러시아에서 태어난 세계적인 첼리스트인 에밀 로브너를 만난다. 로브너는 박유신의 시험 연주를 듣고 “나와 콩쿠르를 준비하자”며 입학 전부터 박유신에게 자신의 제자가 될 것을 강력하게 권했다고.



첼리스트 박유신. /사진출처. 목프로덕션. ⓒ Jino Park.


드레스덴 음대 입학 첫해 박유신은 브람스 국제 콩쿠르에서 2위에 오르며 스승의 안목이 틀리지 않았음을 증명했다. 2018년 야나체크 국제 콩쿠르, 루빈슈타인 국제 콩쿠르에서도 2위에 올랐다. “선생님께 가장 많이 배웠던 건 노래하는 거였어요. 노래하듯 연주하란 건 그 전에도 많이 들어왔던 건데요. 선생님은 어떻게 호흡이 긴 연주를 할 수 있는지를 많이 말씀하셨어요. 손이 크지 않은 첼리스트가 어떻게 큰 소리를 낼 수 있는지도 구체적으로 이야기하셨죠. 덕분에 어디서든 큰 소리를 낼 줄 아는 연주자가 됐어요.”
“가족 트리오, 재밌겠어요”
연주자 박유신의 매력에 푹 빠질 수 있는 공연도 눈앞이다. 오는 12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개성이 뚜렷한 작곡가 4명의 작품들을 선보이는 무대다. 모차르트 오페라 ‘마술피리’의 주제로 베토벤이 만든 7개의 변주곡, 바버의 첼로 소나타 다단조, 드보르작의 ‘4개의 로맨틱 소품’, 쇼팽 첼로 소나타 사단조 등을 연주하는 자리다. 그동안 멘델스존, 슈베르트 등 특정 작곡가에 집중했던 박유신의 다른 공연들과는 구성이 다르다. “서로 다른 레퍼토리를 한 무대에 올리면 연주하는 순간들이 어떻게 바뀔지가 궁금했어요. 그래서 이번엔 출신 국가가 다른 작곡가들을 모았죠.”



첼리스트 박유신. /사진출처. 어텀 실내악 페스티벌.


바버는 박유신이 20대 시절에 푹 빠졌던 작곡가다. 쇼팽 소나타는 가을이란 계절감을 고려한 선곡이다. 그 사이엔 즐겨 듣던 드보르작의 바이올린 작품인 ‘4개의 로맨틱 소품’을 넣었다. 첼로 편곡 악보가 따로 없는 작품이다 보니 연주 자체가 일종의 도전이라고. 공연 첫 곡인 베토벤은 고전주의 작품으로 무게감을 채워주는 역할이다. 협연자론 2017년 독일 뮌헨 ARD 콩쿠르 우승자인 피아니스트 손정범이 나선다. “(손정범은) 사람뿐 아니라 피아노 터치도 묵직하고 음악도 단단해요. 공연에선 저도 음색을 맞춰서 묵직함을 추구할 것 같아요.”
손정범은 박유신의 남편이자 노부스 콰르텟의 일원인 바이올리니스트 김영욱의 학교 후배이기도 하다. 손정범과의 인연도 남편과 연애하던 중 시작됐다고. 이번 리사이틀은 박유신이 어머니가 된 이후 처음 선보이는 공연이기도 하다. 그에겐 지난 2월 낳은 아들이 있다. “그간 좋아하는 음악을 하면서도 모든 연주나 축제 준비가 제 맘 같진 않으니 괴로울 때가 많았어요. 아이가 생긴 뒤론 행복감에 음악이 다르게 들릴 때가 있어요. 처음 느껴보는 기쁘고도 복잡한 감정인데, 저도 이런 감정에서 제가 어떤 연주를 할지 궁금해요.”
문득 자녀에게도 첼리스트의 길을 권할지 궁금해졌다. 가족이 한 무대에 서는 모습을 상상하진 않았을까. “아이는 첼로보단 바이올린이나 피아노를 했으면 좋겠어요. 첼로는 들고 다니기 힘들고 비행기 뒷좌석 티켓을 끊어야 하잖아요. 독주 공연도 첼로보다는 피아노나 바이올린이 많죠. 애 아빠가 바이올린을 하니 아이로선 바이올린을 하면 부담이 될 수도 있겠네요. 제 바람은 피아노를 했으면 해요. 그럼 피아니스트들이 또 ‘피아니스트 힘들다’고 말리시더라고요. 남편은 ‘설마 가족 트리오를 생각하는 건 아니지’라며 싫어했는데...전 재밌을 것 같아요(웃음).”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