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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3일, 일요일이었다. 이날은 일제 명치천황 생일인 명치절이었다. 전남지역 누에고치 6만석 돌파 축하식도 곁들여졌다. 명치정, 대화정 등 도심 곳곳에는 전남 각지에서 올라 온 일본인들로 북적였다.
 광주신사(지금의 광주공원 충혼탑 자리) 광장에 1천200명 내빈이 초대됐다. 시내 5곳에 환영아치가 설치됐고, 집집마다 일장기를 걸도록 했다. 비행기가 광주 상공에 축하 전단을 날렸다. 광주는 축제분위기로 들썩였다.

광주공립고등보통학교, 광주농업학교, 전남사범학교 학생들은 등교해 각 학교별로 기념식을 거행했다. 일본 국가 기미가요 제창이 있었다바다이야기 게임 다운로드
. 학생들은 침묵으로 저항했다. 오전 10시 30분 끝났다. 광주고보 측은 학생들에게 개별적으로 신사참배를 지시했다. 이 또한 거부했다. 지난 주 3일 연속 광주역과 나주역에서 대규모 한일 학생들간 난투극이 벌어진 터라 긴장감이 깔려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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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3일 첫 충돌이 벌어진 수기옥정 광주우편소, 지금의 충장로 4~5가 일대다.


#수기옥정 광주우편소 최쌍현의 피습
오전 11시. 첫 충돌이 발생했다. 광주고보생 정상렬, 임한길, 고광신 등 7~8명이 수기옥정 우편소(현 충장로 5가 신한생명 건물) 앞을 지나가던 광주중학교 사이이난희대표와 30억만들기
토오, 마스나가 등 10여 명과 시비가 붙었다. 시비는 난투극으로 변했다. 사이토오가 단도를 꺼냈다. 최쌍현 얼굴을 그었다. 피가 흘렀다. 삽시간에 "최쌍현이 일본인 칼에 맞아 죽었다"고 퍼져 나갔다.
광주고보생이던 고 이기홍 선생은 생전에 " 명치절 행사가 끝나고 기숙사에서 쉬고 있는데, 갑자기 한 학생이 자전거를 타고 다니면서 '광주 손오공게임
고보생이 역전에서 광주중학교 학생에게 다 맞아 죽는다'고 소리쳐 역전을 거쳐 동문다리로 달려갔다"고 회고했다.
이날 최쌍현 피습사건을 두고, 충돌 장소와 사전기획설 등 다양한 이견이 제기된다.
광주고보생으로 시위에 참여했던 고 박준채 선생은 최쌍현 피습 첫 장소로 광주천변을 특정했다. 최가 천변에서 일본학생의 단도에 코가파칭코슬롯
찍히어 안면에 크게 부상을 입었고, 이 정보가 수기동에 있던 고보생 임한길, 고광신, 구용우, 황남옥에게 전달되어 때마침 일인 중학생 사이토오, 마스나가 등 10여 명과 맞닥뜨려 싸움이 벌어졌다는 것. 그는 "이 난투극을 목격했던 고보생 김의원, 최상을이 사이토오와 마스나가를 일격에 때려눕히니 일인 학생들이 황겹결에 도망치고 말았다"고 회고했다.('신동아' 61호 1969년)
우편소 충돌이 한인들의 의도적인 유도였다는 주장도 있다. 일본인들의 광주학생독립운동 관련 책자('실록 1929년 광주학생독립운동' 1999년 발간)에 주로 등장한다. 김성민 박사의 견해는 다르다.
그는 "11월3일에 독서회원들이 의도적으로 충돌과 시위 운동을 계획했다고 보는 것은 무리"라면서 "우편소 앞에서 격투를 벌인 한인 학생들 중 독서회원은 없었다"고 강조했다. (김성민 저 '1929년 광주학생독립운동' 참조) 10월30일 나주역 충돌 이후 3일 동안 계속돼 온 한일 학생들의 대치로 학생들의 감정이 고조되어 있었다. 식민지 청년 학생들의 민족감정이 잠재적 폭탄으로 내재됐다.
#한일 학생들 광주역 2차 충돌
광주우편소 충돌은 광주역으로 이어졌다. 일본인 광주중학교 학생들이 학교에 돌아가 유도 교사인 이다를 앞세우고, 야구방망이와 죽검으로 무장한 채 광주역으로 몰려왔다. 당시 광주역에는 한인 학생들이 기차를 기다리고 있었다.
100여 명이 넘는 일본 학생들이 "고보생 타도"를 외쳤다.(박준채 증언) 광주역 상황을 들은 광주고보생들도 몽둥이와 야구방망이를 들고 역으로 뛰어왔다. 농업학교생들도 합세했다. 역광장은 일인 학생 300여명, 한인 학생 200명이 대치했다. 한쪽 구석에서 충돌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역 광장에서 거대한 난투극이 벌어졌다. 광주여고보, 수피아학생들이 치마에 돌을 담아 전해주었다.
광주역 대합실은 일본학생들 본진이 됐고, 건너편 남철자동차회사 대합실은 한인 학생들 거점이 됐다. 학생들은 아예 광주중학교로 돌진해 때려부술 태세였다. 경찰과 소방대원, 양교 교사들도 나왔다. 성저리에 있는 작은 토교를 사이에 두고 대치했다.
이 때 전남청년연맹 집행위원 겸 광주고보 졸업생 장재성이 나섰다. 장재성은 "여기 광주역에서 적과 싸운 것은 용감한 조선인의 기상이고, 대승리다. 학교로 돌아가 대책을 강구하는 게 현명하다"고 설득했다. ('광주학생독립운동 90년사' 참조)

고보생들은 대오를 정비, 노병주의 지휘로 학교로 돌아왔다. 광주역에서 충돌한 지 1시간이 지났고, 시간은 낮 12시가 조금 지났다. 학생들의 손에는 토교 관동여관 마당에서 가져온 장작이 그대로 들려 있었다.




광주학생독립운동을 다룬 영화 '이름없는 별들' 1959년 김강윤 감독


#흥학관의 진보적 청년들 긴급회의
학생들이 시위를 하는 동안 흥학관에서는 긴급회의가 열렸다. 전남청년연맹 장석천, 장재성, 나승규, 국채진, 강석원이 참석했다. 이들은 5개항의 긴급 행동지침을 결정했다.
첫째, 우리의 투쟁대상은 광주중학생이 아니라, 일본 제국주의이니, 투쟁 방향을 일제로 돌릴 것.
둘째, 광주중학생에 대한 적객심과 투쟁을 일제에 대한 증오와 독립투쟁으로 바꿀 것.
셋째, 광주중학생과 대치 중인 광주고생을 해산시키지 말고, 광주고보로 집합시켜 적개심에 불타는 학생들을 식민지 강압정책 반대 시위운동으로 돌릴 것.
넷째, 장재성이 시위 운동을 직접 지도할 것.
다섯째, 우리는 앞으로 다른 동지들과 연락하여 다음 투쟁을 준비하고 계획할 것. (강석원, 11월3일의 회고 '1970년 광주학생회관 관보') 장석천 등 청년들은 고보로 향했다.

고보 현장에서 장석천은 독서회 멤버인 오쾌일을 통해 장재성에게 지시했다. 광주고보생 학생총회를 개최하며, 의장은 5학년 급장으로, 부의장은 4학년 급장으로 하라고 했다. 독서회 중앙부 간부들의 노출을 막기 위한 조치였다.




1929년 11월 광주 한일 학생들이 충돌했던 광주역 모습. 광주역은 1935년 기존 건물 대신 새로운 건물로 신축한다.


#광주고보 강당서 학생총회 열어
광주고보생 200명은 고보 강당에 모였다. 5학년 을조 급장인 노병주의 사회로, 먼저 2학년생 정상렬, 오갑석, 최쌍현 등 부상자들이 등단, 충돌상황을 보고했다. 격앙한 학생들은 광주중학교를 습격하자고 소리쳤다. 나주 통학생이자 독서회 회원인 오쾌일이 나섰다. 그는 "오늘의 대승리를 신천지의 동포들에게 알리고, 일제 타도의 의지를 천명하기 위한 시위를 전개하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독서회원인 이형우는 광주중학생들에게 대항하기 위해 무장 시위를 주장했다. 최태주 등 농업학교생들도 일부 참석해, 동참을 선언했다. 이 자리에 장재성도 참석했다. 그는 고보 독서회, 독서회 중앙부를 통해 시위 운동을 지도했다. 당시 거리시위를 주장한 학생들은 모두 독서회 회원들이었다. 독서회원 김병기가 농구실을 열어 곤봉을 반출했다. 다른 학생들도 괭이, 죽도, 곤봉, 야구방망이 등으로 무장했다.
오후 2시였다.(일부 기록은 1시) 교문을 다시 박차고 거리로 쏟아져 나갔다. 11월3일 명치절 한인 학생들의 우발적인 갈등과 난투극이 오후들어 조직적인 거리시위로 돌변한 것이다. 독서회원인 김보섭, 김상환, 김무삼, 김향남이 앞장섰다. 5학년생들이 선두에 서서 교가와 운동가를 불렀다.
광주역전에서 성저리를 지나, 토교 근방에서 막히자 시내중심가로 방향을 틀었다. 중심가인 본정통(현 충장로 1~3가)을 지나 광주우편국을 경유해 광주도립병원 앞으로 행진했다. 경찰과 소방대가 출동해 무장 해제에 나섰다. 잠시 마찰이 일었으나 학생들은 광주천을 지나 소시장을 거쳐 다시 도심 한복판인 수기옥정으로 행진했다. 오후 5시쯤(일부 기록은 3시) 학생들은 광주고보로 돌아왔다.
1919년 3·1 만세 이후 학생들의 집단 도심시위는 초유의 사태였다. 이어 오후 7시 부터 일제의 대규모 검거 선풍이 몰아닥쳤다. 4개교에 휴교령이 내려졌고, 전국은 광주를 주목했다.
/이건상 기자 lgs@namdonews.com
위치 : 광주광역시 동구 충장로 4-5가 일원 (옛 수기옥정 우편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