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힌츠페터 국제보도상 '오월 광주상' 수상자 조나단 쉐어 긴박한 순간, 취재 영상 지키기 위해 공항으로…홍콩행 승객에게 전달 "'탱크맨' 이미지로 한 사람이 큰 변화 만들 수 있다고 생각했으면"
[미디어오늘 윤유경 기자]



▲지난 3일 오후 미디어오늘과 인터뷰 하고 있는 '2025 힌츠페터 국제보도상' '오월 광주상' 수상자 조나단 쉐어 CNN 영상기자. 사진=한국영상기자협회 제공.



1980년대 중국은 덩샤오핑이 추진한 10년에 걸친 개혁-개방 정책으로 경제 발전을 이뤘다. 그러나 권력 부패, 인플레이션 등으로 인한 정치동일벨트 주식
·경제적 불평등이 심화됐고, 많은 사람들은 개혁을 원했다. 대중의 개혁 요구를 옹호하다 실각했던 후야오방(Hu Yaobang) 전 공산당 총서기가 1989년 4월 사망하자 이를 계기로 정치적 자유 확대, 불평등 해소 등을 요구하는 학생과 지식인들의 대규모 시위가 촉발됐다. 당시 수십만 명의 학생과 시민들은 천안문 광장에 모여 정부의 부정부패와 정치 개혁을 오션파라다이스3
요구했다.

중국 전역에 걸쳐 민주화를 요구하는 시위가 확산되자, 중국 정부는 5월20일 북경지역 등에 계엄령을 선포하고 6월3일 밤부터 6월4일 새벽 사이 총기와 탱크, 장갑차로 무장한 정부군을 천안문 광장에 투입해 시위대를 무력 해산시켰다. 외신과 국제구호단체에 따르면 1000명에 가까운 사망자와 3만 명에 이르는 부코스닥순위
상자가 발생했다. 그러던 중 다음날인 5일 낮 역사적인 순간이 발생한다. 수십만 명의 시민들을 내쫓고 총을 든 군인들과 탱크가 천안문 광장을 점령한 순간, 행진하던 탱크들의 대열 앞으로 한 남자가 나타나 온 몸으로 가로막은 것이다.
CNN 영상기자 조나단 쉐어(Jonathan Schaer)는 이 숨막히는 순간을 영상으로 기록했다. 20세기ELW실전투자대회
를 상징하는 10대 사건에 뽑히기도 했던 일명 '탱크맨'(Tank Man)의 이미지는 중국을 넘어 불의한 권력에 맞서는 시민을 말하는 '민주화 의지의 상징'이 됐다. 미디어오늘은 지난 3일 오후 해당 보도로 '2025 힌츠페터 국제보도상'의 '오월 광주상'을 수상한 영상기자 조나단 쉐어를 만나 당시 상황에 대한 생생한 회상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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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한 순간, 취재 영상 지키기 위해 공항으로…홍콩행 승객에게 전달
'탱크맨' 청년을 만난 건 쉐어 인생의 가장 결정적 순간이었다. 당시 천안문 광장의 시위가 장기화되고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면서 여러 나라 언론사들은 5월 말과 6월 초 중국에 대대적으로 취재진을 파견했다. CNN 애틀란타 본사의 영상기자였던 쉐어도 천안문광장에서 일어난 일들을 현장에서 기록했다. 그러나 6월4일 군인들의 진압 작전이 시행되면서 시민들과 취재진을 향한 군인과 탱크 발포가 이뤄졌고, 그는 동료들과 천안문 광장이 내려다 보이는 근처 호텔로 다급히 취재 장소를 옮겼다.
호텔 창문으로 몇 시간 동안 계속해 광장을 촬영하던 쉐어는 5일 낮 탱크 앞에 다가가는 한 남자를 발견했다. 본능적으로 카메라를 당겨 남자를 촬영하기 시작했다. 남자는 천안문 광장 한복판을 가로지르는 여러 대의 탱크 행렬 앞으로 걸어가더니 탱크를 가로막아 섰다. 탱크들은 자신들을 막아선 남자를 피해 가려 했지만 남자는 탱크를 따라가며 가로 막았다.



▲ 1989년 6월5일 조나단 쉐어 기자가 촬영한 일명 '탱크맨' 영상. CNN 유튜브 영상 갈무리.



쉐어는 “많은 사람들이 후퇴하고 소리 지르고, 몇몇은 피를 흘려 친구들이 그들을 병원으로 옮기는 상황이 몇 시간 동안 계속 일어나고 있었는데, 그 남자는 탱크 앞에 서 있었다”며 “남자를 처음 봤을 때는 매우 흥분됐다”고 회상했다. 남자를 촬영하는 도중 카메라 쪽으로 총알이 날라 온 위험천만한 순간도 있었다. 쉐어는 “남자를 무섭게 해서 쫓아내려했던 건지 찍고 있었던 우리를 향했던 건지는 모르겠지만, 총알이 날라와서 카메라를 닫고 바닥에 엎드렸다”며 “총알이 벽에 박히기도 했다”고 회상했다. 군인들이 기자들을 체포하고 취재물을 빼앗을 거라는 소문도 무성했다. 몇몇 기자들은 두려움에 울기도 했고, 벽 한쪽에 쭈그려 아이처럼 웅크리고 있는 취재진도 있었다.

쉐어와 CNN 취재진은 취재 영상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호텔을 탈출했다. 카메라의 렌즈, 배터리 등을 다 분리해 작은 가방에 넣어 관광객인 것처럼 꾸몄고, 당시 이동수단이었던 인력거 릭샤를 타고 황급히 이동했다. 취재진들의 바로 앞에서 학생들은 총에 맞고 있었다. 새롭게 도착한 은신처에서 영상캡쳐 송신장비를 이용해 취재 영상의 스틸 프레임을 캡쳐해 전화선으로 전송했다. 편집기계, 영상 테이프, 파일들을 각자 맡아 화장실에 있는 욕조에 숨겨 놓는 등 방 곳곳에 숨겨 놓기도 했다.
영상 프레임 한 컷을 캡쳐해 전화선으로 송신하는 데 약 45분이나 걸리는 열악하고 위험한 상황 속에서, 쉐어가 전송한 사진 파일은 CNN을 통해 전 세계에 뉴스 속보로 방송됐다. 취재 원본 영상은 사본을 만들어 편지 봉투에 넣은 후 공항으로 갔다. 며칠 동안 공항에서 홍콩에 가는 승객들을 붙잡고 '홍콩에 도착하면 CNN 표지를 들고 있는 사람에게 이 봉투를 줄 수 있냐'고 물었다. 다행히 다들 취재진을 도와주고 싶어했고 영상을 CNN홍콩지국에 전달하는데 성공했다. 그렇게 천안문 광장 한 가운데서 정부의 무력 탄압에 맞서 온몸으로 저항하는 '탱크맨'의 용기는 전 세계에 전달됐다.
“'탱크맨' 이미지로 한 사람이 큰 변화 만들 수 있다고 생각했으면”
당시 CNN은 신생 매체였지만 국제 뉴스를 실시간으로 빠르게 전달한다는 목표로 열심히 현장에서 취재했고, 지금의 세계적 언론사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다. 쉐어의 '천안문 사태' 현장 취재와 '탱크맨' 영상 보도 역시 그 일환이었다. 1982년 CNN에 입사해 어느덧 44년차 영상기자인 쉐어는 “내가 매 순간 역사적 사건들에 있는 것 같은 느낌”이라며 “기록해야지만 사실이 전달될 수 있다”고 말했다.



▲'2025 힌츠페터 국제보도상' '오월 광주상' 수상자 조나단 쉐어 CNN 영상기자. 사진=한국영상기자협회 제공.



한국에서도 지난해 12월3일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당시 언론인들은 계엄 상황을 생중계로 기록하며 전달했고, 국회와 시민들의 힘으로 계엄은 해제됐다. 쉐어는 “계엄이 해제되고 민주주의가 다시 재건되면서 전 세계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며 이런 상황일수록 영상기자는 “최대한 진실되게 촬영하고 전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쉐어는 그가 남긴 역사적 기록 '탱크맨' 이미지가 어떻게 기억됐으면 할까. 그는 “한 사람이 큰 변화를 만들 수 있다고 사람들이 생각했으면 좋겠다”며 “옳은 일을 할 수 있게 밀고 나갈 수 있는 영감을 줬으면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