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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음식을 만드는 건 결국 사람, 셰프죠. 신문기자 출신이자 식당 '어라우즈'를 운영하는 장준우 셰프가 언론의 스포트라이트 너머에서 묵묵히 요리 철학을 지키고 있는 셰프들을 만납니다. 한국 미식계의 최신 이슈와 셰프들의 특별 레시피를 격주로 연재합니다.
서울 마포구 요수정의 '부사 사과와 파네카라자우'. 장준우 제공
서울 마포구 대흥역 인근 한편에 고정된 메뉴 없이 매일 새로운 요리를 내놓는 식당이 있다. 13년째 한 바다이야기게임 상권을 지키며 자신만의 확고한 요리 세계를 구축해 온 신창현(41) 셰프의 '요수정'이다. 매번 메뉴가 달라지는 식당은 말이 쉽지 결코 만만하지 않다. 보통의 요리사라면 매일 덮쳐오는 막중한 압박감에 제풀에 지쳐 타협하거나 무너지기 십상이지만, 요수정은 십수 년째 굳건히 이 험난한 콘셉트를 유지하고 있다. 그 단단한 힘의 원천은 다름 아닌 그가 매일 느끼 바다이야기디시 는 불안감이다.
"저는 요리사가 스스로 편안하고 안전하다고 느끼는 순간이 곧 가게가 망해가는 징조라고 생각합니다. 매일매일 극도로 예민하고 불안한 그 마음이 저를 이끌고 가는 원동력이라고 할까요."
'미스터 초밥왕' 보며 요리사 꿈꾼 소년, 우주전함야마토게임 '학구파' 셰프 되다
요수정에는 국적이나 고정된 장르가 없다. 한식과 일식, 이탈리안의 경계를 매일같이 자유롭게 넘나든다. 사실 뚜렷한 장르가 없다는 유연함은 자칫 식당의 정체성을 잃게 만드는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그는 그저 굽고, 튀기고, 면을 뽑는 조리의 기본기에 충실하겠다는 길을 택했다. 조리의 메커니즘을 완벽하게 통제할 오리지널골드몽 수 있다면 장르의 변주는 무한하다는 것이 신 셰프의 철학이다.
이러한 단단한 내공이 하루아침에 쌓인 것은 아니다. 경남 거창에서 60년 가까이 한식당을 운영한 집안에서 자랐지만, 그를 주방으로 이끈 건 초등학교 6학년 때 우연히 펼친 만화책 '미스터 초밥왕'이었다. 요리사라는 세계에 매료된 그는 대학에서 조리학을 전공하고, 어찌 보면 어 오션파라다이스다운로드 디에나 있을 법한 평범한 요리사의 길을 걸었다. 직업인으로서 여러 색을 가진 매장을 거쳤지만, 마음속엔 언제나 자신만의 색깔이 굳건한 요리사가 되겠다는 목표를 품고 있었다.
서울 마포구 요수정의 신창현 셰프가 매장 주방에서 칼질을 하고 있다. 장준우 제공
그가 동경하는 우상은 일본의 기타오지 로산진, 한국의 방랑식객 임지호, 그리고 프랑스 자연주의 요리의 대가 미셸 브라스다. 그는 복잡한 기술로 뽐내는 요리보다 식재료 본연의 힘을 믿는 자연주의 요리를 흠모했다. 하지만 이를 접시 위에 완벽하게 구현하려면, 역설적으로 식재료의 변성과 발효 원리 등 조리 과학을 그 누구보다 깊이 파고들어야만 한다는 것을 이내 깨달았다.
지금처럼 정보가 많지 않던 시절, 미셸 브라스의 다큐멘터리 영상을 구해 프랑스어 자막을 프레임 단위로 캡처하고 사전을 찾아가며 밤새워 공부하기도 했다. 그 집요함이 지금의 요수정을 지탱하는 든든한 밑거름이 되었다. 지금도 그는 매일 아침 출근 전 카페에 앉아 인공지능(AI) 번역 기술을 활용해 세계 각국의 요리 원서를 탐독하며 하루를 연다. 늘 부족하다는 불안감이 그를 쉼 없이 공부하는 학구파 셰프로 만든 셈이다.
시장 상인들과 한 팀처럼... 창작의 도화지는 '최상의 제철 식재료'
매일 메뉴가 바뀌는 식당이 생존하기 위해 요리사의 창의력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식재료가 중심이 될 수밖에 없다. 13년간 식당을 운영하며 터득한 신 셰프만의 식재료 수급 비결은 '흥정하지 않는 것'이다. "시장에서 물건값을 절대 깎지 않고 대금도 즉시 입금합니다. 기싸움을 안 하니 새벽마다 상인들이 가장 좋은 물건을 먼저 내주죠."
초창기 7년간 매일 아침 오토바이를 타고 시장을 누비던 세월이 그에게 가르쳐준 노하우다. 그날 시장에서 들여온 가장 신선한 재료가 주방으로 들어와 자연스럽게 하루의 메뉴가 된다. 상인들과 철저한 신뢰를 바탕으로 한 팀처럼 움직이는 이 유기적인 구조가 매일의 창작을 가능케 하는 비결이다.
신창현 셰프가 숙성 방어와 나주배 요리를 선보이고 있다. 장준우 제공
매일 새로운 메뉴를 내야 한다는 압박감은 종종 창작의 고통으로 이어질 법도 하지만, 그는 오히려 제철 식재료의 흐름에 몸을 맡기며 그 과정을 즐긴다. "지금이면 유채순과 산마늘순을 시작으로 곧 해남에서 올라오는 두릅이 좋죠. 늘 시기마다 나오는 재료를 가지고 놀다 보면 1년이 금방 갑니다."
매번 쏟아지는 새로운 재료 앞에서 흥분하기도 하지만, 때때로 영감이 고갈될 때도 있다. 그럴 땐 억지로 머리를 쥐어짜는 대신 과감히 요리책을 덮고 다른 장르를 파고든다. "소시지를 연구하다 막히면 덮어두고 엉뚱하게 생면 파스타를 다시 봐요. 아무리 해도 안 잡히던 기타의 F코드가 다른 연습을 하다 보면 어느 날 갑자기 자연스럽게 잡히는 것처럼, 막혔던 요리도 다른 공부를 하다 보면 불현듯 길이 보이기도 하거든요."
허영 도려내고 '타협의 미학' 깨달은 위기의 시간
지금은 예약하기 힘든 인기 식당이지만 요수정에도 위기의 시간은 있었다. 초창기 몇 년 동안은 수익을 못 낸 적도 있었고, 3년 전 지금의 자리로 가게를 확장 이전하며 감당하기 벅찬 빚을 떠안기도 했다. 하루 3시간씩 쪽잠을 자며 벼랑 끝의 공포를 마주했던 그는, 그 캄캄한 터널을 통과하며 요리사로서 움켜쥐고 있던 알량한 자존심과 허영을 철저히 도려냈다. 생존의 사선을 넘어본 그가 창업을 꿈꾸는 후배들에게 던지는 조언은 직설적이다.
"후배들에게 돈을 벌 것인지, 철학을 팔 것인지 명확히 하라고 조언합니다. 손님이 내 요리를 몰라준다고 불평하는 친구들도 있는데, 그건 요리가 그만큼 가치를 못 담고 있다는 뜻이에요. 손님이 지불한 가격만큼의 가치를 주지 못한 것뿐이니까요."
요수정의 '라구 생면 파파델레'. 장준우 제공
그가 경계하는 건 셰프가 자신의 요리에 심취해 대중과 타협하지 않는 꼿꼿한 태도를 보일 때다. 그에게 셰프의 가장 숭고한 책임은 어떤 역경 속에서도 자신이 속한 식당을 망하게 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특히 오너 셰프, 요리사가 사장이라는 직책을 겸할 때 겪게 되는 딜레마를 극복하려면 꺾일 줄 아는 유연함, 즉 타협의 미학을 배워야 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그가 웃으며 던진 이른바 '청담동 거리 비례의 법칙'은 소규모 식당이 가져야 할 유연함의 정수를 통쾌하게 보여준다.
"우스갯소리로 청담동에서 멀어질수록 소금양을 줄이고 면의 양은 늘려야 한다고 말합니다. 동네마다, 손님마다 원하는 지향점들이 다를 수 있어요. 요리사가 지역 상권과 대중의 입맛에 맞게 요리를 조율하는 것은 결코 부끄러운 일이 아니에요." 그는 되려 옹고집을 부리다 장사가 안 돼서 월세가 밀리는 것이 진짜 부끄러운 일이라고 힘주어 말한다. 요리사의 비대해진 자의식을 걷어내고 현실을 직시할 때, 비로소 손님이 원하는 진짜 음식이 보인다는 깨달음이다.
"대중식당과 파인다이닝 잇는 식당 되길"
끝없는 탐구와 현실의 번뇌를 거쳐온 그가 궁극적으로 도달하고자 하는 지점은 고고한 요리가 아니라 소박하고 다정하면서도 재밌고 편안한 요리다. 그는 자신의 요리를 '프루스트 다이닝(Proust Dining)'이라 부른다. "음식이 그저 혀끝에서 맛있는 것을 넘어, 이곳에서의 시간과 추억 자체가 맛있게 남길 바라며 요리하고 있죠." 그는 10년 넘게 찾아주시는 단골손님들이 학생일 때 처음 와서, 어느덧 가정을 꾸려 아이의 손을 잡고 올 때 가장 큰 보람과 행복을 느낀다.
"우리 가게가 대중식당과 파인다이닝을 잇는 튼튼한 디딤돌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좋은 재료를 여기서 편안하게 느껴보고 미식의 세계로 한 걸음 내디뎠으면 하는 거죠. 놀이공원에 가면 신나지만 매일 가지 않듯, 가끔 생각날 때 들를 수 있는 편안한 놀이공원 같은 식당이 되길 바라죠."
신창현 셰프가 자신의 매장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장준우 제공
현재 그는 3년 뒤쯤, 콤팩트한 식당으로 규모를 줄이는 청사진을 조용히 그리고 있다. 아직 체력이 남아있을 때 스스로를 마른 장작처럼 한 번 더 뜨겁게 불사르며, 자신만의 요리 세계를 가장 밀도 있고 편안하게 완성하기 위해서다.
식당의 문을 여는 손님에게 가장 편안한 시간을 내주기 위해 매일 밤 홀로 치열하게 불안해하는 요리사. 이토록 든든하고 속 깊은 동료가 곁에 있다는 사실이, 오늘도 불 앞에서 길을 잃고 헤매는 수많은 오너 셰프들에게 깊은 위로와 묵직한 이정표가 되어주기를 바라본다.
요수정의 '거북바위'. 아보카도를 곁들인 등갈비구이 요리로, 신창현 셰프의 고향인 경남 거창군 요수정 정자에 있는 거북바위 모양에서 메뉴 이름을 따왔다. 장준우 제공
[레시피] 아보카도를 곁들인 등갈비구이
<재료>
-주재료: 돼지 등갈비 2kg
-고기 삶는 장: 진간장 500cc, 설탕 300cc, 물 2.5L, 생강 20g, 통마늘 8톨, 건고추 4개
-아보카도 소스: 아보카도 2개, 양파 100g, 큐민 1g, 후추 0.5g(약간), 이탈리안 파슬리 10g, 애플사이다 비니거(사과식초) 30cc, 꿀 10g, 소금 약간
<만드는 법>
1. 냄비에 분량의 진간장, 물, 설탕, 마늘, 생강, 건고추를 모두 넣고 한소끔 끓여 고기를 삶을 장을 준비한다.
2. 끓는 장에 돼지 등갈비를 넣고 중불에서 약 1시간 30분 정도 뭉근하게 익힌다. 이때 국물이 졸아들어 짜질 수 있으므로, 중간중간 물을 보충해 주며 적절한 염도를 맞춘다.
3. 고기가 으스러지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건져내어 한 김 식힌 후, 숯불에 얹어 노릇하게 굽는다.
4. 고기를 익히는 동안 소스를 만든다. 아보카도는 껍질과 씨를 제거한 뒤 곱게 으깨고, 양파와 이탈리안 파슬리는 잘게 다져(찹) 준비한다.
5. 볼에 으깬 아보카도와 다진 양파, 파슬리, 큐민, 후추를 넣고 고루 섞는다. 기호에 맞게 애플사이다 비니거와 꿀을 넣고 소금으로 간을 맞춰 소스를 완성한다.
6. 불향을 입혀 구워낸 등갈비 곁에 아보카도 소스를 듬뿍 곁들여 낸다.
글·사진 장준우 어라우즈 셰
음식을 만드는 건 결국 사람, 셰프죠. 신문기자 출신이자 식당 '어라우즈'를 운영하는 장준우 셰프가 언론의 스포트라이트 너머에서 묵묵히 요리 철학을 지키고 있는 셰프들을 만납니다. 한국 미식계의 최신 이슈와 셰프들의 특별 레시피를 격주로 연재합니다.
서울 마포구 요수정의 '부사 사과와 파네카라자우'. 장준우 제공
서울 마포구 대흥역 인근 한편에 고정된 메뉴 없이 매일 새로운 요리를 내놓는 식당이 있다. 13년째 한 바다이야기게임 상권을 지키며 자신만의 확고한 요리 세계를 구축해 온 신창현(41) 셰프의 '요수정'이다. 매번 메뉴가 달라지는 식당은 말이 쉽지 결코 만만하지 않다. 보통의 요리사라면 매일 덮쳐오는 막중한 압박감에 제풀에 지쳐 타협하거나 무너지기 십상이지만, 요수정은 십수 년째 굳건히 이 험난한 콘셉트를 유지하고 있다. 그 단단한 힘의 원천은 다름 아닌 그가 매일 느끼 바다이야기디시 는 불안감이다.
"저는 요리사가 스스로 편안하고 안전하다고 느끼는 순간이 곧 가게가 망해가는 징조라고 생각합니다. 매일매일 극도로 예민하고 불안한 그 마음이 저를 이끌고 가는 원동력이라고 할까요."
'미스터 초밥왕' 보며 요리사 꿈꾼 소년, 우주전함야마토게임 '학구파' 셰프 되다
요수정에는 국적이나 고정된 장르가 없다. 한식과 일식, 이탈리안의 경계를 매일같이 자유롭게 넘나든다. 사실 뚜렷한 장르가 없다는 유연함은 자칫 식당의 정체성을 잃게 만드는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그는 그저 굽고, 튀기고, 면을 뽑는 조리의 기본기에 충실하겠다는 길을 택했다. 조리의 메커니즘을 완벽하게 통제할 오리지널골드몽 수 있다면 장르의 변주는 무한하다는 것이 신 셰프의 철학이다.
이러한 단단한 내공이 하루아침에 쌓인 것은 아니다. 경남 거창에서 60년 가까이 한식당을 운영한 집안에서 자랐지만, 그를 주방으로 이끈 건 초등학교 6학년 때 우연히 펼친 만화책 '미스터 초밥왕'이었다. 요리사라는 세계에 매료된 그는 대학에서 조리학을 전공하고, 어찌 보면 어 오션파라다이스다운로드 디에나 있을 법한 평범한 요리사의 길을 걸었다. 직업인으로서 여러 색을 가진 매장을 거쳤지만, 마음속엔 언제나 자신만의 색깔이 굳건한 요리사가 되겠다는 목표를 품고 있었다.
서울 마포구 요수정의 신창현 셰프가 매장 주방에서 칼질을 하고 있다. 장준우 제공
그가 동경하는 우상은 일본의 기타오지 로산진, 한국의 방랑식객 임지호, 그리고 프랑스 자연주의 요리의 대가 미셸 브라스다. 그는 복잡한 기술로 뽐내는 요리보다 식재료 본연의 힘을 믿는 자연주의 요리를 흠모했다. 하지만 이를 접시 위에 완벽하게 구현하려면, 역설적으로 식재료의 변성과 발효 원리 등 조리 과학을 그 누구보다 깊이 파고들어야만 한다는 것을 이내 깨달았다.
지금처럼 정보가 많지 않던 시절, 미셸 브라스의 다큐멘터리 영상을 구해 프랑스어 자막을 프레임 단위로 캡처하고 사전을 찾아가며 밤새워 공부하기도 했다. 그 집요함이 지금의 요수정을 지탱하는 든든한 밑거름이 되었다. 지금도 그는 매일 아침 출근 전 카페에 앉아 인공지능(AI) 번역 기술을 활용해 세계 각국의 요리 원서를 탐독하며 하루를 연다. 늘 부족하다는 불안감이 그를 쉼 없이 공부하는 학구파 셰프로 만든 셈이다.
시장 상인들과 한 팀처럼... 창작의 도화지는 '최상의 제철 식재료'
매일 메뉴가 바뀌는 식당이 생존하기 위해 요리사의 창의력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식재료가 중심이 될 수밖에 없다. 13년간 식당을 운영하며 터득한 신 셰프만의 식재료 수급 비결은 '흥정하지 않는 것'이다. "시장에서 물건값을 절대 깎지 않고 대금도 즉시 입금합니다. 기싸움을 안 하니 새벽마다 상인들이 가장 좋은 물건을 먼저 내주죠."
초창기 7년간 매일 아침 오토바이를 타고 시장을 누비던 세월이 그에게 가르쳐준 노하우다. 그날 시장에서 들여온 가장 신선한 재료가 주방으로 들어와 자연스럽게 하루의 메뉴가 된다. 상인들과 철저한 신뢰를 바탕으로 한 팀처럼 움직이는 이 유기적인 구조가 매일의 창작을 가능케 하는 비결이다.
신창현 셰프가 숙성 방어와 나주배 요리를 선보이고 있다. 장준우 제공
매일 새로운 메뉴를 내야 한다는 압박감은 종종 창작의 고통으로 이어질 법도 하지만, 그는 오히려 제철 식재료의 흐름에 몸을 맡기며 그 과정을 즐긴다. "지금이면 유채순과 산마늘순을 시작으로 곧 해남에서 올라오는 두릅이 좋죠. 늘 시기마다 나오는 재료를 가지고 놀다 보면 1년이 금방 갑니다."
매번 쏟아지는 새로운 재료 앞에서 흥분하기도 하지만, 때때로 영감이 고갈될 때도 있다. 그럴 땐 억지로 머리를 쥐어짜는 대신 과감히 요리책을 덮고 다른 장르를 파고든다. "소시지를 연구하다 막히면 덮어두고 엉뚱하게 생면 파스타를 다시 봐요. 아무리 해도 안 잡히던 기타의 F코드가 다른 연습을 하다 보면 어느 날 갑자기 자연스럽게 잡히는 것처럼, 막혔던 요리도 다른 공부를 하다 보면 불현듯 길이 보이기도 하거든요."
허영 도려내고 '타협의 미학' 깨달은 위기의 시간
지금은 예약하기 힘든 인기 식당이지만 요수정에도 위기의 시간은 있었다. 초창기 몇 년 동안은 수익을 못 낸 적도 있었고, 3년 전 지금의 자리로 가게를 확장 이전하며 감당하기 벅찬 빚을 떠안기도 했다. 하루 3시간씩 쪽잠을 자며 벼랑 끝의 공포를 마주했던 그는, 그 캄캄한 터널을 통과하며 요리사로서 움켜쥐고 있던 알량한 자존심과 허영을 철저히 도려냈다. 생존의 사선을 넘어본 그가 창업을 꿈꾸는 후배들에게 던지는 조언은 직설적이다.
"후배들에게 돈을 벌 것인지, 철학을 팔 것인지 명확히 하라고 조언합니다. 손님이 내 요리를 몰라준다고 불평하는 친구들도 있는데, 그건 요리가 그만큼 가치를 못 담고 있다는 뜻이에요. 손님이 지불한 가격만큼의 가치를 주지 못한 것뿐이니까요."
요수정의 '라구 생면 파파델레'. 장준우 제공
그가 경계하는 건 셰프가 자신의 요리에 심취해 대중과 타협하지 않는 꼿꼿한 태도를 보일 때다. 그에게 셰프의 가장 숭고한 책임은 어떤 역경 속에서도 자신이 속한 식당을 망하게 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특히 오너 셰프, 요리사가 사장이라는 직책을 겸할 때 겪게 되는 딜레마를 극복하려면 꺾일 줄 아는 유연함, 즉 타협의 미학을 배워야 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그가 웃으며 던진 이른바 '청담동 거리 비례의 법칙'은 소규모 식당이 가져야 할 유연함의 정수를 통쾌하게 보여준다.
"우스갯소리로 청담동에서 멀어질수록 소금양을 줄이고 면의 양은 늘려야 한다고 말합니다. 동네마다, 손님마다 원하는 지향점들이 다를 수 있어요. 요리사가 지역 상권과 대중의 입맛에 맞게 요리를 조율하는 것은 결코 부끄러운 일이 아니에요." 그는 되려 옹고집을 부리다 장사가 안 돼서 월세가 밀리는 것이 진짜 부끄러운 일이라고 힘주어 말한다. 요리사의 비대해진 자의식을 걷어내고 현실을 직시할 때, 비로소 손님이 원하는 진짜 음식이 보인다는 깨달음이다.
"대중식당과 파인다이닝 잇는 식당 되길"
끝없는 탐구와 현실의 번뇌를 거쳐온 그가 궁극적으로 도달하고자 하는 지점은 고고한 요리가 아니라 소박하고 다정하면서도 재밌고 편안한 요리다. 그는 자신의 요리를 '프루스트 다이닝(Proust Dining)'이라 부른다. "음식이 그저 혀끝에서 맛있는 것을 넘어, 이곳에서의 시간과 추억 자체가 맛있게 남길 바라며 요리하고 있죠." 그는 10년 넘게 찾아주시는 단골손님들이 학생일 때 처음 와서, 어느덧 가정을 꾸려 아이의 손을 잡고 올 때 가장 큰 보람과 행복을 느낀다.
"우리 가게가 대중식당과 파인다이닝을 잇는 튼튼한 디딤돌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좋은 재료를 여기서 편안하게 느껴보고 미식의 세계로 한 걸음 내디뎠으면 하는 거죠. 놀이공원에 가면 신나지만 매일 가지 않듯, 가끔 생각날 때 들를 수 있는 편안한 놀이공원 같은 식당이 되길 바라죠."
신창현 셰프가 자신의 매장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장준우 제공
현재 그는 3년 뒤쯤, 콤팩트한 식당으로 규모를 줄이는 청사진을 조용히 그리고 있다. 아직 체력이 남아있을 때 스스로를 마른 장작처럼 한 번 더 뜨겁게 불사르며, 자신만의 요리 세계를 가장 밀도 있고 편안하게 완성하기 위해서다.
식당의 문을 여는 손님에게 가장 편안한 시간을 내주기 위해 매일 밤 홀로 치열하게 불안해하는 요리사. 이토록 든든하고 속 깊은 동료가 곁에 있다는 사실이, 오늘도 불 앞에서 길을 잃고 헤매는 수많은 오너 셰프들에게 깊은 위로와 묵직한 이정표가 되어주기를 바라본다.
요수정의 '거북바위'. 아보카도를 곁들인 등갈비구이 요리로, 신창현 셰프의 고향인 경남 거창군 요수정 정자에 있는 거북바위 모양에서 메뉴 이름을 따왔다. 장준우 제공
[레시피] 아보카도를 곁들인 등갈비구이
<재료>
-주재료: 돼지 등갈비 2kg
-고기 삶는 장: 진간장 500cc, 설탕 300cc, 물 2.5L, 생강 20g, 통마늘 8톨, 건고추 4개
-아보카도 소스: 아보카도 2개, 양파 100g, 큐민 1g, 후추 0.5g(약간), 이탈리안 파슬리 10g, 애플사이다 비니거(사과식초) 30cc, 꿀 10g, 소금 약간
<만드는 법>
1. 냄비에 분량의 진간장, 물, 설탕, 마늘, 생강, 건고추를 모두 넣고 한소끔 끓여 고기를 삶을 장을 준비한다.
2. 끓는 장에 돼지 등갈비를 넣고 중불에서 약 1시간 30분 정도 뭉근하게 익힌다. 이때 국물이 졸아들어 짜질 수 있으므로, 중간중간 물을 보충해 주며 적절한 염도를 맞춘다.
3. 고기가 으스러지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건져내어 한 김 식힌 후, 숯불에 얹어 노릇하게 굽는다.
4. 고기를 익히는 동안 소스를 만든다. 아보카도는 껍질과 씨를 제거한 뒤 곱게 으깨고, 양파와 이탈리안 파슬리는 잘게 다져(찹) 준비한다.
5. 볼에 으깬 아보카도와 다진 양파, 파슬리, 큐민, 후추를 넣고 고루 섞는다. 기호에 맞게 애플사이다 비니거와 꿀을 넣고 소금으로 간을 맞춰 소스를 완성한다.
6. 불향을 입혀 구워낸 등갈비 곁에 아보카도 소스를 듬뿍 곁들여 낸다.
글·사진 장준우 어라우즈 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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