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9일 부산교대에서 열린 ‘휘몰려도 길이 되다’ 북 콘서트에서 저자인 이정식(사진 왼쪽) 더불어민주당 부산 연제구 지역위원장 직무대행이 이재성 전 민주당 부산시당위원장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저자 제공


부산=이승륜 기자
20년 넘게 중소상공인의 생존을 위해 뛰며 현장을 지켜 온 상인이자, 대학 강단을 거쳐 정당의 기반에서 활동해 온 한 정치인이 거센 삶의 폭풍을 견디며 자신의 길을 다져 온 지난 시간을 책으로 풀어냈다. 골목의 현실과 서민의 삶을 온몸으로 통과해 온 기록은 지금 우리가 어떤 길을 선택해야 하는지 묻고 다시 바다이야기사이트 살아갈 힘을 건넨다.
이정식 더불어민주당 부산 연제구 지역위원장 직무대행이 펴낸 자전적 에세이 ‘휘몰려도, 길이 되다’는 한 개인의 성공담이나 정치 이력서가 아니다. 책은 반농·반어촌이던 삼천포에서 태어나 부산 사상공단 제화공장에서 노동자로 첫 사회생활을 시작한 청년이, 보험 외판원과 자영업자를 거쳐 중소상공인 운동과 정치의 길로 들어서 황금성사이트 기까지의 시간을 담담하지만 밀도 있게 기록한다. 저자는 20대 시절 부산이 낭만의 도시가 아니라 생존의 현장이었다고 회고하며, 공장 기계 소리와 본드 냄새 속에서 ‘이 악물기’가 생활이었던 시절을 인생의 첫 교과서로 꺼내 놓는다.
책 곳곳에는 개인의 고단함을 넘어선 삶의 균열이 등장한다. 어머니의 새끼발가락 괴사로 시작된 병세는 결국 무릎 모바일바다이야기하는법 아래 절단이라는 비극으로 이어졌고, 가족은 삶의 터전이던 고향집을 떠나야 했다. 간병과 생계를 동시에 짊어진 청년은 출근 시간마다 요강을 비우고 공장과 병원을 오가며 하루를 버텼다. 그는 이 시간을 통해 인간의 품위란 성공이나 출세가 아니라, 사랑하는 사람을 끝까지 돌보는 데 있다는 사실을 배웠다고 적었다. 이 대목은 책 전체를 관통하는 정서적 뿌리이자, 야마토게임연타 이후 그의 삶과 정치관을 규정한 결정적 경험으로 자리 잡는다.
자영업자로서의 시간은 이 책의 중심축이다. 어묵과 두부, 햄을 싣고 새벽마다 부산 골목을 누비던 22년은 단순한 생계의 시간이 아니라 지역 경제의 민낯을 온몸으로 체득한 기록이었다. 장사가 안 되는 날 전기세 고지서를 붙들고 망연자실하던 상인들, 대기업 유통망 확장 앞에서 속 바다이야기프로그램다운로드 수무책으로 무너지는 골목 상권, 카드 수수료와 단속 한 번에 하루 생계가 흔들리는 현실이 구체적인 장면으로 펼쳐진다. 그는 책에서 정책은 책상 위에서 만들어질 때가 아니라 골목과 시장에서 사람들의 삶을 관찰할 때 비로소 살아 있는 힘을 갖는다고 강조한다.
이러한 문제의식은 2010년 대기업형 슈퍼마켓(SSM) 확산을 막기 위한 상인운동으로 이어진다. 전국 상인들과 함께 국회 앞 단식 투쟁에 나섰던 시간은 저자의 인생에서 가장 격렬한 장면으로 기록됐다. 물과 소금으로 버티던 단식의 나날, 동지의 실신, 촛불을 들고 거리로 나선 상인들의 얼굴은 단순한 투쟁의 기록을 넘어 생존권을 지키기 위한 절박한 몸부림으로 그려진다. 결국 유통법과 상생법이 국회를 통과하던 순간, 그는 굶주림 속에서 자란 것은 절망이 아니라 희망이었다고 적는다. 이 장면은 ‘흔들림으로 길을 다졌다’는 책 제목의 의미를 가장 또렷하게 보여준다.



지난달 29일 부산교대에서 열린 ‘휘몰려도 길이 되다’ 북 콘서트에서 저자인 이정식 더불어민주당 부산 연제구 지역위원장 직무대행이 아내 신명자 씨의 발을 씻는 세족식을 하고 있다. 저자 제공


배움의 시간 역시 이 책에서 중요한 의미를 차지한다. 저자는 47세에 방송통신대에 입학해 매주 정규 수업을 듣고, 수업이 끝나면 다시 냉장·냉동 탑차를 몰아 납품 현장으로 향했다. 송정 앞바다에 차를 세우고 달빛 아래서 도시락을 먹던 밤, 피로에 절어도 수업을 포기하지 않았던 시간은 학위 취득 이상의 가치를 남겼다. 그는 배움이란 지식을 쌓는 일이 아니라 삶을 견디는 힘을 키우는 과정이었다고 회고한다.
정치에 들어선 이후의 이야기도 책 후반부에 비중 있게 담겼다. 12·3 비상계엄과 조기 대선, 거리에서 분출된 시민들의 분노와 각성은 저자에게 정치란 무엇이어야 하는지를 다시 묻게 했다. 그는 정치가 권력을 누리는 기술이 아니라 사람을 포기하지 않게 만드는 장치여야 하며, 제도는 서민의 눈물과 한숨을 현실적인 해결로 바꾸는 다리가 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개천에서 용을 만들겠다는 정치가 아니라, 개천을 다시 흐르게 해 모두가 함께 건너갈 수 있게 하는 정치가 필요하다’는 그의 문장은 책 전체를 관통하는 핵심 메시지다.
‘휘몰려도, 길이 되다’는 이정식 개인의 서사에 머물지 않는다. 부산 수영구 민락수변공원 금주구역 지정으로 생계를 위협받은 상인의 삭발 투쟁, 빚 위에 선 청년의 하루, 무대보다 생계가 더 절박한 예술인의 삶 등 이름 없는 시민들의 이야기가 곳곳에 등장한다. 저자는 이들의 삶이 뉴스와 통계에는 담기지 않지만, 바로 그 현장 덕분에 도시의 아침이 다시 열리고 희망이 이어진다고 말한다.
출판기념회는 지난달 이미 열렸고, 지역 상인과 당원들이 대거 참석해 책의 메시지를 공유했다. 저자는 또 연제구에서 ‘현장에서 피어난 사람의 정치, 이정식의 길’을 주제로 북콘서트를 열었다. 지역 정치권에서는 이 자리를 내년 지방선거를 앞둔 행보로 보기도 했다. 하지만 이 책이 던지는 질문은 정치를 넘어선다. 흔들리는 삶 속에서도 길을 만들 수 있었던 이유가 무엇이었는지, 그리고 그 길이 개인을 넘어 시민 모두에게 어떤 의미가 될 수 있는지를 차분히 묻는다.
저자는 책의 마지막에서 ‘희망은 연설에서 자라지 않으며, 언제나 사람의 땀과 숨이 있는 현장에서 자란다’고 적었다. ‘휘몰려도, 길이 되다’는 바로 그 현장에서 쓰인 기록이다. 흔들림을 피하지 않고 통과해 길로 만든 한 사람의 이야기는 지금 이 사회가 다시 걸어야 할 방향을 조용하지만 분명하게 가리키고 있다.
이승륜 기자 기자 admin@119sh.in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