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헌정이 지휘하는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당시 코리안심포니)가 2016년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천인 교향곡’으로 불리는 말러 교향곡 8번을 연주하고 있다. 롯데콘서트홀 제공


“그의 시대가 가고 나면, 나의 시대가 올 것이다.” 작곡가 구스타프 말러(1860~1911)가 1902년 아내 알마에게 보낸 편지에 나오는 문구다. 당시 인기를 누린 네살 아래 작곡가 리하르트 슈트라우스를 의식한 발언인데, 말러는 자신의 음악이 당대에 이해받지 못하는 아쉬움을 이렇게 달랬다. 1904년 교향곡 5번을 초연한 직후엔 “내가 죽은 지 50년 뒤에나 초연하면 좋았 모바일바다이야기하는법 을 것”이라고 한탄했다. 이 곡의 복잡한 구조를 청중이 이해하지 못할 것을 직감하고 남긴 말이다. 4악장이 박찬욱 감독 영화 ‘헤어질 결심’에 삽입된 이후 이 교향곡은 한국에서도 폭넓은 사랑을 받고 있으니, 그의 예언이 서구는 물론 한국에서도 현실이 된 것일까.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내년은 그야말로 ‘말러 교향곡 풍년’이다. 말러의 교향 바다이야기오리지널 곡은 1~9번과 미완성 10번, 가곡 교향곡 형식의 ‘대지의 노래’를 포함해 모두 11곡에 이르는데, 국내외 주요 악단들이 골고루 연주한다. 서울시향은 3월에 6번, 11월에 4번 교향곡을 연주한다. 지난해 1번, 올해 2번과 7번 연주에 이어지는 말러 교향곡 전곡 연주·녹음 시리즈의 일환이다. 정명훈이 계관 지휘자로 있는 케이비에스(KBS) 교향악단도 3 체리마스터pc용다운로드 월에 5번, 10월에 4번을 연주한다. 2014년부터 5년 동안 이 악단을 이끌던 지휘자 요엘 레비도 5월에 6번을 연주한다. 이밖에 지휘자 최수열이 이끄는 인천시향은 4월에 ‘대지의 노래’, 9월에 ‘천인 교향곡’으로 불리는 8번, 12월에 7번을 연주한다. 말러 교향곡 전곡 연주 시리즈를 이어가고 있는 지휘자 진솔의 말러리안 오케스트라와 홍석원의 부산시 손오공게임 향이 4월과 6월 각각 8번을 연주한다.



작곡가 구스타프 말러. 자료사진


그중에서도 말러 1번 교향곡을 들고 처음으로 내한하는 지휘자 테오도르 쿠렌치스와 유토피아 오케스트라가 단연 눈길을 끈다. ‘클래식의 구원자’ 바다이야기2 를 자처하며 열광적 팬덤을 몰고 다니는 쿠렌치스는 음악의 세부까지 집요하게 파고들어 완벽함을 추구하지만, 혹독한 리허설로 격렬한 논쟁을 촉발하곤 한다. 첼로를 제외한 모든 단원이 일어선 채로 연주하는 유토피아 오케스트라는 2022년 쿠렌치스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정치적 논란 속에서 새롭게 창단한 다국적 악단이다.
그렇다면 현대인과 한국 관객은 왜 이토록 말러 교향곡에 열광하는 걸까. 1999년부터 2003년까지 부천필하모닉을 지휘해 국내 최초로 말러 교향곡 전곡을 연주한 임헌정은 “우리나라 사람들은 영적인 것에 대한 배고픔이 강한데, 말러의 음악이 그것을 채워준다”고 말한 바 있다. 당시 부천필 바이올리니스트로서 전곡 연주 여정을 함께했던 최은규 음악평론가는 “악단들은 기량을 보여주기에 좋고, 청중은 현장에서 들어야 더욱 감동적이기 때문일 것”이라고 풀이했다. 실제로 100명에 육박하는 대규모 편성인 말러 교향곡들은 압도적 음향과 극적인 서사로 마치 한편의 영화를 보는 듯한 카타르시스를 제공한다. 미국의 저명한 음악평론가 앨릭스 로스는 명저 ‘나머지는 소음이다’에서 “아이맥스 영화관에서 보는 대서사처럼 압도적 음량과 극적인 전환을 통해 청중을 몰입하게 한다”며 말러 교향곡의 시각적 상상력에 주목했다.



서울시향 타악기 주자가 말러 교향곡 6번 ‘비극적’ 4악장에서 나무망치를 내려치고 있다. 서울시향 제공


영국 음악평론가 노먼 러브렉트는 저서 ‘왜 말러인가’에서 “말러가 베토벤을 제치고 현대인이 가장 사랑하는 작곡가로 떠올랐다”며 ‘말러 효과’로 그 이유를 설명한다. 그는 “말러 음악이 담고 있는 불안, 모순, 소외, 그리고 구원을 향한 갈망이 21세기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정서와 정확히 맞아떨어진다”고 봤다. 말러의 음악이 단순한 감상을 넘어 청중의 정서적 상처를 치유하고 내면의 진실을 탐색하는 도구가 된다는 것이다. 체코 태생 유대인인 말러는 자신을 ‘3중의 이방인’으로 규정했는데, 어린 동생과 딸의 죽음, 부인의 외도 등 개인적 비극을 음악으로 승화했다는 게 러브렉트의 분석이다.



말러 교향곡 6, 7번에 나오는 타악기 카우벨.


자주 연주되지 않던 말러 교향곡을 새롭게 해석해 1960년대 ‘말러 르네상스’를 일으킨 지휘자 레너드 번스타인은 말러를 “20세기의 정신적 분열을 예견한 예언자”라고 불렀다. 말러가 교향곡을 통해 20세기의 홀로코스트와 조성의 붕괴를 미리 들려줬다는 것이다. 철학자 테오도어 아도르노는 1960년에 쓴 ‘말러―음악적 인상학’에서 “말러의 교향곡은 세계의 균열을 봉합하려 하지 않고, 찢어진 상처를 그대로 드러낸다”고 평했다. 말러 자신도 “교향곡은 세상 그 자체여야 한다”며 “모든 것을 포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말러 전문가로 통하는 지휘자 정명훈은 “말러 교향곡은 우주와 같아서 모든 감정이 그 안에 있다”고 했다.



말러 교향곡 4번의 1, 4악장 도입부에 나오는 썰매 방울.


그래서인지 그의 교향곡엔 고상하고 숭고한 소리뿐만 아니라, 거리의 소음과 군악대 나팔 소리, 장례 행렬, 새소리를 비롯한 세상의 잡다한 소음이 뒤섞여 있다. 온갖 기묘한 타악기를 활용해 작품의 서사를 이끌거나 심리적 색채를 입혔는데, 6번 교향곡 ‘비극적’ 4악장에 등장하는 나무망치가 대표적이다. 커다란 나무망치를 내리쳐서 둔탁한 소리를 내는 장면은 흔히 영웅을 쓰러뜨리는 ‘운명의 타격’으로 해석되는데, 시각적 효과도 크다. 4번 1악장과 4악장 도입부에 나오는 썰매 방울 소리도 천상의 순수함을 표현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소의 목에 다는 방울로 소리를 내는 ‘카우벨’은 교향곡 6번과 7번에 등장한다.
임석규 기자 sky@hani.co.kr 기자 admin@119sh.in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