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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박물관 체험관에서 열린 '첨단 제약바이오 정책 세미나'에서 참석자들이 기념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사진=김선아 기자


"우리나라가 퍼스트 무버로서 도약하기 위해선 지금까지 해왔던 관성에서 벗어나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합니다. 혁신기업에게 연구개발(R&D) 지원을 할 때 근본적인 가치의 상승을 염두에 두고 장기간 투자하는 문화로 바뀌어야 하고, 그것을 선도하는 것이 국가의 역할입니다. 당장 전면적인 법차손 규제 완화가 어렵다면 타협안이나 보완책이 있을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언주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이 19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박물관 체험관에서 열린 '첨단 제약바이오 정책 세미나'에서 이 sk c&c 와 같이 말했다. 이 최고위원과 김윤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주최한 이번 세미나엔 바이오 스타트업과 정부 연구개발(R&D) 사업단, 벤처캐피탈(VC), 보건복지부, 한국거래소 등에서 주요 이해관계자들이 참석했다.
이번 세미나에선 법인세차감전계속사업손실(이하 법차손) 규제에 대해 토론이 이뤄졌다. 현재 코스닥 기업은 연 매출액 30억원 미만, 우체국 자기자본 대비 법차손 비율 50% 초과가 3년간 2회 이상이면 관리종목으로 지정받는다. 기술특례상장 기업에겐 매출액 요건은 5년간, 법차손 요건은 3년간 관리종목 지정이 유예된다.
업계에선 현행 법차손 제도가 바이오 산업의 특수성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단 원성이 높다. 특히 신약개발은 장기간 대규모 투자가 불가피함에도 불구하고 기존 새마을금고중앙회 관리직군 제조업에 들이대던 잣대가 똑같이 적용되는 것이 불합리하단 것이다.
조상래 젠큐릭스 대표는 "법차손은 상장 이후 대부분의 업체들이 부딪히는 또다른 '데스밸리'(죽음의 계곡)라고 생각한다"며 "기껏 상장을 하고 연구개발(R&D)의 진도를 나가기 위해 R&D에 투자하면 할수록 법차손 이슈로 관리종목 지정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말했다.
sc상호저축은행대출이어 "이러한 배경에서 대부분의 기업들은 유예기간 3년이 지난 이후 R&D 비용이 급감하며 R&D를 하는 것도 아니고 안하는 것도 아닌 상태로 남아 있을 수밖에 없다"며 "상장할 때는 기술성과 혁신성을 보는데 상장 이후엔 퇴출 기준이 매출액, 손익, 재무 비율 등으로 되어 있어 기술특례상장 제도의 취지에 맞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근로자서민전세자금대출 조건조 대표는 "오히려 상장 전에 더 투자를 많이 받고 상장 이후엔 자금 동맥경화가 일어나서 R&D가 이어지지 못하는 경우가 태반"이라며 바이오텍은 상장 이후 더욱 성장하기 어려운 상황을 맞닥뜨리고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법차손 규제와 국내 바이오텍의 구조적 한계가 맞물리면서다.
보건복지부 역시 이 같은 문제를 인식하고 금융당국에 제도 개선을 요청하고 있다. 그러나 투자자를 보호하고 부실 기업을 걸러내야 한다는 금융당국의 입장과 혁신기업의 성장을 지원해야 한다는 산업계의 요구가 맞서면서 해법을 찾지 못한 채 논의가 공전 중이다.
정은영 보건복지부 보건산업정책국장은 "작년에 바이오혁신위원회에 세 번 정도 (법차손 관련) 안건이 올라가서 저희가 금융위원회에 개선을 요청했다"며 "금융위 입장에서는 부실 기업을 신속하게 퇴출하고 소비자들에게 정확한 정보를 줄 수 있는 차원에서 현재로서는 법차손 규제 완화에 대해선 수용이 어렵다는 입장을 여러 번 밝혔다"고 말했다.
이어 "아직 매출액이 발생하지 않은 상태에서 주식시장에 들어온 기업들이 연구개발(R&D)을 하면 비용으로 잡히니까 계속 자본을 침식해나갈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저희 입장에선 법차손 유예 기간을 늘려주는 것이 어렵다면 비용을 산출하는 기준을 살펴보거나, 시가총액 수준에 따라 법차손을 적용하는 것도 검토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국거래소는 기존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없을 정도로 상장 문턱을 낮춰준 시장에서 법차손 규제는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해 꼭 필요하단 것이다. 유독 '개미'가 많은 국내 주식시장의 특성도 거래소가 제도 개선에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이는 데 한몫한다.
민경욱 한국거래소 부이사장은 "바이오 산업이 갖고 있는 특징 중 하나는 전문적인 영역이라는 점"이라며 "코스닥에 상장된 기업의 투자자의 80%가 개인 투자자이다 보니 과연 이들을 어떻게 보호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법차손이란 결국 자기 자본을 확충하면 문제가 해결될 수 있는 부분"이라며 "실제로 올해 법차손 대상이 될 수 있는 기업 18개 중에서 13개는 증자를 통해서 또는 일부 비용 절감을 통해서 이 법차손 문제를 일부 해소하셨다"고 덧붙였다.
다만 시가총액 등을 고려해 법차손 적용을 조건부화하는 방안 등을 요구하는 정부와 업계의 목소리를 충분히 듣고 고민하겠다며 가능성은 열어둔 상태다. 이날 정 국장이 언급한 R&D 비용 산출 기준과 관련해선 이를 담당하고 있는 금융감독원과 논의하겠다고 답했다.
민 부이사장은 "지난 7월에 부실 기업 퇴출을 앞당기겠다고 얘기하면서 매출액 요건에서 일부 매출이 부족하더라도 시가총액이 충분하다면 관리종목 지정 등에 대한 것을 유예하겠다고 발표해 바이오 업계에서도 굉장히 호응해주셨다"며 "이런 부분들이 법차손과 관련된 부분에도 적용될 수 있는지 당국과 함께 더 고민을 하겠다"고 말했다.
구자현 KDI 선임연구위원은 "투자자 보호와 혁신 사이의 균형점을 어떻게 가져갈 것인가의 문제인 것 같다"며 "투자자들도 지금 (바이오텍의 주주로) 들어오더라도 안정적인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나올 때까지는 10년 이상을 인내해줘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김선아 기자 seona@mt.co.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