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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유전자 l 정우현 지음, 이른비, 2만2000원


“공부 잘하는 유전자가 정말 있나요?” 한 교양 방송프로그램의 진행자가 천진난만하게 묻는다. 그 질문에 패널로 참석한 어느 저명한 과학자는 망설임 없이 대답한다. “네, 그런 유전자가 실제로 존재합니다.” 그 순간 청중은 약속이나 한 듯 일제히 탄식한다. 그리고 러시안룰렛 게임의 희생자처럼 저주받은 이번 생을 원망한다. ‘유전자란 무엇인가?’
하지만 유전자의 실체를 제대로 아는 이는 거의 없다. 사람들은 특정 유전자가 외모, 성격, 지능, 질병, 심지어 운명까지 결정한다고 믿지만, 이는 오해이다. ‘나쁜 유전자-세계사를 뒤바꾼 문제적 유전자 바로 읽기’는 인류 역사의 중요한 순간 대구제2금융 마다 오해를 낳은 여덟 가지 문제적 유전자를 다룬다. 피부색 유전자, 희귀병 유전자, 사나운 유전자, 열등한 유전자, 범죄 유전자, 동성애 유전자, 암유전자, 그리고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가 그것이다.
유전자는 의도를 가진 존재처럼 묘사됐지만, 실제로는 단순한 정보 단위일 뿐이다. 인간은 유전적으로 99.9%가 동일하며, 0.1%의 차이가 신협제1금융 다양성을 만든다.
지은이는 “나쁜 유전자는 없다”고 말한다. 나쁘게 해석된 것은 인간의 시선일 뿐, 유전자는 단지 환경과 우연, 노력 속에서 발현되는 정보일 따름이라는 것이다. 그는 우리 사회에 만연한 ‘유전자 결정론’을 비판하며 유전자에 대한 대표적 오해를 해체한다. 첫째, ‘나쁜 유전자’를 제거해야 한다는 사고는 과거 우생학의 망령을 집매매시 주의사항 불러와 인간의 가능성을 억누른다. 둘째, ‘좋은 유전자’라는 환상은 진화를 무의미하게 만든다. 셋째, 유전자가 모든 것을 결정한다는 생각은 인간을 단일한 존재로 고정해 버린다. 실제로 대부분의 형질과 질병은 수천 개의 유전적, 환경적 요인이 상호작용을 해 나타난다. 지은이는 유전자가 우월함이나 열등함의 원인이 아니라, 다양성의 원천임을 강조한다. 유전자는 대출금액조회 마치 벗어나기 힘든 숙명처럼 이해됐지만, 그 뒤에는 과학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잘못된 신념이 자리하고 있다. 책은 인간은 고정된 운명이 아닌 가능성의 존재임을, 생명은 유전자만으로 결정되는 존재가 아님을 일깨운다.
박영률 기자 ylpak@hani.co.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