밍키넷 4.yadongkorea.icu ヮ 밍키넷 같은 사이트ギ 밍키넷 막힘ウ

편집자주
함께 도전해 세상의 편견을 지우고 변화를 이끈 대중문화 단짝들 인터뷰.




최정남(왼쪽) PD와 댄서 허니제이가 최근 서울 중구 한국일보 사옥을 찾아 손으로 호랑이 발 모양을 한 뒤 사진을 찍고 있다. 허니제이는 Mnet '월드 오브 스트릿 우먼 파이터'에서 한국팀 범접의 리더로 활약했다. 한국팀 이름 중 앞 글자 범엔 호랑이의 중의적 의미도 담겼다. 박시몬 기자


'국보는 출장 마치시는 대로 즉시 복귀하시기 바랍니다'(국립중앙박물관)
'이게 바로 복지다!'(한국보건복지인재원)

장외주식매매


한국팀 범접이 국가별 단체 메가 미션에서 선보인 '몽경' 영상에 달린 댓글. 유튜브 캡처





한국팀 범접이 국가별 단체 메가 미션에서 선보인 '몽경' 영상에 달린 댓글. 유튜브 캡처x1



Mnet 댄스 서바이벌 프로그램 '월드 오브 스트릿 우먼 파이터'(이하 '스우파' 시즌3) 제작진이 유튜브에 올린 한국팀 범접의 '몽경(夢境)-꿈의 경계에서' 영상엔 이런 댓글들이 달렸다. 박물관에서 국보 취급받고, 전세 사기 등 갈수록 늘어나는 사회적 재난으로 사람들 시름이 깊어지는 요즘 복지로주식과바잉포인트
여겨지는 은혜로운 영상이라니.







정체는 이랬다. '몽경'은 범접이 국가별 대항전에서 선보인 3분 여의 군무다. 한국 민속인 저승사자를 소재로 이 시대의 불안을 전통미와 현대미가 어우러진아주캐피탈 주식
춤으로 표현해 "한국에서 열리는 올림픽 개·폐막식에 보여주고 싶은 무대"라는 호평과 함께 온라인을 뜨겁게 달궜다. 18일 기준 조회수는 1,600만 건을 넘어섰다. 웬만한 K팝 아이돌그룹 뮤직비디오 못지않은 호응으로 한국 춤에 세계적 관심을 이끈 주인공은 댄서 허니제이(39). '스우파' 시즌1에 출연했던 각 팀의 리더 가비, 노제, 리정, 리헤이, 모니투자종목
카, 아이키, 효진초이 등으로 구성된 범접에서 리더를 맡아 시즌3 경연의 선두에 섰다. 무게중심이 아래로 쏠린 묵직한 춤과 틀을 깨는 안무가 그의 특기다. 허니제이가 '한국 여성 댄서 어벤져스'의 리더가 되기까지 발판을 마련해 준 사람이 있다. '스우파' 시즌1과 시즌3를 연출한 최정남(41) PD다.

아이돌, 대형 기획사 아니어도... '뒷것'들의 반란
두 사람은 '춤'으로 묶인 동지다. 여성 스트리트 댄스의 불모지나 다름없었던 한국에서 함께 10년 동안 줄기차게 도전해 결국 성공했다. 두 사람과 동의어가 있다. '비주류 정신과 모험'이다. 모두가 K팝 아이돌을 꿈꿀 때 허니제이는 척박한 거리로 나가 여성 댄서로서 힙합 스타일의 춤에 새 길을 냈고, 방송사들이 K팝 아이돌만 찾을 때 최 PD는 아이돌 뒤에서 '백댄서'로 불렸던 조연들을 무대 맨 앞으로 끌어내 조명을 비췄다. 비주류 댄서와 제작진이 뭉쳐 함께 한 모험에 특히 청년들이 환호했다. 나이 등 모든 계급장을 떼고 오직 춤 실력으로만 겨루는 경쟁에서 음모 대신 “잘 봐, 언니들 싸움이다”라는 깃발 같은 말이 쏟아진 덕분이다.



'월드 오브 스트릿 우먼 파이터'에서 외국팀 댄서들이 한국팀 범접 리더인 허니제이 몸에 영어로 'No Respect'라고 적힌 스티커를 붙이고 있다. '상대를 존중하지 않는다' 즉 한국팀을 약체로 평가한 것이다. Mnet 영상 캡처


하지만, 지난 7월 끝난 '스우파' 시즌3의 여정은 가시밭길이었다. '한국 여성 댄서 어벤져스'는 해외 팀들에 '최약체'로 지목됐고, 경연에서 잇따라 패배하며 서바이벌의 벼랑 끝에 몰렸다. 그간 쏟아졌던 대중의 열광은 순식간에 싸늘하게 식었다. '악플'도 늘었다.
10년의 인연, 괜히 '환상의 콤비'는 아니었다. "시즌3 초반 댓글들이 따갑긴 하더라고요. 범접 친구들이 힘들어하고 그걸 바로 옆에서 보니까 '내가 괜히 이걸 또 하자고 해서 이런 상황에 놓이게 한 건 아닐까' 싶어 마음이 아프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자랑스럽기도 하고..."
최근 서울 중구 한국일보 사옥에서 진행한 인터뷰 도중 이렇게 말하던 최 PD의 두 눈에 눈물이 주르륵 흘렀다. "왜 울어, 왜". 허니제이는 최 PD의 눈물을 손으로 닦아주며 그의 어깨를 옆에서 양팔로 감쌌다. "뭐야, 또 (시즌3) 지났다고 허니제이는 안 우네?" "이제 난 안 울죠. 내가 얼마나 강해졌다고. 쏟을 눈물 다 흘려가지고 이제 흘릴 눈물이 없어". 두 사람은 서로 이런 말을 주고받으며 다시 환하게 웃었다. 다음은 처음으로 함께 언론 인터뷰에 나선 두 사람과 나눈 일문일답.

"김치 어때?" 부터 시작한 'K'찾기
-'몽경'으로 국·공립 기관들이 너도나도 '존경한다'는 뜻에서 샤라웃(shout-out)해 허니제이씨가 공무원이 된 거 같아요.
허니제이: 한국적 행사 관련 공연 섭외가 많이 와요. 지난 8·15 광복 80년 전야제 무대에도 섰고, 인천공항과 협업한 콘텐츠도 있고요. 우리 팀 '홀리뱅'이 힙합 스타일의 춤을 기반으로 하잖아요. 너무 한국적인 것만 하면 그 이미지가 굳어질까 봐 우리끼리 조심스러워하고 있긴 하죠. 사실, 시즌3 경연 시작할 때만 해도 최대한 한국적인 걸 피하려고 했어요. 홀리뱅이 우승했던 시즌1 때도 한국적 무대를 보여줬고, 시즌2에선 우승한 팀 원밀리언이 한국적 안무를 정말 잘 만들었잖아요. 그래서 이번에도 같은 스타일로 하면 '비교를 당할 수밖에 없겠구나'란 부담이 생기더라고요. 그런데 미션이 공개되고 나니 '국가적 정체성을 담아야 한다'는 거예요. 당황했지만, 소재부터 찾았죠. '김치, 어떨까?'란 얘기부터 시작해서요.



한국팀 범접이 국가별 단체 메가 미션에서 선보인 '몽경' 속 저승사자 분장을 한 댄서들 모습. Mnet 영상 캡처





미국 애니메이션 'K팝 데몬 헌터스' 속 저승사자 아이돌그룹 사자보이즈. 넷플릭스 제공


-'몽경' 속 저승사자 콘셉트가 요즘 난리네요.
허니제이: 한국적 소재를 찾는 데 범접 멤버 중에 립제이가 불쑥 '갓이 어떠냐?'라고 하더라고요. '갓을 캐릭터적으로 잘 살리면 뻔하지 않겠다' 싶더라고요. 그렇게 저승사자 콘셉트가 나온 거죠. 물론, 저승사자로 콘셉트 정하는 데까지 시간은 꽤 걸렸어요. 저승사자 얘기 나오니 처녀 귀신 얘기 나오고 '민속 속 귀신들 한 번 다뤄볼까?'란 식으로 논의가 자꾸 삼천포로 흘러 '저승사자로 가자'고 저희끼리 합의를 봤죠. 그리고 미국 애니메이션 'K팝 데몬 헌터스' 속 저승사자 아이돌그룹 사자보이즈가 화제가 돼 '어쩜 이렇게밍이 딱 맞아떨어졌을까?' 신기하기도 했고요. 서로 극비였을 테고 제작 시기도 달랐으니까요.








'월드 오브 스트릿 우먼 파이터' 심사위원인 가수 박진영이 한국팀 범접의 '몽경' 퍼포먼스 영상을 보고 "레벌이 다르다"고 말하고 있다. 수준이 다른 상대는 해외팀들이다. Mnet 영상 캡처


-'몽경'을 처음 본 제작진도 놀랐겠어요.
최 PD: 좋더라고요. 그간 성적이 좋지 않아 이 미션에서 팀 코리아(범접)가 일어나야 하는 상황이었거든요. 한편으론 대중 평가가 있으니까 걱정도 되는 거예요. 전 앞서 개인 미션에서도 범접이 잘했다고 생각했는데 결과는 그게 아니었으니까요. 팀 코리아 멤버들도 걱정이 됐는지 그 말 없는 노제도 계속 물어보는 거예요. '다른 나라 (단체 안무 영상) 어떻게 나왔냐'고요.



댄서 허니제이(두 번째 줄 가운데)가 출연했던 댄스 프로그램 '힛 더 스테이지' 한 장면. Mnet 영상 캡처





"허제가..." Mnet '스트릿 우먼 파이터' 시즌1과 시즌3을 제작한 최정윤(왼쪽) PD는 댄서 허니제이를 종종 이렇게 불렀다. 네 자리 활동명을 친근하게 부르는 표현이었다. '환상의 콤비' 인터뷰를 위해 서울 중구 한국일보 사옥을 찾은 최 PD와 허니제이가 '몽경' 퍼포먼스 영상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있다. 박시몬 기자



"할래요? "아뇨"... 어긋남으로 시작된 인연
-서바이벌로 더 돈독해진 끈끈한 인연은 어떻게 시작됐나요?
최 PD: '스우파' 전에도 댄스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었어요. '댄싱9'(2013)을 준비하면서 허니제이란 이름을 알게 됐죠. 그래서 허니제이를 섭외하려고 했는데 거절하더라고요? '댄싱9' 끝나고 K팝 아이돌과 안무가가 함께 출연해 새로운 퍼포먼스를 선보이는 '힛 더 스테이지'(2016) 섭외하면서 연이 닿았죠. 첫 만남이 인상적일 수밖에 없었던 게 프로그램 출연하는 K팝 아이돌들이 허니제이랑 하고 싶어 하는 거예요. 유튜브 영상을 보여주며 '이 사람(허니제이)과 하고 싶다'면서요. 그때 '허니제이가 이 정도였어?' 좀 당황했죠. '아, 어떻게 하지' 멘붕이었고요. 그렇게 고민하게 했던 게 허니제이와 시작이었죠. 벌써 10년이 됐네요, 와우!(웃음).
-출연 요청을 왜 거절한 거예요?
허니제이: '언더(언더그라운드) 부심'이 있었거든요. '춤으로 인정받으면 됐지 방송에 나가는 건 모양 빠지는 일'이야 뭐 그런 거요. 그런데 몇 년이 지나 다시 연락이 오더라고요. '힛 더 스테이지'에 출연한 뒤엔 최 PD님 못 뵐 줄 알았어요. 그런데 프로그램 끝난 뒤에도 제 생일 때 작은 선물을 카톡으로 보내주시더라고요. 잊을 만할 때쯤 그렇게 연락이 와 안부 물으면서 가까워졌죠. 그러다 '스우파' 시즌1 때 또 연락이 오더라고요? 그땐 제가 반백수 상태였어요. 코로나19로 공연이 싹 다 취소돼서요. 언제 끝날지 모르는 상황에서 너무 막막했죠. 아르바이트 앱도 깔고요. 손가락 빨더라도 버텨보자 하던 중에 섭외 전화가 와 또 나갔죠(웃음).
-허니제이씨의 어떤 점에 관심이 가던가요?
최 PD: 작업을 해보니 진짜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새로운 걸 만들더라고요. 옆에서 보면서 '아, 우리(PD) 하는 일이랑 비슷한 게 많구나' 생각했죠. 허니제이 만나면 대화가 잘 통하더라고요. 같이 일하면서 깨닫게 되는 것도 많았고요.



허니제이(두 번째 줄 오른쪽 두 번째)가 '스트릿 우먼 파이터' 시즌1에서 우승한 뒤 팀 홀리뱅 멤버들과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허니제이 사회관계망서비스 캡처


-허니제이씨는 시즌1에서 우승했잖아요. 시즌3에 나가도 잘해야 본전 아닌가요?
허니제이: '다른 멤버들 다 한다고 저만 하면 된다'라는 거예요. 그래서 출연하겠다고 했는데 알고 보니 다 그렇게 섭외했더라고요. 물론, 최 PD님이 하는 거라 (출연) 안 한다고 하진 않았을 거예요. 그런데 너무 힘들긴 하더라고요. 시즌1 때도 엄청 힘들었거든요. 시즌3 첫 미션 준비하면서 바로 '아, 이거('스우파') 힘들었지' 그 생각이 다시 나면서요. '내가 왜 이걸 또 한다고 했지?' 했죠. 시즌1에서 우승해서 그때 겪은 힘듦이 미화됐던 거죠(웃음).



'스트릿 우먼 파이터' 신드롬을 일군 최정남 PD와 댄서 허니제이는 '춤'의 동지다. 최 PD는 프로그램으로, 허니제이는 일로 평생 춤만 팠다. 박시몬 기자



분칠한 것·제작진 놈들? 어떻게 불신 깼나 보니
-연예계에 유명한 말 있잖아요. 제작진은 '분칠 한 것들(연예인) 믿으면 안 돼'라고 하고, 출연자들은 '어우 진짜 방송사 놈들'이라며 이를 갈고. 서로 어떻게 관계가 깊어졌나요?
최 PD: 시즌1 단체 메가 미션 때요. 허니제이가 '에너지'란 음악을 골랐는데 음악만 들었을 때 퍼포먼스가 안 그려지는 거예요. 하도 걱정돼서 '다른 팀은 (음악) 빵빵 터지는 데 진짜 이 음악 괜찮겠어?'라고 허니제이한테 물을 정도로요. '에너지'란 음악이 비트도 그렇고 좀 루즈하거든요. PD 관점에선 조바심이 났어요. 저 진짜 영상 많이 본 사람이잖아요. 그런데 허니제이가 팀원들과 상의했다며 '이대로 갈게요' 라고 하더라고요. 결과는 '에너지'를 쓴 게 신의 한 수였죠. 몰랐어요, 그땐. 많은 사람이 춤으로 주는 에너지를요. 음악 템포가 느려도 사람들의 몸짓으로 그 음악을 이끌어 갈 수 있다는 걸요.
허니제이: 제가 느림의 미학을 추구하거든요. 성격은 급한데 그래도 춤은 약간 느린(웃음). 최 PD님이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어요. '댄서들에 팬덤을 만들어 주고 싶다'고요. 그 말 감사는 했는데 속으론 믿지 않았거든요. '댄서가 아이돌도 아니고 팬덤이 과연 생길 수 있을까?' 의심할 수밖에 없는 게 사회 분위기였으니까요.
-스트리트 댄서들은 4, 5년 전까지만 해도 대중에 낯설었잖아요. 방송사로선 '그냥 아이돌 음악 프로그램하면 되지 왜 스트리트 댄서야?' 할 수도 있고요. '스우파'를 기획하는 데 어려움은 없었나요?
최 PD: '힛 더 스테이지'를 하고 나서 든 생각이 있어요. 아이돌과 댄서를 붙여 놓으니 결국 댄서 그리고 그 댄서팀들이 더 많은 일을 하게 되더라고요. 댄서들도 K팝의 한 축이잖아요. 그런데 노력만큼 주목받지 못하고 알려지지 않은 게 안타깝더라고요. 댄서들을 조명하고 싶어 관련 프로그램을 만들었는데도 결국 스포트라이트는 아이돌한테 가고요. 그렇게 프로그램을 제작하며 댄서들이 어떤 일 그리고 역할을 하는지를 자세히 알게 되니까 무대에서 그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워도 되지 않을까 싶었어요. 대결을 붙이고 그들의 관계성을 보여주면 서바이벌의 재미도 가져갈 수 있겠다 싶었고요. '스우파' 시즌1을 기획할 때 제가 연차가 쌓여 회사에서 시청률이나 화제성 면에서 뭔가를 보여줘야 하는 시기이기도 했거든요. 그때 허니제이 그리고 스트리트 댄서들이 생각났죠.








"허니 디렉(감독)님" PD가 권한 내려놓자 벌어진 일
-작업할 때 어떤 면에서 시너지가 나는 것 같아요?
허니제이: 최 PD님이 걱정이 많아요. 그걸 저는 '워, 워'하며 긴장을 낮추는 편이고요(웃음). 시즌3에서도 메가 단체 미션하는 데 '실내에서 찍어도 괜찮겠어?'라고 걱정하더라고요. 저희도 '스우파' 등 하면서 쌓인 경험이 있잖아요. 많은 댄서가 야외에서 퍼포먼스 영상을 찍으면 그 에너지가 퍼지더라고요. 실내에서 해야 몰입도가 확 커지고요. 그래서 이번에 일부러 실내에서 찍었죠.
최 PD: 이런 경험을 하다 보니 '아, 댄서들을 믿고 권한을 일부 내줘야 한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야 '프로그램이 확 바뀔 수 있겠다' 싶어서요. 시즌1 때 메가 단체 미션 퍼포먼스 총괄 감독을 제작진이 했는데 해보니 이 미션은 정말 댄서들의 영역이더라고요. 그렇게 안무 기획하고 군무 감독하는 게 댄서들 일이잖아요. 그래서 시즌1 이후 이 미션 감독의 권한을 댄서들한테 줬죠. 이게 밖에선 별거 아니게 보일지 몰라도 제작진으로선 매우 큰 이슈거든요. 그런데 그렇게 내주고도 너무 불안한 거예요. '시청자들이 기대하는 만큼 안 나오면 어쩌지?' 걱정하면서요. 그래서 카톡방 만들어서 '허니 디렉(디렉터의 줄임말·Director)님, 이거 준비하셨나요?' 이렇게 막 체크하고 그랬죠(웃음).



허니제이가 '월드 오브 스트릿 우먼 파이터'에서 울고 있는 모습. Mnet 영상 캡처



"이렇게 춤 못 춘다는 얘기 많이 듣긴 처음"
허니제이는 시즌3에서 여러 번 주저앉았다. '몽경' 속 부채춤 단체 안무를 지휘하면서는 눈물까지 흘렸다. 집에서 아이 재우고 밤을 새우는 걸 반복하며 안무하고 세세한 동선까지 검토했지만 막상 현장에서 그 구상이 번번이 무너져서다. "댄서들 고생만 시키는 것 같아 너무 미안하더라고요. '이게 내 한계인가' 싶어 결국 (설움이) 터지더라고요." 허니제이가 '스우파' 시리즈에서 경연 준비를 하며 눈물을 쏟은 건 이번이 처음. "그만큼 긴장한 거죠. 그 쟁쟁한 댄서들이 시즌3 촬영장만 오면 이상하게 작아진다고 하더라고요." 최 PD의 말이다. 긴장한 '한국의 여성 어벤져스'는 시즌3에서 결승 문턱을 밟지 못했다. 다섯 번째 미션에서 떨어져 4위에 머물렀다.
-시즌3 때 유독 힘들어했던 것 같아요.
허니제이: 태어나서 이렇게 제가 춤을 못 춘다는 얘기를 많이 듣긴 처음이에요(웃음). 자존심이 진짜 바닥을 쳤죠. 외국에서 온 팀들은 한국의 스트리트댄스 신에 대한 이해가 없잖아요. 저 그리고 우리(범접)를 본 적이 없으니까요. '허니제이고 뭐고 알 게 뭐야?'인 거죠. 그런 데다 저도 이제 곧 마흔이잖아요. 2년 전 출산도 했고요. 춤을 추는 신체 능력이 20대 같지 않아요. 그러다 보니 자존심이 너무 상하는 거예요. 옛날 같았으면 상대가 춤으로 무시하는 게 느껴지면 '내가 실력으로 밟아줄게' 했겠지만 지금은 그럴 수만은 없거든요. 배틀이란 게 결국 에너지인데 제가 외국에서 온 10대, 20대 친구들의 기세를 꺾기는 쉽지 않아요. 춤에도 리듬 등 다양한 요소가 있지만 직관적으로 당장 보이는 건 에너지니까요. 그래서 '실망스럽다'는 말을 하신 시청자분들도 계셨고요. 물론 이해하죠, 그 반응도.
최 PD: 범접이 고마운 게 마치 시즌1을 하는 것처럼 임하는 거예요. '아니, 얘네들은 앞서 이 서바이벌을 경험했는데 시즌3 미션에서 졌다고 이렇게 화가 나고 그럴까'란 생각이 들 정도로요. 사실 시즌3 전에 걱정했거든요. 시즌1 이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친구들이라 변했을까 봐요. '나 아는 미션이야'라며 좀 설렁설렁할까 봐.
허니제이: 에이, 춤은 우리의 전분데요.



'월드 오브 스트릿 우먼 파이터'에서 한국팀 범접이 선보인 '몽경' 퍼포먼스 영상. Mnet 영상 캡처



"'스우파' 시즌3 때 멘털 흔들려" '악몽'의 시작
-그래서 '몽경'의 스토리 주제를 '악몽'으로 잡았던 건가요?
허니제이: 저뿐 아니라 멤버들의 몸과 마음이 좋은 상황이 아니었어요. 멘털도 흔들리고. 그런 상황에서 신나게 막 웃으면서 하는 퍼포먼스를 할 수는 없었어요. '지금 우리가 이 퍼포먼스에서 제일 잘 살릴 수 있는 걸 녹이자'는 생각으로 스트레스 등 우리의 불안을 담아보고 싶었어요. 시련을 이겨내는 걸 작품으로 남기고 싶다는 바람도 있었고요. 부정적 요소들이지만 이런 것들이 또 창작에 폭발력을 주기도 하잖아요. 스트레스라는 건 현대인들이라면 모두 안고 가야 하는 거잖아요? 풀린 것 같지만 다시 쌓이고 또 폭발하고, 그렇게 쳇바퀴 돌 듯 살아가고. 스트레스가 벗어날 수 없는 굴레라는 걸 표현하고 싶었어요. 물론, 구성 면에서 저승사자들이 춤을 추는 거니 악몽이란 스토리가 잘 맞을 것 같다는 판단이 있었고요.
-제작진으로선 한국팀(범접)이 흔들리고 중도 탈락해 불안했을 거 같아요.
최 PD: 팀 코리아가 탈락하는 날, 제작진은 예선 결과를 미리 알고 있잖아요. 탈락 배틀에 범접이 올라 무대에서 노래하는 데 밝은 노래였는데도 너무 구슬프게 들리는 거예요. 지금 생각해도 눈물이 날 정도로요. 이제야 말이지만 시즌3에선 한국 댄서들에 더 거리를 뒀거든요. 한국에서 만든 댄스 서바이벌에 한국팀이 참여한 상황이라 공정함이 중요해서요. 범접 멤버들 인사도 안 받으려고 일부러 그 동선 피해 도망 다녔어요. 시즌1에 나왔던 댄스팀 리더들이 한 팀이 돼 시즌3에 나왔잖아요. 서로 인사하는 모습만 봐도 '아 쟤네 친했지'라고 해외팀들이 오해할까 봐서요.



허니제이가 호주팀 AG스쿼드 리더인 카에아를 안으며 영어로 "마미 이즈 스트롱"이라고 말했다. 둘은 '엄마 댄서'다. Mnet 영상 캡처



"출산 탓하지 말자" 여성 댄서의 다짐
-중도 탈락하면서 허니제이씨가 호주팀 AG스쿼드 리더 카에아에 다가가 "마미 이즈 스트롱(엄마는 강하다는 뜻)"이라고 말 한 뒤 서로 끌어안더라고요. 같은 '엄마 댄서'로서의 연대감이 느껴지더라고요.
허니제이: 아이를 낳고 한 다짐이 있어요. 몸을 쓰고 사는 사람으로서 무엇인가가 안 됐을 때 절대 출산 탓을 하지 말자고요. 춤 못 추는 걸 아이 핑계를 대는 건데 그러고 싶지 않더라고요. 아이는 제게 축복이거든요. 출산은 누가 시켜서 한 게 아니라 제 선택이었고요. 나중에라도 아이가 '엄마가 나 때문에 춤을 그만뒀다며?'라든지 '엄마가 나 때문에 춤추기 어려웠다며?' 이런 생각이 들도록 죄책감을 주고 싶지 않았어요. 몸이 녹스는 건 출산 때문이 아니라 제가 나이 들어 변하는 거라 생각하려고요.



댄서 허니제이가 딸 러브를 안고 있다. 허니제이 사회관계망서비스 캡처


-아이가 허니제이씨 춤의 원동력이 되는거 군요.
허니제이: 제가 춤을 춰야 하는 새로운 이유가 생긴 거잖아요. 아이에게 자랑스러운 엄마가 되고 싶거든요.
(그는 만삭에도 춤을 췄다. "출산 3, 4일 전까지" 그룹 아이브의 '키치' 안무도 만들었다.)

"우물 안 개구리인 줄 알았어요"
-시즌3 하면서 받은 가장 기억에 남는 반응은 뭔가요?
허니제이: 워낙 따가운 얘기를 많이 들어서 그런 지 전 '우물 안 개구기라 아니라 개천에서 난 용이다'란 댓글이 기억에 남더라고요. (허니제이는 방송에서 "내가 우물 안 개구리"였다는 말을 했다. 해외 팀들과 협업할 때 자연스럽게 섞이지 못하고 계급 경연 등에서 좋지 않은 성적을 받고 난 뒤였다.) 그 말이 정말 큰 위로가 됐어요. 시즌3하면서 느꼈는데 스스로 제 한계를 두고 있었거든요. '너 이제 마흔이고 더 이상 발전 가능성은 크게 없고, 넌 댄서로서 할 수 있는 건 다 했고 네 춤 실력은 이제 더 나아질 수 없어'라고요. 그런데 시즌3하면서 그간 제가 해보지 않았던 안무 실험도 해보고 노력에 대한 보상도 많이 받아보니 '아, 내가 이런 것도 할 수 있구나'란 자신감이 다시 생기더라고요. '아직 내가 할 수 있는 게 있구나' 싶었고요.



허니제이(앞 줄 오른쪽)가 댄스팀 퍼플로우로 활동했던 2013년 모습. 퍼플로우 블로그 캡처


2022년 '스우파' 시즌1 우승 직후 허니제이는 퍼포먼스 영상 촬영 전날 곱창집에 들어갔다 메뉴판을 보며 홀리뱅 멤버들과 이런 농담을 주고받았다. "우리 많이 컸다. 이런 데 비싸서 오지도 못했는데..." "노점에서 떡볶이 먹고 그랬잖아요". 코로나19 때 허니제이의 월 수입은 50만 원 남짓. 예정된 공연이 줄줄이 취소돼 생활조차 빠듯한 상황에서 1인분에 만 원이 넘는 곱창은 '그림의 떡'이었다.
춤이란 꿈을 포기하지 않는 대가는 고스란히 경제적 어려움으로 돌아왔다. 길거리 게임 아르바이트 등을 했지만 부업도 고정적으로 할 수 없었다. "프리랜서다 보니 (공연) 스케줄이 갑자기 생겨" 자리를 비워야 하는 일이 생겨서다. 열악한 환경에 몸도 마음도 망가지기 시작했다. 폐공장에서 춤을 추는 일을 하다 천식이 생겨 병원 응급실에도 실려 갔고, 20대부터 일로 생채기를 남긴 사람들과의 이별을 반복하고 모든 책임을 혼자 떠안다 보니 전화받는 일까지 공포로 다가왔다. 하지만, 허니제이는 "아무리 힘들어도 춤추는 걸 그만둔다는 건 생각한 적 없다"고 했다. '춤 외길 인생'은 최 PD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2013년 '댄싱 나인'을 시작으로 '힛 더 스테이지' 등 춤을 소재로 한 예능 프로그램 제작에 주력했다. 시청률과 화제성 면에서 크게 성과를 내지 못했지만 다시 춤 그리고 댄서를 앞세워 '스우파'로 마지막 승부수를 던졌다.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 '초지일관'의 뚝심은 두 사람 성공의 공통된 밑거름이었다.



허니제이가 리더로 활약한 '월드 오브 스트릿 우먼 파이터' 속 한국팀 범접. Mnet 제공



'뭐 하세요? 저 춤춰요" '갑분싸'였는데
-춤에 대한 사회적 인식 변화도 느끼죠?
허니제이: '스우파'가 없었다면 다른 사람이 '뭐 하세요?'라고 물어 '저 춤춰요' 하면 분위기가 아직도 어색했을 거예요. 그런데 이젠 '춤 춰요' 해도 이상하지 않은 분위기가 됐죠. 학부모님들도 달라졌죠. 전엔 아이들이 노래나 춤 좋아하면 무조건 아이돌 시키려고 했잖아요. 그런데 이젠 아이를 댄서로 키우려고 생각하는 분들도 적잖더라고요.
최 PD: 이런 변화 덕분에 '한국에서 댄스 프로그램을 조금 더 할 수 있겠구나' 싶더라고요. 허니제이를 보고 춤을 시작한 아이들이 자라고 있는 거잖아요. 다음 댄서 세대가 생기니 새로운 사람들을 계속 소개할 수 있지 않을까 희망이 생긴 거죠.



'스트릿 우먼 파이터'에 출전한 댄서 허니제이가 모니카와 경연을 앞두고 "잘 봐 언니들 싸움이다"라고 말하고 있다. Mnet 영상 캡처



"내가 다 작업해 정면 승부" "조건 없이 하는 일 행복" 대리만족
-'스우파' 시리즈가 사회적으로 조명받은 이유는 뭐라고 생각하나요?
최 PD: 상대를 존중하는 모습이 두드러져서가 아닐까요? 져도 패배를 말끔하게 인정하는 모습에 놀라기도 하면서요. 직장인으로선 내가 쓴 보고서 위에서 부정당하면 그거 쉬 털기 어렵잖아요. 상대를 존중하고 내 실패를 인정한 뒤 다시 시작하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알기 때문에 '스우파'의 댄서들을 응원한 게 아닐까 싶어요. 예를 들면, 시즌1 때 효진초이가 메인 댄서 선발전을 준비하면서 늦게까지 연습하다가 새벽에 갑자기 집을 가는 거예요. 춤을 출 때 어떤 옷이 어울릴지 고민하면서 옷 찾으러요. 그냥 누가 짠 안무 외워 춤추는 게 아니라 진짜 0에서 시작해 100까지 댄서들은 직접 다 만들거든요. 그래서 '이거 내가 안 한 거 하나도 없어'란 말을 할 수 있는 거고요. 그런 과정이 카메라에 잡히니 시청자분들이 더 집중하는 게 아닐까 싶어요.
허니제이: 동생이 그러더라고요. '댄서들은 참 순수하다'라고요. 그래서 '왜?'라고 물으니, 보통 사람들은 자기가 어떤 연봉을 받고 무슨 일을 할지 등 조건을 보고 내 직업을 결정하는데, 댄서들은 그냥 춤이 좋아서 하는 거 아니냐고요. 듣고 보니 그렇더라고요. 저도 어려서부터 그냥 춤이 좋아서 댄서를 한 거거든요. 솔직히 돈을 못 벌었을 때도 그렇게 불행하진 않았어요. 일을 조건 없이 하니까 즐기게 되고요. 그런 순수한 모습들이 시청자분들이 보시기에 좀 새롭고 어떤 면에선 좀 심적으로 정화가 되는 지점이 있지 않나 싶어요.



'월드 오브 스트릿 우먼 파이터'에서 탈락해 눈물을 흘리고 있는 한국팀 범접 멤버들. Mnet 영상 캡처





최정남(왼쪽) PD와 댄서 허니제이가 '월드 오브 스트릿 우먼 파이터' 촬영 때 얘기를 주고 받으며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박시몬 기자



"인정이 되니 좌절감이 안 생겨요"
-그래서 그런지 '스우파' 시리즈를 보면 '서바이벌의 벽을 넘어섰구나' 싶은 순간이 있어요.
최 PD: 시즌3에서 범접 멤버 립제이가 계급별 댄스 비디오 전쟁 미션에서 선보인 안무를 외국팀에 뺏겼어요. 안무는 립제이가 했지만, 그걸 외국 댄서가 더 잘 소화해서요. 립제이가 자기가 짠 안무를 빼앗은 팀에 이런 말을 하죠. "너희가 라이벌이었다. 그런데 말하지 못했다. 이 안무를 너무 잘 만들어줄 걸 알고 있다"고요. 아니, 내 거 뺏겼으면 보통 화를 내고 씩씩대야 하는 거잖아요. 그런 립제이를 보고 '아, 이게 건강한 경쟁이구나' 싶어 그 모습 보면서 감동했던 기억이 나요. 시즌 1까지만 하더라도 '그냥 이건 서바이벌이지' '그냥 둘이 파이트(fight) 하는 거야' 이 감정이 끝인 줄 알았거든요. 댄서들이 상대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이 감정들을 더 보여줘야겠다고 생각한 게 시즌1 끝나고서인 거 같아요. 시청자분들도 그런 모습을 보고 싶어 하는 것 같고요. 조직에서 태도가 얼마나 중요하며, 지금 세상이 그런 태도가 중요한 시대가 돼서 많이들 몰입해 주신 게 아닌가 싶어요.
허니제이: 인정이 되니까 져도 좌절감으로 오는 게 아니라 오히려 다음을 생각하게 만드는 거죠. 내가 만들어 놓은 춤을 다른 사람이 잘 춰주면 또 거기에서 오는 쾌감이 있거든요. 내가 안무했는데 그걸 아이돌이 잘 표현해 주면 얼마나 기쁘겠어요. 잘 표현했다는 건 그만큼 내 춤을 좋아해 줬다는 거고요. 경연에서 졌다고 내가 상대보다 춤을 못 추는 건 아니거든요.
-전엔 여성 댄서에 대한 차별이 많았을 것 같은데요.
허니제이: '걸스 힙합'이란 말을 싫어했어요. 힙합이면 힙합이지 거기다 왜 '걸스'를 붙이는지 이해못 했거든요. 이 문제에 대해 다른 댄스팀 리더들과 만나 얘기도 하고요. '걸스 힙합'이란 말은 우리나라에서 밖에 안 쓴다고 하면서요. 지금은 '걸스 힙합'이라는 게 우리나라에서 한 흐름이 돼서 아예 부정하기도 어렵고 하나의 장르로 존중도 하지만요. 그리고 예전엔 여성 댄서들의 관능적인 춤을 안 좋게 보는 분들이 많았어요. 힙합에 섹시한 느낌을 녹여 춤을 췄던 사람으로서 그런 시선을 이겨내야 했던 때가 있었죠.
-두 분이 함께한 '스우파'의 여정은 이제 끝인가요?
허니제이: '쇼 미 더 머니'처럼 12시즌은 가야죠(웃음).
양승준 기자 comeon@hankookilbo.c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