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학점제가 도입 한 학기 만에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학생 한 명, 한 명이 자신의 진로와 적성에 맞는 과목을 선택해 이수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에 따라 도입됐지만, 현실과의 간극이 여실히 드러났기 때문이다. 특히 교사들의 업무가 과도하게 증가하며 보수·진보 성향 관계없이 교원 3단체(전국교직원노동조합·교사노동조합연맹·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가 한목소리로 고교학점제 폐지를 요구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교육부에서 조만간 개선안을 발표할 예정인 가운데, 설익은 개편을 시도하기보단 제대로 된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 고교학점제 도입 배경
고교학점제는 문재인 정부에서 발표한 핵심 국정과제 중 하나다. 2021년 2월 17일, 유은혜 당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포스코미소금융지점 은 ‘모든 학생의 성장을 돕는 포용적 고교교육 실현’을 비전으로 한 고교학점제 종합 추진계획을 발표했다. 대학에서 학생들이 원하는 과목을 선택해 듣듯, 고교에서도 학생이 진로·적성에 따라 과목을 선택, 학점을 취득해 이수하도록 하겠다는 취지였다. 교육부는 당시 고교학점제에 대해 “고교교육의 근본적 패러다임 전환을 위한 핵심 국정과제”라며 “지금까지는 학교 하나카드 유형에 따라 교육 과정이 달랐지만, 앞으로는 일반계고에서도 학생이 원할 경우 특목고 수준의 심화·전문과목, 직업계열의 과목 등 다양한 과목을 선택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2. 도입 후 일선 교실에서 일어난 변화
교육부에서 배포한 고교학점제 운영 안내서에 따르면, 먼저 학생들은 진로·학업 설계지도를 바탕으로 원하는 중고차판매사이트 과목을 수강 신청하게 된다. 이때 교육과정은 학생 수요를 반영해 마련된다. 가장 큰 변화는 듣고 싶은 과목이 재학 중인 학교에 개설되지 않았을 경우 인근 다른 학교나 온라인을 통해서 수업을 들을 수 있다는 점이다. 교사 역시 필요에 따라 타 학교 학생을 포함해서 지도하게 됐다. 수업자료도 과거 서책 교과서 중심에서 보다 다양화돼 지역사회와 온라인 등 다양한 남양주별내공공임대 학교 안팎의 자원을 활용한다.
3. 고교학점제에 따른 졸업 기준
고교학점제는 3년간 교과 174학점, 창의적 체험활동 18학점 등 총 192학점 이상을 취득해야 졸업할 수 있는 제도다. 고교학점제 시행 전에는 과목별 별도 이수 기준이 없었지만, 시행 후에는 과목 출석률 3분의 2 이상, 학업 성취율 40% 이상을 달성해 신용상담사 야 졸업할 수 있게 됐다. 이수 기준을 충족하면 학점을 취득할 수 있고, 이수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게 되면 보충지도를 통해 학점을 따내야 한다. 선택 과목당 4학점 내외를 이수하게 되며, 1학점당 수업량은 16회다. 창의적 체험활동은 자율·자치활동, 동아리 활동, 진로활동 등이 포함된다.



최교진(정면 왼쪽) 교육부 장관이 지난 16일 충북 청주시 엔포드호텔에서 열린 시도교육감과의 고교학점제 개선 방안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4. 내신과 수능, 대학 입시 영향
고교학점제 도입과 함께 내신 평가 방식도 기존 9등급제에서 5등급제로 개편됐다. 문 정부 시절 발표됐던 고교학점제 계획에서는 성취 수준을 A∼E 5단계로 구분하는 절대평가를 실시하기로 한 바 있다. 최소한의 내신 변별을 위해 고1이 주로 듣는 공통과목엔 9등급 석차(상대평가)를 병기하기로 했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는 고등학교 1∼3학년 전체 과목에 대해 절대평가와 함께 상대평가 등급(1∼5등급)도 병기하기로 했다. 고1의 사교육 과열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였다. 다만 대학 입시를 준비하는 학생들이 진로·적성보다는 성적에 유리한 과목을 선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제도의 취지가 퇴색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또 2028학년도 수학능력시험에서는 미적분Ⅱ와 기하가 범위에서 제외되는데, 서울대 등 일부 대학에서 해당 과목을 이수하도록 권장하며 정책과 실제 입시가 엇박자를 내고 있다는 지적이다.
5. 교사들의 역할과 업무 변화
고교학점제가 도입되며 교사의 역할은 진로 설계까지 확대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에 맞춰 담임의 역할도 상담 비중이 강화됐다. 특히 1학년 담임의 경우 3개년 진로·학업 설계에 도움을 줘야 한다. 하지만 행정 부담이 과도하다고 일선 교사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교사의 학생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 작성 분량이 증가했고, 과목별 담당 교사가 매시간 출결을 입력해야 한다. 최소 성취수준에 도달하지 못한 학생들에게 의무적으로 보충수업을 제공해야 하는 것도 부담으로 작용한다. 또 일부 학생·학부모들은 최소 성취수준에 도달하지 못할 경우 ‘공부를 못하는 아이’라는 낙인이 찍힐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다.
6. 학생들에게는 어떤 장단점이 있나
고교학점제는 학생이 원하는 과목을 선택해 듣는 ‘맞춤형 교육’을 내세우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기회와 부담이 동시에 커진다는 평가가 나온다. 학생들은 적성과 진로에 맞는 과목을 선택해 학습 동기를 높이고, 대학·취업 준비에도 유리하게 활용할 수 있다. 반면 필수·선택과목 구분, 수강신청, 시간표 조율 등에서 ‘대학식 수강신청’ 방식이 도입되면서 자기주도학습 역량이 약한 학생일수록 혼란과 부담을 느낀다. 교과 간 수준 차이가 있거나 학습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경우 ‘학습 양극화’가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크다. 학점제가 단순한 과목 확대가 아닌 만큼 상담과 진로 지도가 함께 뒷받침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교사노동조합연맹 회원들이 지난 16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고교학점제 개선 요구 시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7. ‘최소 성취수준 보장 지도’ 등 논란
교육부는 학점제를 전면 시행하며 일정 수준 이상의 학업 성취를 거두지 못한 학생에게 ‘최소 성취수준 보장 지도’를 통해 보충학습을 의무화하겠다고 밝혔다. 취지는 학습 결손 방지지만, 현장에서는 ‘낙제 없는 학점제’가 결국 보충수업과 재이수 부담으로 교사·학생 모두에게 새로운 짐이 되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다. 학생의 선택권과 자율성을 확대하려는 학점제 취지와 달리 최소 성취 기준을 강제하면 제도의 근본 취지에 어긋난다는 반발도 나온다. 보충학습 인력과 예산이 턱없이 부족해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 ‘이중처벌’이라는 학생·학부모의 불만도 이어진다.
8. 교사단체 등 폐지 요구 이유
교사·학부모 단체는 고교학점제가 현장에 맞지 않는 교육정책이라며 폐지를 요구하고 있다. 교사들은 한 명이 여러 과목을 담당하면서 업무가 과중하고 수업의 질도 떨어졌다고 토로한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전국교직원노동조합·교사노동조합연맹 공동 실태조사에 따르면 응답 교사 4162명 중 78.5%가 2개 이상 과목을, 32.6%가 3개 이상 과목을 담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86.4%는 이로 인해 ‘깊이 있는 수업 준비가 어려워 수업 질이 저하된다’고 답했다. 또 교사 부족으로 인해 학교는 학생 수요가 아니라 교사 수급에 맞춰 과목을 개설해, 결과적으로 학생 선택권 확대라는 제도 취지가 무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9. 교육부가 준비 중인 개선 방향
학교와 학생의 부담이 크다는 지적이 이어지자 교육부는 올해 하반기 개선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교사·학생·학부모·전문가가 참여하는 자문위원회를 구성, 현장 의견을 듣고 쟁점을 정리해 논의하며, 제도 보완책과 함께 현장 부담을 줄일 지원책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고교 내신평가 관련 사항은 국가교육위원회의 중장기 발전계획과 대입 개편 논의에 포함될 예정으로 이번 개선안에는 반영되지 않는다.
10. 개선 방향 발표 연기된 이유
교육부는 당초 지난 19일 고교학점제 개선안을 발표하려 했지만 하루 전 돌연 취소했다. 일각에서는 최근 차정인 신임 위원장이 취임한 국가교육위원회가 ‘보류’를 요청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다. 개선안 핵심인 ‘최소 성취수준 보장제도’ 개편을 위해서는 국교위 소관의 ‘초·중등학교 교육과정 총론’을 개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현행 총론에는 “학교는 과목별 최소 성취수준을 보장하기 위해 다양한 방식으로 예방·보충 지도를 실시한다”고 명시돼 있다. 국교위가 이를 개정하지 않으면 학점제 개선이 어려운 상황이다. 교육부는 논란이 커지자 “국교위에도 보고했고 실무 협의를 진행해왔다”며 “추가 협의를 통해 과제를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김현아·김린아 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