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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전세계에서 동시 발매되는 박서보 자서전과 그래픽 노블. [사진 박서보재단]


2000년 가을, 동경화랑에서 열리는 개인전을 위해 일본을 찾은 박서보(1931~ 2023) 화백은 "나를 태워죽일 듯이 새빨갛게 달려오는 불길 같은 단풍을 보고 '악'하고 비명을 질렀다"고 2021년 기자들에게 말한 바 있다. 그는 "내 작품의 구도도 색채도 모두 자연에서 나왔다"며 "색은 보는 사람의 마음을 치유하기 위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릴게임총판
생전에 가까이에서 박 화백을 만난 사람들이 들었던 생생한 이야기를 이제는 더 많은 사람이 글과 만화로 만날 수 있게 됐다.
박 화백의 자서전 『박서보의 말』과 그래픽 노블 『박서보』의 한글판·영문판이 오는 26일 세계에서 동시에 발매된다. 박 화백의 둘째 아들 박승호 이사장이 이끄는 박서보재단은 24일 기자 간담회를 열고 "박서보의 삶과외국인매수종목
예술세계를 담은 두 권의 책을 한 세트로 세계 미술 애호가와 일반 독자에게 선보인다"고 밝혔다. 박서보의 삶과 예술은 2019년 미술심리치료사인 딸 박승숙씨가 집필한 책『권태를 모르는 위대한 노동자』(인물과사상사)로 출간된 적 있으나, 박 화백이 직접 집필에 참여한 것은 이번 책이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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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과 영문판으로 나뉘워 출간된 박서보 자서전과 그래픽 노블. [사진 박서보재단]





세상을 떠나기 전날 며느리에게 전화를 걸어 내가 곧 작업할 수 있게 종이 배접을 준비하라고 당부했던 박서보 화백의 이야기가 담긴일정이흑
그래픽 노블. [사진 박서보재단]


자서전 『박서보의 말』은 작가가 생전에 구술을 통해 직접 집필해온 원고를 바탕으로 1980년대 초반까지의 삶과 예술인으로서 성장하는 과정을 담았다. 또 그래픽 노블 『박서보』는 과학 분야 그래픽 노블로 이름을 알린 조진호 작가가 집필했다. 작가의 어린 시절부터 현대그린푸드
2023년 생애 마지막 순간까지를 생생하게 담아냈다.
"아버지께서 돌아가시기 전 수정하시던 원고를 발견했다"는 박 이사장은 "아버지께서 다 마무리하지 못하셨지만, 세상에 소개하는 게 좋을 것 같아 출간을 기획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아버지의 서거 2주기(10월 14일)가 다가오는데 제사상에 책을 올릴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처음엔 『박서보의 말』만 출간하려 했으나 일반 독자에겐 어려운 것 같아 이를 보완하기 위해 그래픽 노블까지 함께 내게 됐다"며 "만화라는 형식을 통해서 누구나 쉽게 박서보에게 다가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박 이사장은 "그래픽 노블을 집필한 조 작가는 예술과 별 다른 인연이 없다"며 "오히려 선입견 없는 그의 시선이 날 것 그대로의 박서보를 읽어내기에 적합했다"고 말했다. 또 "이 책을 통해 거창한 영웅의 초상을 그리려 하지 않았다. 누구의 아버지와도 크게 다르지 않은 한 인간 박서보의 모습을 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재단은 영문판 발간과 세계 유통을 염두에 두고 이탈리아의 미술 전문 출판사 스키라와 협업했다.
이렇게 출간된 그래픽 노블엔 박 화백이 1955년 국전을 보고 기존 미술계에 대해 문제의식을 심각하게 느낀 뒤 56년 '반(反) 국전' 선언을 한 사연, '나만의 것'을 찾기 위해 방황하던 시절의 이야기가 드라마처럼 담겼다. 팔순, 구순을 넘기면서도 끝까지 작업에 대한 욕심을 내려놓지 않은 모습도 담겼다. 그는 2010년 팔순 축하연에서 "내 그림은 아직 갈 길이 먼데 해가 저물고 있다"며 "저물라면 저물라지 뭐. 인공조명으로 밝힐 테니까"라고 말했다. 또 세상을 떠나기 전날 병실에 누워 있으면서도 며느리에게 전화를 걸어 "들어가면 바로 작업할 수 있게 배접을 해놓으라"고 당부하는 모습이 담겼다.
한편 박 이사장은 "현재 재단 사무실이 위치한 서울 연희동 건물 옆에 신축 중인 건물(지하 2층·지상 3층, 최문규 설계)을 '박서보미술관'으로 조성해 내년 개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건물 전체를 전시관으로 활용하되, 박서보의 작품뿐 아니라 젊은 작가들의 전시 공간으로도 사용한다는 계획이다. 한때 진행이 지지부진했던 '박서보미술관 제주'도 내후년까지는 개관할 전망이다.
이은주 문화선임기자 julee@joongang.co.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