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불 '태양의 도시 II'





'취약할 의향-메탈라이즈드 벌룬'





이불 작가. 리움미술관 제공



전시장 입구에 들어서면, 마치 우주의 세계로 순간이동한 착각에 빠진다. 거대한 '은빛 비행선'이 두둥실 떠있고, 그 아래 검은 갑주의 전사가 묵묵히 서 있다. 온 신경을 시각에 집중하고 우주를 탐색하면, 구석 어딘가에서 흘러나오는 노래를 들을 수 있다. 둠칫둠칫 리듬에 몸을 맡겨 만나게 된 냉신탁
장고 형태의 노래방 '속도보다 거대한 중력 I'는 "적어도 이 짧은 순간만큼은 남의 시선을 신경 쓰지 말고 아무것도 모르던 시절로 돌아가 마음껏 노래하세요"라고 안내한다. 어느새 밤이 된 이곳에서 가장 순수했던 과거로 행복 회로를 돌리고 있었다. 노래방의 문을 열고 우주로 나오는 순간, 그때까지 보지 못했던 내가 보였다. 순진무구한 소년의 모습이 희미하게 한라 IMS 주식
겹친 중년의 '나'가 거울에 비춰지고 있었다.

과거든, 현재든 자신의 정체성을 규정하지 않고, 오로지 살아온 삶의 경험을 작품에 녹여낸 국내 현대미술 대표 작가 이불의 대규모 기획전이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서 열린다. 리움미술관은 '이불: 1998년 이후' 전을 내년 1월 4일까지 개최한다.
이번 전모바일바다이야기
시는 1990년대 후반부터 현재까지 이불 작가의 주요 작업을 아우르는 국내 첫 대규모 서베이 전시다. 조각, 설치, 평면, 드로잉 등 150여점을 통해 그의 독창적인 예술 세계를 폭넓게 조망한다.
이불 작가는 이번 전시에 대해 "나는 국가적 정체성도 구분하지 않고, 살아온 삶의 경험을 작품들에 녹였다"며 "과거라는 것이 지나간 것, 잊힌스톰게임
것이 아니라 현재와 연관된다. 그래서 이것이 과거이기도 하고 현재이기도 하고 우리가 꿈꿨던 것 같기도 한 장면들을 연출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이런 말은 이불 작가가 추구하는 작품의 세계관을 잘 나타낸다. 작가는 1980년대 후반부터 신체, 사회, 기술, 문명에 대한 깊이 있는 탐구를 이어오며 국제적 주목을 받아왔다.
주식하락
이번 전시는 1990년대 후반부터 현재까지의 작업에 초점을 맞춘다. 국제무대에서 이불을 각인시킨 '사이보그', '아나그램', 노래방 연작과 함께 근대 유토피아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대형 건축 설치 작업 '몽그랑레시(Mon grand recit, 나의 거개 서사)' 연작이 중심을 이룬다.
전시장은 연대기적 구성 대신, 인간과 기술, 유토피아적 이상과 그 좌절이라는 작가의 핵심 주제를 관통하며 펼쳐진다. 전시장 입구에는 17m 길이의 은빛 비행선 '취약할 의향-메탈라이즈드 벌룬'(2015~2016/2020)이 관람객을 맞이한다. 거대한 비행선 '취약할 의향-메탈라이즈드 벌룬'은 1937년 뉴저지 상공에서 폭발해 36명의 목숨을 앗아간 힌덴부르크호를 모티브로 했다. 인류가 꿈꾼 하늘을 나는 기술의 정점이자 동시에 그 파멸적 한계를 상징하는 이 작품은 전시 전체의 톤을 설정한다. 기술 진보에 대한 무한한 낙관과 그로 인한 파국이 공존하는 현대 문명에 대한 날카로운 성찰이다.
이와 함께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커미션 작업인 '롱 테일 헤일로'(2024)도 선보여 기술 문명에 대한 작가의 지속적인 성찰을 보여준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블랙박스'라 불리는 2층 전시실에 들어서면 1층과 상반된 세계가 펼쳐진다. 검은 거울이 바닥과 벽을 뒤덮은 '태양의 도시 II'(2014) 위로 하얀 사이보그가 부유하듯 매달려 있다. 블랙박스 공간에 설치된 대규모 거울 작품 '태양의 도시 II'는 관람객을 몰입적인 세계로 이끈다. 발걸음마다 거울 속에서 수십 개의 내 모습이 나타났다 사라지고, 어디까지가 현실이고 어디서부터가 환상인지 경계가 모호해진다. 이를 통해 초기 대표작인 '사이보그 W6'(2001), 노래방 작업 '속도보다 거대한 중력 I'(2000) 등과 함께 인간과 기술의 관계를 탐색한다. 특히 '속도보다 거대한 중력 I'는 화려한 네온사인과 거울볼이 설치된 이 공간에서 관람객은 직접 노래를 부를 수 있다. 개인적 서사와 대중문화가 만나는 지점에서 작가는 예술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한다.
그라운드갤러리에서는 '몽그랑레시'(2005) 연작을 집중 조명하며, 건축적 요소와 역사적 파편을 뒤섞어 알레고리적 풍경을 제시한다. 특히 다양한 지리적·문화적 참조와 서로 다른 유토피아적 비전이 충돌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번 전시는 리움미술관과 홍콩 M+가 공동 기획했으며, 내년 3월부터 홍콩에서 국제 순회를 이어간다. 이와 함께 세계적 출판사 템스 앤 허드슨(Thames & Hudson)과 이불의 첫 모노그래프를 출간해, 그의 예술 세계를 국제적으로 공고히 할 계획이다. 전시 기간 중에는 이불 작가와의 아티스트 토크 등 연계 프로그램도 진행된다.
곽준영 리움미술관 전시기획실장은 "이불 작가의 작품이 외국에서 더 많은 주목을 받았고, 해외에서 전시를 하다 보니 한국에 못 들어온 작업이 너무 많았다"며 "작가를 바라보던 기존 시각에서 벗어나 미술, 건축, 문학, 철학적 사유를 넘나드는 폭넓은 작품세계를 경험할 기회"라고 말했다.
rsunjun@fnnews.com 유선준 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