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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감정은 아내와 어머니를 향한 서운함과 미안함이 얽히고설켜 쌓여 있었다. 생활고로 인해 아내와 갈등을 겪고 힘겨운 시간을 보낼 때면 자신에게 경제적 도움을 주지 카드사 못한 어머니를 원망하곤 했다. 서운함이나 미안함은 누구에게나 처음엔 사소하게 여겨진다. 하지만 누적되면 거대한 파도로 덮친다. 아버지는 언젠가부터 이따금 “갑자기 죽을 수도 있다”고 말하곤 했다. 하지만 이를 실제 행동으로 옮길 줄은 정말 몰랐다.
“나와는 다른 세상 속 뉴스 같았습니다. 인생길이 까마득하게 느껴지면서 정신이 멍해졌고 어머 5년고정금리 니를 보는 것도 괴로웠죠.” 아버지의 죽음이 자기 자신 때문이란 생각에 그의 마음은 자꾸 무겁게 짓눌렸다.
“기대했던 아들의 모습을 보여주며 줄곧 살았다면 어땠을까. 남들처럼 좋은 학교 가고 아버지의 기대에 충족한 아들이었으면 어땠을까. 이런 생각들이 맴돌았죠. 열심히 일만 하다가 돌아가신 아버지의 삶이 안타깝고 미안하고 죄스러웠어요.”
스위스저축은행 중학교 때까지 학업 성적 상위권을 유지했던 그에게 아버지는 은근한 기대를 가지고 있었을 것이다. 세상 부모들과 다를 것 없는 소망, ‘내 자식이 좋은 대학 가서 성공했으면 좋겠네’ 말이다. 하지만 고등학교 입학 후 그는 갑작스레 강박증이 심해지고 글을 읽는 것조차 어려워졌다. 치료를 받아야 했다. 아버지는 적잖이 충격을 받으신 것 같았다. 급식비지원 그 시절의 장면들이 갑작스레 돌아가신 아버지와 교차하며 죄책감이 됐다.
개인택시 기사였던 아버지는 돌아가시기 1년여 전부턴 부쩍 일상을 버거워했다. 하루가 멀다 하고 “오늘 하루 쉬고 싶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다. 어느 날은 베란다에서 담배를 태우시다가 방충망을 열고 아래를 내려다보며 “내가 만약에 없어지면 어떻게 될 것 같으냐”라고 파산선고통지서 말하기도 했다. 힘들다는 신호를 보내던 아버지를 알아채지 못했다는 죄책감, ‘적절한 치료를 조속히 받았다면 어땠을까’라는 아쉬움이 뒤엉켰다.
가만히 있지 못하고 왔다 갔다 하는 자신의 모습, 통곡하는 어머니, 쉴 새 없이 이어지는 경찰 조사에 신경이 곤두선 누나까지. 장례식장에서도 모든 것이 혼란스러웠다. 집을 찾아온 경찰들이 고인의 사인에 대해 계속 물어보고 조사하자 누나는 힘겨워하며 “제발 빨리 끝내 달라”고 울부짖었다. 어떤 죽음이 힘겹지 않겠느냐만 자살로 인한 사망은 이를 확인하는 과정 하나하나가 폐부를 찢었다. 그런데 허무하게도 “아버지 보험을 들어둔 건 없다”라는 한 마디에 경찰 조사는 종료됐다. 이게 뭔가 싶었다.
그의 이름은 전지훈. 전씨는 마음이 혼란스러운 상태로 2년을 버티며 살았다. ‘삶의 의미’라는 건 다른 세상 사람들 얘기였다. 모든 시간이 공허하게 느껴졌다. 그런 그에게도 전환점은 찾아왔다. 그 전환점이 찍힌 자리엔 ‘미고사(미안하다 고맙다 사랑한다)’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 ‘동료지원활동가’라는 키워드가 새겨져 있었다.
전지훈씨의 ‘회복 이야기’는 QR코드와 함께 영상으로 만나볼 수 있습니다. 심소영 한국자살유족협회 이사 감수.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09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최기영 기자 ky710@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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