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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외 작가 18인 오브제 영상에
설치작 43점·소장품 24점 등 선봬
색의 생명력 담은 실험적 팔레트
조형·기능·전통·현대 접목 차도구
육아·순환 서사… 내년 2월까지







경기도자미술관 ‘호모 세라미쿠스’전 전경. 2025.9.22 /이시은기자see@kyeongin.com



흙은 단순한 조형 재료를 넘어 도예가의 철학을 빚어분산투자
내는 도구이자 감정이다. 존재의 근원을 끊임없이 질문하게 만드는 매개체인 흙을 주제로 도예가의 삶의 태도를 입체적으로 조명한 전시 ‘호모 세라미쿠스’가 경기도자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다.

전시명은 ‘흙을 다루는 인류’를 뜻하는 용어로 미술관에서 제안한 독자적인 개념이다. 전시에선 국내외 작가 18명의 오브제와 영상, 설치작온라인 릴게임
품 43점과 미술관 소장품 24점까지 총 67점을 선보인다.
전시를 기획한 한정운 학예연구사는 “실패도 작업의 일부로 수용하는 도예가들의 삶의 모습에서 관람객들이 잠시나마 사색하고 위안을 얻을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에서 기획한 전시”라고 말했다.



백인교 作민경무
‘확장하는 팔레트- 색의 아카이브’. 2025.9.22 /이시은기자see@kyeongin.com


전시실 입구에선 백인교 작가의 ‘확장하는 팔레트- 색의 아카이브’에 눈길이 간다. 색을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하나의 생명력을 가진 존재로 인식한 백 작가는 도자의 물성을 활용해 색의 변화를 기록하는 모바일파칭코
작품을 선보인다. 오브제와 단순한 모형의 시편으로 구성한 이 작품은 은은하고 고요한 정취를 담아내는 전통 도자기와 달리 다소 실험적인 형상을 하고 있다. 질서정연하게 완성된 오브제와 반대편에 무질서하게 배열된 도자 파편은 성공과 실패의 경계에 있는 무수한 우연성을 주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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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양혜정 작가 作 ‘즐거움의 균형’, 박선영 작가 作 ‘위장엄마’, 이준성 작가 作 ‘금강산×유토피아’, 김운희 작가 作 ‘흙꼭두 시리즈’, 김예지 작가 作 ‘마침내, 찬란한’, 조윤상 작가 作 ‘엮어진 자아(노동의 유희)’. 2025.9.22 /이시은기자see@kyeongin.com


조형성과 기능성, 전통성과 현대성을 접목한 도예가들의 차도구 세트도 전시실 한편에 자리한다. 한국을 대표하는 도예가들의 개성을 담아낸 여러 차도구는 미술관이 공수해온 찻잎 위에 가지런히 놓여있다. 한국도자재단이 지난해 진행한 경기도자비엔날레 공모전 ‘아름다운 우리 도자기’ 대상 작가인 박성극의 ‘자연스러운 선에 대한 연구’는 한지를 모티브로 해 다기의 조형성을 탐구했고, 우시형 작가의 ‘그리움의 덩어리’는 깨진 도자기를 갈아 흙으로 되돌리고 새로운 형태로 재탄생시키는 과정을 통해 관람객에게 삶의 순환에 대한 사유를 던진다.
무거운 주제를 위트 있게 풀어낸 박선영 작가의 작품도 주목할만하다. 박 작가는 두 아이를 키우며 경험한 사랑과 스트레스를 흙으로 형상화했다. 아이에 대한 애정과 동시에 육아로부터 도피하고 싶은 이중적인 심리는 ‘혼잣말’ ‘위장 엄마’ 등의 작품에 투영됐다. ‘혼잣말’은 자유롭던 젊은 시절과 두 아이의 엄마로 살아가는 현재가 교차하는 시점을 표현했다. 커다란 망토를 뒤집어쓰고 누군가의 눈치를 살피며 조심스레 발을 내디디는 듯한 모습을 담은 ‘위장 엄마’는 아이들을 지켜보고 있지만 존재를 들키고 싶지 않은, 어쩌면 어디론가 숨어버리고 싶은 양육자의 마음을 드러낸 듯하다.
동시대 도예가들의 새로운 경향성을 엿볼 수 있는 작품도 있다. 젊은 도예가들은 다양한 안료를 수용하는 편인데, 이번 전시에서는 신진작가 김예지의 작품에서 그런 경향이 돋보인다. 내밀한 감정을 표현해낸 김 작가의 ‘눈부시게 피어남’은 마치 하나의 꿈틀거리는 생명체처럼 보이기도 한다. 에폭시를 비롯한 다양한 재료와 과감한 색 실험은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기묘한 형상의 이미지를 극대화한다. 그의 작품인 ‘붉게 부서진 순간’, ‘마침내, 찬란한’에서도 정제된 표현 대신 원초적이고 본능적인 이미지를 선호하는 작가의 성향이 드러난다.
전시는 내년 2월22일까지 이어진다.
/이시은 기자 see@kyeongin.c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