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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치는 음모론에 의지해 번창했다. 1차 세계대전 패배 이후 독일의 경제적 고난이 심화되고 사회 불안이 커지자 민족사회주의독일노동자당원들, 즉 나치(Nazi)들은 이를 유대인의 탓으로 돌렸다. 독일군은 전장에서 용맹을 떨쳤으나 후방의 유대인과 공산주의자들이 배신해 전쟁에서 패했다는 ‘등 뒤의 칼’ 신화, 러시아 볼셰비키 혁명 뒤에는 세계를 장악하려는 유대인의 계획이 있다는 주장, 전 세계 금융 자본을 거머쥔 유대인들이 1929년 대공황과 금융 위기를 조장했다는 억지까지 퍼뜨리며 반유대주의를 부추겼다. 1920년 2월 뮌헨의 맥줏집 호프브로이하우스에서 당 강령을 발표하며 보잘것없이 출발한 나치당(NSDAP)이 독일 전역으로 빠르게 번져나갈 수 있었던 것은 히틀러 일당이 퍼뜨린 고용유지 이러한 음모론이 독을 품은 연료처럼 작동했기 때문이다.

‘나치 마인드: 역사가 주는 12가지 경고’는 소수당이었던 나치가 어떻게 독일을 장악하고 역사상 최악의 전쟁 범죄를 저질렀는지를 파헤친 책이다. 저자 로런스 리스는 30년간 2차 세계대전 역사를 추적해온 작가이자 다큐멘터리 제작자로 영국 BBC에서 PD로도 활동했다 급식비환급 . 그는 나치에 조력하거나 그 시대를 겪은 사람들의 증언을 방대하게 수집해왔으며 이를 토대로 책을 집필했다.
히틀러와 나치의 흥망성쇠를 다룬 책은 이미 수없이 많다. 그러나 ‘나치 마인드’가 특별한 점은 적극적 가담자인 나치들뿐 아니라 그 정권을 지지한 ‘보통 사람들’의 심리까지 신경심리학, 사회심리학 등 심리학의 렌즈로 분석했다는 데 있 학자금대출 특별추천서 다. 저자는 이 책을 “심리학의 도움을 받은 역사책”이라고 소개한다.
책은 나치가 사회 전반을 어떻게 잠식하며 민주주의를 무너뜨리고, 집단 학살을 저지르고, 끝내 몰락하는 과정을 연대순으로 기술하면서 중요한 순간마다 활용한 12가지 전략을 짚는다. 그 중에서도 유대인을 악마화하는 음모론과 결합한 ‘그들과 우리를 구분하기’는 나치의 발흥을 smtech 뒷받침한 핵심 전략이었다.
낯선 존재를 나와 구분 짓는 이분법적 사고는 인류가 생존을 위해 신경과학적으로 갖게 된 성향이다. 공포와 분노를 관장하는 뇌의 편도체는 위험으로부터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발달해왔다. 나치는 이를 교묘히 이용해 독일 민족 공동체를 위협하는 집단으로 유대인, 공산주의자, 이민족을 규정하고 공포와 증오를 부추겼다. 특 스마트폰개통확인 히 비판적 사고가 충분히 발달하지 않은 청소년에게 군사 훈련과 사상 교육을 집중해 ‘히틀러 유겐트’를 육성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외에도 히틀러가 스스로를 민족을 구할 영웅으로 만들며 맹목적 지지를 이끌어낸 ‘영웅 만들기’, 강한 민족이 모든 것을 차지하는 것이 자연의 법칙이라는 논리를 주입한 ‘종족주의 강화하기’, 내부 반발을 가차 없이 진압하고 비판 세력에 재갈을 물린 ‘저항 분쇄하기’, 적에 대한 두려움을 극대화해 전의를 고양시킨 ‘두려움 키우기’ 등 나치는 다양한 심리적 전략을 총동원했다.
더 놀라운 것은 나치의 핵심 인물들뿐 아니라 나치당에 투표하고 히틀러를 지지한 평범한 이들이 보여준 심리다. 저자가 만난 상당수는 나치가 몰락한 이후에도 “그때가 좋은 시절이었다” “홀로코스트로 죽은 사람은 30만~40만 명밖에 안 된다” “온 세상이 독일제국을 반대했는데 이에 맞서 싸운 것은 당연한 일이다” 등의 궤변을 늘어놨다. 나치의 집권 뒤에는 사익을 챙기려는 엘리트들의 묵인과 동조도 있었다. 결국 나치의 극단적 이념은 기회주의적 지식인과 평범한 시민이 합쳐져 만들어낸 결과였다.
‘나치 마인드’에서 그려낸 풍경은 지금 우리에게도 낯설지 않다. ‘그들’과 ‘우리’를 구분 짓고, 자국민 보호를 명목으로 이민자를 배척하며, 다른 생각을 가진 이들에 대한 증오를 선동하고, 음모론이 판치는 모습은 여전히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당시를 살았던 사람들의 생각과 감정의 배경을 세밀하게 추적하면서도 선을 분명히 한다. 나치즘의 심리를 이해하려는 시도일 뿐 이해가 곧 용서는 아니라는 점이다. 그러면서 독일 철학자 카를 야스퍼스의 말을 인용하며 집필 의도를 전한다. “일어난 일은 하나의 경고다. 그것을 잊는 것은 죄악이다. 그것은 계속 기억해야만 한다.” 4만 3000원.

이혜진 선임기자 hasim@sedaily.c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