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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와 생태학살로 드러나는 우리 사회의 불평등과 부정의. 하루하루 현실로 다가오는 생존의 위기 앞에서 과연 다른 세계는 가능할 것인가를 묻는다. 다른 세계는 물론 가능하다고 믿는다. 다만 다른 행성이 아니라 바로 여기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 우리가 발 딛고 있는 땅과 아직 푸른 하늘과 바다에서, 우리와 함께 살아가는 나무와 새들, 함께 호흡하는 뭇생명들이 공존하는 세계를 함께 상상하고자 한다. <기자말>
[신정임 기자]
도란도란 이야기 나누는 소리가 정겹다. 창밖으로 나는 갈매기를 좇는 눈빛들도 빛난다. 제주 한림항에서 비양도로 향하는 여객선 안은 2025 비양도탐조대회에 참가하는 이들의 설렘으로 가득했다. 15분 정도 바다 위를 달려 도착한 비양도 선착장. 80여 무료야마토
명의 참가자들은 탐조대회 오리엔테이션이 열리는 바로 옆 비양마을회관으로 들어섰다.
"오늘 탐조 처음 오신 분들도 계실 텐데 새에 한 번 빠지면 헤어나지 못할 겁니다."
심사위원장인 김완병 제주학연구센터장이 대회 운영규정 설명에 앞서 새들을 관찰하고 탐색하는 일이 얼마나 매력 넘치는지를 일러준다. 탐조알라딘게임공략법
대회가 그 길로 빠져드는 첫걸음이라는 듯이. 그의 말을 증명하듯 프레젠테이션 화면 속엔 다채로운 새들의 모습이 펼쳐졌다. 이 새들을 얼마나 많이 관찰하는지가 탐조대회 겨루기의 대상이었다. 참새짹짹, 도도새, 박새박새박박새 등 개성 넘치는 이름의 팀으로 묶인 참가자들은 오리엔테이션이 끝나자마자 비양도 곳곳을 돌며 새 찾기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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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5월 10일 열린 비양도탐조대회 참가자들. 이들은 비양도 곳곳에서 직박구리, 대백로, 흰날개해오라기 등 다양한 스카이톡
새들을 만났다.
ⓒ 신정임
새도 보고 동심도 찾고…
"직박구리는 숲속의 깡패입니다. 1년 내내 보이는 텃새로 천적이 나타나면 큰소리를 내서 다른 새주식거래단위
들한테 알려주기도 하지요."
"우리는 벌레에게 물리면 약을 바르잖아요. 새는 어떻게 할까요? 쑥을 사용해요. 그래서 쑥을 둥지에 깔아둡니다."
조영균 제주습지연구회 회장 등 심사위원으로 온 새 전문가들이 중간중간 들려주는 새 이야기를 듣는 재미가 쏠쏠하다. 시간이 흘러 참가자들도 제법 새에 익숙해졌는지 "저기 쇠솔딱새 있어" "저건 후투티야" "나도 흑로 봤어"라며 새들의 이름을 자연스럽게 부른다. "참새, 까마귀 같은 새만 있는 줄 알았는데 새가 이리 많은 줄 몰랐네"라면서 감탄하던 한 참가자의 말처럼 비양도 곳곳에는 많은 종류의 새들이 살고 있었다.
▲ 탐조대회에 참가한 어린이. 탐조대회는 어린이가 자연과 가까워지는 특별한 경험을 선사한다.
ⓒ 신정임
섬을 한 바퀴 돌고 돌아가는 골목에서 사람들이 발길을 멈췄다. 한 집의 벽돌로 쌓아 올린 굴뚝 사이사이에 참새들이 모여 있던 것. 그 모습을 보고 한 어린이가 외쳤다. "와, 참새아파트다." 새를 보면서 동심도 찾은 참가자들이 드디어 마주한 시상 시간, 참가팀 대부분에게 상이 돌아갔다. 시상을 마친 김완병 심사위원장이 마지막 질문을 던졌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새는?" 그러고선 손을 들어 가슴을 두드리며 함께 답을 하자고 청한다. "날새(나일세)"
쉬자고 왔던 제주도에서 일부터 벌여
작은 섬 비양도를 하루 종일 북적였던 이들이 떠나고 비양리 마을회와 함께 탐조대회를 준비한 여상경 생태교육허브 물새알협동조합(이하 물새알) 대표와 마주앉았다. 한나절 만에 사람들을 새의 세계로 풍덩 빠트린 물새알의 생태교육이 궁금했다.
"놀며 쉬며 있으려고 왔는데 제주도처럼 새 보기가 좋은 곳에 탐조대회가 없더라고요. 제주도 사람들과 해보면 재밌겠다는 생각에 시작했죠."
강화도에서 활동하던 그가 비양도에 온 건 2021년 말. 1년 정도 쉬자고 내려와 놓고선 일부터 벌였다. 2022년에는 제주시 비양도에서, 23년과 24년에는 서귀포시 오조리에서 하고, 올해 다시 비양도에서 탐조대회를 열었다. 쉼까지 마다하고 전도하기 바쁜 탐조의 매력은 뭘까. 그가 허허 웃으며 "설명을 못 하겠는데요. 그냥 새를 보면 알아요"라고 답했다. 그런데 물새알이 탐조 교육을 자주 하는 이유는 있단다.
"새를 한 번이라도 본 사람은 새에 대한 선입견에서 좀 자유로워지거든요. '새 대가리'나 '깃털 달린 건 다 무섭다'고 하는 사람들도 새를 자세히 보게 되면 그런 선입견이 사라지거든요. 그렇게 새에 대한 애정이 생기면 새가 살아가는 환경을 지키는 일로도 연결이 되니까요."
동떨어져 존재하는 생명체가 없기에 새는 생태계로 들어가는 하나의 문일 수 있다는 이야기. 말 그대로 물새알은 탐조대회 외에도 습지, 식물, 지질, 해양쓰레기 등 다양한 생태환경에 대해 공부하고 체험하는 프로그램들을 비양도에서 선보여 왔다. 덕분에 조용했던 비양도가 활기 넘치는 날들도 많아졌다. 2018년 마지막 졸업생을 배출하고 폐교됐던 '한림초등학교 비양분교'를 교육장으로 쓰기도 해 사라졌던 아이들의 웃음소리도 다시 듣게 됐다.
▲ 탐조대회 참가자들에게 섬과 새의 세계를 들려주고 있는 여상경 물새알협동조합 대표
ⓒ 신정임
잠수복 벗고 드레스 입은 해녀 삼춘들
그렇게 1년을 예정했던 그의 제주 생활은 "비양도가 좋아서" 5년째에 접어들고 있다. 걸어서 40분이면 다 도는 작은 섬의 푸른빛 바다도 좋지만 해녀 삼춘들과의 만남이 특별했다. 그래서 생태교육과는 결이 다른 이벤트를 기획하기도 했다. 이름 하여 '잠수복 벗고 면사포.'
"해녀 할망들의 구술집을 읽었는데 한 할망이 한복 입고 결혼을 해서 드레스 한번 입고 싶다는 얘기가 나오더라고요. 우연히 그 할망을 만나서 물었어요. '삼춘, 지금도 웨딩드레스 입고 싶어요?' 그랬더니 '당연하지. 누가 입혀준다고 하면 입고 싶어. 좀 입혀줘'라더라고요."
주변을 수소문했다. 돈도 내고 품도 내겠다는 사람들이 모였다. 많은 사람들의 봉사로 2023년 6월, 비양도의 현직 해녀 20명 중 11명이 잠수복과 수경을 벗고 하얀 드레스와 면사포를 입고선 웨딩 촬영을 할 수 있었다. 더없이 환한 해녀 삼춘들의 웃음을 본 날이었다.
"어촌 계장님이 해녀 은퇴식을 하자고 하셔서 고민 중입니다. 해녀들은 따로 정년이 없고 몸이 힘들어지면 물에 안 들어갈 뿐이거든요."
비양도에 등록된 해녀가 40여 명이니 20여 명은 스스로 은퇴를 택한 셈이다. 바다에 의지한 채 수십 년간 생계를 책임져온 이들의 노동에 경외를 표하며, 함께 "폭싹 속았수다"('정말 수고 많으셨습니다'의 제주어)라고 인사를 건넬 날을 곧 비양도에서 맞이할 것 같다.
'한국의 갯벌'이 세계자연유산인 까닭은?
5년 만에 비양도 주민이 다 됐지만 여 대표는 여전히 강화도를 오간다. 노동 전문 잡지 편집장이던 그가 생태운동에 들어선 데는 강화 갯벌이 무엇보다 큰 영향을 미쳤다.
"원래는 강화도 역사 유적지에 관심이 컸어요. 그런데 강화에 오니까 갯벌이 있잖아요. 갯벌 좀 공부해 볼까 하다가 갯벌에 오가는 새까지 공부하게 됐죠."
'한국의 갯벌'(서천·고창·신안·보성-순천갯벌)은 2021년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에 등재될 정도로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유네스코한국위원회 홈페이지에선 한국의 갯벌 유산에 대해 '전 세계적으로 멸종위기종이나 위협종 22종을 포함하여 2150종의 동식물이 보고된 생물다양성 수준이 매우 높은 곳'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 새가 좋아서 새 사진까지 찍게 됐다는 여상경 대표는 “사진을 찍다 보면 새의 모습을 더 생생하게 찍고 싶다는 욕심이 생기고, 그러면 새의 영역을 침범하게 된다”면서 새 사진 찍기를 자제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 물새알 제공
"갯벌이 일반 생물들이 서식하기에는 안 좋은 조건이잖아요. 물이 들어왔다가 빠졌다가 하면서 여름엔 뜨거운 햇볕, 겨울엔 칼바람에 노출되기도 하니까요. 그렇게 생물들이 적응하기 쉽지 않은 공간인데 일단 적응하고 나면 천적도 많지 않아서 개체수가 급격히 늘어나죠. 특히 대륙을 넘어 이동하는 철새들이 절대적으로 의존하는 공간이기도 하고요."
남반구의 아프리카, 호주 등에서 북반구의 알래스카, 북극까지 수만 킬로미터를 오가는 철새들이 중간에 머무는 곳이 바로 한국과 중국의 갯벌을 합한 황해 갯벌이다. 쉬면서 영양분을 섭취하며 다시 긴 여행을 떠날 에너지를 비축한다. 이러한 동아시아-대양주 철새이동경로 전반의 이동성물새와 그 서식지를 보전하는 국제기구인 EAAFP의 사무실이 인천 송도에 있을 정도다. 한국의 갯벌이 괜히 세계자연유산이 아니라는 뜻. 강화갯벌은 지자체가 소극적이어서 세계자연유산에 함께 등재되지는 못했지만 그 가치는 다르지 않다.
"강화 갯벌은 정말 중요한 곳입니다. 한국에서 유일한 기수 갯벌이거든요. 영산강, 금강 등 다른 강들과 달리 한강만 하굿둑이 없어요. 그래서 바닷물과 민물이 통하는 유일한 하구갯벌이죠. 그만큼 생물종도 다양하고요. 연안 습지로서는 우리나라 최초로 천연물 문화재보호구역으로 지정된 곳이자 최대의 단일 문화재보호구역이었습니다."
이처럼 강화도를 상징하는 갯벌을 잘 지키고 홍보하는 활동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함께 갯벌에 나가 새를 보던 강화탐조클럽 회원들과 의기투합했다. 생태 디자이너, 만화가, 동물표본 박제사, 생태환경교구 제작회사 직원 등 다양한 직업을 가진 이들이었다.
"'허브'가 흩어져 있던 것들이 한군데로 모인다는 뜻이 있습니다. 우리도 강화도 구석구석에 흩어져 각자 영역에서 활동하다가 생태환경 관련 일이 있을 때면 모이자고 생태교육허브 물새알이라고 이름 지었죠."
갈고리로 조개 캐는 교육에서 벗어나
2016년 출범한 물새알은 처음엔 갯벌 교육을 제대로 하는 데 힘썼다. '갯벌' 하면 갈고리 하나 들고 가서 조개 캐는 체험활동이나 갯벌에서 뒹굴고 노는 것만 떠올리던 때였다. 그로 인해 엄청나게 많은 생물들이 살아가는 '생명의 공간'이 짓밟히고 갯벌 생태계가 교란되는 것이 안타까웠다.
▲ 물새알은 교육 중 갯벌에 나갈 때면 한 줄로 들어간다. 갯벌이 훼손되는 걸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 물새알 제공
"우리는 갯벌에 들어갈 때 한 줄로 갑니다. 흩어져서 들어가면 갯벌을 밟는 면적이 많아지니까요. 처음엔 굳이 들어가서 갯벌을 훼손할 필요가 있나. 쌍안경 같은 걸로 봐도 되지 않느냐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갯벌 생명들과 직접 조우하는 과정들이 더 큰 감동을 주기 때문에 갯벌에 들어는 가되 훼손을 최소화하자는 걸로 뜻을 모았습니다."
'교육한다고 자연을 훼손하지 말자'는 원칙 외에 물새알이 생태환경교육을 바라보는 독특한 시각이 있다. 바로 "생태환경이 모두의 소유인 공공재인 만큼 생태환경교육 역시 개인의 지불 능력에 따라 수혜 받는 대상이 제한되면 안 된다"는 입장이다. 그래서 물새알에서 하는 프로그램들은 참가비가 무료이거나 매우 저렴하다. 이를 위해 관련 기관들에게 숱하게 프로젝트 제안서를 쓰고, 행사 때마다 경비를 줄이기 위해 인맥을 총동원한다.
"물론 자연에 대한 이용료를 내게 해야 자연의 소중함을 더 잘 알 수 있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일면 타당하다고 생각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구나 언제든지 쉽고 자유롭게 생태환경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회가 제공돼야 한다. 그러기 위해 국가가 책임지고 생태환경교육 예산을 충분히 확보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강화형해양생태관광 인프라구축사업(해양환경공단), 강화도 생태평화지도 만들기(초록열매), 문화재생사업 운영(국가유산청), 두루미환영행사 및 시민모니터링 사업(EAAFP) 등등 그동안 물새알이 진행한 다양한 생태 프로그램들은 이러한 기조 속에 이루어졌다.
일본과 한국의 어린이를 이어준 저어새
비양도에서 여 대표를 만난 지 한 달여 뒤인 6월 22일, 강화도에서 그를 다시 만났다. 그날은 물새알의 대표 사업 중 하나인 '어린이 저어새 수호대'의 올해 마지막 활동 날이었다. 물속에 주걱모양인 부리를 넣어 좌우로 저으면서 먹이를 찾는다고 저어새로 불리는 이 새는 천연기념물이자 멸종위기종이다. 전 세계에 7000여 마리밖에 남지 않았는데 봄부터 가을까지 강화도에 머물면서 번식을 한다. 물새알은 저어새에 대해 공부하고 관찰, 모니터링하는 어린이 저어새 수호대 프로그램을 7년째 운영해 오고 있다.
특히 올해는 일본 환경단체인 Team SPOON(팀 스푼)과 함께 국제 어린이 교류회 형식을 취했다. 저어새의 플라이웨이(이동 경로)에 사는 아이들이 온라인으로 만나 각 지역의 자연과 문화를 공유하고 저어새를 통해 친구가 되는 시간을 보냈다. 한국의 강화도와 일본의 후쿠오카와 오키나와, 야쓰시로에서 20명의 어린이들이 참여했다. 작년 겨울과 올해 봄 후쿠오카와 오키나와 아이들이 각 지역의 습지를 소개한 데 이어 6월 22일엔 강화도 아이들이 소개하는 날이었다. 이를 위해 팀 스푼에서 네 명의 활동가가 강화까지 날아왔다.
▲ 물새알은 ‘어린이 저어새 수호대’를 7년째 운영 중이다. 배를 타고 나가 각시바위 근처에서 저어새를 관찰하고 있는 어린이들.
ⓒ 신정임
온라인 교류회는 바다 위에서 생중계로 이루어졌다. 분오저어새생태마을(분오포구)에 모인 저어새 수호대는 포구에서 1.2km 떨어져 있는 각시바위 근처까지 배를 타고 나갔다. 각시바위에선 매년 저어새 50여 쌍이 번식을 하고 있단다. 이날도 작은 바위섬엔 저어새가 빽빽하게 자리를 잡고 있었다. 강화도 어린이들은 일본에서 접속한 친구들에게 이 모습을 보여주면서 강화갯벌에서 만난 생물들도 소개했다.
"나는 밤게를 좋아해. 옆으로뿐 아니라 앞뒤, 대각선으로 움직이는 게 신기하거든."(시온)"강화갯벌에는 조류도 많고 낙지도 있어."(이현)"여기 와서 털보집갯지렁이를 봤는데 징그럽지 않아."(세진)
저어새가 국경 넘어 어린이들을 이어주고, 하늘과 바다를 이어주는 현장이었다. 실내로 이동해 계속된 교류회에서 어린이들은 새로 태어날 저어새 새끼들에게 이름도 지어주었다. 오랜 의논 끝에 강화팀은 휘적이, 후쿠오카팀은 시로(흰색), 오키나와팀은 강구아(강화도 좋아)로 정했다. 새로운 이름에 만족해하는 아이들과 행사를 마치면서 교류회 사회를 본 팀 스푼의 유우짱이 마지막으로 답이 궁금한 질문을 던졌다.
"5년 후, 10년 후 여러분이 이름 붙여준 저어새가 잘 기다리고 있을까요? 5년 후, 10년 후 여러분은 어떻게 성장했을까요?"
선상탐조로 주민 인식 바뀌어
다음날 일본으로 돌아간 팀 스푼 활동가들은 한 달 후인 7월 23일, 아프리카 짐바브웨에서 열린 제15차 람사르 총회에서 저어새 어린이 교류회 사업을 발표했다. 그동안 성인 중심으로 이루어진 생태환경운동이 다음 세대로 넘어가는 상황에서 어린이들의 국제교류는 의미 있는 시도이기에 주목을 받았다. 이제 물새알과 팀 스푼은 저어새 플라이웨이에 함께 있는 대만, 홍콩, 중국, 베트남의 어린이들까지 교류하는 길을 모색하기에 이르렀다.
▲ 올해는 ‘어린이 저어새 수호대’를 일본 단체와 함께 국제 교류 형태로 진행했다. 일본에서 접속한 친구들과 저어새 새끼 이름 짓기 프로그램 중인 어린이들.
ⓒ 신정임
여 대표는 어린이 저어새 수호대와 함께 진행해 온 저어새 선상탐조가 강화 주민들의 인식을 바꾸는데 큰 영향을 미쳤다고 덧붙였다. 처음 선상탐조를 제안할 때 "저놈의 저어새 총으로 쏴 죽이고 싶다"는 주민이 있을 정도로 저어새에 대해 부정적이었다고 한다. 저어새 때문에 문화재보호구역으로 지정돼 지역 개발을 못 하고 벼농사도 망친다는 여론이 강했다고.
"보호지역의 문제가 보호지역으로 지정되면 주민들은 불편함이 생기는데 어떤 인센티브도 없다는 겁니다. 또, 충분히 동의받는 과정도 없이 일방적으로 보호지역으로 지정하고, 지정한 후에는 제대로 관리도 안 하니 주민들이 싫어할 밖에요. 그런데 선상탐조를 하면서 선박비를 받으니까 주민들이 보호지역도 도움이 되는구나를 느끼시더라고요."
주민들이 변화하는 모습을 보면서 여 대표는 교육도 주민이 직접 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자신 없다고 손을 내젓던 주민들을 계속 설득해 드디어 올해는 주민 강사단을 꾸렸다. 앞으로 강화도에선 새를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봐 온 주민 '새 박사'들이 들려주는 새 이야기를 들을 수 있게 됐다.
▲ 저어새 선상탐조는 강화 주민들의 저어새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을 바꿔놓았다.
ⓒ 물새알 제공
주민들의 변화만큼이나 반가운 건 자연과 친해지는 아이들의 모습이다. 그래서 물새알은 어린이 대상으로 많은 교육을 한다. "아이들이 생명을 만나면 어른보다 훨씬 더 몰입하고 감동을 받거든요." 비양도 탐조대회에 참가했던 한 학생은 새에 꽂혀 다니는 중학교에서 탐조 동아리를 만들었다. 7년 전 저어새 수호대를 하던 친구가 생명과학을 전공하는 대학생이 되기도 했다. 새가 한 아이의 인생을 바꿔놓은 셈이다.
현재 물새알은 10월 강화도 주문도에서 여는 '바다부터 우주까지 자연을 온몸으로 느끼는 주문도 생태과학캠프'를 준비하느라 바쁘다. 벌써 3년째 열고 있는 생태과학캠프다. 참가 모집 1분 만에 마감이 됐단다. 그만큼 생태환경교육에 관심을 갖는 이들이 늘었다. 이 관심이 계속 퍼져나가길 바라면서 물새알은 새로운 사업도 계속 구상 중이다.
"어촌계와 함께 인천공항 환승객 프로그램을 해볼까 의논하고 있습니다. 인천공항에서 6시간 이상 머무는 환승객들을 위해 남대문, 명동 같은 명소 탐방을 하고 있거든요. 거기에 저어새 선상탐조나 강화도 탐조여행을 넣으면 어떨까 하고요."
알래스카에 가서 북극곰과 함께 생의 마지막 여정을 보내고 싶다는 여상경 대표에게선 끝보다 새로운 시작에 어울리는 이야기들이 흘러나왔다. 병들고 있는 지구 생태계가 우리한테 주문하고 있는 것도 이런 희망의 목소리인지도 모르겠다. 인터뷰를 마치며 그에게 생태환경을 위해 할 수 있는 활동의 추천을 부탁했다.
"활동은 모르겠고 관심은 가지면 좋겠어요. 새나 식물, 자연을 보는 걸 귀찮아하지 않고 관심을 가지는 거요. 그리고 한 달에 한 번이라도 관광지 말고 야생이 있는 데로 나가보면 좋겠습니다."
▲ 일본 어린이들이 일부 그려서 보내온 그림을 완성하고 기념사진을 찍은 어린이 저어새 수호대.
ⓒ 신정임
[필자 소개] 신정임: 이야기의 힘을 믿는 기록자. 평범한 이들의 숨어있는 보석 같은 이야기를 캐내는 데 희열을 느낍니다. 책 <우리 같이 노조 해요> <우리들의 드라마> <이태원으로 연결합니다> 등을 함께 썼습니다.
덧붙이는
[신정임 기자]
도란도란 이야기 나누는 소리가 정겹다. 창밖으로 나는 갈매기를 좇는 눈빛들도 빛난다. 제주 한림항에서 비양도로 향하는 여객선 안은 2025 비양도탐조대회에 참가하는 이들의 설렘으로 가득했다. 15분 정도 바다 위를 달려 도착한 비양도 선착장. 80여 무료야마토
명의 참가자들은 탐조대회 오리엔테이션이 열리는 바로 옆 비양마을회관으로 들어섰다.
"오늘 탐조 처음 오신 분들도 계실 텐데 새에 한 번 빠지면 헤어나지 못할 겁니다."
심사위원장인 김완병 제주학연구센터장이 대회 운영규정 설명에 앞서 새들을 관찰하고 탐색하는 일이 얼마나 매력 넘치는지를 일러준다. 탐조알라딘게임공략법
대회가 그 길로 빠져드는 첫걸음이라는 듯이. 그의 말을 증명하듯 프레젠테이션 화면 속엔 다채로운 새들의 모습이 펼쳐졌다. 이 새들을 얼마나 많이 관찰하는지가 탐조대회 겨루기의 대상이었다. 참새짹짹, 도도새, 박새박새박박새 등 개성 넘치는 이름의 팀으로 묶인 참가자들은 오리엔테이션이 끝나자마자 비양도 곳곳을 돌며 새 찾기에 나섰다.
증권초보
▲ 지난 5월 10일 열린 비양도탐조대회 참가자들. 이들은 비양도 곳곳에서 직박구리, 대백로, 흰날개해오라기 등 다양한 스카이톡
새들을 만났다.
ⓒ 신정임
새도 보고 동심도 찾고…
"직박구리는 숲속의 깡패입니다. 1년 내내 보이는 텃새로 천적이 나타나면 큰소리를 내서 다른 새주식거래단위
들한테 알려주기도 하지요."
"우리는 벌레에게 물리면 약을 바르잖아요. 새는 어떻게 할까요? 쑥을 사용해요. 그래서 쑥을 둥지에 깔아둡니다."
조영균 제주습지연구회 회장 등 심사위원으로 온 새 전문가들이 중간중간 들려주는 새 이야기를 듣는 재미가 쏠쏠하다. 시간이 흘러 참가자들도 제법 새에 익숙해졌는지 "저기 쇠솔딱새 있어" "저건 후투티야" "나도 흑로 봤어"라며 새들의 이름을 자연스럽게 부른다. "참새, 까마귀 같은 새만 있는 줄 알았는데 새가 이리 많은 줄 몰랐네"라면서 감탄하던 한 참가자의 말처럼 비양도 곳곳에는 많은 종류의 새들이 살고 있었다.
▲ 탐조대회에 참가한 어린이. 탐조대회는 어린이가 자연과 가까워지는 특별한 경험을 선사한다.
ⓒ 신정임
섬을 한 바퀴 돌고 돌아가는 골목에서 사람들이 발길을 멈췄다. 한 집의 벽돌로 쌓아 올린 굴뚝 사이사이에 참새들이 모여 있던 것. 그 모습을 보고 한 어린이가 외쳤다. "와, 참새아파트다." 새를 보면서 동심도 찾은 참가자들이 드디어 마주한 시상 시간, 참가팀 대부분에게 상이 돌아갔다. 시상을 마친 김완병 심사위원장이 마지막 질문을 던졌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새는?" 그러고선 손을 들어 가슴을 두드리며 함께 답을 하자고 청한다. "날새(나일세)"
쉬자고 왔던 제주도에서 일부터 벌여
작은 섬 비양도를 하루 종일 북적였던 이들이 떠나고 비양리 마을회와 함께 탐조대회를 준비한 여상경 생태교육허브 물새알협동조합(이하 물새알) 대표와 마주앉았다. 한나절 만에 사람들을 새의 세계로 풍덩 빠트린 물새알의 생태교육이 궁금했다.
"놀며 쉬며 있으려고 왔는데 제주도처럼 새 보기가 좋은 곳에 탐조대회가 없더라고요. 제주도 사람들과 해보면 재밌겠다는 생각에 시작했죠."
강화도에서 활동하던 그가 비양도에 온 건 2021년 말. 1년 정도 쉬자고 내려와 놓고선 일부터 벌였다. 2022년에는 제주시 비양도에서, 23년과 24년에는 서귀포시 오조리에서 하고, 올해 다시 비양도에서 탐조대회를 열었다. 쉼까지 마다하고 전도하기 바쁜 탐조의 매력은 뭘까. 그가 허허 웃으며 "설명을 못 하겠는데요. 그냥 새를 보면 알아요"라고 답했다. 그런데 물새알이 탐조 교육을 자주 하는 이유는 있단다.
"새를 한 번이라도 본 사람은 새에 대한 선입견에서 좀 자유로워지거든요. '새 대가리'나 '깃털 달린 건 다 무섭다'고 하는 사람들도 새를 자세히 보게 되면 그런 선입견이 사라지거든요. 그렇게 새에 대한 애정이 생기면 새가 살아가는 환경을 지키는 일로도 연결이 되니까요."
동떨어져 존재하는 생명체가 없기에 새는 생태계로 들어가는 하나의 문일 수 있다는 이야기. 말 그대로 물새알은 탐조대회 외에도 습지, 식물, 지질, 해양쓰레기 등 다양한 생태환경에 대해 공부하고 체험하는 프로그램들을 비양도에서 선보여 왔다. 덕분에 조용했던 비양도가 활기 넘치는 날들도 많아졌다. 2018년 마지막 졸업생을 배출하고 폐교됐던 '한림초등학교 비양분교'를 교육장으로 쓰기도 해 사라졌던 아이들의 웃음소리도 다시 듣게 됐다.
▲ 탐조대회 참가자들에게 섬과 새의 세계를 들려주고 있는 여상경 물새알협동조합 대표
ⓒ 신정임
잠수복 벗고 드레스 입은 해녀 삼춘들
그렇게 1년을 예정했던 그의 제주 생활은 "비양도가 좋아서" 5년째에 접어들고 있다. 걸어서 40분이면 다 도는 작은 섬의 푸른빛 바다도 좋지만 해녀 삼춘들과의 만남이 특별했다. 그래서 생태교육과는 결이 다른 이벤트를 기획하기도 했다. 이름 하여 '잠수복 벗고 면사포.'
"해녀 할망들의 구술집을 읽었는데 한 할망이 한복 입고 결혼을 해서 드레스 한번 입고 싶다는 얘기가 나오더라고요. 우연히 그 할망을 만나서 물었어요. '삼춘, 지금도 웨딩드레스 입고 싶어요?' 그랬더니 '당연하지. 누가 입혀준다고 하면 입고 싶어. 좀 입혀줘'라더라고요."
주변을 수소문했다. 돈도 내고 품도 내겠다는 사람들이 모였다. 많은 사람들의 봉사로 2023년 6월, 비양도의 현직 해녀 20명 중 11명이 잠수복과 수경을 벗고 하얀 드레스와 면사포를 입고선 웨딩 촬영을 할 수 있었다. 더없이 환한 해녀 삼춘들의 웃음을 본 날이었다.
"어촌 계장님이 해녀 은퇴식을 하자고 하셔서 고민 중입니다. 해녀들은 따로 정년이 없고 몸이 힘들어지면 물에 안 들어갈 뿐이거든요."
비양도에 등록된 해녀가 40여 명이니 20여 명은 스스로 은퇴를 택한 셈이다. 바다에 의지한 채 수십 년간 생계를 책임져온 이들의 노동에 경외를 표하며, 함께 "폭싹 속았수다"('정말 수고 많으셨습니다'의 제주어)라고 인사를 건넬 날을 곧 비양도에서 맞이할 것 같다.
'한국의 갯벌'이 세계자연유산인 까닭은?
5년 만에 비양도 주민이 다 됐지만 여 대표는 여전히 강화도를 오간다. 노동 전문 잡지 편집장이던 그가 생태운동에 들어선 데는 강화 갯벌이 무엇보다 큰 영향을 미쳤다.
"원래는 강화도 역사 유적지에 관심이 컸어요. 그런데 강화에 오니까 갯벌이 있잖아요. 갯벌 좀 공부해 볼까 하다가 갯벌에 오가는 새까지 공부하게 됐죠."
'한국의 갯벌'(서천·고창·신안·보성-순천갯벌)은 2021년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에 등재될 정도로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유네스코한국위원회 홈페이지에선 한국의 갯벌 유산에 대해 '전 세계적으로 멸종위기종이나 위협종 22종을 포함하여 2150종의 동식물이 보고된 생물다양성 수준이 매우 높은 곳'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 새가 좋아서 새 사진까지 찍게 됐다는 여상경 대표는 “사진을 찍다 보면 새의 모습을 더 생생하게 찍고 싶다는 욕심이 생기고, 그러면 새의 영역을 침범하게 된다”면서 새 사진 찍기를 자제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 물새알 제공
"갯벌이 일반 생물들이 서식하기에는 안 좋은 조건이잖아요. 물이 들어왔다가 빠졌다가 하면서 여름엔 뜨거운 햇볕, 겨울엔 칼바람에 노출되기도 하니까요. 그렇게 생물들이 적응하기 쉽지 않은 공간인데 일단 적응하고 나면 천적도 많지 않아서 개체수가 급격히 늘어나죠. 특히 대륙을 넘어 이동하는 철새들이 절대적으로 의존하는 공간이기도 하고요."
남반구의 아프리카, 호주 등에서 북반구의 알래스카, 북극까지 수만 킬로미터를 오가는 철새들이 중간에 머무는 곳이 바로 한국과 중국의 갯벌을 합한 황해 갯벌이다. 쉬면서 영양분을 섭취하며 다시 긴 여행을 떠날 에너지를 비축한다. 이러한 동아시아-대양주 철새이동경로 전반의 이동성물새와 그 서식지를 보전하는 국제기구인 EAAFP의 사무실이 인천 송도에 있을 정도다. 한국의 갯벌이 괜히 세계자연유산이 아니라는 뜻. 강화갯벌은 지자체가 소극적이어서 세계자연유산에 함께 등재되지는 못했지만 그 가치는 다르지 않다.
"강화 갯벌은 정말 중요한 곳입니다. 한국에서 유일한 기수 갯벌이거든요. 영산강, 금강 등 다른 강들과 달리 한강만 하굿둑이 없어요. 그래서 바닷물과 민물이 통하는 유일한 하구갯벌이죠. 그만큼 생물종도 다양하고요. 연안 습지로서는 우리나라 최초로 천연물 문화재보호구역으로 지정된 곳이자 최대의 단일 문화재보호구역이었습니다."
이처럼 강화도를 상징하는 갯벌을 잘 지키고 홍보하는 활동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함께 갯벌에 나가 새를 보던 강화탐조클럽 회원들과 의기투합했다. 생태 디자이너, 만화가, 동물표본 박제사, 생태환경교구 제작회사 직원 등 다양한 직업을 가진 이들이었다.
"'허브'가 흩어져 있던 것들이 한군데로 모인다는 뜻이 있습니다. 우리도 강화도 구석구석에 흩어져 각자 영역에서 활동하다가 생태환경 관련 일이 있을 때면 모이자고 생태교육허브 물새알이라고 이름 지었죠."
갈고리로 조개 캐는 교육에서 벗어나
2016년 출범한 물새알은 처음엔 갯벌 교육을 제대로 하는 데 힘썼다. '갯벌' 하면 갈고리 하나 들고 가서 조개 캐는 체험활동이나 갯벌에서 뒹굴고 노는 것만 떠올리던 때였다. 그로 인해 엄청나게 많은 생물들이 살아가는 '생명의 공간'이 짓밟히고 갯벌 생태계가 교란되는 것이 안타까웠다.
▲ 물새알은 교육 중 갯벌에 나갈 때면 한 줄로 들어간다. 갯벌이 훼손되는 걸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 물새알 제공
"우리는 갯벌에 들어갈 때 한 줄로 갑니다. 흩어져서 들어가면 갯벌을 밟는 면적이 많아지니까요. 처음엔 굳이 들어가서 갯벌을 훼손할 필요가 있나. 쌍안경 같은 걸로 봐도 되지 않느냐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갯벌 생명들과 직접 조우하는 과정들이 더 큰 감동을 주기 때문에 갯벌에 들어는 가되 훼손을 최소화하자는 걸로 뜻을 모았습니다."
'교육한다고 자연을 훼손하지 말자'는 원칙 외에 물새알이 생태환경교육을 바라보는 독특한 시각이 있다. 바로 "생태환경이 모두의 소유인 공공재인 만큼 생태환경교육 역시 개인의 지불 능력에 따라 수혜 받는 대상이 제한되면 안 된다"는 입장이다. 그래서 물새알에서 하는 프로그램들은 참가비가 무료이거나 매우 저렴하다. 이를 위해 관련 기관들에게 숱하게 프로젝트 제안서를 쓰고, 행사 때마다 경비를 줄이기 위해 인맥을 총동원한다.
"물론 자연에 대한 이용료를 내게 해야 자연의 소중함을 더 잘 알 수 있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일면 타당하다고 생각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구나 언제든지 쉽고 자유롭게 생태환경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회가 제공돼야 한다. 그러기 위해 국가가 책임지고 생태환경교육 예산을 충분히 확보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강화형해양생태관광 인프라구축사업(해양환경공단), 강화도 생태평화지도 만들기(초록열매), 문화재생사업 운영(국가유산청), 두루미환영행사 및 시민모니터링 사업(EAAFP) 등등 그동안 물새알이 진행한 다양한 생태 프로그램들은 이러한 기조 속에 이루어졌다.
일본과 한국의 어린이를 이어준 저어새
비양도에서 여 대표를 만난 지 한 달여 뒤인 6월 22일, 강화도에서 그를 다시 만났다. 그날은 물새알의 대표 사업 중 하나인 '어린이 저어새 수호대'의 올해 마지막 활동 날이었다. 물속에 주걱모양인 부리를 넣어 좌우로 저으면서 먹이를 찾는다고 저어새로 불리는 이 새는 천연기념물이자 멸종위기종이다. 전 세계에 7000여 마리밖에 남지 않았는데 봄부터 가을까지 강화도에 머물면서 번식을 한다. 물새알은 저어새에 대해 공부하고 관찰, 모니터링하는 어린이 저어새 수호대 프로그램을 7년째 운영해 오고 있다.
특히 올해는 일본 환경단체인 Team SPOON(팀 스푼)과 함께 국제 어린이 교류회 형식을 취했다. 저어새의 플라이웨이(이동 경로)에 사는 아이들이 온라인으로 만나 각 지역의 자연과 문화를 공유하고 저어새를 통해 친구가 되는 시간을 보냈다. 한국의 강화도와 일본의 후쿠오카와 오키나와, 야쓰시로에서 20명의 어린이들이 참여했다. 작년 겨울과 올해 봄 후쿠오카와 오키나와 아이들이 각 지역의 습지를 소개한 데 이어 6월 22일엔 강화도 아이들이 소개하는 날이었다. 이를 위해 팀 스푼에서 네 명의 활동가가 강화까지 날아왔다.
▲ 물새알은 ‘어린이 저어새 수호대’를 7년째 운영 중이다. 배를 타고 나가 각시바위 근처에서 저어새를 관찰하고 있는 어린이들.
ⓒ 신정임
온라인 교류회는 바다 위에서 생중계로 이루어졌다. 분오저어새생태마을(분오포구)에 모인 저어새 수호대는 포구에서 1.2km 떨어져 있는 각시바위 근처까지 배를 타고 나갔다. 각시바위에선 매년 저어새 50여 쌍이 번식을 하고 있단다. 이날도 작은 바위섬엔 저어새가 빽빽하게 자리를 잡고 있었다. 강화도 어린이들은 일본에서 접속한 친구들에게 이 모습을 보여주면서 강화갯벌에서 만난 생물들도 소개했다.
"나는 밤게를 좋아해. 옆으로뿐 아니라 앞뒤, 대각선으로 움직이는 게 신기하거든."(시온)"강화갯벌에는 조류도 많고 낙지도 있어."(이현)"여기 와서 털보집갯지렁이를 봤는데 징그럽지 않아."(세진)
저어새가 국경 넘어 어린이들을 이어주고, 하늘과 바다를 이어주는 현장이었다. 실내로 이동해 계속된 교류회에서 어린이들은 새로 태어날 저어새 새끼들에게 이름도 지어주었다. 오랜 의논 끝에 강화팀은 휘적이, 후쿠오카팀은 시로(흰색), 오키나와팀은 강구아(강화도 좋아)로 정했다. 새로운 이름에 만족해하는 아이들과 행사를 마치면서 교류회 사회를 본 팀 스푼의 유우짱이 마지막으로 답이 궁금한 질문을 던졌다.
"5년 후, 10년 후 여러분이 이름 붙여준 저어새가 잘 기다리고 있을까요? 5년 후, 10년 후 여러분은 어떻게 성장했을까요?"
선상탐조로 주민 인식 바뀌어
다음날 일본으로 돌아간 팀 스푼 활동가들은 한 달 후인 7월 23일, 아프리카 짐바브웨에서 열린 제15차 람사르 총회에서 저어새 어린이 교류회 사업을 발표했다. 그동안 성인 중심으로 이루어진 생태환경운동이 다음 세대로 넘어가는 상황에서 어린이들의 국제교류는 의미 있는 시도이기에 주목을 받았다. 이제 물새알과 팀 스푼은 저어새 플라이웨이에 함께 있는 대만, 홍콩, 중국, 베트남의 어린이들까지 교류하는 길을 모색하기에 이르렀다.
▲ 올해는 ‘어린이 저어새 수호대’를 일본 단체와 함께 국제 교류 형태로 진행했다. 일본에서 접속한 친구들과 저어새 새끼 이름 짓기 프로그램 중인 어린이들.
ⓒ 신정임
여 대표는 어린이 저어새 수호대와 함께 진행해 온 저어새 선상탐조가 강화 주민들의 인식을 바꾸는데 큰 영향을 미쳤다고 덧붙였다. 처음 선상탐조를 제안할 때 "저놈의 저어새 총으로 쏴 죽이고 싶다"는 주민이 있을 정도로 저어새에 대해 부정적이었다고 한다. 저어새 때문에 문화재보호구역으로 지정돼 지역 개발을 못 하고 벼농사도 망친다는 여론이 강했다고.
"보호지역의 문제가 보호지역으로 지정되면 주민들은 불편함이 생기는데 어떤 인센티브도 없다는 겁니다. 또, 충분히 동의받는 과정도 없이 일방적으로 보호지역으로 지정하고, 지정한 후에는 제대로 관리도 안 하니 주민들이 싫어할 밖에요. 그런데 선상탐조를 하면서 선박비를 받으니까 주민들이 보호지역도 도움이 되는구나를 느끼시더라고요."
주민들이 변화하는 모습을 보면서 여 대표는 교육도 주민이 직접 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자신 없다고 손을 내젓던 주민들을 계속 설득해 드디어 올해는 주민 강사단을 꾸렸다. 앞으로 강화도에선 새를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봐 온 주민 '새 박사'들이 들려주는 새 이야기를 들을 수 있게 됐다.
▲ 저어새 선상탐조는 강화 주민들의 저어새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을 바꿔놓았다.
ⓒ 물새알 제공
주민들의 변화만큼이나 반가운 건 자연과 친해지는 아이들의 모습이다. 그래서 물새알은 어린이 대상으로 많은 교육을 한다. "아이들이 생명을 만나면 어른보다 훨씬 더 몰입하고 감동을 받거든요." 비양도 탐조대회에 참가했던 한 학생은 새에 꽂혀 다니는 중학교에서 탐조 동아리를 만들었다. 7년 전 저어새 수호대를 하던 친구가 생명과학을 전공하는 대학생이 되기도 했다. 새가 한 아이의 인생을 바꿔놓은 셈이다.
현재 물새알은 10월 강화도 주문도에서 여는 '바다부터 우주까지 자연을 온몸으로 느끼는 주문도 생태과학캠프'를 준비하느라 바쁘다. 벌써 3년째 열고 있는 생태과학캠프다. 참가 모집 1분 만에 마감이 됐단다. 그만큼 생태환경교육에 관심을 갖는 이들이 늘었다. 이 관심이 계속 퍼져나가길 바라면서 물새알은 새로운 사업도 계속 구상 중이다.
"어촌계와 함께 인천공항 환승객 프로그램을 해볼까 의논하고 있습니다. 인천공항에서 6시간 이상 머무는 환승객들을 위해 남대문, 명동 같은 명소 탐방을 하고 있거든요. 거기에 저어새 선상탐조나 강화도 탐조여행을 넣으면 어떨까 하고요."
알래스카에 가서 북극곰과 함께 생의 마지막 여정을 보내고 싶다는 여상경 대표에게선 끝보다 새로운 시작에 어울리는 이야기들이 흘러나왔다. 병들고 있는 지구 생태계가 우리한테 주문하고 있는 것도 이런 희망의 목소리인지도 모르겠다. 인터뷰를 마치며 그에게 생태환경을 위해 할 수 있는 활동의 추천을 부탁했다.
"활동은 모르겠고 관심은 가지면 좋겠어요. 새나 식물, 자연을 보는 걸 귀찮아하지 않고 관심을 가지는 거요. 그리고 한 달에 한 번이라도 관광지 말고 야생이 있는 데로 나가보면 좋겠습니다."
▲ 일본 어린이들이 일부 그려서 보내온 그림을 완성하고 기념사진을 찍은 어린이 저어새 수호대.
ⓒ 신정임
[필자 소개] 신정임: 이야기의 힘을 믿는 기록자. 평범한 이들의 숨어있는 보석 같은 이야기를 캐내는 데 희열을 느낍니다. 책 <우리 같이 노조 해요> <우리들의 드라마> <이태원으로 연결합니다> 등을 함께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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