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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TSMC가 2나노미터(㎚) 제품을 양산하기 위해 지은 남부 가오슝 공장.

면적은 축구장 46개에 달하는 79만㎡에 투자액은 1조5000억대만달러(약 67조원)에 달한다. 이곳에서는 각국 정보기술(IT) 기업들이 주문한 미세공정 반도체가 올해 하반기부터 양산된다.
자유시보 등 대만 언론에 따르면 해당 공정의 수율은 60% 수준에 도달했다. 4분기 양산이 본격화될 경우 수율은 크게 높아질 전망이다. 7000여 개의 첨단기술 일자리와 2만여 개의 건설 일자리가 창출된 것도 대만 경제에 큰 보탬이 됐다.
대만 반도체 산업은 올해도 막대 상여금 400% 한 투자를 단행하며 ‘성장 액셀’을 밟고 있다. 30일 국제반도체장비재료협회(SEMI)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7월까지 대만의 반도체 장비 구매액은 약 170억달러로 지난해에 비해 130% 증가했다. 한국의 장비 투자 규모인 150억달러를 앞질렀다. 올해 상반기만 따져봐도 한국의 반도체 장비 구매액은 136억달러로 대만의 158억달러에 못 미쳤다.
삼성카드 연체반도체는 대표적인 장치 산업이다. 연구개발(R&D) 등 다른 투자도 중요하지만 설비투자 비중이 더 크다.
투자의 방향을 살펴보면 대만 반도체 생태계의 특징이 더욱 두드러진다는 분석이다.
SEMI는 대만의 장비 투자가 ‘최첨단 로직·메모리 반도체’와 ‘첨단 패키징 기술’ 분야에서 두드러졌다고 설명했다.
원금균등분활 엔비디아･AMD 등 빅테크로 납품하는 최첨단 로직 공정과, 인공지능(AI) 칩을 위한 첨단 패키징 장비 등에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는 것이다.
대만이 생산하는 최첨단 칩은 단가도 높고, 공급망 내에서 영향력도 크다. 한국 역시 AI 대응에 반드시 필요한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에서 약진하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부가가치는 낮다는 상여금 성과금 평가다. 한국 반도체 산업은 불황기에 큰 적자를 감내해왔다는 한계도 뚜렷하다.



대만 가오슝에 위치한 TSMC 공장. [로이터 = 연합뉴스]



대만은 집적회로(IC) 설계에서 시작해 제조, 패키징, 기금대출금리인하 테스트 등 전체 공정을 묶어 반도체 산업을 성장시켰다는 특징도 있다.

두 국가의 반도체 산업 전략에서는 정부 규제나 지원 환경의 차이도 드러난다. 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인력 확보를 위해선 반도체 팹이나 연구시설을 결국 수도권에 건설해야 하는데 이에 대한 규제가 너무 심하다”면서 “투자를 늘리기 위해서는 환경 규제와 전력 문제가 반드시 해결돼야 한다”고 말했다.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전무는 “국내 투자를 늘리기 위해서는 보조금, 세액공제 같은 지원이 필요하다”며 “특히 소재·부품·장비(소부장) 업체에 대한 인센티브 제공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최근 두드러지는 규제는 인력 운용에 대한 것이다.
한국에서는 반도체 기업들이 원하는 만큼 일할 수 없도록 족쇄가 채워져 있다.
반도체 산업 R&D 종사자에 한해 주 52시간 근로제의 예외를 허용하는 ‘반도체 특별법’은 끝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반면 대만은 2017년에 이미 반도체 관련 기업 등은 ‘주 40시간 근무’ 예외를 적용하는 근로법을 제정했다.
TSMC는 과거 R&D를 24시간 3교대로 진행하는 ‘나이트호크 프로젝트’로 삼성전자 파운드리의 추격을 따돌린 적도 있다.


ADB 올해 성장률 전망 … 대만 5.1% vs 한국 0.8%






이 같은 국가 차원의 전략 차이는 이제 경제성장률 차이로 이어지고 있다. 30일 아시아개발은행(ADB)은 대만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4월 전망(3.3%)에서 1.8%포인트 높인 5.1%로 수정했다.

이는 대만 중앙은행이 일주일 전에 발표한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4.55%)보다 높은 수치다. 밖에서 대만 경제의 성장세를 더 좋게 보고 있다는 얘기다.
ADB는 소비가 얼어붙은 상황에서도 민간투자와 수출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며 대만 경제가 성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대만의 올해 상반기 성장률은 6.8%에 달했는데 순수출(수출-수입)이 성장률에 기여한 정도가 3.2%를 차지했다.
미국의 관세 인상이 시행되기 전에 물량을 미리 출하하는 전략이 통했기 때문이다. 수출이 증가하면서 덩달아 민간투자도 늘었다.
반면 ADB가 예측한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0.8%에 그친다. 대만 경제성장률 전망치의 6분의 1 수준이다.
한국의 올해 1~8월 수출액 증가율은 전년 동기 대비 0.9%에 그쳤다. 15대 수출 품목 가운데 반도체·자동차·바이오헬스 등 6개 품목은 증가했지만 철강·석유제품·석유화학 등 기존 주력 제품의 수출이 일제히 감소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양국의 성장률 격차를 반영해 올해 기준으로 1인당 국내총생산(GDP)에서 대만이 한국을 22년 만에 추월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대만의 올해 1인당 GDP 추정치(3만8066달러)는 한국(3만7430달러)을 앞서고 있다. 이같은 추세라면 1인당 GDP 4만달러 역시 대만이 먼저 달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전날 미래전략포럼에 참석해 “우리 경제는 외환위기·금융위기·코로나 같은 충격기에만 아니라 평상시에도 -0.2% 수준의 역성장을 기록하는 등 구조적 저성장에 빠져 있다”며 “대만이 4% 넘게 성장하는 상황을 감안하면 보통 문제가 아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