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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소성을 찾아 나서는 컬렉터들이 많아지고 있다. 그렇다면 컬렉팅(Collecting)이란 무엇일까. 사전적 의미로는 ‘체계적으로 물건을 모으는 행위’지만 이 설명은 지나치게 건조하고 밋밋하다.

컬렉팅은 단순히 물건을 모아 쌓아두는 일이 아니다. 수집가들이 직접 선택하고 사람들의 손끝이 닿은 오브제 하나하나에는 다양한 기억과 시간, 정체성이 스며들어 있다. 컬렉팅은 그들과 시간을 초월해서 대화를 나누는 행위다. 많은 물건이 빠르게 소비되고 스쳐 지나가는 요즘, 시대솔고바이오 주식
를 초월한 물리적 연결감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은 얼마나 근사한 일인가. 촉감으로 다가오는 물건들은 당신만의 신화이며, 개인의 문화적 유산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본능에서 문화적 연금술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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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수아 자비에 라란(François-Xavier Lalanne)의 '코뿔소 술장(Grand Rhinocrétaire II)'. 2025년 소더비 뉴욕 경매에서 1640만 달러에 낙찰됨./출처=소더비



수집은 인간의 DNA에 각인된 본능이다. 신석기 시대의 인터넷황금성
토기에서 디지털 지갑 속 크립토펑크에 이르기까지, 우리는 늘 무언가를 모아왔다. 진화생물학자들은 이 습성을 생존 본능과 연결 짓는다. 실제로 지금까지 자원을 모아 관리해온 인류가 살아남았다. 보울스와 최(Bowles and Choi)의 연구에 따르면, 사유재산의 개념은 농업의 시작과 함께 등장했다. 생존을 위해 자원을 모으던 습성은 점차 문화적 행위로, 더야마토릴
나아가 예술로 진화했다. '필요'에서 출발한 행위가 물건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는 일종의 '연금술'이 된 것이다.

오늘날의 컬렉터들은 어떨까. 2023년 아트 바젤과 UBS가 고액자산가 컬렉터 2828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 따르면, 수집 동기를 '투자’라고 답한 비율은 28%에 불과했다. 더 많은 이들이 중요하다소자본주식투자
고 응답한 동기는 따로 있다. 바로 '정체성의 확장'이다. 응답자의 37%는 수집이 자신과 분리할 수 없는 정체성의 일부라 답했다. 컬렉팅은 곧 큐레이션 된 자아인 셈이다.
또 다른 14%는 같은 열정을 지닌 이들과의 커뮤니티에서 가치를 느낀다고 강조했다. 인간의 불완전한 천재성에 대한 경외로 묶인, 시간을 초월한 연결이 컬렉팅의 본질이라 할 수 있다.

모든 위대한 컬렉션 뒤에는 더 깊은 이야기가 숨겨져 있다. 그 안에는 컬렉터 개인의 신화, 수집품이 건네는 침묵의 언어, 그리고 보물을 쫓는 본능에서 오는 짜릿한 감각이 자리한다.
 

열정과 절제로 완성되는 컬렉션
완성도 높은 컬렉션을 만든다는 것은 단순한 쇼핑의 의미가 아니다. 그건 집요함과 안목으로 자기만의 세계를 구축해 나가는 '마스터 클래스'다. 노련한 수집가는 쉽게 지갑을 열지 않는다. 그들은 토끼굴 깊숙이 들어갔다가 학자의 눈으로 돌아온다. 그들에겐 평범한 것들 속에 숨은 걸작을 알아보도록 훈련된 감각이 있다.

첫 수집품은 손바닥에 땀이 차고, 가격표를 보기도 전에 직감적으로 끌리는 ‘그 무언가’여야 한다. 직감과 열정이 번개처럼 번쩍이는 강렬한 첫 만남이다.



매우 희귀한 중국 송나라 북송(北宋)시대 '루 관요(官窯)' 붓 세척 자기. 2017년 소더비 홍콩 경매에서 3770만 달러에 낙찰됨./출처=소더비


하지만 진짜 실력은 ‘절제’에서 나온다. 송나라 도자기의 고요한 아름다움이든, 20세기 디자인의 대담한 에너지에 끌리든, 컬렉션에는 자신만의 분명한 기준이 있어야 한다. 빈틈없는 원칙이 곧 컬렉션의 목소리를 만든다. 최신 알고리즘의 추천 따위는 잊어도 좋다. 진짜 마법은 자정 무렵 흐릿한 사진 한 장을 문자로 보내오는 올드스쿨 딜러나, 혹은 같은 언어를 쓰는 동료 수집가와의 교감 속에서 조용히 일어난다.

아름다움을 맹렬히 추구하되, 그 역사는 냉철하게 파헤쳐야 한다. ‘운명의 작품’과 눈이 마주치는 가슴 뛰는 순간은 그저 시작일 뿐이다. 이제 스스로 탐정이 돼 작품의 과거를 좇아야 한다. 어디서 왔는가. 누구의 손을 거쳤는가. 그 표면 아래에 숨겨진 비밀은 무엇인가. 위조와 윤리적 회색지대가 뒤엉킨 이 시대에, 가장 중요한 능력은 단순히 멋진 취향이 아니라 집요한 호기심이다.
 

수집가의 초상, 시대를 잇는 소명

컬렉팅은 세계를 바라보는 시선이자 자신을 표현하는 방식이다. 그렇다면 당신은 어떤 컬렉터인가. 박물관 큐레이터도 감탄할 만큼 완벽한 블루칩 작품만을 추구하는 ‘완벽주의자’인가. 아니면 오래된 엽서나 낡은 콘서트 티켓의 모서리에서 기억과 가치를 찾아내는 ‘추억 수호자’인가. 세상이 주목하기 전 이미 천재성을 알아보는 예언자, 혹은 학자이자 도박가의 면모를 지닌 유형도 있다.

그리고 ‘문화 수호자’도 있다. 자신의 컬렉션이 미래 박물관의 한쪽 날개가 될 것임을 아는 조용한 후원자다. 어떤 유형이든, 각 컬렉션은 자신의 이야기를 한 문장씩 써 내려가는 과정이다. 그러니 신중히 선택하자. 세상은 당신의 선택을 기록하고 있다.
진지한 컬렉터라면 누구나 언젠가 수집의 즐거움과 책임이 맞닿는 순간을 마주한다. 이는 단순히 작품의 프로비넌스(소유 이력)를 통해 작품 출처에 기록되는 것을 넘어, 문화 보존의 역할과 시장에서의 소비라는 두 축 사이에서 균형을 찾는 과정에 진정한 가치가 있다는 것을 아는 것이다.

박물관이 예산의 한계로 모든 것을 감당하지 못할 때, 현명한 수집가들은 문화의 감식가로서 한발 앞서 나간다. 그들은 단순히 아름다운 물건을 소유하는 데 그치지 않고, 후세에 남겨야 할 가치가 무엇인지 판단한다. 박물관이 채우지 못하는 빈틈을 메우며 예술과 역사의 연결고리가 되는 것이 현대 컬렉터의 사명이다.
 

디지털 시대의 컬렉팅
수집의 열정은 곧 소유욕으로 연결될까. 대중문화에서 수집가를 괴짜로 그리는 경우가 있지만, 현실은 조금 더 미묘하다. 2023년 아트 바젤과 UBS의 조사에서 수집욕이 강박 수준에 이르는 사람은 14%에 불과했다. 대다수에게 수집은 연결감, 유산, 그리고 가상 세계 속 실체적인 자아에 대한 갈망 같은 더 깊은 욕구와 관련이 있다.

디지털 시대는 수집가의 고독한 취미를 전 세계가 함께하는 협업의 장으로 바꿔놓았다. 한때 경매장 복도에서 속삭이던 이야기들이 이제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전 세계로 퍼져나간다. 21세기형 ‘분더캄머’에서 감정가들이 진위를 판별하고, 크라우드 펀딩을 하며, 전문가의 안목과 정보가 다수의 참여자에게 공유된다. 수집가의 길로 접어드는 진입 장벽은 유례없이 낮아졌으며, 수집의 문은 이제 활짝 열려 있다. 다만 정보의 소음 속에서 ‘진짜’를 가려내는 안목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디지털 아티스트 '비플(Beeple)'의 NFT 작품 '매일: 첫 5000일(Everydays: The First 5000 Days). 2021년 크리스티 경매에서 6930만 달러에 낙찰됐으며 순수 디지털 아트 작품으로는 최초로 경매에 나온 사례로 기록됨./출처=크리스티




대담함과 겸손함이 만들어내는 가치
무언가를 찾아 나서는 기쁨만큼 짜릿한 것은 없다. 오랜 탐구와 날카로운 직감이 하나가 돼 작품을 발견하는 순간, 지적 성취감과 가슴 뛰는 쾌감이 동시에 밀려온다. 세상이 평범함에 머물러 있을 때, 수집가들은 자신만의 특별한 '성소'를 만든다. 그곳에서 오브제는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영혼을 위로하는 존재로서 매 순간 경이로움을 선사한다. 그리고 그 아드레날린 뒤에는 소유자로서 느끼는 조용한 자부심이 있다.

진정한 수집의 묘미는 역설적으로 ‘대담함’과 ‘겸손함’ 사이에 있다. 위대한 컬렉션은 정복자의 과감한 기세로 완성되지만, 가장 위대한 수집가는 임시 수호자의 마음으로 그것을 조용히 품는다. 대담한 비전으로 왕국을 세우되, 왕관은 가볍게 써야 한다. 우리는 작품의 긴 역사에서 잠시 함께하는 관리자이자 보호자일 뿐임을 기억해야 한다. 진정한 수집가의 증표는 소유에 대한 과시가 아니라 언젠가 그 횃불을 다음 세대에 넘겨줄 때의 조용한 품위에서 찾을 수 있다. 컬렉팅의 예술은 소유가 아닌, 놓아줄 시점을 아는 데서 비로소 완성되는 것이다.
많은 것이 쉽게 버려지는 세상에서, 수집은 하나의 저항이다. 우리보다 오래 살아남을 물건을 골라내 ‘나’를 조각하는 행위다. 다음에 누군가의 컬렉션을 마주할 때는 그 물건 너머에 담긴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보자. 어쩌면 아직 쓰이지 않은 당신의 이야기가 거기 있을지도 모른다. 결국 우리는 컬렉션을 진정으로 소유하지 못한다. 잠시 그 곁을 지키며, 그 순간의 역할을 통해 삶의 의미를 발견할 뿐이다. 이제 당신만의 방식으로 아름다운 순간을, 그 이야기들을 모아가길 바란다.
패트릭 체 오럭스볼트 공동대표 ptse@auruxvault.c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