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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퀸(가운데)은 르네 몬타야 형사, 헌트리스, 카산드라, 블랙 카나리(왼쪽부터)와 함께 ‘버즈 오브 프레이’라는 이름의 자경단을 만들어 악당을 물리친다. 네이버 영화 갈무리


앙금 없는 찐빵, 단무지 없는 짜장면을 떠올려보라. 그 절대적인 불완전함에 스트레스가 밀려온다. 조커와 할리퀸의 관계도 이와 비슷하다. 조커는 디시(DC)코믹스에서 내로라하는 인기 캐릭터로 그의 여자친구인 할리퀸은 조커와 함께일 때 비로소 완전해진다.
배트맨이 주인공인 애니메이션 시리즈 ‘배트맨: 디 애니메이티드 시리즈’에서 조커의 이름 없는 여자 조수로 처음 등장했던 할리퀸을 솔로 무비의 주인공으로 끌어올린 건 배우 마고 로비다. 죄수들로 특공대를 만들어 고 신한은행변동금리 담시에 침입한 악당을 물리치는 내용의 영화 ‘수어사이드 스쿼드’에서 할리퀸은 최고의 캐릭터로 활약했고 마고 로비도 스타덤에 올랐다. ‘버즈 오브 프레이’는 이 엄청난 인기의 여파로 제작된 할리퀸 주연의 스핀오프다.
‘격투+애크러배틱’ 액션의 교과서적 예시
‘버즈 오브 프레이’는 할리퀸과 조커가 헤어지면서 시작된다. 혼자가 소비자금융권 된 할리퀸은 자신이 조커에게 속박당한 동시에 보호받았음을 깨닫는다. 조커가 사라지자 그동안 저질렀던 악행의 피해자들이 복수하러 찾아오고 ‘조커의 여자는 건들지 말라’는 암묵적인 룰이 깨지면서 악당들이 위협을 가한다. 그중에서도 고담시 최고 악당인 로만이 할리퀸을 협박하며 카산드라(소매치기인 그는 로만이 노리던 다이아몬드를 훔쳤다)를 잡아 오라고 강요하고, 학자금대출조건 할리퀸은 그에 대항하고자 소외된 여성들과 힘을 합친다.
할리퀸은 어떻게 관객을 단숨에 사로잡았을까? 그의 최대 매력은 예측 불허의 돌발 행동, 겁 없이 지르고 보는 대범함, 확고한 개성이다. 액션도 이러한 캐릭터에 부합하듯 현란하고 독특하다. 그가 선보이는 액션의 핵심 요소는 곡예, 즉 애크러배틱으로 발차기를 할 때도 공중에서 한 바퀴 사금융연체전화 회전하면서 추진력을 더한다.
정신과 의사였던 그가 이처럼 유연하고 힘차게 움직일 수 있는 까닭은 대학 때까지 체조 선수였던 전력이 있어서다. 더불어 애초에 할리퀸(Harlequin, 어릿광대)이라면 신묘한 장기를 끊임없이 보여줘야 할 운명을 타고나지 않았을까. ‘버즈 오브 프레이’의 액션이 부실하다는 혹평도 있지만 그의 애크러배틱한 액션은 은행정부대출 캐릭터와 완벽하게 어울리고 그 안에 숨겨진 볼거리도 다양하다.
새가 날아오르는 듯한 할리퀸의 움직임은 격투에 애크러배틱을 접목하는 ‘액션’의 교과서적인 예시를 보는 것 같다. 영화에서 가장 호평받은 시퀀스인 고담 경찰서에서의 격투가 특히 그렇다. 로만의 협박으로 카산드라를 잡으러 간 할리퀸은 혼자서 다수의 남성과 싸우는데 저공 슬라이드에서 하이킥으로 이어지는 발차기에 할리퀸표 액션의 진수를 담았다.
몸을 공중에 띄워 높낮이를 달리해 공격함으로써 상대방이 방어하기 어렵게 하고 적의 대열을 교란한다. 공격한 뒤 방어를 위해 거리를 재설정하는 움직임도 매우 민첩하다. 상대를 힘으로 압도하는 게 아니라 빠른 반응과 반격으로 마치 놀이하듯 재치 있게 움직이며 불리한 상황에서도 대담하게 싸운다.







영화 ‘버즈 오브 프레이’에서 할리퀸이 선보인 애크러배틱을 직접 배우는 모습을 담은 영상 (영상 주소 : 
스케이트와 배트, 최애 무기인 이유
여기에 할리퀸이 애용하는 무기가 움직임을 더 돋보이게 한다. 영화 초반에 할리퀸은 스케이트장에서 상대 선수들을 밀치며 난장판을 만드는데 후반부에 스케이트가 다시 등장한다. 자동차를 추격하는 장면에서 스케이트를 신고 번호판 앞에 앉은 자세로 웅크렸다가 백핸드 동작으로 점프하며 자동차 지붕 위에 올라타는 동작은 가히 이 영화 최고 장면이라 해도 손색없다.
할리퀸은 ‘수어사이드 스쿼드’에서부터 배트를 무기로 쓰는데 여기에도 이유가 있다. 공중에서 낙하하거나 회전하면서 얻은 추진력으로 배트를 휘두르면 위력이 배가된다. 마지막 격전의 배경이 놀이공원이라는 설정도 만화적이고 알록달록한 구조물들이 점프대 역할을 해내며 화려한 액션을 받쳐주는 데 제격이다.
애크러배틱에 호기심이 있지만 주저하던 나는 ‘버즈 오브 프레이’의 액션을 돌려 보다가 이번에야말로 용기를 내 수업을 들었다. 가장 기초적인 기술인 옆돌기와 백핸드를 어설프게 따라 했는데 수업 내내 드는 생각은 ‘무섭다’였다. 원래도 겁이 많은데 쉬지 않고 허공에 몸을 던지자니(매트와 보조 기구가 있어 안전한 환경이다) 90분이 서너 시간처럼 길게 느껴졌다.
사실 모든 스포츠는 두려움을 극복하는 게 급선무다. 전설의 타율을 자랑하는 타자들도 날아오는 야구공에 맞을까봐 타석에 설 때마다 두렵다고 고백한다. 그런 면에서 할리퀸이 애크러배틱에 능한 건 대범하고 예측 불허한 성격 때문일지도 모른다. ‘버즈 오브 프레이’에서 극대화된 애크러배틱 액션은 그 자체로 해방의 물리학이라고 볼 수 있다.
무엇보다 할리퀸은 이 영화에서 조커의 연인이던 ‘수어사이드 스쿼드’의 할리퀸보다 훨씬 자연스럽다. 저걸 입고 싸울 수 있을까 싶은 쇼트 팬츠는 여전하지만 여성 감독의 연출로 ‘메일 게이즈’(시각예술과 문학, 특히 영화와 사진 등에서 여성과 세계를 남성, 특히 이성애적 남성의 시선으로 묘사하는 것)를 걷어냈다. 그는 도발적이고 병적인 여자가 아닌 한 인간으로서 관객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기 시작한다.
소외된 여성들과 뭉쳐 자경단 조직
해방된 여성들과 악당을 물리친 할리퀸은 카산드라를 제자로 삼고 ‘버즈 오브 프레이’라는 이름의 자경단을 만든다. 그래서 이 영화의 부제 ‘할리퀸의 황홀한 해방’에서 ‘해방’은 우리가 흔히 아는 단어인 ‘Liberation’이 아니라, ‘Emancipation’이다. 더욱 공식적이고 제도적인 언어로 남성 권력과의 단절을 선언한 셈이다. 새장을 박차고 나와 힘차게 날갯짓하는 새처럼 말이다.
양민영 주짓떼라·‘운동하는 여자’ 저자
*액션 읽는 여자: 여성 주연 영화를 보며 여성의 시선으로 ‘싸우는 몸’을 발견하는 시간. 여성의 몸을 향한 협소한 시선을 확장하는 칼럼. 4주마다 연재.
자기방어 기술 - 애크러배틱의 활용
격투기 종목에서 애크러배틱은 어떤 식으로 활용될까? 브라질의 아프리카 출신 노예들이 만든 카포에이라(Capoeira)는 무술이 아니라 곡예 혹은 춤처럼 보인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노예는 격투기를 훈련할 수 없어서 감시의 눈을 피해 춤으로 위장해야 했다. 카포에이라는 전통춤처럼 보이는 발차기로 공격하고 리듬을 이용해 상대를 속이는 독특한 무술이다.
태권도도 애크러배틱한 성격이 강하다. 높이 뛰고 회전하며 추진력을 더하는 발차기 동작이 많은데 화려한 발차기의 목적은 상대편 기수를 말에서 떨어트리는 것이다. 애크러배틱 체육관에 갔을 때 태권도를 전공하는 학생들이 있었다.
마셜아츠 트리킹(Martial arts tricking)은 가라테, 우슈 등의 동양 무술과 서양의 무용, 브레이크댄스 등의 동작을 결합한 스포츠로 실전보다 화려한 퍼포먼스가 목적이다. 트리킹 선수들의 움직임에서 인간이 맨몸으로 표현할 수 있는 화려함의 끝을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