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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9월 서울 강남구 역삼동 한 위스키바.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서 알게 된 남성 A(38) 씨와 여성 B(31) 씨가 술자리를 가졌다. 네 번째 만남이었다. A씨는 B씨에게 호감을 느꼈다. 그간 고민 상담도 많이 했고, B씨도 자신에게 귓속말을 하거나 어깨를 툭툭 치며 즐겁게 대화했다.
    A씨는 B씨도 자신에게 호감을 느낀다고 생각했다. 만취한 상태에서 B씨의 머리카락과 어깨·등·허리를 반복해 만졌다. 하지만 B씨의 생각은 A씨와 달랐다. B씨는 “A씨가 자야마토2 릴게임
    신을 성추행했다”며 고소했다.
    국내 대표 대기업에 재직 중인 A씨가 성범죄자로 몰린 순간이었다. A씨는 “강제성이 없었다”며 무죄를 주장했다. 이 사건은 본인의 신청에 따라 최근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됐다. 배심원들의 판단은 어떻게 나왔을까.
    네 번째 만남…2차 위스키바에서 스킨십
    양측이 공통적으로 인정한기륭전자 주식
    사실관계를 정리하면 A씨와 B씨는 지난해 7월 ‘동네 친구’를 구하는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서 알게 됐다. 둘은 지역 단체 모임에서 세 차례 만나며 친해졌다. 개인적으로 메시지를 주고받게 됐다. 약 2개월간 회사생활에 대한 어려움, 이직에 관한 고민 상담 등을 나눴다.
    지난해 9월 A씨는 B씨에게 “저녁에 약속 없으면 같이 먹을까”라고 메파칭코
    시지를 보냈다. B씨는 “그래”라고 답했다. 둘은 오후 7~9시 사이 한 삼겹살집에서 소주 4병을 나눠마셨다. A씨는 B씨의 손을 잡으며 위로했다. “트럼프는 70살에 대통령이 됐다”며 “다 정해진 때가 있으니 힘들어하지말라”고 조언했다.
    둘은 오후 9~10시 사이 2차 장소를 방문했다. ‘ㄷ’자 형태의 위스키바였다. 둘은 위스키 1병을 이라이콤 주식
    나눠마셨다. CCTV에 A씨가 B씨의 머리카락과 어깨·등·허리를 만지는 모습이 열두 차례 찍혔다. 이때 B씨는 같은 모임에서 알게 된 친구 C씨에게 위스키바 주소 링크와 “나 딸꾹질 해”라고 메시지를 보냈다.
    B씨는 C씨에게 자신을 데리러 와 달라고 했다. C씨가 오는 동안 둘은 A씨 회사의 고층 식당가로 이동했다. B씨는 친구에게 “살려일진홀딩스 주식
    줘” “이 오빠 이상해”라고 메시지를 보냈다. 오후 11시께 C씨가 도착했다. A씨도 모임에서 만나 알고 있는 남자 동생이었다. A씨는 C씨가 자신을 집에 보내려고 하자 격분해 뺨을 때렸다. B씨와 C씨는 억지로 A씨를 택시에 태워보냈다. 이후 B씨는 A씨를 고소했다.
    검찰은 A씨를 강제추행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이 죄는 폭행·협박을 동원하거나 예상치 못한 상태의 기습적인 추행을 했을 때 성립한다. 처벌 수위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의 벌금이다.
    A씨 측은 “위스키바에서 신체 접촉을 한 것은 맞지만 강제성이 없었다”며 무죄를 주장했다. 크게 세 가지 근거를 제시했다. ▷서로 호감이 있었고 ▷사건 당일 오히려 B씨도 A씨에게 귓속말을 하는 등 신체적 접촉을 했으며 ▷B씨가 언제든지 집에 갈 수 있었는데 1~3차까지 자리를 함께 했다는 것이다.
    A씨의 변호인은 “당시 서로 호감을 느끼고 있었다”며 “30대 결혼적령기 남녀의 오해를 형사처벌 대상으로 삼는 것엔 문제점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당시 피해자가 A씨의 신체적 접촉을 성적 혐오감 또는 추행으로 느꼈는지 합리적인 의심이 든다”고 밝혔다. A씨는 검사의 질문에 다음과 같이 답했다. 다음은 검사와 A씨 간 일문일답.
    검사 “피해자한테 사귀자고 한 적이 있나요?”
    A씨 “그런 적은 없습니다. 다만 이날 대화하면서 간접적으로 마음을 표현했습니다.”
    검사 “어떻게요? 피해자도 피고인(A씨)에게 호감을 표시했나요?”
    A씨 “위스키바에서 대화하던 중 ‘오늘 너랑 단둘이 만나서 너무 기쁘고 즐겁다’고 이야기했습니다. B씨도 긍정적인 답변을 했습니다. ‘저도 오빠랑 있어서 좋다’라고 했습니다.”
    검사 “아까 위스키바에서 찍힌 CCTV 보셨죠. 피고인은 사귀지도 않는 사이에서 어깨와 등을 만지면서 신체적 접촉을 하는 것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나요?”
    A씨 “1차 삼겹살집에서 서로 손을 마주 잡은 사실이 있습니다. B씨도 마음이 열리고 있다고 느꼈습니다. 2차 자리에서 한 신체적 접촉은 서로 호감이 싹튼 관계에서 용인이 가능한 수준이라고 생각합니다.”
    변호인은 “서로 호감이 있었다”는 A씨의 진술을 뒷받침하는 질문을 했다. A씨도 긍정적으로 답했다. B씨와 가까워지게 된 경위를 묻는 변호인의 질문에 A씨는 “단체 모임 때 조금 일찍 도착해서 20분 정도 단둘이 대화한 적이 있다. 이때 B씨가 이직에 관한 고민을 털어놨다”고 답했다. 이어 “이후 개인메시지로 입사 지원 링크도 보내주면서 친해졌다. 사건 당일도 피해자가 이직 문제로 힘들어 보여서 위로를 해주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A씨 측은 “CCTV에 따르면 오히려 피해자도 A씨에게 스킨십을 하거나 손을 잡았다”며 “당시 A씨의 신체 접촉에 피해자가 별다른 거부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A씨의 변호인은 “당시 A씨와 B씨는 ㄷ자형 위스키바에서 바텐더, 다른 손님들과 함께 있었다”며 “공개된 장소라 성추행이 이뤄지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이어 “바 좌석에 앉은 B씨가 A씨 쪽으로 몸을 틀어서 앉고, 수차례 A씨의 어깨를 툭툭 치며 웃으며 대화하는 장면이 CCTV에 찍혔다”고 했다.
    그러면서 “B씨도 A씨에게 술을 직접 따라줬다”며 “얼음을 따른 뒤 건배를 제안하는 장면까지 녹화됐다. B씨가 당시 A씨의 신체적 접촉을 추행으로 느꼈는지 의문”이라고 강조했다.
    A씨 본인도 직접 해명에 나섰다. 그는 피고인 신문에서 ‘신체적 접촉 이후 분위기가 냉랭했냐’는 질문에 “그렇지 않았다”고 했다. B씨가 귓속말을 하게 된 이유에 대해서는 “당시 모임 멤버들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했다”며 “당시 B씨가 한 멤버에 대해 뒷담화할 때 귓속말을 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A씨 측은 “당시 피해자가 언제든지 집에 갈 수 있었다”며 “그런데도 술자리가 1~3차까지 이어진 것은 성추행이 없었다는 정황 증거”라고 주장했다.
    A씨의 변호인은 “2차 술자리 이후 회사 건물 고층 식당가 소파에 함께 앉아있었던 건 B씨도 부인하지 않고 있다”며 “성추행 피해를 당한 뒤 굳이 단둘이서 조용한 곳으로 갈 이유가 없다”고 했다.
    변호인은 “B씨는 언제든지 집에 갈 수 있었다”며 “1~3차 내내 자유롭게 다른 남성과 연락하며 위치를 공유했고, 중간에 화장실도 다녀왔다”고 했다. 그러면서 “A씨가 직장상사 등 사회적 영향력이 있는 사람도 아니었는데 자리를 회피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검사는 A씨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크게 세 가지 이유에서 혐의가 유죄로 인정된다고 주장했다. B씨가 ▷호감을 느끼지 않았고 ▷“살려줘”라는 메시지를 보냈다는 것, 그리고 ▷친밀한 사람이 만졌다고 자리를 벗어나는 것은 쉽지 않다는 것을 근거로 들었다.
    검사는 “당시 B씨가 A씨에게 호감을 느끼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날 B씨를 증인으로 불렀다. 단, 피해자 B씨에 대한 증인신문은 성범죄 특성상 2차피해 방지를 위해 비공개로 진행됐다. 피고인 A씨 역시 법정을 빠져나와 별도로 마련된 공간에서 화상 장치를 이용해 증인신문을 들었다.
    검사는 당시 B씨를 데리러 온 C씨도 증인으로 불렀다. 공개 재판이었다. 검사는 질문했다.
    검사 “증인은 A씨와 B씨를 같은 모임에서 만나서 둘 다 알죠? 혹시 둘이 사귀려는 분위기가 있었나요?”
    C씨 “전혀 없었습니다.”
    검사 “‘썸’이라든지, 혹시 특별한 분위기를 느낀 적은 있나요?”
    C씨 “전혀 없었습니다.”
    검사 “A씨가 택시를 탄 뒤 B씨와 무슨 대화를 했나요?”
    C씨 “일단 B씨가 계속 울고 있었습니다. 진정을 시켰지만 B씨도 만취한 상태라 횡설수설했습니다.”
    이때 A씨는 옆에 앉은 변호인을 보면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증인에 대한 검사의 신문이 이어지는 동안 A씨는 종종 한숨을 쉬거나, 주먹으로 머리를 짚었다.
    검사는 2차 위스키바에서 B씨가 C씨에게 “살려줘” 등의 문자메시지를 보낸 것이 성추행 피해를 당했다는 증거라고 제시했다. 이어 증인에게 질문을 이어갔다.
    검사 “B씨에게 ‘살려달라’는 메시지를 봤을 때 어떤 느낌을 받았나요?”
    C씨 “처음엔 그냥 많이 취해서 ‘도와달라’는 것으로 이해했습니다. ‘A씨가 술을 많이 먹이나?’ ‘아니면 너무 힘들어서 그런가?’ 정확한 파악은 못 했습니다. 그런데 계속 전화·카톡이 오니까 이상했습니다.”
    검사 “뭐가 이상했나요?”
    C씨 “제 생각엔 추행이 있거나, 스킨십이 있거나 그런 상황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제 눈으로 보자는 생각에 B씨를 데리러 갔습니다.”
    이때 A씨는 입술을 꽉 깨물고 C씨를 째려봤다. A씨와 C씨는 한때 서로의 생일축하 파티에 참석할 정도로 친밀한 사이였으나 사건 이후로 거리가 멀어졌다.
    C씨가 A씨에 대해 불리한 진술을 이어가자, A씨의 변호인이 나섰다. 그는 “증인이 추행 장면을 직접 본 것은 아니지 않느냐?” “사건 당일에 B씨가 성추행 피해를 당했다고 말한 적은 없지 않느냐”고 물었다. 증인은 “그건 그렇다”며 “사건 이후 B씨에게 전해들었다”고 답했다.
    끝으로 검사는 “당시 ‘B씨가 명시적으로 거부하지 않았기 때문에 추행이 아니다’는 A씨의 주장은 타당하지 않다”며 “친밀한 관계에 있는 사람이 만졌다고 해서 당장 자리를 벗어나는 건 어렵다”고 했다.
    이어 “제가 옆에있는 여자 검사님에게 신체접촉을 한다고 해보자. 여자 검사님이 당장 법정을 벗어나지 않았다는 이유로 피해가 아니라고 할 수 있을지 고려해달라”고 덧붙였다.
    피해자 측 변호사도 검사와 같은 점을 강조했다. 피해자 측 변호사는 “사건 직후 B씨가 불쾌감을 표시하지 않았기 때문에 피해를 본 게 아니라는 주장 자체가 피해자다움을 강요하는 것”이라며 “사람·성격에 따라 사건 직후 곧바로 불쾌감을 표시할 수 없는 사람도 있음을 강조하고 싶다”고 말했다.
    재판장, 2차 피해 방지 위해 섬세하게 진행
    헌법상 재판은 공개가 원칙이지만 이날 재판은 성범죄인 만큼 2차 피해 방지가 중요했다. 이를 고려한 재판장의 섬세한 진행이 돋보였다. 재판장은 피해자 신문이 진행될 때에는 방청객들을 모두 퇴정시켰다.
    이것뿐만 아니라 CCTV 영상이 재생될 때도 피해자의 신분이 노출될 것을 우려해 기자를 포함해 모든 방청객들을 퇴정시켰다. 검사가 CCTV 캡처 화면을 제시할 때도 재판장은 “사진에 피해자 얼굴이 나오지 않느냐”며 “피해자의 얼굴이 나오지 않도록 손으로 가리면서 진행해달라”고 요청했다.
    오전 11시에 시작한 재판은 오후 5시가 넘어서야 최종 단계에 들어섰다. 검사는 최종의견을 진술하며 “피해자가 호의를 베풀었다고 해서 이성적으로 신체접촉을 허락한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검사는 “사건 당일 A씨는 삼겹살집에서 10만원, 위스키바에서 50만원 정도를 썼다”며 “피고인은 일대일로 만나서 돈과 시간을 썼으니 호의가 있었던 것이라 주장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어 “A씨의 전과가 없는 점을 고려해 벌금 300만원을 선고해달라”고 배심원과 재판부에 요청했다.
    변호인은 최후변론에서 검사의 주장을 반박했다. 변호인은 “돈을 썼다고 해서 면죄부를 달라는 게 아니다”라며 “결혼적령기 남녀의 오해를 형사처벌 대상으로 삼지 말아달라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법언을 제시했다. 18세기 영국의 유명한 법학자 월리엄 블랙스톤이 ‘100명의 범죄자를 놓치더라도 단 한 명의 억울한 사람을 만들면 안 된다’는 법언을 인용했다. 이어 “형사소송법상 유죄가 인정되려면 ‘무죄 일 수 있겠다는 합리적 의심’이 없어야 한다”며 무죄를 선고해달라고 했다.
    A씨도 최후진술을 하며 울먹였다. 그는 “이 자리에 설 때까지 제 인생에서 가장 괴로운 시간을 보냈다”며 읍소했다. 이어 “성인 남녀가 친해지는 과정에서 발생한 일을 강제추행이라고 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며 “만약 피해자가 조금이라도 불쾌감을 표현했다면 즉시 중단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A씨는 “B씨의 성적 자유를 침해하려는 의도는 전혀 없었다”며 “일방의 갑작스러운 인식 변화로 범죄자가 되는 일이 없게 해달라”고 말했다.
    배심원 7명 중 5명, 무죄 평의…무죄 선고
    재판이 끝난 뒤 배심원들은 유·무죄에 대한 평의에 들어갔다. 결과가 나올 때까진 약 2시간이 걸렸다. 오후 8시께 나온 재판 결과는 ‘무죄’ 였다. 남성 2명·여성 5명으로 구성된 배심원 7명 중 5명이 무죄 의견을 밝혔다. 나머지 배심원 2명은 유죄 의견을 밝혔다.
    재판부는 다수결에 따라 무죄를 선고했다. 서울중앙지법 제26형사부(부장 이현경)는 “피고인(A씨)이 피해자(B씨)의 신체를 반복적으로 만졌는데도 피해자가 별다른 거부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며 “오히려 피해자가 피고인에게 귓속말을 나누는 모습이 확인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피고인과 피해자가 사회적으로 영향력 있는 사이도 아니었던 점, 모임에서 만난 다른 남성에게 취했으니 데리러오라고 한 점 등을 고려하면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높게 평가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재판부는 “피고인에게 강제추행의 고의가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범죄의 증명이 없으므로 형사소송법상 무죄를 선고한다”고 판시했다.
    무죄가 선고되자, 변호인은 A씨의 어깨를 쓰다듬었다. 눈시울이 붉어진 A씨는 깊은 한숨을 쉬며 안도했다. A씨는 방청객들, 배심원들, 재판부가 퇴정할 때까지 허리 숙여 인사를 반복했다.
    A씨의 변호인인 법무법인 정률의 오반석 변호사는 선고까지 모든 재판 절차가 마무리된 뒤 헤럴드경제와 만나 “선고 결과에 굉장히 감사하다”고 소회를 밝혔다.
    이어 “강제적 상황이 전혀 없었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A씨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이 사건을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했다”며 “배심원들의 현명한 판단에 감사하다”고 덧붙였다. A씨도 본지와 인터뷰에서 “재판부와 배심원 여러분의 공정하고 현명한 판단에 감사하다”고 했다.
    늦은 시간인 오후 8시께 A씨와 변호인은 어두워진 서울중앙지법 정문 앞에서 서로를 끌어안은 뒤 헤어졌다.
    안세연 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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