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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이 쏟아지는 아름다운 폭포와 물에서 갓 나온 해녀들의 모습, 한라산 중턱의 들판에서 소와 말이 유유자적 풀을 뜯는 풍경, 보리를 타작하고 물을 뜨러 가는 제주 사람들 모습. 
20세기를 맞은 제주의 모습이 고스란히 담긴 사진엽서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신비롭고 매혹적인 명소로 소개된 제주도. 그러나 엽서에 담긴 풍경은 일제가 바라본 식민지 제주였다.
제주민속자연사박물관은 광복 80주년을 맞아 일제강점기 제국의 시선이 투영된 제주 이미지를 탈식민적 관점에서 재해석하는 '식민의 시선, 제주 풍경' 특별전을 마련했다. 
행복기금대출내년 1월 25일까지 열리는 이번 전시에서는 일본에서 평생에 걸쳐 수집한 고성일 선생의 제주도 사진엽서와 식민지 시기 제주의 원풍경을 담은 강부언 화백의 수묵화를 볼 수 있다.
사진과 사진엽서에 담긴 제주의 풍경을 통해 제국주의 일본이 어떻게 제주를 바라보고 재현했는지, 그 프레임 뒤에 숨겨진 정치·문화적 맥락을 비판적으로 조명해 서민나들목 보는 전시다. 

# 타인의 시선에 포착된 제주, 제국적 뉴미디어의 상륙




프랑스 드망즈 주교가 1911년 10월쯤 제주도 홍로(지금의 서귀포시 서홍동)에서 촬영한 사진으로 만든 사진엽서 '한국-샘터에서 물을 긷고 나르 무직자저신용대출 는 여성들'. ⓒ제주의소리





일본인 상점 '다구치상점'에서 발행한 사진엽서 '제주 명물 해녀' ⓒ제주의소리


전시 1부는 '제국적 뉴미디어의 제주 상륙'을 주제로 20세기 등장한 희망홀씨대출 새로운 문화 권력인 사진과 그 확산 과정에 담긴 의미를 소개한다. 이미지를 대량 복제하고 유통할 수 있게 된 때다.
제주민속자연사박물관은 당시 제주의 모습을 담은 사진엽서의 기능에 대해 주목했다. 
사진엽서를 통해 제주를 이국적 풍광과 토속성을 지닌 공간으로 재현하고, 일부 근대화된 풍경을 담아 식민 통치를 미화, 그 기업은행근로자대출 성과를 선전하는 시각적 매체로 활용했다는 설명이다.
전시 1부 초반부는 처음 사진기를 본 우리나라 사람들의 반응과 더불어 제주를 포착한 타자의 시선을 다룬다. 각자 다른 목적과 시선으로 제주의 삶과 문화를 관찰한 외인들이다. 
1911년 제주를 찾은 프랑스 파리외방전교회 소속 드망드 주교(한국명 안세화)는 대구대교구 초대 교구장을 맡은 시절 제주를 찾아 풍광을 사진과 일기로 남겼다. 그가 촬영한 사진 일부는 엽서로 발행됐고 1925년 바티칸 선교박람회 전시 자료로도 출품되기도 했다.
또 1914년 제주를 찾은 일본의 고고학자이자 인류학자, 민속학자인 도리이 류조는 제주 곳곳의 주민들의 신체를 측정하고 촬영했다. 이를 바탕으로 인종의 형성과 분포, 유전적 특성과 우열성 등을 밝히는 과학적 근거로 활용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이어 일본인 사진관과 민간 인쇄소를 중심으로 제작된 사진엽서들이 소개됐다. 일제강점기 제주에서 사진엽서를 발행한 곳은 '반지점(반상점)', '다구치상점', '사이고상점' 등이며 제주도청에서도 관제 사진엽서를 발행한 것으로 파악된다. 
제주도청 엽서의 경우 제3대 도사(島司)였던 마에다 젠지 재임기 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당시 제주도는 '제주도명소회엽서'라는 차별화 된 시리즈 엽서를 펴냈다. 나머지는 일본인 개인이 운영한 상점으로 명승고적, 산업, 무속, 시가 등 다양한 풍광이 담긴 엽서를 발행했다.

# 제국주의 시선 아래 연출된 제주, 수탈 현장이었던 풍광




경성동양오프셋토인쇄주식회사가 발행한 사진엽서 '조선팔경 제주도 한라산'. ⓒ제주의소리





반지점에서 발행한 사진엽서 '제주도 산지천 하구 풍경'. ⓒ제주의소리


"(전략) 풍속은 자연스러운 전통이라기보다, 제국주의 시선 아래서 기획되고 연출된 전통의 재현으로 관광과 식민지 홍보를 위한 시각적 상품으로 소비됐다." - 2부 전시 설명 중 - 
전시 2부에서는 '제국의 시선, 사진엽서에 담긴 제주'를 주제로 명소와 관광지로 거듭난 제주 곳곳의 풍광이 담긴 엽서를 볼 수 있다. 아름답고 신비로운 모습으로 일본 내국인들에게 소개된 한라산, 그러나 이 한라산은 제주인을 대상으로 한 수탈 현장이었다.
사진엽서에는 자연적 풍광뿐만 아니라 식민지 권력의 밑천이었던 제주의 다양한 산업군도 소개된다. 박물관 측은 일본이 사진엽서와 같은 시각 자료를 통해 제주의 경제성을 부각시키고 이를 이주와 개발을 독려하는 선전 도구로 삼았다고 설명했다.
사진엽서 중에는 1926년 서귀포항에 들어선 동양포경회사의 '고래공장'의 작업 모습이 눈에 띈다. 일본 포경 사업의 거점이었던 이곳에서는 제주 인근 바다에 살던 대형 참고래 337마리가 포획돼 일본으로 반출됐다.
또 전통 복장을 입은 해녀들은 '제주의 명물'로 소개되며 문화적 선전 도구로 활용됐다. 제주 풍속을 대표하는 모습으로 엽서는 물론 잡지와 신문에 자주 소개된 해녀다. 이 밖에도 테우를 이용해 자리돔을 잡는 풍경, 한라산 자락에서 펼쳐진 표고업 및 목축업, 농업이 소개된다. 
제주의 주요 역사 유적도 소개됐는데 이는 본래의 정체성과 상징성이 왜곡된 것이었다. 탈역사화는 물론 제국적 서사에 맞도록 재구성된 것이다. 특히 일본은 삼성혈과 이에 얽힌 탐라건국신화는 일본과 조선이 같은 뿌리를 가졌다는 '일선동조론'의 근거로 삼기도 했다.
삼신인의 배필을 일본에서 건너온 삼공주로 연결 지은 일제는 조선과 일본이 같은 뿌리라고 주장했다. 제주도 삼성혈 사적 엽서에는 탐라의 시조 삼신인 배우자인 삼공주가 일본에서 왔다는 내용이 담겼다. 
전시 마지막인 3부에서는 경술국치 100년을 맞아 그린 강부언 화백의 묵화가 소개된다. 식민지 권력으로 인해 옛 자취를 잃어버린 주요 풍경을 담은 작품들이 공개된다. 민족적 아픔의 시간을 마주하며, 역사와 기억 속에 살아있는 제주의 원풍경을 새롭게 환기한 작품이다.

# 고향 제주를 향한 마음, 희귀 엽서 모아온 고성일 선생




전시를 유심히 들여다보고 있는 시민의 모습. ⓒ제주의소리





제주 토인(土人)의 혼례. ⓒ제주의소리


이번 전시는 일본으로 건너가 오사카에 정착한 제주시 한림읍 옹포리 출신 고성일 선생이 수집한 엽서를 바탕으로 이뤄졌다. 그는 우연히 골동품 가게에서 일제강점기 한국의 풍광과 풍속을 담은 엽서집을 발견, 이를 계기로 엽서를 모아왔다. 
생활비까지 아껴가며 20여년 동안 엽서를 모아온 그는 고향 제주를 기록한 희귀 엽서 130여점도 모았다. 그렇게 모은 소중한 엽서는 그의 뜻에 따라 고향 제주민속자연사박물관 품으로 돌아왔다. 고단한 삶 속 고향을 잊지 않은 그의 마음이 담긴 전시다. 
다양한 시각 자료가 공개된 이번 전시에서는 당시 풍광과 생활상을 사진으로 보는 한편, 그 시선에 담긴 일제의 야욕이 담긴 시선을 확인할 수 있다. 식민지 대한민국, 제주의 모습이 식민의 시선으로 담긴 사진엽서다. 
박찬식 제주민속자연사박물관장은 "사진엽서 속 제주는 신비롭고 매혹적인 명소이자 풍부한 자원의 보고로 묘사됐다. 그러나 사진엽서 한 장에는 당시 식민지배 이데올로기가 은밀히 스며들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사진엽서는 단순 기록을 넘어 이미지를 통해 작동하는 식민지 권력의 통치 수단이 된 것"이라며 "제주의 역사와 기억을 탈식민적 시각에서 새롭게 재해석하는 성찰의 장을 열고자 한다. 이 울림이 새로운 역사 인식과 미래로 나아가는 디딤돌이 되길 고대한다"고 밝혔다.

# 함께 열린 독립기념관 협력 전시, 의미는 있지만 "글쎄"




제주민속자연사박물관 사진엽서 전시와 함께 열린 독립기념관 광복 80주년 지역순회 특별전. ⓒ제주의소리





독립기념관 전시에서 소개된 제주의 항일운동사. ⓒ제주의소리


제주민속자연사박물관은 이번 전시에 맞춰 독립기념관 협력 전시 '태극기, 바람 속의 약속'을 개최한다. 이 전시는 광복 80주년을 맞아 마련한 독립기념관 지역순회 특별기획전이다. 
태극기와 함께 자유를 되찾기 위해 헌신한 선열들의 숭고한 뜻과 희생, 광복의 의미를 되새기는 내용으로 구성됐다. 태극기를 중심으로 독립운동의 여정과 더불어 제주의 항일운동도 소개된다. 그러나 정작 실물 전시품은 물론 태극기 하나 없어 아쉬움을 남겼다.
독립기념관은 보도자료를 통해 주요 전시자료로 고광순 의병장의 '불원복' 태극기, 대한민국 임시정부 김구 주석의 친필이 담긴 '김구 서명문 태극기' 등이 있다고 소개했다. 더불어 제주 한림읍 출신 한국광복군 문덕홍과 김구가 함께 찍은 사진도 소개된다고 밝혔다. 
하지만 실제 전시는 패널에 인쇄된 사진이 전부다. 태극기와 함께 자유를 되찾기 위해 헌신했던 선열들의 숭고한 뜻과 희생을 기억한다는 의미가 있지만, 태극기를 중심으로 한 전시임에도 실물 태극기조차 없는 것은 많은 아쉬움을 남긴다.

제주민속자연사박물관 특별전시실 열리는 '식민의 시선, 제주 풍경' 전시는 2026년 1월 25일까지, 독립기념관 협력 전시인 '태극기, 바람 속의 약속'은 올해 12월 21일까지 관람할 수 있다. 




1914년 5월, 일본인 도리이 류조가 제주에 머물던 당시 쓴 사진엽서. 엽서 속 사진은 건입동에 있는 동자복이며, 엽서 제목은 '제주토인의 공작석지상(제주 사람이 만든 석상)'이다.ⓒ제주의소리





강부언, 관덕정 앞 주성 시장, 천 위에 수묵, 120x80cm, 2009. ⓒ제주의소리





전시가 열리고 있는 제주민속자연사박물관 수눌음관 전경. ⓒ제주의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