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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팔에 파묻혀 나사를 죄는 공대생 바로 옆에서 하얀 가운을 입은 의대생이 해부 모형을 시뮬레이션하고 있다. 부스스한 모습이 적어도 이틀 밤은 꼬박 샌 것처럼 보였다. 그래도 여느 대학원생처럼 교수가 지나가자 얼굴을 돌려 꾸벅 인사했다.
언뜻 봐선 공대인지 의대인지 구분하기 어려운 이곳은 미국 하버드대와 매사추세츠공대(MIT)가 공동으로 개설한 '건강과학 기술(Health Sciences and Technology, HST)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현장이다.
고센 스마트론HST는 미국에서 가장 뛰어난 의사과학자를 배출하는, 말 그대로 미국 최고의 '의사과학자 요람'으로 꼽힌다. 일찌감치 1970년에 기초의학 분야에서 전통적으로 강점을 보유한 하버드대와 공학 분야에서 최고 수준의 인프라를 보유한 MIT가 손을 잡았다. 프로그램을 마치면 의학박사 학위(MD)와 의료공학 또는 의료물리학(PhD) 학위를 모두 취득할 수 급식비소득공제 있게 된다.

프로그램의 총책임자인 시브 필라이 하버드대 교수의 소개로 둘러본 HST 내부는 연구에 열중하는 학생들과 쉴 새 없이 돌아가는 실험 장비들이 가득했다. 기자가 방문한 때는 여름휴가가 한창인 8월 초였지만 이곳은 한가함과는 거리가 멀었다. HST가 세계에서 가장 치열한 대학원 중 하나라는 사실이 실감이 났다 이체 수수료 면제 .




하버드대와 MIT가 공동으로 진행하는 의사과학자 양성 프로그램의 총책임자 시브 필라이 교수. 사진=장자원 기자


입학 후 첫 2년간 학생들은 기초의학과 공학을 결합한 연구를 진행한다. 3, 4년 자전거 거치 차에는 브리검 여성병원과 보스턴 소아병원 등 하버드대와 협력 관계에 있는 병원에서 임상 수련에 들어간다. 수련과 함께 공학박사 취득을 위한 과정을 이수해야 하기 때문에 학술적으로 높은 수준을 갖추기도 쉽지 않고 체력적으로도 매우 힘들다.
필라이 교수는 "연구에 가장 특화됐다고 평가받는 하버드대에서도 사실 대다수의 학생들은 임상 현장에서 환 계약금의배액 자를 치료하는 것을 택한다. 한 해 졸업생의 평균 75% 정도가 임상의로 진로를 이어나간다"고 설명했다. 나머지 25%가 연구를 위해 학계에 남는데 이들 중 매년 30여 명이 HST 프로그램에 선발된다.
국내에서 '의사과학자'라고 하면 보통 의사 면허와 이공학 박사 학위를 모두 취득한 뒤 이를 실제 기술에 적용하는 사람들을 일컫는다. 반면 미국에선 기본적으로 '연구자'를 의미한다. 의사과학자와 가장 근접한 개념은 'MD-PhD'인데 이는 의학박사 학위(Medical Doctor)와 과학 분야 철학박사 학위(Ph.D.)를 동시에 가지고 있다는 뜻이다. 하버드대나 MIT에도 의료공학자나 의료기술 스타트업 창업자가 아예 없는 건 아니지만 대부분은 과학의 한 분야를 의학과 접목해 자신만의 연구 활동을 이어간다.
HST도 학생 중 3분의 2 정도는 수료 후에도 그대로 학계에 남아서 연구를 이어간다. 이것이 미국에서 기초의학 분야에서 압도적인 성과를 거둘 수 있었던 단단한 토대 가운데 하나가 됐다는 분석도 있다. 졸업생 중에는 △에이즈 치료의 선구자 데이비드 호 △마크 맥켈런 전 미국 식품의약국장 △외과 의사 출신 우주비행사 로버트 사처 △자기공명영상(MRI)과 양전자방출단층촬영(PET) 상용화에 앞장선 브루스 로젠 등 굵직한 족적을 남긴 석학들이 다수다.



시브 필라이 교수가 소개한 HST 학생들의 연구시설에는 각종 분야의 실험 장비가 학과 구분없이 함께 비치돼 있었다. 이는 의학과 공학, 기초과학 등 다양한 분야의 협력 연구가 이뤄지는 HST 프로그램의 특징이기도 하다. 사진=장자원 기자


기초의학의 힘, 노벨의학상 '44개' 열매 거둔 학교

본격적으로 찬바람이 느껴지기 시작하는 매년 10월 첫째 주가 되면 전세계 학계는 노벨상에 대한 기대감으로 들썩인다. 노벨 생리의학상을 놓고 보면 하버드대를 따라갈 학교는 없다. 1782년 의대 설립 후 노벨 생리·의학상 분야에서만 44명의 수상자를 배출했다. 미국을 제외하면 일개 대학인 하버드대보다 더 많은 노벨상을 받은 '나라'조차 영국 독일 프랑스 3개국뿐이다. 하버드대가 이처럼 기초의학 분야에서 압도적인 경쟁력을 갖게 된 비결은 과연 무엇일까.




하버드대 의대는 총 44명의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를 배출했다. 가장 최근 수상자는 지난해 상을 받은 게리 러브컨(오른쪽) 유전학과 교수다. 공동 수상자인 빅터 암브로스(왼쪽) 교수 역시 과거 하버드대 의대에서 교수직을 맡은 적이 있다. 사진=노벨위원회


8월 4일 보스턴 시내 루이 파스퇴르가 77번지에 위치한 하버드대 혁신연구동(New Research Building, NRB).
생명과학 전문 연구시설인 이곳은 1500여 명에 이르는 연구진이 소속돼 있다. 하버드대의 협력 병원의 의료진과 의대 재학생, 의사과학자 양성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대학원생 등 면면도 다양하다.
인근 건물과 공원이 한눈에 내려다 보이는 전망 좋은 연구실에서 허준렬 하버드대 의대 면역학과 교수를 만났다. 그는 "하버드대는 의학과 과학의 경계가 모호한 독특한 학교"라고 정의했다.
허 교수에 따르면 하버드대 의대 산하 11개 과는 모두 기초의학과다. 세포생물학과, 생화학과, 면역학과, 신경생물학과 등이 대표적이다. 의학의 근간을 이루는 기초 과학을 학교에서 배우고, 임상 진료에 필요한 경험과 지식을 가르치는 것은 학교와 연계된 병원에서 전담한다. 의대 안에 임상의학교실과 기초의학교실이 함께 있는 한국과는 차이가 있다.



미국 하버드대 허준렬 교수는 "하버드대 의대의 가장 큰 특징은 '기초의학'에 집중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허 교수가 미국 매사추세츠주 보스턴에 위치한 연구실에서 하버드대 의대의 커리큘럼을 기자에게 설명하고 있다. 사진=장자원 기자


허 교수는 "환자를 직접 진단하고 치료하는 사람도 의사지만, 진료실 밖에서 약이나 치료법을 개발하고 의료 정책에 기여하는 사람도 의사라고 본다는 것에서 관점의 차이가 있다"며 "미국은 적극적인 연구에 대한 보상 체계가 확실하게 자리 잡았기 때문에 기초의학 연구에 투자할 수 있는 자본과 인력이 풍부하다는 점도 중요한 차이"라고 말했다.
변화의 바람, 국내에서도 불기 시작했다
국내에서도 의사과학자 양성을 위해 미국의 구조를 벤치마킹하는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
현재 하버드 혁신연구동에는 서울대 출신 의사과학자 양성 프로그램 1기 참여자 9명이 있다. 5명은 의사 학위, 4명은 이학·공학박사 학위 소지자다. 이들은 2년 동안 하버드대 의대 교수들의 지도를 받은 뒤 한국으로 돌아가게 된다.
이들이 보스턴에서 연구를 진행하게 된 배경에는 허 교수의 노력이 있었다. 그는 2023년 김영태 서울대병원장을 만나 하버드대와 서울대가 협력하는 형태의 의사과학자 양성 프로그램을 제안했다. 1기생들이 한국으로 돌아가고 나서 7, 8명의 2기 학생들을 선발할 계획이다. 열다섯 명 남짓한 이들이 한국 생명과학 발전의 '마중물'이 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비전이다.
허 교수는 "구조적으로나 규모로 보나 한국과 미국은 상황이 다른 부분이 너무 많아서 '하버드대의 모델을 국내에 반드시 이식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다만 가장 앞서있는 곳을 경험해야 충분히 배우고 이해하는 것이 가능하고, 이후에 국내에 자체적인 모델을 개발할 때 참고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최근에는 케임브리지나 보스턴의 바이오 클러스터가 주목을 받으면서 '생명과학 스타트업들이 혁신을 만들어내는 공간'이라는 인식이 생긴 것 같아요. 그런데 혁신이 가능하려면 과학적으로 타당한 이론과, 그걸 실현할 인력이 충분히 뒷받침되어야 하죠. 그런 측면에서 기초의학을 강조하는 하버드대의 접근법이 충분한 설득력이 있다고 봅니다."(허 교수)
최근 서울대는 공대와 의대가 의사과학자를 양성하는 연합 전공 학과를 개설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우수한 학생이 몰리는 의대의 커리큘럼을 기반으로 다른 과 전공수업을 이수할 수 있도록 해 다양한 의과학 분야의 전문가를 양성하겠다는 구상으로 보인다.
가톨릭대는 포항공대(포스텍)와 공동으로 'MD-PhD' 과정을 도입했다. 의학 교육을 가톨릭대가 맡고 포스텍은 이공계 박사과정 교육을 전담하는 '한국판 HST 프로그램'이다. 의대와 과학기술특성화대학이 학생들에게 두 분야 모두의 전문성을 갖추게 하고 공동 학위제도를 운영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 인터뷰 통역 및 취재 도움: 이슬아 통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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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자원 기자 (jang@kormedi.com